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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오늘은 2학기 처음 수업하는 날이다. 2학기 처음 아이들과 만나서 하는 수업은 새 학기가 시작이 되는 때이기에 대단히 의미가 있다. 새 학기가 되면 새롭게 꿈과 희망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 보려는 아이들을 위해 그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보듬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 방학 때 해외체험 연수를 했던 호주와 뉴질랜드의 자연환경과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는 것을 교육하고 싶었다. 실제로 보고 느낀 일들을 나름대로 동영상과 사진을 열심히 준비했다. 색다른 이국의 모습을 학습현장에 활용하기 위해 1000여 장의 사진과 동영상 30여개를 촬영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이 멋진 장면을 보여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지칠 줄 모르고 즐겁기만 하였던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집중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업 전에 충분히 학습준비를 하지 않으면 수업진행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1학기 때에도 단단히 준비를 하고 들어갔는데도 엉뚱한 짓을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화가 나서 호통을 치다가 학습 의욕을 잃고 접었던 때가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내가 너무 심하게 나무랐다며 후회한 일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순(耳順)이면 귀가 순해져 객관적으로 듣고, 세상 모든 일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순리에 따라 모든 일을 할 나이’라는데 아직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수업에 임한 나 자신이 늘 부끄러웠다.

새 학기가 되어 처음 만나는 아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마냥 흐믓하다. 요즈음 개그콘서트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몸 개그 ‘발레리노’ 에서 발레리노 선생님이 구령을 부르는 것처럼 아이들은 곧 잘 나를 만나기만 하면 어디에서나 큰소리로 “어텐션”하고 소리 지르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교단에 서자마자 몇 놈이 “어텐션” 하는 것이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공감하는 의미로 나도 큰소리로 “어텐션(attention)”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재미가 있다는 듯 웃음을 머금고 히죽거린다. 아직도 어수선하여 “어텐션”을 외친 후 “바우(bow)”하였더니 아이들은 더욱 환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해외 체험연수하면서 보고 느꼈던 일들을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 주며, 자연환경과 교육 문화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열심히 학습에 참여하고 있으나 몇몇 아이들은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자 아이 한 두 명이 이야기를 하더니 자꾸만 확산이 되는 것이다. 주의를 주었지만 별로 괘념치 않고 계속이야기를 한다. 몇 몇 아이들이 시끄러운 소리에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듯 짜증스럽게 쳐다보았지만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아직도 보여줄 것은 많은데 수업시간이 거의 끝나 간다. 또, 한 놈이 신경을 건드린다.

“선생님 수업시간이 끝났어요. 시간이 지났는데 종이 울리지 않아서 그래요. 그만 끝내세요.” 그러자 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종이 울리자마자 “안녕히 가세요.” 하며 벌떡 일어나는 것이다. 딴에는 열심히 준비도 하고 의미 있는 수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참기가 어려웠다. “야 임마!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야! 초등학생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어이~그 이놈!”
 
오후에 교무실 밖에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아이가 보인다. 바로 속을 썩이던 아이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룻바닥만 쳐다보고 머뭇거리고 있다. 수업시간에 잘못한 일을 반성하러 온 것이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나눌 줄 모르며,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들에게는 무자비한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다.

나는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 사회의 크고 작은 갈등과 부조화들은 모두가 타인에 대한 무 배려가 빚은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그래서 초등교육에서 학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성교육인 것이다. 자기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받았다는 편안함으로 교무실문을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남을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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