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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창가의 토토' 가르치기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쓴 동화 ‘창가의 토토’에 나오는 토토는 겨우 초등학교 1학년에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다. 토토는 수업 중에 책상 뚜껑을 백번도 더 열었다 닫았다 하고 또 수업 중에 혼자 창가로 가서 지나가는 길거리 광고 아저씨를 불러 노래를 부탁하기도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면 도화지를 넘어 책상까지 칠해 버린다. 보통의 학교 선생님들이 지도하기 힘들어하는 유형의 학생인 것이다. 그러나 교사가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의 생각과 창의성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다면 지도하기는 힘들지만 그 학생이 보통의 학생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고 훌륭한 학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가끔 내 교실의 창가에도 수많은 창가의 토토들이 서 있다 사라지곤 한다. 수업 시간인데 교실 너머 운동장을 내다보고 소리치고 있는 아이, 스티커 북에 빠져서 책상 밑에 들어가 있는 아이, 공책 한 귀퉁이에 만화를 그리는데 열중해 있는 아이, 또 수업만 시작하면 화장실에 가겠다고 손을 드는 아이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아이들을 수업에 강제로 집중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놀이보다 더 재미있게 수업을 해서 모든 아이들을 수업에 열중하도록 하는 특별한 방법을 배우고 싶을 뿐이다.

교재 연구를 하여 학습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다 보면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이 향상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 6시간 정도의 모든 수업을 그렇게 훌륭하게 해내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토토처럼 학습부적응 학생을 비롯해서 외골수적인 아이, 소심한 아이, 자폐에 가까운 아이, 과잉행동 장애아, 난폭한 아이 등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은 늘 어느 학급에나 있게 마련이다. 학생들만 그런 게 아니라 간혹 학생보다 더 감당하기 어려운 학부모를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을 다루는 직업, 특히 교직이 어렵구나를 깨닫게 된다.

교사는 초등학교 교사라 해서 초등수준의 지식으로만, 중등교사라 해서 중등수준의 지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당한 지식도 필요하다. 하나를 가르치려면 그와 관련된 열 가지의 지식과 깊이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또한 중요한 것이 앞으로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억압적이지 않은 학생통제의 기술과 수업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창가의 토토와 같은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대학에서 배운 아동 심리학이나 교육학이 현장에서 쌓은 다년간의 경험에 못 미침을 느낀다. 그리고 토토와 같은 아이들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한 자유로운 수업과 자연과 친구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학급을 운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게 교사로서의 내 꿈이다.

그런 교사들의 꿈을 알기에 교육과정 자율화에 대한 방안이 수년전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것은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그 교육과정 자율화 정책 속의 또 다른 타율을 느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2011학년도는 수많은 교실의 창가의 토토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 토토를 가르치고 책임지고 있는 수많은 선생님들을 위해서 좀더 자유롭고 유익한 가운데 행복한 학교와 학급이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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