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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계절의 여왕 5월은 싱그러움으로 온 세상이 아름답고 거리에는 사람들의 모습도 활기가 넘친다. 계절의 여왕답게 5월은 행사 또한 많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5.18 민주화 기념일, 발명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바다의 날 등 모두가 감사와 축복의 날들이다. 오늘은 성당에서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어르신들한테 어버이의 은혜에 대한 노래를 부르면서 떡을 나누어 드렸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다. 보고 싶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우리 집은 봄이면 뒷동산에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많이 피고, 매화꽃이 골짜기 마다 만발하는 아름답고 조그마한 면 소재지 동네의 한가운데 초가집으로 본채와 헛간으로 되어있었다. 헛간은 집 안쪽에서 보아 사립문 왼쪽으로 있고 오른 쪽에는 조그만 앞집의 초가집이 있었다. 본채는 안방과 작은방, 마루, 나뭇간을 지나면 부엌으로 들어가게 된다. 항상 나뭇간에는 솔가리(말라서 땅에 떨어진 솔잎)로 가득하여 가끔은 닭이 알을 품고 나오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본채의 왼쪽 옆으로 감나무가 큰 것이 있었고, 바로 옆에 우물이 있다. 여름에는 매미를 잡아 실로 매미다리를 묶어 날아가지 못하도록 감나무에 동여매어 놓았다가 다음날 매미가 죽은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하였었다. 또 가끔은 감나무에 올라가 우물에 비추어지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르고 감이 홍시가 되면 긴 장대(감을 따는 긴 대나무)를 가지고 홍시도 따고, 잘 못하여 감을 우물에 빠뜨리기도 하여 우물 안에는 몇 개의 감과 나뭇잎이 잠겨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에는 거위가 두 마리 있었다. 이 거위는 내가 외가 집에 갔을 때 거위를 워낙 좋아하고 따라다니니까 외할머니가 선물로 나에게 주셨다고 한다. 선물로 받은 거위가 말을 안 듣는다며 나는 큰 막대기를 가지고 따라 다니면서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암놈보다는 수놈이 훨씬 컸는데, 수놈은 낯모르는 사람이 오면 목을 길게 빼곤 낯선 사람을 물기 위해 따라 다니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무척 즐거워했다. 그래서 앞집 아주머니는 물을 길으러 올 때는 항상 생소나무 가지를 한손에 들고 물동이를 이고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가끔 심심하면 마루 밑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마루나 벽에 못 같은 것으로 줄을 긋거나 그림을 그려서 온 마루가 그을음이나 흠집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딱히 할 만한 놀이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매일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침 일찍 들에 나가시면 해가 지고 땅거미 질 때쯤 들어오시곤 하셨다.

  마침 성냥을 가지고 불장난을 하고 있는데 나뭇간에서
  ‘꼬끼오 꼭꼭’
  ‘꼬끼오 꼭꼭’

  암탉이 소리를 지르며 나오고 있었다. 궁금해서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가 살펴보니 동그랗게 파인 동아리 안에 하얗고 큼직한 달걀 다섯 개가 있었다.
그때 물을 길으러 오던 앞집 아주머니가
  “얘, 너 거기서 뭘 하니?”

  나는 대꾸도 않고 부리나케 성냥을 찾으러 갔다. 나뭇간에 불을 지펴서 달걀을 구워 먹기 위해서다. 성냥 개피를 하나, 둘, 긋기 시작 하다가 드디어 불을 솔잎에 붙이게 되었다. 나는 멀찌감치 앉아서 달걀이 구워지기를 기다렸다. 불은 갑자기 엄청나게 번졌다. 불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때, 앞집 아주머니가
  “에이쿠머니, 아니 얘가 집 태우려고 작정을 하였구먼,”
  물동이에 이고 가던 물을 나뭇간에 쏟아버리고, 들고 있는 생소나무 가지로 불을 끄기 시작하셨다.
나는 엉겁결에 놀라서
  “아~앙” 소리 내며 울었다.
  상황이 너무 잘못된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밭에서 일하시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놀라 부리나케 뛰어 사립문으로 들어 오셨다. 어머니는 나를 품에 꼭 안아주셨다. 어머니의 거친 숨소리가 연거푸 내 귀뺨을 세차게 때렸지만 오히려 평온하였다.

  아버지는 널브러져 있는 상황을 살펴보시고 연거푸
  “어- 그 참!”
  “어- 그 차~ 암!”
  같은 말씀만 되풀이 하셨다.

  앞집 아주머니가 큰소리로 신이 나서 동네사람들과 어머니와 아버지께 불이 난 상황을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난 어머니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엄마!, 너무 무서워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어머니 돌아가신지 꼭 십년이 되는 해이다. 보고 싶어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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