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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술은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의 대인관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술로 인해 성공한 사람,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지는 사람, 해결하지 못할 일을 해결하는 사람, 실패한 사람, 패가망신을 당한 사람, 가산을 탕진한 사람,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 죽는 사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술(酒)의 옛글자는 유(酉/닭.별.서쪽.익을 유)인데, 유(酉)는 본래 뾰족한 항아리에서 나온 글자로서 이 항아리 속에서 발효시킨 것이다. 그 후 유(酉)는 '닭. 별. 서쪽. 익는다'등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유(酉)에다 물수(水)변을 붙여서 술(酒)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술의 고유한 우리말은 수블/수불이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수블>수울>수을>술로 변천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옛사람에게는 물이 난데없이 끓는 것이 신기하여 물에 불이 붙는다는 뜻으로 '수불'이라 하지 않았을까 생각 된다

대체적으로 북방계에서 먹는 술은 알코올 도수가 높으며, 남방으로 갈수록 순한 술을 먹게 된다. 우리는 북방계와 남방계의 중간에 위치해 있기에 술의 알코올 도수가 중간 정도일 게다. 오늘날 우리의 소주는 세계적인 술이 되어 술중에는 가장 좋다고 하는 애주가들이 많다. 옛날 조상들은 쌀을 쪄서 익히고 여기에 누룩과 주정을 버무려 넣고 일정량의 물을 부어 빚는다. 이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발효가 이루어져 열을 가하지 않더라도 부글부글 물이 끓어오르면서 거품이 괴는 현상은 옛사람에게는 참으로 신기해 보였을 것이다. 나도 어릴 때 어머니가 술독에 성냥불을 넣어서 불이 끄지는 것을 살펴보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얼마나 발효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것을 먼 훗날 알게 되었다.

독한 술 일수록 술을 먹었을 때 빨리 취하고 대신에 빨리 깨며, 순한 술일수록 취하게 되면 오래도록 술기운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지식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짧은 시간에 빨리 취하는 방법으로 폭탄주, 즉 맥주에 양주를 섞어 마시게 되는데, 낮술에 취해 경거망동한 언행으로 언론에 뭇매를 맞고 힘 있는 자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먹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먹게 되어 인사불성이 되어 건강 잃고 창피한 일을 당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로인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다른 사람한테도 엄청난 피해를 주어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술을 먹는 방법에도 가지가지이다. 자기 술잔에 먹고 싶은 만큼 따라 마시는 음주 문화를 자작문화, 중국이나 러시아ㆍ동구처럼 잔을 맞대고 건배를 하고 마시는 것을 대작문화라 한다면, 우리 한국 사람들처럼 술잔을 주고받으며 마시는 음주문화는 수작문화라고 한다. 일본도 한 때 수작을 한 적은 있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 현재 술잔을 주고받는 수작을 하는 민족은 우리 말고는 아프리카의 어느 종족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술을 주고받으며 먹으면서 동지, 내지는 서로의 같은 동족, 우애, 동맹 등을 느끼게 되는 듯하다. 심지어는 커다란 그릇에 술을 가득 따르고 서로 한 모금씩 마심으로써 더욱 동지애를 돈독히 다지게 되는 것으로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술을 먹을 때 건배제의 하는 방식 또한 가지가지이다. 원래는 신(神)에게 바친 신주(神酒)로 건배하고, 죽은 사람에 대하여 행하는 종교적 의례였으나, 그 후 서로를 축복하는 뜻으로 변하였다. 회식이나 기념식, 발표회, 전시회, 발간회 등에서 술을 먹기 전에 건배제의는 일종의 특정한 문화를 구축하게 되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건배 제의하는 사람에 따라서 참석한 자리의 각 종 회합이 한층 빛날 수도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미리 건배제의 하는 사람을 정하게 되는데, 말을 재치 있게 하고 유머 있는 사람으로 미리 지정하여 준비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이 건배제의는 그러다 보니 때와 장소에 따라 대상에 따라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치며, 일상 술자리에서 어디에서나 함께 건배를 하며 즐거워하고 건강과 소망을 함께 빌기도 하는 것이다.

건배제의에 대해 재미있었던 것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생각이 난다. 한 참 선거가 가열이 되었을 때는 선창자가 건배 제의 후에 다같이 ‘~위하야’, 하면 야당의 건배제의이고 ‘~위하여‘ 하면 여당, 동지애를 부추기는 ‘우리가 남이가’, 승리의 장담으로 ‘이대로’ 등 시기와 전략에 맞게 구호를 외쳤던 것으로 안다. 국가와 사회 공공단체의 복리 증진을 위해서 하는 구호로는 ‘개나발’,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당나발’은 당신과 나의 발전을 위하여, ‘조세평통’ 조국과 세계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라는 말을 줄여서 외치던 기억이 난다. 그 외 곤드레! 뭉치자! 원샷 등을 외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건배제안은 아름다운 시의 귀절을 인용 하여 ‘~한(운) 당신을 위하여’, 또 미팅을 할 때에는 ‘이상은 높게’, ‘사랑은 깊게’, ‘잔은 평등하게’ 이때 술잔도 높게 올렸다가 낮추면서 잔은 평등하게 맞대며 구호를 외치는 것이다. 건강 구호로는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당신과 나의 건강을 위하여’ 근래에는 ‘9988234’로 9988은 선창자가 234는 다함께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99는 99세를 의미하며 88은 팔팔하게 살다가 2는 이틀만 아프고 3일 만에 4망한다는 기발한 숫자구호도 나오게 되었으니 재미있는 건배제의라고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신부님께서는 ‘주님과 함께’라는 구호를 하여 술 주(酒)자를 주님의 주(主)로 바꾸어 재치있는 건배제의를 하시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러다 보니 순 우리말과 문화를 사랑하는 모임에서는 건배제의도 우리 나라식의 제안을 하는 것을 모 신문에서 본 일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신명이 좋고 술을 즐겨하며 흥타령으로 나오는 소리가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등을 자주 사용하였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여 쓰자는 것이다. 순 우리나라식의 구호는 선창자가 ‘지화자’ 하면 다같이 ‘좋다’로 다 같이 제창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 놀이를 하게 되면 꼭 삼세번 하였던 것이 생각이 난다. 모든 놀이뿐만 아니라 경기나 오락에서 삼세번 사용하기를 좋아하였기에 선창자가 ‘얼씨구’ 하면 다같이 ‘좋다’, ‘절씨구’ 하면 ‘좋다’ ‘지화자’하면 ‘좋다’ 등으로 하는 것이 흥이 나고 신명도 나기에 권장하고 싶다. 간단하면서도 다 같이 동참하여 흥을 돋우면서 동지로서의 우애를 다지는 문화로 건배제의는 얼마나 멋진 것인가.

술은 술이 술술 잘 넘어가서 술이라고 우스갯소리 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잘 먹으면 원만한 인간관계에서 활력소요, 너와 나의 벽을 허무는 매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술이다. 그러나 잘 못 먹으면 건강을 잃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며, 본인의 창피와 패가망신 당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니 조심해야할 음식이다. 술 좋다하여 술이 사람을 먹지 않도록 다 같이 경계하여야 할 것이며, 모든 사람이 적당하고 알맞게 술을 잘 다루어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생활의 여유로 즐기는 술 문화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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