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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실‧지역사회 넘어 세계로 눈 돌리다

학교 현장에 퍼지는 세계시민교육

16세 네덜란드 소년 보얀은 다큐를 보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태평양에 한반도의 14배나 되는 쓰레기 섬이 있다는 것.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해류 때문에 모인 것이다. 어린 소년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환류 해역에 V자 긴 막대를 설치, 해류를 이용해 막대 쪽으로 플라스틱을 모아 청소하겠다는 것이다. 수거한 플라스틱은 되팔아 수익을 올리고, 태양광 패널도 설치해 자체 동력도 제공한다는 생각이었다. 기존 방식에 비해 비용은 1/33에 불과하며 속도는 7900배 빠르다. 지난해 크라우드펀딩으로 220만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모은 이 아이디어는 놀랍게도 중학생 소년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나와 이웃을 넘어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과 관심. 미래 사회에 세계시민교육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달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세계교육포럼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학교 현장에서도 세계시민교육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구 공동의 문제에 대해 관심 갖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세계시민을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학교 현장도 공감,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이태원초
‘세계시민교육 대축제’ 열어
환경·평화·인권 배우며 세계화




다문화 학생이 많기로 유명한 서울이태원초. 1일, 이 학교에서는 그동안 실시해왔던 다문화교육, 소프트웨어교육, 영어교육 등 특색사업을 총 망라한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운동장에 문화 간 이해, 환경, 평화, 세계화, 인권 등 5개 주제와 관련한 18개 부스를 설치하고 ‘2015 이태원 세계시민교육 대축제’를 개최한 것. 학생들은 각 부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게임,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의 개념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 행사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이 두 달 전부터 틈틈이 준비해온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5~6학년 학생들은 선생님, 학부모들과 함께 부스 운영을 도왔고 학부모들은 1일 지도교사로 참여, 주체적으로 부스 운영을 도맡았다.

‘환경’ 영역에서는 에코백 디자인하기, 쓰레기 수거 대작전 게임, 슬로우 푸드로 밥상 차리기 등이 운영됐고, ‘평화’ 영역에서는 협동 활동으로 안전한 곳에 핵 옮기기, 평화 페이스페인팅, 평화 책갈피 만들기 부스가 설치됐다. 또 ‘세계화’에 관해서는 앵커가 돼 세계화에 대한 영어뉴스 진행하기, 룰렛 돌리기 등이, ‘인권’ 영역에서는 편견 풍선 터뜨리기, 협동의 도미노 부스가, ‘문화’ 영역에서는 한글 부채 디자인, 글로벌 에티켓 OX퀴즈 코너가 마련됐다.

서경수 교장은 “학생들이 타문화를 존중·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지구촌 갈등문제에 대해 주체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쓰레기 분리수거 게임을 운영한 학부모 김소희 씨는 “자녀가 1학년, 5학년에 다니고 있는데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전 학생들에게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공유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오늘만큼은 나도 선생님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게임을 체험한 레이첼(6학년) 양은 “플라스틱과 유리병 등 쓰레기를 분리수거 통에 분류해서 넣는 게임이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 실제 생활에서도 분리수거를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집에서 분리수거 하나만큼은 제대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평소 ‘편견’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쪽지에 적어 풍선에 붙인 후 터뜨리는 ‘편견 풍선을 터뜨려요’ 부스에서 이관우(5학년) 군은 “풍선을 뻥 터뜨리면서 성별, 인종에 따른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 졌다”며 “친구들과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체험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는 하루였다”고 밝혔다.

