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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프리카 장단으로 화합…“고운말 쓰기로 약속해요~!”

테라퓨틱 드러밍 수업, 경기 별내중
악기 두드리며 응어리 풀고 소통해
이해심 길러져 언어문화 개선 효과



15일 오전. 경기 별내중 체육관에 1~3학년 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낯선 악기를 들고 둘러앉았다. 아프리카 전통북인 ‘젬베’를 비롯해 돌가루가 선인장 나무 가시를 따라 떨어지면서 비오는 소리를 내는 ‘레인스틱’, 막대로 긁거나 치면 두꺼비 소리가 나는 나무악기 ‘타야’ 등 난생 처음 보는 수십 개의 생소한 악기 앞에 학생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하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테라퓨틱 드러밍’ 음악치료를 위해서다. 별내중은 매달 학급에서 ‘고운말 으뜸이’와 ‘거친말 으뜸이’를 학급투표로 선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꿈꾸는 소리가 아름답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수업은 아프리카 음악과 드럼서클을 통해 음악치료 활동을 펼치는 사회적 기업 ‘아토(ART-O)’를 초청해 진행됐다. 박재용 강사가 악기들의 이름과 연주법, 간단한 박자 등을 소개한 후 본격적인 연주를 유도하자 머뭇거렸던 학생들은 차츰 자신이 선택한 악기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강사는 학생 한명을 원 안으로 불러 친구가 걸을 때마다 박자에 맞춰 악기를 두드리게 해 참여를 이끌었다. 또, 친구들이 동시에 연주하는 동안 학생 한 명이 눈을 가리고 두꺼비소리가 나는 악기 ‘타야’를 찾아보게도 했다. 이날 수업의 핵심은 ‘자율’과 ‘소통’이었다.

박 강사는 “획일적인 규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유로운 행동을 전부 수용해주면서 각자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해소하게 한다”며 “단시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생소한 음악을 듣고 친구들과 화음을 맞춰가는 과정 자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1학기 때 거친말 으뜸이로 선정됐을 때는 당황했어요. 친구들이 나를 뽑았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차츰 반성하게 됐어요. 학교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하다보니 그동안 욕설을 썼던 자신이 부끄럽더라고요. 지금은 욕 안 해요. 나도 모르게 가끔 나올 때도 있지만 자제해요. 오늘 수업도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아프리카 박자 특유의 흥겨움과 소리가 좋아서 스트레스가 풀렸어요.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유수진, 3학년)

고운말 으뜸이로 참석한 박지현(3학년) 양은 “욕을 하면 마음이 불편해서 쓰지 않는데 오늘 수업을 통해 거친말 으뜸이 친구들도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고 앞으로는 고운말을 쓰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며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교총의 언어문화개선사업 ‘바른말 누리단’ 지원금으로 마련됐다. 행사를 기획한 이경복 수석교사는 “고운말․거친말 으뜸이가 음악으로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각자 마음에 있던 불안감과 응어리를 풀어냄으로써 치유 할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별내중은 이밖에도 14일부터 19일까지 ‘욕설 없는 주간’을 계획해 고운 말 엽서 제작하기, 욕설 없는 청정학급 인증 시상, 선플달기 운동, UCC공모전, 감정코칭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도 병행했다. 서광희 교장은 “교사 연수 자료와 학부모용 교육 자료도 제작해 배포했다”며 “학교 뿐 아니라 교사와 지역사회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언어문화개선사업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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