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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살려 쓸 우리말>㉝ ‘예쁘다’와 ‘이쁘다’는 어떤 차이?

어떤 사람은 ‘예쁘다’와 ‘이쁘다’를 구별해서 쓰기도 하지만 여태까지는 ‘예쁘다’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이쁘다’는 표준어가 아니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가 ‘이쁘다’도 복수표준어로 인정했다. 사람마다 약간의 어감 차이를 두고 구별해서 쓰기도 하지만 둘 다 같은 뜻의 말로 보고 ‘이쁘다’도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그래도 사람마다 말버릇이 달라서 둘을 미묘한 차이로 굳이 구별해서 쓰기도 할 것이다. ‘이쁘다’가 표준어가 된 것만으로도 환영할 일이다.


이웃에 놀러 갈 때 ‘마실 간다’는 말을 쓰고 밤에 이웃이나 가까운 곳에 놀러 나갈 때는 ‘밤마실 간다’는 말을 쓴다. 지금껏은 ‘마실’을 방언이나 북한어로 처리해 표준어가 아니었다. 이제는 ‘마실’도 표준어가 됐다.

(1)마을/마실: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을 뜻하는 말은 ‘마실’이 아니고 여전히 ‘마을’이다.)
(2)밤마을/밤마실: 밤에 이웃이나 집 가까운 곳에 놀러 가는 일
(3)마을꾼/마실꾼: 이웃에 놀러 다니는 사람
(4)마을방/마실방: 마을꾼/마실꾼들이 모여드는 방
(5)마을돌이/마실돌이: 이웃으로 돌면서 노는 일

밥이 끈기가 있을 때 ‘밥이 차지다’고 한다. ‘차지다’는 원래 ‘찰지다’에서 온 말이다. ‘ㄹ’이 탈락한 ‘차지다’만이 표준어였으나 원말인 ‘찰지다’도 널리 쓰이고 있어 둘 다를 복수표준어로 인정했다.

(6)찰지다: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 ‘차지다’의 원말

‘소나무’의 원말인 ‘솔나무’를 인정하고, ‘부나비’의 원말인 ‘불나비’, ‘부나방’의 원말인 ‘불나방’을 복수표준어로 인정한 것처럼 ‘차지다’의 원말인 ‘찰지다’를 복수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어차피 말은 사람들이 많이 쓰면 살아남고 쓰지 않으면 사라지게 돼 있어서 둘이 경쟁하다가 어느 시점에는 하나가 사라지거나 다른 뜻으로 변하든지 할 것이다.

활용형을 복수로 인정한 것도 있다. ‘금지’를 뜻하는 ‘말다’의 명령형은 ‘마/마라/마요’처럼 ‘ㄹ’이 탈락한 형태를 표준으로 삼았는데, ‘ㄹ’을 탈락시키지 않고 ‘말아/말아라/말아요’처럼 쓰는 일이 많이 있어서 둘 다를 표준으로 인정하게 됐다. ‘노랗다, 동그랗다, 조그맣다’와 같이 ‘ㅎ’ 받침이 있는 말들은 활용하면서 ‘ㅎ’이 탈락해(ㅎ불규칙용언) ‘노라네, 동그라네, 조그마네’처럼 쓰는데, 어떤 사람들은 ‘ㅎ’을 그대로 두고 ‘노랗네, 동그랗네, 조그맣네’로 쓰는 일이 있어서 이번에 둘 다를 표준으로 인정했다. ‘먹고 싶다’를 ‘먹고프다’로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 싶다’를 줄인 ‘-고프다’ 또한 이제는 표준어다.

한편 뜻이나 어감 차이가 있어서 기존의 표준어와는 별도로 추가된 표준어가 있다. ‘가오리연’은 가오리 모양으로 만들어 꼬리를 길게 단 연을 가리키는데, 새로 추가된 표준어 ‘꼬리연’은 ‘긴 꼬리를 단 연’을 가리킨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으로 시작하는 시나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여태껏은 ‘푸르른’은 틀리고 ‘푸른’으로 써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푸르르다’를 표준어로 인정해 ‘푸르다’를 강조할 때 이르는 말로 쓸 수 있게 됐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는 ‘서시’에 나오는 대목이고, ‘마지막 잎새’ 또한 유명한 작품이다. ‘잎새’가 여태까지는 표준어가 아니었다. 그러나 ‘잎사귀’와는 조금 뜻이 다른 말로 표준어가 됐다.

(7)잎사귀: 낱낱의 잎. 주로 넓적한 잎을 이른다.
(8)잎새: 나무의 잎사귀, 주로 문학적 표현에 쓴다.

표준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최근 들어 비표준어였던 말이 표준어가 됐다고 해서 본인이 쓰는 말도 언젠가는 표준어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비표준어를 고집하는 일은 바람직한 언어 사용 태도가 아니다. 말은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서 언어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운명을 달리한다. 어떤 말이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바르고 곱고 품위 있는 말을 스스로 선택해서 사용할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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