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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나는 술을 좋아한다. 집에서도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하면 술안주로 하여 혼자서 음주를 즐겨한다. 술을 너무 좋아해서 체중관리가 되지 않는다며 아내한테 잔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귀로 듣고 바로 흘려버리는 것이다. 또, 거기에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지 잘 먹는다. 술을 먹을 때는 더군다나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술을 마시는 만큼 안주를 계속 먹는 버릇이 있다. 모임이 잦은 나에게는 위를 비워들 시간이 없기 때문에 포만감으로 위는 무척이나 고생을 한다. 어찌되었던 술을 먹고 나서 다음 날은 다른 사람보다 숙취에서 빨리 깨어나는 것이 안주를 많이 먹어서 그렇다며 내 스스로 자위를 한다.

요즈음 해가 거듭될수록 선친을 닮아간다는 것을 문득문득 느낄 때가 많다. 선친도 무척이나 애주가 이셨다. 선친은 술을 담배 피우듯이 수시로 잡수시곤 하셨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임용이 되지 않아 1년 동안 농사일을 도와드린 일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은 김매기였다. 더운 여름철에 모를 심은 후 팔뚝 만하게 벼가 자라면 논바닥에서 자란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다. 그것도 기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골골이 다니면서 잡초를 뽑아 진흙에 쑤셔 넣는 일이다. 그런데 더운 날씨로 열을 받은 논바닥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와 목과 가슴 그리고 팔뚝을 스치는 벼 잎으로 얼마나 쓰라리고 따가운지 모른다. 일을 하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다.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만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하자니 심신은 고달프고 김매기를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였다. 이때 이를 달래주던 것이 농주였다.

따가운 햇볕아래 온 몸이 벼 잎에 긁힌 피부로 벌겋게 부풀어 올라 괴로울 때, 새참으로 가지고 온 국수와 막걸리가 유일한 낙이었다. 처음에는 막걸리를 먹지 않으려 하였지만 일을 할 때는 먹어야 기운도 나고 시간이 잘 지나간다며 은근히 권하시는 선친의 권유를 마지못해 먹었다. 그나하게 술이 취한 채 하는 일은 근심걱정을 잊게 하였다. 그냥 술기운에 논바닥에 머리 처박고 일을 하다보면 시름도 잊고 작업에만 몰두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은근히 새참 때가 되면 마을 어귀에 어머니 모습을 기다려지게 되는 것이다. 농주 덕분에 그해 농사를 짓는데 하루하루 해를 잘 넘길 수 있었다. 매일 먹는 술로 그 많은 농사일도 할 수도있었지만 술의 양도 많이 늘기도 하였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을 받아 시골학교로 부임하게 되었다. 환영하는 술자리에 조그마한 잔으로 먹는 모습이 가소롭게 보여 과하게 먹었다가 엄청 고생을 한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술자리 중에서도 가장 불쾌하였던 일은 술자리 예절을 지키지 않는다며 지적을 받았을 때이다. 오래 전 일이다. 승진을 하여 온 교감선생님과 술자리를 한 일이 있었다. 받아 놓은 술잔이 여러 잔 있어서 나이가 많은 선배한테 먼저 술잔을 권했다. 그랬더니 예절을 모른다며 그 자리에서 벌컥 화를 내며 핀잔을 하는 것이다. 받아 논 술잔이 많아서 다른 선배한테 먼저 술을 권하였다고 하였지만, 노여움을 풀지 않고 노골적으로 화를 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긴 근래에는 술자리의 예절이 자작문화로 바뀌었으니 젊은이들이 생각할 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도 술자리 예절로 인해 언쟁이나 폭행 및 살인까지 하는 상황이니 이 또한 그냥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술자리 예절이다.

나도 술은 좋아하지만 나 또한 자식들에게 술자리 예절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술자리에서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모처럼의 기분 좋은 술자리에서 잔소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 될 수 있으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따라 주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식이 둘 결혼을 하고 술자리를 종종 함께하는 경우가 있다. 집에서 술을 먹을 때 아내와 함께 하던 술이 이제 여섯이 함께 하는 자리가 되었다. 명절이나 생일 및 가족모임에서 술을 먹게 되면 건배사를 내가 하는 것보다 자식이나 자부에게 부탁을 한다. 내가 하는 경우에는 설 명절에나 덕담으로 하는 정도이다. 특히 설 명절에 부모님께 인사드린 후 형제들끼리 서로 맞절을 하며 덕담을 나누는 것은 보기에도 좋고 서로 형제간에 우애를 돈독히 하는 데에는 그만이다. 덕담이란 남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빌어주기 때문에 부모에 대한 효심과 형제간에 우애와 관련된 말을 함으로써 가정의 평화와 화목한 가정을 위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건배사로 덕담을 제안하는 것이다.

술을 따를 때에는 첫잔만 공손한 자세로 따르게 하고 그 이후는 앉은 자세로 편한 마음으로 따르게 한다. 술을 권하는 순서는 나이가 많은 분부터 권하는 것이 예의 이지만 직장에서는 대표자에게 먼저 권한 후 연장자 순으로 따르도록 한다. 술병을 잡을 때에는 상표가 있는 쪽을 손바닥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따를 때 왼손은 오른손을 받치듯 따르도록 한다. 따르는 술은 술잔에 7할이나 8할 정도 따른다. 술잔을 받을 때에도 연장자가 따를 경우에는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고 왼손은 오른 손을 받쳐 받도록 한다. 술을 못 먹는 사람도 무조건 사양하기 보다는 조금만 달라고 하여 받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술을 그만 따르게 할 경우 상사나 연장자인경우에는 술잔을 치겨들면 그만 따르라는 뜻이지만, 손아랫사람은 “조금만 주세요.” 또는 “됐어요.” 등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또, 술잔에 술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술을 또 받는 것도 첨작이 되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술을 마실 경우에는 상사나 어른이 정면으로 보지 않는 약간 비껴서 마시는 것이 예의이다.

흔히 술로 인해 가정파탄은 물론이고 개인의 파멸을 이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술자리 예절과 관련하여 酒저리酒저리 생각나는 대로 쓴 글이다. 요즈음 술로 인해 너무나 사회가 혼란스럽고 폭행과 가정폭력, 성폭력, 음주운전 등으로 너무나 피해가 크다. 잘못된 음주는 자칫 공격적이 되거나 판단 및 자제력을 상실하여 엄청남 피해를 몰고 온다. 지난 번 박대통령이 미국방문 시에 청와대 모 수석이 술로 인해 나라망신은 물론이거니와 본인도 파멸의 길로 이르는 것을 전 국민이 똑똑히 보았다. 술을 잘 다루면 함께하는 사람과의 정을 돈독히 하는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잘못 다루면 패가망신 또한 순간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술로 인해 권좌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아왔는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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