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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삼진 아웃, 정당한 것인가?

삼진 아웃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행정기관이나 관공서, 기업 등에서 일정한 원칙을 정해 놓고, 이 원칙을 3회에 걸쳐 위반했을 경우 위반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벌칙으로, 야구에서 타자가 스트라이크를 세 번 당하여 아웃되는 '스트럭 아웃(삼진)'에서 빌려온 용어를 말한다.

그런데 교육전문직 시험에서도 이 삼진 아웃을 적용하는 시 · 도 교육청이 많이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 본인 스스로 세 번씩이나 시험에 낙방하고도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해 보고 싶어도 세 번 낙방을 하면 더 이상은 해볼 수 없도록 규정을 정해놓고 있어서 더 이상은 시험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제도가 법 규정상 합법적인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문제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원칙에 의거하여 삼진 아웃을 정했는지?, 삼진 아웃을 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전문직을 계속하여 공부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정말로 아리송하다.
 
내가 알기로는 삼진 아웃은 잘못했을 경우 즉, 범법적인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 적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문직 시험에 3진 아웃을 적용하는 것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무리 생각을 하여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세 번 낙방을 하고도 당당히 그 동안의 노력과 열정으로 공부하였던 실력을 가다듬어 더 도전을 해보고 싶은 선생님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전문직 시험에 응하고 응하지 않고는 본인 스스로 잘 안다. 전문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다든지, 아니면 능력이 부족하다든지, 적성에 맞지 않는다든지 등 굳이 규정을 정하지 않더라도 본인 스스로 판단을 하여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나도 말로만 듣던 고시원에 가서 공부를 한 일이 있다. 그것도 50대 중반에 전문직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서울까지 간 일이 있다. 벽지 점수가 없어서 승진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전문직 시험을 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승진의 성취를 이루었으나 나만 혼자 무능하고 못난이라는 생각에 자책을 하는 생활이었으니 하루하루의 생활이 의미가 없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나는 여행용 가방에 간단한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떠나기로 하였다. 인터넷에서 전문직 연수하는 곳 주위에 숙식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으나 10여 일 정도 있을 만한 곳은 고시원이 적당하였다. 또 연수원에서도 고시원을 추천하고 있었다.

늘그막에 공부를 하러간다고 하니 아내는 은근히 걱정이 되는지 연신 옷을 챙기면서 승진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마음 편하고 건강하면 제일이라며 연신 눈치를 보며 이야기 하였지만, 이제 굳혀진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출발하는 날 공부를 하다가 힘들면 돌아오라는 아내의 말을 뒤로한 채 나는 서울로 출발하였다. 동대문 지하철역을 빠져나올 즈음에는 땅거미 지고 벌써 옷깃을 여미고 재촉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출구를 나오자마자 곧장 목적지로 찾아 갔다. 간판이 000고시원이란 간판이 보인다. 들어가는 입구에 몇몇 사람들이 슬리퍼를 발끝에 걸치고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안내하는 곳으로 가니 젊은 사람이 전화로 대화 하였던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일단 방을 살펴보라며 방 번호를 알려 준다. 복도라고는 하나 내 어깨가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의 폭이었다. 방문을 열어 보니 사각의 방안에는 덩그러니 의자 하나와 선반 겸 책상으로 조그만 TV가 올려져 있고, 선반 밑에까지 들어가 있는 아주적은 1인용 침대가 놓여 있다. 가방을 놓고 돌아다닐 여유 공간도 없었다. 숨을 쉴 수가 없을 만큼 답답하고 공부한다고 앉아 있기만 하여도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나와 버리고 말았다. 밖은 점점 어두워지고 추운 날씨에 어깨는 움츠려 들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서 찾아보았지만 거의 비슷한 환경과 시설이었다. 한쪽 허술한 곳에 창문이 있는 곳으로 정하였으나 방의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충 정리를 하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간이침대에 앉아서 처량한 신세를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생활해 온 나 자신을 생각해 보니 너무 어리석고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선생님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승진이란 무엇인가. 본업에 충실한 사람이 평가도 받고 직무의 만족도 얻어야 하지만, 우리의 승진은 2~30여 년 전에 자격점수를 잘 받아야 하고, 직무연수도 100점을 맞아야 하며, 그 외에도 필수적으로 벽지학교에 다녀오지 않으면 승진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벽지 점수에 의해 승진이 이루어지는 승진구조로 인해 아무리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잘하여도 승진점수에 의해 결정되는 이 상황에서는 전문직 시험을 보아서 합격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내 또래의 나이까지 공부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전국에서 모인 선생님들은 30대 중반에서부터 40대 중반까지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승진을 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것이 부끄러워 될 수 있으면 연수생들과 의도적으로 어울리지 않으려고 했다. 뒤늦게 공부도 때가 있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실감하면서 일체 서울에 있는 친척이나 친지들에게 비밀로 하였다. 나름대로 교육학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익히는 즐거움도 컸지만 암기과목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상황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도 또 한 번 서울로 여름방학에 와서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절실하였는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승진을 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가족들 보기가 민망하고 떳떳하지 못한 것 같기에 더욱 마음의 고통이 큰 것이다.

시험에 떨어지고 나면 남의 탓을 한다고 하지만, 전문직 시험에서 출제의 경향은 학생지도와 실무능력과 직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40분 동안 40문제를 교육학과 관련하여 교육학자와 교육사 교육이론에 의한 문제를 객관식으로 출제를 하여 그야말로 나이가 많은 사람은 읽고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과락 점수가 내 머릿속에 맴돌며 규정이 원망스럽기만 한 것이다. 결과는 시험에 낙방을 하면서 삼진 아웃이라는 이름으로 전문직과는 영원히 멀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퇴직이 몇 년 남지 않았기에 삼진 아웃이 굳이 아니라도 도전을 해볼 의도가 없지만, 잘 못 적용되는 잣대에 의해 등용과 탈락이 판가름이 되는 잣대는 그야말로 타당성과 신뢰성으로 심사숙고하여 잘 출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삼진 아웃을 적용하는 시 · 도교육청에서는 삼진 아웃을 규정하기보다는 전문직 시험이 타당성과 적합성에 맞는 출제로 신뢰성 있게 이루어져서 그야말로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행정의 효율성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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