행사를 총괄한 박민선 교사는 “부스 운영에 있어 그동안 학교 교육활동에서 강조해왔던 다문화교육, 소프트웨어 교육, 영어교육 등을 총합해 단순히 즐기고 그만인 축제가 아니라 교육활동의 연장선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뒀다”며 “학생들이 인권이나 환경 등 세계를 향해 시야를 넓히고 관심 갖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전학하초
해외학교와 결연…화상수업
환경보호 관련 EDS 수업도




“영어에 수준급인 학생이나 교사도 없었죠. 처음 호주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화면에서 만났을 때 설레고 떨리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려운 점도 많았고, 넘어야 할 산도 있었지만 이제 학생들은 그 어느 시간보다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들과의 수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전학하초는 전교생 71명의 소규모학교다. 이 학교는 인도와 호주 등 세계 여러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화상수업을 진행하는 등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해외 교류에 나서 세계시민성을 기르고 있다.

수업을 주도한 안지혜 교사는 자신이 교육현장에서 추구했던 교육철학에 스마트교육을 더하기로 했다. 바로 세계시민교육과 스마트교육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학하초는 2012년부터 스마트교육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문화교류 화상수업이었다. 이들은 2013년 호주의 택킹 포인트(Tacking Point) 공립초와 자매결연을 맺고 주 1회씩 연 20회 국제문화교류에 중점을 둔 화상수업을 진행했다.

안 교사는 “학생들이 서로의 전통음식, 음악과 춤, 문화유산 등을 소개하고 공유하면서 지구 반대쪽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영어 배우기에 더 열중하기도 하고 여름 방학에는 화상수업을 했던 호주 학교에 방문, 친구들을 직접 만나보는 기회도 가졌다”고 밝혔다.

학하초는 올해도 범지구적 환경 문제 해결을 주제로 국제이해교육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와 호주 학교와의 공동 교류를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지속가능발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호주 수족관에서 연구하고 있는 박사, 수중 잠수부와 화상수업을 하며 희귀 생물을 탐험하기도 했다.

안 교사는 “스마트교육을 활용한 화상수업을 진행하면서 이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교육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소규모학교였기에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과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평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때, 우리는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낯설고 설레는 마음을 넘어 문화를 배우고 친숙해지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때 진정한 세계시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천안동성중
민주적 운영 체제가 밑바탕
한글봉사 동아리·국제교류도




천안동성중은 학교문화에 민주시민교육을 자연스레 녹여 세계와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동성중은 우선 민주적인 학교운영체제와 학교문화가 풍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학생자치회를 확대하고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아리 23개, 창의적체험활동 동아리 25개, 학부모 동아리 3개 등을 운영했다. 교사들도 자발적으로 수업연구, 독서 동아리 등을 만들고 학습공동체를 구축하는 등 흐름에 동참했다.

이런 학교 분위기 조성에는 유재흥 교장의 확고한 교육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 교장은 “세계시민교육이 학교에서 제대로 자리 잡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생활 자체만으로도 민주시민역량이 자연스럽게 체득돼야 한다”며 “교사나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떠안기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성중은 매학기 첫 주 ‘민주시민 교육주간’을 운영, 교육과정을 재구성 해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의 시선이 자신과 학교를 넘어 지역 사회와 세계 다른 나라에도 닿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매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어깨동무 리더십 캠프’, 지역사회를 탐색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온 동네 우리학교 캠프’, 지역 5일장과 함께하는 플리마켓, 2박 3일 동안 지역사회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창의력과 협업능력을 신장하는 ‘협력캠프’ 등 경청과 배려, 대화와 표현중심의 협력학습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역사회, 민주시민 교육은 세계시민교육에 밑바탕이 됐다. 동성중은 국제 이해활동을 위해 외국인을 위한 한글학습 봉사동아리 ‘아리랑 스리랑’, 다문화 가정 학생을 위한 이중언어 학습반 등을 운영하는 한편 미국 뉴옥, 라오스, 방글라데시 학교와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세계시민으로서의 성장을 돕고있다.

유 교장은 “교사 개인적 차원에서의 수업 개선 노력은 한계가 분명하고 학교의 모든 교사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할 때 일상에서의 세계시민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며 “전시성 행사와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일관되고 확고한 실천이 담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예람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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