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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어느 날의 일기


2008년 1월 00일 수요일 흐림
조금 흐린 날씨이나 춥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저녁에 갈치를 사러 아파트 앞에서 수요일마다 생선을 파는 아줌마에게 갔더니 오늘이 참 추웠단다. 그 아줌마는 참 무던하다. 갈치와 조기만 파는데 생선이 맛이 좋아 나는 이 아줌마의 생선을 사다 먹는다. 땅콩을 사는 곳은 또 다른 곳이다. 땅콩 아줌마는 갈치 아줌마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 할머니? 할머니라 불릴 나이처럼 보이나 정확히 모르므로 그냥 아줌마가 편하다. 언젠가에는 이 아줌마들과 옆에 앉아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에다가 살을 덧붙여 시덥지않은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갈치 아줌마는 지난번에 조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사연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재미도 없고, 세상에 도움이나 되는지 알지도 못하는 논문나부랭이를 쓴다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나 끄적거려 볼까?

사람은 말년이 좋아야 한다. 적당히 심술을 부려도 들어주는 늙은 신랑과 아이들의 보살핌 속에 틀니를 호물거리며 먹고싶은 것 잘 먹고, 같은 또래의 친구 할망구들과 깔깔 수다를 떨며 산으로 들로 정정히 걷고 놀다가 집에 와서 손주가 보고싶으면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거나 화상으로 얼굴보던가 혹은 재수 좋은 날에는 이야기를 나누던가 아니면 안아보고 업어주고 마주 쳐다보며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 수도 있겠다. 그러다가 내가 먼저 가야지. 영감없이 10년을 더 살 수 있다는 말은 재앙이다. 그야말로 ‘혼자살면 무슨 재민겨.’ 아들 밥은 서서먹고, 영감 밥은 앉아서 받아먹는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말이라지만 성질이 곱지않은 나, 약간의 공주병, 왕비병 증상이 있는 나는 건강하고 꿋꿋하면 모르되 삐들삐들한 삶이라면 길게 오래 살고싶지 않다. 아이녀석들이 잘되야 할텐데 걱정이다. 뒷바라지를 해준 적도 별로 없어서 아이들보고 야단할 처지도 못된다. ‘이제부터 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찾아보면 되겠지. 그 동안 싫다고 멀리하고, 귀챦아서 안하고, 아까워서 안하던 것을 팥쥐가 콩쥐되듯 ‘확’ 바꾸려고 생각한다. 잘 될까?

전문가. 무슨무슨 대학을 나오고, 무슨무슨 자격이 있고...... 그 종이 조각이 의미하는 것만큼 그 값을 하고 있나?

멧돼지가 농사를 망치고, 사람까지 위험하다고 야단이다. 한국의 야생 동물 전문가들의 연구가 필요하다. 산으로 들로 찾아가며 평생을 바쳐 애정을 가지고 ‘멧돼지왕 000’의 일생을 쓸 수 있는 전문가, 까치 독사 이야기, 반달 곰 ‘장군’ 이야기. 동물원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전문가.

시이튼은 늑대가 가축을 잡아가기 때문에 화가난 농민들의 요청으로 늑대 대장을 잡기 위해 초청되어 갔다. 결국 사람보다 더 지능이 높은 늑대왕을 잡아주었지만 ‘로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인간과 동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진정한 동물전문가가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해결책을 알려줄 수 있겠지. 어린 시절 읽었던 ‘로보이야기’를 할머니가 되어가는 요즈음 다시 읽어도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세상 곳곳의 동물들을 보고 싶어하는 인간들에게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현재의 동물원 형태 즉 칸칸에 동물을 넣어 운영하는 20세기 단절 방식은 공생을 강조하는 21세기에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

왜 00항공은 한국의 대표 항공사인데 세계에 그 명성을 떨친 태극문양 엠블렘을 이용한 그 옷을 벗어버리고, 이태리 디자이너에게 승무원 의상을 디자인하라고 하였을까? 오래되어 바꿀 때가 되었다면 그 문양을 변형하거나 또 다른 한국의 문양과 혼합한 문양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항공사의 문양은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고유함, 독특함을 오가며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공기처럼 스며들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태국항공, 싱가폴 항공 그 밖의 나라의 예는 어떠한가? 맛사지 받는 곳에서부터 발리공항까지 따라오는 그들의 독특한 음악소리. 발리만의 것이었다.

환경단체 건물이던가? 그 앞에도 일본디자이너가 만든 시계가 놓여있고, 미술관도 대학도 외국의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많다. 그 외국 디자이너들은 한국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하여 기술이나 혹은 한국 작가의 지명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나? 요즈음 내가 만난 몇몇의 사진작가, 미술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재능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이들의 고유성과 다양성, 능력을 보는 눈이 편협하고 좁고, 솔직히 말하면 안목이 없어서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에 기대어 무지를 숨기려 한다는 것이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백남준님의 말마따나 ‘예술’은 사기인 측면이 있다. 모나리자만 명품인가? 명품은 많다. 잘된 작품을 골라 힘을 실어주고 홍보하고 이야기를 만들면 명품이다. 앤디워홀뿐 아니라 그러한 실험적 작품들을 시도한 한국의 작가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 새로운 것을 창조할 분위기를 만들어주지는 않고, 라디오나 TV를 틀면 한 두번도 아니고 늘상 들어야 하니 유명 외국 작가들. 뛰어남은 인정을 하더라도 식상, 식상이다.

비엔나 필, 소년합창단이 왔을 때 요즘은 한국의 곡을 넣어서 연주하게 하거나 부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비엔나필이나 합창단에게도 새로운 곡을 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함으로 서로에게 유익하다. 그 곡을 다른 나라에서도 연주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그들의 명성을 빌어 우리를 알리는 것이다.

날마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건, 없건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맨다. 그 중 몇 개를 기록하여 훗날 어느 날, 어떤 때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살았나 기억하고 호물거리는 입술과 불명확한 말소리일망정 손주에게 옛일과 할머니의 생각을 알려주어야지. 글이라는 수단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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