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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주행하는 차로 오른쪽 좁은 길에서 나오던 차가 갑자기 중앙선으로 주저함도 없이 들어오기 시작 한다. 순간 이제는 아무리 급브레이크를 잡아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직감할 수 있었다. 크락숀을 다급히 누르고 라이트를 황급히 쏘아 보았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급브레이크를 잡으며 그대로 추돌하고 말았다. 어안이 벙벙하여 무슨 일을 먼저 하여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상등을 켰다. 안전띠를 풀고 밖에 나와서 상대방 차 가까이 갔다. 그때서야 밖으로 느릿느릿 나오는 상대방을 보니 젊은 아가씨였다. 얼굴을 보니 파랗게 질린 얼굴이 사색이었다. 일단은 부상이 없는 듯 하여 안심이 되었다.

어떻게 좌우도 살피지 않고 무조건 중앙선을 넘으려고 하느냐고 하였더니 고개를 숙인 채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잘못했다는 데야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가씨 오늘 잘못하면 죽을 뻔 했어요. 내가 미리 보았기에 망정이지 …. 아무리 크락숀 을 누르고 라이트를 쏘아도 보지를 못한 것 같애.”

벌써 차들은 우리차량 뒤쪽으로 밀려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가씨는 차를 밖으로 이동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갑자기 사고처리를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사고차량의 위치를 표시하고 내려야하지 않을까 하였더니, 무조건 이동시키라고 한다. 본인이 잘못했으니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이다. 또 파랗게 질린 상대 운전자를 보니 더 이상 머뭇거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몇 년 전에 교통사고 났던 일이 생각이 났다. 좌회전 신호가 끝날 즈음 황색 불에 죄회전을 하다가 상대편 차에 부딪혀 큰 사고가 난 일이 있었다. 상대방은 자기가 내차를 추돌하였기 때문에 빨리 차를 밖으로 빼내자고 하였던 것이다. 많은 차들이 우리로 인해 멈춰 서 있었다. 내가 가장 보기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복잡한 차도에 차를 세워놓고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상대방을 원망하며 멱살 잡고 싸우는 모습이다. 그래서 얼른 사고난 차량을 한 쪽 한산한 인도가까이에 이동을 하여 주차하게 되었다. 상대방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나는 내가 황색 불에 멈추지 않고 출발하여 사고가 난 것 같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너무 순진하고 솔직한 말을 하는 것을 본 상대방은 잽싸게 차를 어떻게 할 것이냐며 오히려 내가 잘못하여 사고가 난 것으로 되어 버렸다.

상대방이 내 차를 들이받고도 오히려 내가 가해자로 순식간에 상황이 뒤바뀌게 된 것이다. 처음 추돌 사고가 난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을 몰라 오히려 말 한마디 잘못하여 가해자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얼마나 두고두고 후회하였는지 모른다. 나는 부서진 차량을 자차로 해결을 하고 상대방 차량 파손에 대한 것도 내가 보상을 해 주어야하는 일에 대해 그 후 얼마나 원망하였는지 모른다. 너무나 억울하여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여 자기 것은 자기가 고치는 것으로 하자는 연락을 하였지만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비싼 교육비로 보험금을 지불한 후에야 사고처리 상황을 간단히 기록할 수 있는 경위서를 준비하고, 뒤 트렁크 안에는 하얀 페인트통과 즉석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버릇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상대방이 차를 한산한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하자는 의견에 별다른 대꾸도 없이 현장 표시도 하지 않고 차량이동을 하고 만 것이다. 순간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상대방이 아무리 책임을 진다고 하여도 사고차량 위치표시를 하고 이동해야 할 것을 상대방 말만 듣고 경솔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 주차하면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서로가 명함을 교환하고 상대방 차량번호와 보험사 접수번호 기록을 했다. 서울 가려고 약속한 시간은 이미 지났다. 20여 년을 변함없이 맡겼던 차 정비소에 맡기고 택시를 급히 탔다. 서울을 가기 위해 만남의 장소로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한테 오늘 교통사고 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사건 처리는 분명히 하여야지 내일이면 사람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고, 보험회사 직원이 쌍방 과실 비율을 조정하여 보험처리를 하게 된다며 경험담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듣고 보니 마음이 불안해 졌다.

12~3년 전이다. 지금 타고 다니던 차를 산지 불과 2개월도 안되어 고향친구 친상으로 고향 가는 길에 인터체인지를 돌아 빠져나오는 데 큰 트럭이 달려들어 추돌사고가 있었다. 대형트럭의 범퍼가 내 오른쪽 라이터와 범퍼, 타이어, 후렌다를 찌그려 놓은 것이다. 250여 만원이나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큰 사고였다. 고속도로 순찰 경찰차와 랙카차 등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구입한지 불과 두 달도 채 안 되는 새 차를 망가뜨려 너무나 속상했다. 경찰도 트럭이 일방적으로 잘못하였다는 인정을 하였지만 보험회사에서는 3대 7의 과실로 인정을 하여 처리하였던 일이 있었다. 그동안 10여 년을 교통사고 없이 잘 운전을 하여 처음 보험처리를 하게 되어 기대를 많이 하였으나 결과 처리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엉터리로 형식적인 처리하는지 한심한 마음이 들었었다.

사건처리 결과는 사고가 난 지점이 엉뚱한 곳으로 되어 있는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사고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엉터리로 조서를 꾸미는 데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보험에 가입을 할 때는 여러 가지 장점을 홍보하였지만 정작 사고가 났을 때는 고객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할증료를 더 올릴 수 있도록 하자는데 목적을 두고 하는 것은 아닌지 늘 뇌리에서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또 보험사끼리 적정한 거래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중앙선 침범의 사건은 병원에 바로 입원을 하여야 한다며, 적어도 입원을 하고 있으면 최소한 150여 만원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는데 아쉽다며 안쓰러워하던 택시기사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방법의 소득은 애시 당초 생각한 바도 없으며, 파손된 차량 수리를 보험처리로 한다고 하면 자동차 정비 업소에서도 차량수리비를 더 많이 요구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이러한 일들은 모든 보험자들의 몫으로 부담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침부터 나를 무척 바쁜 상황으로 몰아쳤던 가해자가 궁금하여 몸은 괜찮으냐고 전화를 하였더니 다행히 괜찮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막 전화를 할 참이었단다. 다행이다. 저녁 무렵에 자동차 정비소에서 전화가 왔다. 견적이 00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방 보험회사 직원이 입원하지 않고, 렌트 비를 주지 않는 조건으로 전부 부담을 한다는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어제는 교통비를 지불한다면서 통장 번호를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였던 보험회사 직원이었는데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벌컥 화가 났다. 차량 사고 당사자는 나인데 나를 제외하고 보험회사 직원과 정비소 직원 간에 말하자면 서로 흥정을 한 것이 아닌가. 나는 누구 마음대로 그러한 조건을 달아서 결정을 하였느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제 보험회사 직원 상호간에 또는 정비업소 직원을 앞세워 보험 처리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또 보험회사나 정비업소도 교통사고 처리 시에 내 돈처럼 절약하여 지출이 되도록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보험금을 더 타기 위해 허위진단서를 끊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멱살잡이를 하는 행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목전의 수익에 눈먼 교통사고 가해자나 피해자, 보험회사, 정비업소 모두가 서로 망하는 첩경임을 왜 모른단 말인가.

역지사지 즉,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해 봄으로써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편안함과 행복한 사회로 이르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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