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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수업공개 보다 더 시급한 것

내가 처음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을 받을 당시는 그야말로 선생님은 대단한 존재였다. 동네잔치가 있으면 빠짐없이 선생님들을 초대하여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상례였다. 가정방문을 하게 되면 논밭에서 하던 일을 접어두고 집으로 달려왔었다. 토요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냇가로 가서 오래 묵은 때를 닦게 하고, 물고기 잡기 대회를 하여 즐겁게 생활하던 일, 또 시간이 허락하는 한 체험학습도 무척 많이 다녔다. 그야말로 담임에 의해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학급교육과정이 이루어진 던 때였다. 한 학급에 인원수가 60~70여 명이나 되었지만 그래도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토요일이나 공휴일 또, 방학 때에도 학교에 나오라고 하여도 어느 누가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 많은 세월이 지났다. 학부모가 감히 선생님을 평가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제 학급 담임을 평가를 하게 된 것이다. 불과 10여 년 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지금 학교현장은 당장 내년부터 실시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로 엄청난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딴에는 왜 교원단체가 회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수용했느냐, 학교교직원의 의사를 타진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 선도학교로 지정을 하느냐 에서부터 실제로 내년부터는 한 학기에 2회씩 수업공개를 하여야 하며, 잘못하면 실제로 집중 연수를 받아야 하는지 등 불안한 마음이 팽배해 있는 상태이다.

이는 교원정책이 교사 수업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된다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교사 수업전문성 향상 방안은 교사양성, 임용, 연수 등 기존 교원정책의 틀을 수업 잘하는 교사 만들기로 확 뜯어고친다는 근간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고, 교사의 질은 교실수업 전문성이 핵심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업능력 평가를 통해 교사를 선발하는 것을 비롯해 수업 공개를 의무화하고 미흡한 교사는 집중연수를 받아야 하는 등 당근과 채찍까지 동원된 추진방안이다. 우선 보기에는 모든 것이 멋지게 잘 운영이 잘 될 듯하지만, 실질적으로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수업공개가 쉽게 잘 이루어지게 되려는지 의구심을 지워버리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금년에 학교를 옮기면서 교과담임 교사들과 함께 생활을 한다. 종종 수업을 하고 나온 교담 선생님들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수업을 하지 못하겠다는 푸념을 자주 듣는다. 해마다 눈에 띄게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엉망으로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학년을 맡게 된 기간제 교사는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기한 만기를 마치 제대군인이 제대할 날짜를 앞두고 하루하루 체크하면서 생활하는 것처럼 한다니, 수업하러 들어가는 것이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 두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교가 비슷한 상태라는데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고학년 학생들은 교과담임 교사가 기간제 교사라는 점, 나이 많은 여자 교사라는 점, 학생들이 잘못해도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는 점을 얕잡아 보고 교사에게 직접 대놓고 스스럼없이 욕설을 한다는 점이다. 일전에 중학교 학생이 기간제 여교사를 끌어안고 사랑한다며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몰상식한 학생들이 교실현장에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체벌이나 욕설은 당장 상급기관이나 인터넷에 글을 올려 체벌교사로 교단에서 추방하려 하면서도, 학원 수강 시간에 늦게 보낸다며 교장실에 항의 전화하고 학원에서 체벌은 수용을 하는 현 사태에서는 공교육 운운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교원능력개발평가도 결국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라면 먼저 교권이 바로 서야 한다. 교권이 바로서야 교단에서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인데, 학생들이 교사를 얕잡아 보는 행태에서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담임도 아닌데 수업시간에 생활지도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매시간 갈등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요즈음 아이들은 말을 함부로 하고 일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 인성지도가 되어 있지 않은 반은 한 시간 동안 소리 지르고 싸움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을 늦게 끝낸다며 소리 지르고, 화가 나서 꾸중을 하면 이제는 선생님이 욕설을 하였다며 욱박지르고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린다며 협박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 교육이 어디로 가려는지….

사교육 시장에 빼앗긴 공교육 자리를 되찾기 위해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필요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공교육붕괴를 교사의 질 낮은 수업 때문으로 몰아붙이거나, 교사를 지나치게 평가의 틀에 옭아매는 일방 통행식 정책추진을 경계해야 한다. 수업평가에 앞서 먼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주고 잡무로부터 벗어나 학습지도에 올인 할 수 있는 교육여건 개선과 교육 현장에 실추된 교권이 바로 서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것이다. 교권이란 교사의 권익을 찾기 위한 교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을 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교과부는 내년 3월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 전면시행에 앞서 다양한 창구를 통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교사의 권위와 사기 진작책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객관적인 기준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교과부는 전문 시행에 앞서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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