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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자사고’ 평가, ‘모든 고교 함께 살리기'에 초점 맞춰야

최근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 대한 운영 평가를 앞두고 심사기준을 내놓았다. 매 5년마다 실시되는 자사고 평가는 자사고의 질 제고에 그 목적이 있다. 이번 자사고 평가에서 눈여겨 볼 사항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 핵심 사항인 선행학습을 하는 등 입시 위주로 운영하는 자사고는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시킨다는 방침을 시달했다. 
 
사실 시장 경제 논리와 교육적 경쟁으로 상향 평준화를 모색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설립된 자사고에 대한 평가는 이번이 처음으로 2010년  지정된 연 자사고 25개, 자율형공립고등학교 21개 등 46개 학교가 대상이다. 하지만, 특성화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교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운영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고교 졸업생의 대입 진학 비율이 84.6%에 이르고 대졸이 취업의 기본 자격으로 굳어진 사회 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명대 진학, 대입 진학률이 명문 고교의 척도인 우리나라의 비뚤어진 사회관, 교육관도 문제인 것이다. 흔히 학력과 인성의 양 바퀴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원론적 의미에서는 합당한 말일지 몰라도 현실을 직시하면 오로지 성적, 점수 지향주의인 우리 교육 현장을 도외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입이 고교 교육의 그릇된 목표로 전도된 현실에서 고교에서 입시 위주로 수업을 하지 않으면 학생, 학부모들이 불만이 팽배할 것임은 자명하다.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자성해 보면 대학 입시 위주 교육은 안 된다는 잣대를 들이대면 어느 자사고도 지정 취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어려울 것이다. 자사고에서는 평범하게 가르치고 배우려면 그게 일반고이지 자사고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대입 진학이 무언의 고교 등급 판정과 명문고의 최고 척도인 현실적 여건 속에서 고교 대부분은 제1·2학년 때 전체 교과과정을 끝낸 뒤 제3학년 때는 대입 문제풀이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솔직한 우리나라 고교의 자화상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한 학년군, 교과군, 창의적 체험학습 등이 본래의 훌륭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실에서는 배제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사고, 자공고는 이름그대로 대학 진학을 위하여 ‘자립형’으로 교수학습을 진행해 왔는데, ‘자립’으로 하고자 하는 교육, 즉 자립적으로 하고자 하는 그걸 못하게 한다면 교육 체제를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것이다. 자사고와 자공고가 그야말로 ‘자립형’의 자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간의 교육이 전형적인 선행학습인데 이를 근본적으로 통제하면 자사고의 입지는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선행학습을 취소 사유로 내건 것은 여차하면 자사고를 없앨 구실을 만들어 놓은 것과 다름없다.

최근 전국적으로 각계각층의 논란과 갈등 속에 현 정부 주도로 올해 2월 국회를 통과한 ‘선행학습 금지법’이 고교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입시를 앞둔 고3 교실이라고 해도 마지막 학기까지 선행학습은 할 수 없게 돼 있다. 학생들에게 학원에 가서 문제풀이를 배우라며 사교육으로 내모는 꼴이다. 주지하다시피, 자사고는 입학사정관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등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지난해에는 중학교 내신 상위 50%였던 자사고 지원 자격을 2015학년도부터 폐지했다. 자사고의 학생선발권을 부정하는 조치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거창하게 시작했던 입학사정관제와 NEAT도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교육은 백년지대계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교육은 곡식, 화초, 묘목 등을 기르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장기간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따라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육 정책을 곧바로 뒤집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대증 인기영합주의도 배격돼야 한다. 자사고에 견주어 우리나라 일반고 교육의 문제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도 많다. 일반고 수업에서는 학생 절반 이상이 잠을 잔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사고를 없애는 방식으로는 일반고가 살아나지 않는다. 자사고와 일반고는 제로섬 고나계에 있지 않은 것이다. 자사고의 우수 학생이 일반고로 돌아간다고 해도 공교육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교육비 증가와 하향 평준화 같은 폐해는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통해 일반고를 혁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사고를 옭매어 일반고를 개혁하려는 접근은 아주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다라서 자사고와 일반고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건설적인 교육정책과 대안 마련에 골몰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현행 교육제도와 체제에서는 자사고는 자사고대로, 일반고는 일반고대로 잘되게 하는 게 교육당국이 할 일이다. 자사고, 자공고, 일반고, 특성화고 등 모든 종별 고교가 그 나름대로 특화되어 상생(相生), 블루오션(blue ocean), 윈윈(win win)할 수 잇는 교육정책이 전개돼야 하고, 학교 현장도 이 교육 정책에 따라 ‘바람직한 사람 육성, ’사람다운 사람 양성‘이라는 교육 본연의 목표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즉 제도와 사람이 함께 혁신돼야 할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교육부는 ‘자사고 죽이기’ 정책 보다 ‘모든 고교 함께 살리기’ 교육정책으로 정책 방향으을 새롭게 틀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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