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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백구로 하나 된 師弟…동행으로 일구는 정상의 꿈

대전전자디자인고 소프트볼 구단

2002년 대전 유일 아마추어 여학생구단 창단
연습 팀 없어 고전 중, 교직원들이 나서 상대
매주 함께 뒹굴고 조언…값진 ‘전국 2위’ 쾌거

대전전자디자인고(교장 정건용)는 매주 한차례씩 운동장에서 스승과 제자들이 방과 후 운동장에서 소프트볼 경기를 갖는다. 공인구를 던지면 때리고 달리고 넘어지는 과정 속에서 격려하고 조언하며 다독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함을 자아낸다.

대전전자디자인고 교직원들이 소프트볼 정상의 꿈을 키우는 제자들을 도우며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감동을 주고 있다.



이 학교 교직원들이 제자들과 정기적으로 경기를 갖는 이유는 지역 내 유일한 소프트볼 구단이다 보니 주변에서 연습상대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자체 연습으로 팀워크를 다진다고 한들 실전을 쌓지 않으면 실력향상이 더디기 마련인데, 지역 내에선 상대할 구단이 없는 것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교직원들이 지난 2011년도부터 소프트볼 동호회를 결성해 바쁜 학교생활의 시간을 쪼개어 매주 수요일 방과 후 선수단의 실전 연습 경기 맞상대를 하고 있다.

교직원 동호회에 참여하고 있는 성철현 교사는 “지난해에는 전국체전 출전 전까지 무려 스물한차례나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를 했다”며 “또 매 경기마다 경기결과(타율·타점·안타·홈런·도루 등)를 기록해 조언하는 등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크게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에는 창단 12년 만에 전국체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늘 선수 부족에 허덕이고 잔디도 없는 맨땅 운동장에서 연습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제 간의 돈독한 정을 바탕으로 일궈 낸 결과여서 금메달 못지않은 결과라는 평이다.

양기찬 교감은 “말단 교사부터 전 교직원, 특히 지난 10여 년 간 교무부장 시절부터 소프트볼에 애정을 쏟아온 교장 선생님적인 전폭적 지원까지 모두가 하나가 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전전자디자인고 소프트볼의 이런 성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002년 6월 재학생들 중 선수를 선발해 창단한 이후 지금까지 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창수 교사는 대학 때 체조를 전공하긴 했지만 소프트볼 경기에는 문외한이었고, 학생들도 고교에서 처음 소프트볼을 접한 만큼 경기 규칙도 모르는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다.

오로지 열정 하나로 소프트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제자들을 보며 이 감독은 틈나는 대로 독학하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문의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지도해나갔다. 맨땅에서 헤딩하는 식으로 꾸준히 실력을 키워나가던 이들은 2009년 후보 한 명 없이 단 9명의 선수로 전국대회 3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세 차례나 이뤄냈고 ‘사제 정기전’을 갖기 시작한 이후 실력이 더욱 일취월장, 결국 지난해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전 과정을 지켜본 정일화 수석교사는 “전국체전 한 달 전부터는 평일 밤늦게까지 이 감독, 그리고 2012년부터 대전시체육회 지원으로 참여하게 된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 선수 출신 장재호 코치의 열성적인 지도로 꾸준하게 훈련을 해왔다”며 “주말과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준비한 결과 창단 이래 전국체전 첫 은메달이라는 기적을 일군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하긴 했지만 팀 선수들 중 그 누구도 아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당일에 목이 쉬도록 응원한 선생님들과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로 뒤범벅이 됐다. 그 순간 스승과 제자는 이미 하나였다.

이처럼 사제가 함께 걷다 보니 인성교육은 저절로 이뤄진다. 서로 신뢰와 정을 차곡차곡 쌓다 보니 학생들은 교사들을 잘 따르게 되고, 이런 순수한 모습에 주변 어른들은 칭찬세례를 쏟아낸다.

이 감독은 “사람들이 우리 선수들을 대하고나면 다들 ‘착한 순서대로 뽑았나’ 하며 놀란다”면서 “아이들이 예절도 경기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며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잘 하는 등 심성이 아주 곱다”고 전했다.

이런 감동의 ‘사제동행’은 지역 내에서도 화제가 돼 많은 시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제는 성인 야구동호인들이 연습을 하자고 제안해 오는가 하면, 지역 내 다른 학교에서 소프트볼 구단 창단을 하게 되는 등 좋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주장 김지원(시각디자인과 3년) 양은 “우리 선수단은 그동안 연습상대를 도맡아 주신 선생님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며, 올해 더 큰 목표 달성을 위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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