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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내가 하는 일이 요즈음 내 힘에 겨울 정도로 바쁘게 생활을 한다. 오늘도 오전에 체육 수업 4시간을 하고 점심은 번개같이 빠르게 먹고 서울을 가야 한다. 지난 번 한국교총에서 실시하는 수석교사제 좌담회에 늦게 가는 바람에 바쁜 분들이 내가 오도록 기다리게 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한국교총회장님을 비롯한 한국교육대학원협의회 회장님, 수석교사제를 교과부에서 채택하도록 하신 박사님, 울산에서 오신 장학관님, 중등 수석교사회장 등 모든 분들이 기다리는 바람에 부끄러움으로 몸 둘 바를 몰라 쩔쩔 매든 일이 있었다.

나는 약속 시간에 늦게 되자 오로지 빨리 가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조건 택시를 탔던 것이 화근이었다. 모임 예약시간이 4시 30분인데 4시 경에 서울역에서 한국교총까지는 무리라는 것을 택시를 타고 가면서 알게 되었다. 가는 길마다 자동차들로 가득 메워진 길거리는 거의 서서 가는 바와 다름이 없었다. 마음은 자꾸만 급해지니까 시계만 바라보며 은근히 온몸으로 재촉을 하는 상황이었다. 벌써 4시 반이 넘었는데도 서초역 부근이었다. 경부선 고속도로로 진입을 하는데도 거의 여유 있는 길은 조금치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밀려서 조 씩 조금씩 밀려서 가는데 답답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조금 빈틈을 찾아서 재빠르게 달리는 차창을 보니 차들이 진입하는 곳이다. 기사님은 속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갓길을 달려가는 순간 교통경찰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다. 나는 낙담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계속 밀려서 오다가 거의 양재역 목적지 부근에서 갓길통행으로 단속에 걸렸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런 때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말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만 포기를 하고 말았다. 이제는 5시에도 도착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교통경찰은 가까이 와서 면허증을 달랜다. 기사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다. 재수 옮 붙은 날인 듯 포기한 얼굴이다. 나는 교통경찰한테 사정을 이야기 했다. 기사님은 천천히 가려고 하는데 내가 4시 30분에 한국교총에서 모임 때문에 너무 늦어서 재촉을 하여 어찌할 수 없이 이렇게 되었노라고 사정을 봐달라며 부탁을 하였다. 너무 진지하게 부탁을 하니까 운전면허를 확인해 보고 그동안 불법사례가 있으면 어찌할 수가 없지만 만약에 불법사례가 없으면 한 번 봐준다고 한다. 검색결과 불법사례가 없다며 앞으로 교통법규를 잘 지키기를 당부한다. 나는 내일이라도 된 듯 연신 고맙다는 말을 내 뱉으며 목적지를 독려하였다. 그때까지 말을 별로 하지 않던 기사님도 마음이 놓였는지 속에 든 말을 하기 시작한다. 5시가 넘어서야 간담회 장소에 도착을 하였으니 변명하기에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지난번에 실수한 일도 있고 하여 오늘은 약속시간 전에 도착하기 위하여 서둘렀다. 5시에 광화문에 있는 정부청사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수석교사제 시범운영 담당과장님과 연구사님을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지만, 일찍 고속전철을 타기로 마음먹고 대전역에 도착을 하니 2시 50분 정도 되었다. 2시 57분에 대전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가 있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줄서 있는 사람들을 세어 보고 짧은 곳을 찾아서 눈치껏 섰다. 그런데 한 사람이 차표를 사는데 절차가 오래 걸려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얼른 짧은 곳으로 가서 또 섰다. 시간은 거의 출발시간이 다 되어 간다. 얼른 또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한 우물을 파지 않고 옮겨 다니다가 시간은 더 걸리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엉뚱한 매표하는 곳까지 가게 되었다.

마침 사람이 없다. 얼른 "서울 표 한 장 주세요." 하면서 지갑을 꺼내려는 순간 매표원 아가씨가 "손님,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뒤로 가서 줄을 서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먼발치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가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어 있었다. 순간 무척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아가씨 얼굴을 보니 당당하게 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 혼자 바쁜 사람마냥 허둥대는 모습임을 깨닫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 속에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면서 무안하고 순간 괘씸한 생각도 들었지만, 떳떳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가씨의 말에서 오히려 우리 사회가 차례를 잘 지키는 문화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란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질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 지킨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다. 내 뒤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우리의 질서문화를 바르게 잘 세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열차를 타고 가면서 내내 즐거운 여행으로 맡은 일을 멋지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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