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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나는 아침마다 일찍 일어난다. 새벽 4시 경이면 이상하게도 알림시계를 맞추어 놓은 듯 깨우는 것처럼 일어나는 것이다. 잠을 늦게 잤는데도 정확하게 그 시간만 되면 깨는 것이다. 잠을 더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다. 내 어릴 때 아버님이 한 밤중에 쇠죽을 쑤러 나가던 당시의 모습이 이제 내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자다가 한 번 깨면 정신이 맑아지며 더 잠을 자려고 하여도 잠이 들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것이 현관 밖에 있는 신문을 가지러 간다. 그 때부터 매일 아침 6시까지 신문을 읽게 되는데 내가 필요한 기사는 가위로 오려두는 버릇이 있다. 원래는 기사를 오려서 분류를 하여 잘 활용하려고 한다지만, 보지도 않은 채 쌓아 두기만 하다가 이사 올 때 모두 폐휴지로 버리고 후회하면서도 또 되풀이하여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6시가 되면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산책을 하기 위해 나가게 된다. 내가 사는 곳 주위에는 선사유적지, 갈마공원, 둔지미공원, 샘머리공원, 정부대전청사 주위 문예공원, 대전예술의 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 엑스포시민광장, 한밭수목원, 갑천둔치, 은평공원 등 산책코스가 너무나 많다. 대체적으로 많은 산책코스에 비해 주민들이 활용을 하지 않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한 동안은 갈마공원에만 이용하던 때가 있었다. 그곳에는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도 함께 있어서 넓은 운동장과 작은 동산에 오르내리며 등산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있어서 자주 이용을 하던 곳이다. 공원 정상에는 정자가 있고 늘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는 곳이다. 또, 한밭대로를 따라 갈마공원에서부터 정부3청사 있는 곳까지 공원이 이어져 있어서 정부청사 옆 문예공원 남쪽과 북쪽 잔디광장을 돌아서 오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선사유적지를 거쳐 서쪽 문예공원을 거쳐 3청사 담장을 따라 가다가 3청사 북문에서 둔산대공원에 위치한 한밭수목원을 다녀오기도 한다. 한밭수목원은 정부대전청사와 엑스포과학공원의 중앙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둔산대공원은 대전예술의전당, 평송청소년문화센터,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 명실상부한 문화 예술의 메카이며, 수목원과 어우러져 문화가 가장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심 속의 한밭수목원은 정부대전청사와 과학공원의 녹지축을 연계한 전국 최대의 도심 속 인공수목원으로 청소년들에게 자연체험학습의 장, 시민들에게는 도심 속에서 대자연을 느끼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한밭수목원은 4단계로 구분하여 년차별로 서원(시립미술관 북측)과 남문광장은 2005년에 개원하였고, 동원(평송청소년문화센터 북측)은 3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2008년에 개원되었다. 동원은 목련원, 약용식물원, 암석원, 유실수원 등 19개 테마별 정원 등을 구경할 수 있다. 2011년에는 맹그로브를 주제로 한 열대식물원이 개원되었다. 또, 열대식물원은 맹그로브원, 야자원, 열대화목원, 열대우림원의 4개 주제원으로 구성되어, 열대식물과 아열대식물들을 심어 기르고 있다. 열대식물원은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을 수행하면서 이국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엑스포시민광장을 지나 한밭수목원과 대전 엑스포남문으로 가다 보면 엑스포 다리와 한빛탑과 어우러진 우성이 산자락이 초등학교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사진처럼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 엑스포시민광장과 갑천둔치에서 2012 대전세계조리사대회가 5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 ‘한국인의 손맛! 세계인의 입맛!’이라는 주제로 97개국 3만명의 참가자와 관람객 35만명을 목표로 대전시와 한국조리사중앙회 주최로 이루어지게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셰프들이 겨루는 ‘요리 올림픽’ 축하행사가 1993년도 대전엑스포에 이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곳에 처음 오는 관광객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운동이나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빙쉘터와 엑스포남문, 엑스포다리와 한빛탑이 어우러진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아름다움에 사진으로 담기에 바쁘다. 엑스포다리 건너기 전에 갑천 쪽으로 내려가면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잘 꾸며진 갑천둔치를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넓은 잔디광장과 자전거 길 산책길과 휴식공간, 야구장, 농구장, 축구장, 족구장 등 체육시설이 보강이 되어 의도적인 사업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갑천 변을 따라 유성 쪽으로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발걸음을 내딛다보면 멀리서 보이는 유성 시내와 유림공원이 멀리 계룡산 자락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보는 듯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연구단지로 이어지는 갑천대교와 돌다리 그리고 유림공원으로 이어지는 작은 다리와 갑천변의 수초들과 여유롭게 감아 도는 강변에는 근래에 여러 가지 물새들이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갑천변을 따라 걷다가 KBS 대전방송국 쪽으로 나와서 아파트 산책길을 따라 오는 길과 아니면 곧장 올라가다가 만년교에서 왼쪽으로 돌아서면 은평공원을 만나게 된다. 은평공원에는 날아갈 듯이 세워진 정자와 잔디광장 그리고 은평테니스 코트 등 여러 가지 체육시설들이 잘 구비되어 있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밭대로 옆으로 아파트단지의 담장 산책길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걷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산책을 즐기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40여 년을 근무하던 직장에서 퇴직을 한다고 생각을 하니 조그마한 일에도 고까워하고 미워하며,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늘 피해망상에 빠져 마음을 괴롭히는 일이 많아졌다. 겉은 편안한 체 하였지만 속은 오만과 질투와 도덕 불감증에 걸린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생활했던 것이다. 얼굴만 화장하고 마음은 게을리 한 생활, 지친 세상살이에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해심 보다는 섭섭함만 키우던 고민이 나와 대화를 원했지만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았던 나를 되돌아보게 한 것이 산책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의 마음을 더 외롭게 만들었고, 이웃과 만남에서도 하나 제대로 나눠 먹을 줄 모르고, 언제나 나 위주의 삶으로 닫힌 현관문만큼이나 마음의 문을 닫고 관료지향적인 욕심에 가정에서도 삶의 평화가 없었던 것이다.

키에로케고르는 걸으면서 그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의 무거운 생각이란 없다. 자연과 더불어 걷는다는 것은 뇌를 젊게 하는 것이다. 걷는 동안의 침묵과 고독 미움 증오 고통도 산책을 통해 깨달음과 마음의 평화를 안겨준다. 일상 속에 몸도 마음도 무거울 때가 많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퍼도 일단 걸음을 떼기 시작하면 그것이 곧 보약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난해도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재로 모든 것을 소유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침마다 산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공원이 내 주위에 많이 있다하더라도 산책을 즐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걷는 것은 단순히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걸으면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이다. 걷는 것이 휴식이다. 자연의 변화 생기가 넘치는 봄의 변화를 힘찬 새싹이 돋아나는 이 아름다운 봄의 옷을 입는 풀과 나무들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자. 행복은 저 산 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 생활 속에,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에 작은 길, 새로 시작된 남은 인생의 여정을 보낼 새로운 길, 내 자신의 길을 사색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묵묵히 산책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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