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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대통령의 죽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는 외도에서 대전교총 대의원 연수과정 중에 듣게 되었다. 외도에 관광을 하러 온 50대 후반 쯤 보이는 아주머니가 핸드폰을 받드니 괴성을 지르며 “뭐야!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다구?”하는 소리에 모두가 서로 귀를 의심하면서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만우절도 아닌데 장난하는 거 아녀?” 일행 중에 한 분은 핸드폰을 꺼내어 “야! 어디에 있냐? 인터넷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기사가 있는지 알아보라”며 전화를 한다. 이 모두가 도무지 믿기지 않기에 하는 행위들이다. 나도 처음 이야기를 듣고 설마 자살을 했으리라는 믿음이 가지 않기에 누군가 장난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을 하였던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주위에 여행자들을 살펴보니 너나 할 것 없이 확인하느라 여기저기서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것이 눈에 띈다. 어느 누구인가는 병원으로 옮기는 중이라는 이야기, 응급실인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심지어는 문자로 노무현 대통력이 자살했다는 내용을 보내니까 황당하다는 의미로 ‘내가 노무현이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느니, 만나는 사람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화두가 되어, 삼삼오오 그 동안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핸드폰이 울린다. 둘째 놈한테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으며 나라 전체가 한 동네에서 일어난 것처럼 한순간에 모두 공유한다는 사실에 새삼 우리나라는 IT가 세계적 강국이라는 말을 실감해 본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충격 속에 순간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바로 ‘대통령은 스스로 세상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대통령이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는가”라는 동정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보면 얼마나 힘든 삶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가. 그래도 죽지 못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죽음도 내가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에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가입을 하여 동반 자살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현실에 사회불안감이 증폭되는 때이다.

한교닷컴 e-리포터 김은식님의 ‘자살, 청소년 「베르테르 효과」를 염려한다’에 제시한 것처럼 개인에게도 자살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에 관계없이 자살은 또 다른 죽음을 부른다는 점에서 무서운 ‘사회의 전염병’이라고 본다는 점이다. 자살은 극단적으로 개인화 되고 비인간화 되어 무기력 상태로 치닫는 사회에서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다는 절망감과 궁극적 무기력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자책감이나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개인의 자살로 죄 값이 덮어지거나 명예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점이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사회 차원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사회병리’ 현상으로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한다는 점에 동감한다.

노 대통령을 극단적인 고통에까지 몰고 간 여러 요인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노 대통령께서는 결코 그 길을 선택하지 말아야 했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는 살아계셔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셔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죽음으로 덮어버리셨는가. 이 일로 인해 사회 혼란이라는 것이 떠오르며 제2의 촛불시위가 연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내외 악재가 겹쳐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북한이 핵실험, 장․단 거리 미사일 발사로 안보나 비상 상황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가가 중차대한 시기에 전직 대통령 영결식에 반정부 시위를 벌려 사회혼란과 국민 분열을 획책하지 않을까 염려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더 난감한 일은 대통령이 세상을 버리셨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교육적으로 지도를 해야 할 것인지 참으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국민인 내가, 나아가 국가가 그렇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죽음을 대통령의 '서거'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지만, 그 서거 속에 웅크리고 있는 그분의 아픔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학생들에게 지도를 하여야 할지…. 우리는 누구나 그분의 죽음을 슬퍼한다. 그분의 죽음 자체는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분은 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던가. 오늘의 국민장을 비통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대통령의 죽음은 곧 국민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안타까운 현실적인 무력감에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의 일각에서는 고인의 영결식을 이용해 사회혼란을 부추기며 이 기회를 틈타 영결식과 운구행렬, 서울시청 앞 노제를 이용해 한바탕 사회 혼란을 조성하려는 집단이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분이 있다. 어제도 TV에 비친 시위대 중에 고등학교 여학생이 거침없이 내 뱉는 한 마디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며 당당한 말투에 섬뜩 함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혹여 감성이 민감한 청소년에게 자살 신드롬이 일어난다든지, 아니면 잘 못 호도되어 사회혼란을 조성하고 편을 나누어 제2의 촛불시위에 학생들의 참여로 이어진다면 국가와 민생을 위하는 일이 아닐 뿐 더러 서거하신 전 노대통령의 뜻도 분명히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7일간의 국민장은 전국민의 애도 속에 장엄하고 엄숙하게 끝났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감성에서 사회통합으로 승회시키는 이성적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헝클어진 마음을 추슬러 하루빨리 현실로 되돌아와야 할 때다. 노 전 대통력이 죽음을 정략적 이념적으로 이용하여 반정부 운동의 빌미로 삼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고 있는 동안에는 유구무언으로 지나오다가 여건이 유리하다고 하여 문제를 확산시키는 일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일을 기회로 살인 정권이라며 반정부 시위를 하며 ‘제2의 촛불시위’로 이어져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정부도 이번 노 전 대통령 국민장을 통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면교사로 삼아 활짝 열린 마음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찢기고 응어리진 국민의 마음을 치유해야만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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