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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무슨 말을 건넬지…학부모님들 앞에 서면 자꾸 위축돼요”

③학부모 면담

■ 새내기 교사들의 고충

나이 어리다고 반말하고 무시
‘실력 못 믿어’ 수업참관 억지

“학부모 입장서 이해․공감하되
교육철학․방법 분명히 밝혀야“



#. 교직 2년차이자 올해 처음 담임을 맡은 울산 A중 B교사는 다가오는 금요일에 있을 학부모 총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학급 경영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도 없는데다 아직 학부모들과 대면할 기회가 없었던 까닭에 무슨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최근 시작된 학부모 면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업무에 치이다보니 학생들 성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우리 아이 어때요?’라고 물어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는 ‘경험이 더 많았더라면 능수능란하게 대처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3월 학부모 면담 시즌이 되면 신규 교사들은 바짝 긴장한 채 오후를 보낸다.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학부모, 교사를 불신하는 학부모, 자녀에게 무관심한 학부모부터 지나치게 간섭하는 학부모까지….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유형의 학부모를 만나면서 심리적인 위축을 경험한다.

#. “선생님은 아직 아이를 안 낳아보셔서 잘 모르실거예요.”

경력 1년차 대전 C초 D교사는 학기 초 그에게 은근히 반말을 하며 깔보고 무시하는 태도로 대하는 학부모를 만나 불쾌함을 느꼈다. 신규 저경력 교사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것 자체로도 학부모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 E초 F교사는 얼마 전 자녀를 교실까지 데려다 준 한 학부모가 ‘담임이 신규이기 때문에 못 믿겠다’며 수업을 참관하겠다고 억지를 부려 곤란을 겪기도 했다.

고학력 세대 및 교육열 증가로 스스로 교육전문가임을 자처하는 학부모가 많아지면서 교사의 말과 행동을 불신하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심지어 “일기 검사를 매일 해라”, “내가 선생님보다 이 학교를 더 잘 안다”는 등 심지어 교사의 교육과정이나 학급운영에 대해 훈수를 놓는 학부모들의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학부모를 만났을 때는 교사 스스로 ‘교육전문가’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이럴수록 자신의 교육철학과 교육방법을 분명하고 소신 있게 피력함으로써 교사로서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제공하고 있는 ‘학부모 상담의 준비와 태도’에 따르면 이런 경우 우선 ‘학부모가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 근간을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예 그러셨군요’, ‘많이 놀라셨겠네요’와 같이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기보다는 학부모의 경험담을 경청하고 공감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학기 초 면담 이외에도 저경력 교사들은 아이들 간 폭력 문제에서 벌어지는 학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느낀다. 이런 학부모는 대개 자신의 자녀를 과잉보호하고 자녀의 또래관계에 간섭하며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학교로 달려오는 경향이 있다. 또 문제가 생기면 자녀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다른 아동에게 그 책임을 물어 학부모 간 다툼을 유발하기도 한다.

#. 경기 E초 F교사는 지난해 반 아이들끼리의 다툼에 학부모가 개입해 해당 학생이 반 아이들 앞에서 공개 사과를 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횡포를 부려 난감한 일을 겪었다. 결국 학생은 공개 사과를 했지만 받는 쪽과 하는 쪽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고 사이는 더욱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교사나 학부모는 보조자 역할로 남고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막무가내로 찾아와 난동을 피우면 어쩔 도리가 없어 심한 좌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부모들이 아동을 비난한다거나 책임을 추궁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상담의 취지와 진행과정을 분명하게 밝히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문제 행동에 대한 부모의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학교 이외의 상황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는지 함께 추론해보고 훈육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자녀의 문제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상담을 피하는 등 무관심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학부모들도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유형이다. 이럴 때는 일단 학부모를 학교에 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 요청에 응답이 없다고 포기하거나 서운해 말고 끈질기게 연락해야 합니다. 이런 학부모들에게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찾아내 인정해주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면 자녀를 위해 바쁜데도 학교에 와 준 점, 제 시간에 학교에 보내준 점 등을 격려해주면 고마운 마음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교사와의 협력관계도 유지돼 아동의 변화를 보다 쉽게 유도해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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