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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가요무대

필자는 올해로 50세가 된 아줌마이다. 가요무대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40세 때부터 시청하였으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들이 듣고 부르시는 노래들인 까닭에 가요무대에서 들려주는 소위 ‘뽕작’ 노래에 익숙하였다.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는 학업과 결혼, 사회생활과 육아로 TV를 한가하게 볼 시간이 나지 않았다. 필자의 세대는 70년대 즉 트윈폴리오, 양희은, 김세원 등 번안가요 세대, ‘꿈의 대화’ ‘나 어떡해’ 등 대학가요제 세대이다.

대중 가요를 포함한 TV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대중문화는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아야 하므로 당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와 생각 그리고 현실을 가장 가깝게 반영하고 표현한다.

필자가 오래된 구식 노래를 좋아하는 바탕에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있다. 40대 아줌마들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물어보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미자씨의 ‘여자의 일생’을 들으면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는 답변을 듣고 공감을 했었다. 친정 어머니는 ‘찔레꽃’과 ‘봄날은 간다’를 좋아하셨다. 필자가 나이든 탓인지 오래된 노래에서는 진심과 한, 여유가 느껴진다.

필자의 직업은 대학교수이다. 몇 년전 학생들과 졸업여행을 가서 함께 노래를 하게 되었을 때 필자는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를 아는 것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손뼉만 쳐주니 기특한 학생들이 선생님이 심심하다고 배려하는 노래를 선곡한다면서 ‘눈물젖은 두만강’을 골랐다. 학생들에게 있어 40대나 70대나 다 비슷한 연령일 것이므로 서운하지는 않았고 웃음이 나왔다. 필자가 학생이었을 때 그 시대의 노래 ‘사랑이여’를 학생들과 함께 부르시던 교수님을 생각하였다. 필자도 한 동안은 김건모의 ‘핑계’를 따라부르며 학생에 맞추는 노력을 하였으나 요사이는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다.

김정구 선생이 살아 계실 때 남북회담이 있었다. 남한에 내려온 북측 대표가 김선생이 부르는 ‘눈물젖은 두만강’을 눈시울이 붉어져 함께 부르고 무대를 내려오는 김정구선생의 손을 잡고 ‘김선생 살아계셨군요’ 하고 맞잡은 손을 오래도록 놓지 않던 것을 TV에서 보았었다. 이제 같은 세월을 지내 온 분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서로 간의 공감이 옅어진 오늘날의 남북은 어떻게 한 시절을 함께 살아왔던 분들이 지녔던 ‘정’을 나눌 수 있게 할까? 그 혹독한 골육상잔(골육상잔)의 비극을 거치고도 ‘정’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나? 한국전쟁이전에는 북쪽이 더 잘 살았는데 어째서 굶주린 사람들이 도망을 가고, 아이들이 3cm나 적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나?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분하기까지 하다. 비극의 산물, 현재의 비참함에 대한 분노로 째려보며 미워할지언정 직접 마주 얼굴을 대할 때 눈시울을 적시며 손을 잡을 수 있게 하는 대중가요로 요즈음은 무엇이 있나?

그림형제는 분열된 독일을 통일시키고자 독일의 옛이야기와 전설을 수집함으로 같은 이야기를 가진 같은 정서와 세계관을 지닌 한 민족임을 일깨우려고 국문학자로서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유치원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프뢰벨도 봉건제후들의 권력다툼으로 분열된 독일의 통일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교육’을 고민하였고 아이들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중 문화는 강력한 감성공감 매체이다. 통일이란 ‘정치적으로 다 되었다’고 하여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가요, 영화, 연속극, 책 그 중에서 귀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가사와 음률은 가장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필자의 경우도 가요무대 세대로 분류되지는 않았던 시절부터도 옛 가요에 익숙해진 이유는 부모님들을 보고 자란 탓이다. 지금 자라나는 어린 세대도 마찬 가지일 것이다. 필자의 아들은 자신의 노래를 듣지만 엄마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를 무의식적으로 듣고 익히며 어쩌면 나이가 들어 엄마가 그러하듯이 부모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TV에서 흘러나오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르던 노래를 따라 부를 지도 모른다. 세대를 넘나들고, 남북을 넘나드는 노랫가락이 가정 내의 수직적 관계와 남과 북간의 서먹함을 녹여주고 보다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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