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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 학년 가르치는 동안 다른 학년은 소외”

복식학급에 몸살 앓는 초등 소규모학교
중등은 상치‧순회문제…진로교사가 음악
학습권 침해받는 아이들…“죄책감 들어”
“기피 악순환, 인사제도 개선으로 끊자”

<작은학교가 희망이다>




경기 연천의 A초. 이 학교는 전교생 10명에 교사 2명이 근무하는 소규모학교다. 3․5학년 5명과 2․6학년 5명이 복식학급을 이루고 있다. 19일 오전. 4교시가 되자 2‧6학년 담임인 B교사는 2학년에게 지점토와 도화지를 나눠주며 통합교과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6학년에게는 사회교과서를 펴게 했다. 6학년이 학습목표를 읽는 동안 2학년에게 오늘 해야 할 활동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활동을 시작하면 다시 6학년 수업을 진행하는 형태다.

“복식학급, 솔직히 아이들에게 미안하죠.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양분해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 학년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학년은 소외되고…. 골고루 관심을 쏟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마음 한켠에는 늘 죄책감이 있어요.”

이 학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30명 가까이 있었지만 지난해 한탄강댐 건설로 지역주민들이 이동하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 사실상 폐교가 기정사실화 됐었다. 그럼에도 ‘작은 학교’의 이점을 알아본 학부모들이 타 학구에서 조금씩 모여들어 겨우 폐교 위기는 넘겼지만 이마저도 이 학구 소속인 6학년생 2명이 졸업하고 나면 불확실해진다.

B교사는 “복식학급은 단식학급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지고 진도나 평가 등을 일률적인 교육과정에 맞추기 어렵다”며 “교사 증원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복식학급에 한해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특성에 맞게 독서, 텃밭 가꾸기, 목공 등 주제통합식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면 교사들이 훨씬 다양하고 효율성 높은 수업을 기획할 수 있어 학교 살리기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보건교사와 상담교사 수급도 어렵다. 이 학교의 경우 올해 상담교사는 배치되지 않았고 보건교사는 월 2회 순회 방문하고 있다. B교사는 “지난해 한 학생이 운동장에서 놀다 팔이 부러졌는데 보건교사가 없어 응급처치를 제대로 못했다”며 “수업시간에 복통을 호소하거나 열이 나는 등 이상증세를 보여도 판단할 방법이 없어 일단 학부모와 통화한 후 귀가조치 시키거나 병원에 보내는 것 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털어놨다.





2013년 현재 전국의 복식학급은 1088개로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57개에 불과하지만 읍‧면‧도서벽지는 98, 418, 515개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그래픽 참조> 이처럼 도서벽지 지역에 상대적으로 복식학급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교원 수 부족이다. 이 같은 현상은 2010년 정부가 교원정원 배정기준을 ‘학급 수’가 아닌 ‘학생 수’로 바꾸면서 소규모학교가 몰려있는 전남, 충남, 경북 등에 교원정원이 수백 명씩 감축되면서 심화됐다.

소규모 초등학교들은 이처럼 복식학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중‧고교 들은 상치‧순회교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북 봉화의 C고는 전교생 78명에 3학급인 소규모학교다. 이 학교는 교사 16명 중 10명이 상치교사다. D교감은 “교사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진로진학 교사가 음악을, 사회교사가 한문을 가르치기도 한다”며 “18시간 수업시수를 채우려면 여러 학년을 맡게 되는데 수행평가나 시험 때 출제해야 할 시험지와 작성해야 할 학습지도안도 여러 개가 돼 몇 배로 일이 많아 진다”고 토로했다.

순회교사도 마찬가지다. 경기 고양 E중 F교사는 “순회교사는 주요과목에는 배치되지 않지만 일주일에 한번 오기 때문에 숙제검사나 지속적인 지도에 차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담임이 순회를 나가면 반 아이가 아프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면담을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며 “다른 교사가 대신 처리해 주지만 학부모 연락도 바로 취하기 어려워 아무래도 처리가 늦어진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 G중‧고교 H교감은 “중‧고교 통합 소규모학교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학교 간 교사는 서로 교류하면서 예산이나 교육과정은 따로 편성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된다”며 “고교는 도교육청, 중학교는 시교육청의 지휘를 받는데 통합학교는 공문이나 행정업무 등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도록 도교육청에서 중학교까지 한꺼번에 관리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임연기(공주대 교수) 농어촌교육연구센터장은 “소규모학교는 사회발전의 센터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육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소규모학교 교사 특별 채용제나 전문교사제 도입, 통합운영학교 교원인사 및 연수제도 개선 등 전문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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