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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망나니 아들을 둔 부모의 심정

선생님들끼리 모임을 갖거나 회식이 있으면 주로 하는 이야기가 개인 신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학생의 처한 환경과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알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학생지도에 관한 정보를 얻게도 되고 초임 교사들은 선배 교사들의 교실 상황이나 학생에 따른 대처 방법에 대한 지혜를 얻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자주 듣게 되는 말은 교실붕괴 현상에 가깝다. 도저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는 교실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시험 볼 때 답 대신 담임교사 욕을 써 놓거나, 복도를 통행할 때 교사의 뒤에서 욕을 한다거나 수업시간을 지키지 않고 친구를 괴롭히거나 하는 것이다. 어느 남선생님은 아이들이 잘못해서 야단을 쳤더니 앙심을 품고 차를 못으로 긁어 놨더라고 했다.

교사가 자기 학급의 아이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고 외부로부터도 스스로의 교권을 지키지 못한다면 교사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모임 자리에서 학생들을 성토하는 교사를 보면 밖에서 제 자식 흉보는 못난 부모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교사 스스로 교권을 지켜내기엔 우리 교단의 현실은 너무도 열악하다. 이 시점에서 교권 회복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사랑받고 학부모에게 신임 받고 사회로부터 존경받은 교사가 되어야 한다.

교사는 부모와 같은 넓고 큰 사랑의 마음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제 부모처럼 교사를 따르고 학부모는 내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를 비록 눈에 차지 않더라고 학생 앞에서 험담하거나 업신여기는 말투를 삼가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교사를 평가 절하하는 정책과 제도를 수정 보완해야 하고 언론에서도 어느 일개 교사의 행동이 모든 교사집단의 현상으로까지 매도하는 보도를 주의해야 한다.

지금 교사들은 말을 듣지 않고 친구를 괴롭히며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보면 마치 망나니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이다. 어디다 내 놓고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잡아 체벌을 가하면서 가르칠 힘도 없다. 그렇다면 망나니 자식을 누가 낳아 키웠을까? 단 하나의 망나니 자식도 학교와 가정과 사회가 낳아 키운 우리들의 자식이며 우리의 미래다.

또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 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도 반성해 본다. 그동안 아이들의 감성을 일깨워 주고 바르고 고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성교육을 게을리 하지 않았을까? 지나친 경쟁으로 개인의 이득만 삶의 목표로 삼으라고 가르치지는 않았을까? 너무 착하기만 하면 오히려 바보 같은 무능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은연중에 가르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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