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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신건강검진 매년 실시 무의미”

학생정신건강검진 3년→1년 추진
장난식 기입·검사 패턴 외우는 등
단순 체크방식 조사…신뢰도 낮아
치료 연계 등 지원책 마련이 우선


3년에 한 번 실시되고 있는 학생 정신건강검진을 매년 시행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와 관련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검사를 너무 자주할 경우 학생·학부모들이 정서적 거부감을 가질 수 있고, 검사 후 지원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매년 실시해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달 6일 “3년에 한 번 있는 검진으로는 상태를 적기에 진단하기 어렵고 악화될 경우 우울증이나 자살 등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정신건강 검진을 해마다 받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오 위원장은 이와 관련 “청소년기의 정신건강 문제를 방치하면 성인기 이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회적 비용 손실도 커 조기에 발견․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초등 1․4학년, 중등 1학년, 고등 1학년 등 3년 마다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급변하는 교육환경 및 학교폭력 등으로 우울, 불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위기청소년이 급증하는 현실에 따른 제도적 지원 차원에서 2007년 샘플조사 방식의 학생정신건강검진 제도를 도입, 2012년 전수조사를 거쳐 지난해부터는 3년 주기로 시행하고 있다.

현장의 전문상담교사들은 “Wee센터 및 병원과의 연계를 늘리고 지속적인 상담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채 단순 체크방식의 진단을 매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A중의 S 전문상담교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검사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아 정작 주의가 필요한 학생들은 걸러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400명 중 70여 명이 관심대상으로 분류되는 일이 발생할 정도로 검사 신뢰도가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중학생 K모 군은 “진로검사, 적성검사 등 검사 종류도 너무 많아 친구들이 이런 검사를 귀찮아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읽어보지도 않고 찍거나 솔직한 대답을 피하는 등 장난으로 체크하는 것 같다”며 “어차피 문제 있는 아이가 누구인지는 선생님도 다 아시는데 이런 검사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사 후 ‘관심’으로 분류가 되면 상담교사들은 의무적으로 개별상담 및 학부모 통보를 해야 한다. S 교사는 막상 상담을 해보면 실제로 심각한 아이들은 5명이 채 안되는데도 70여 명을 일일이 상담으로 걸러내다 보면 업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에게 알리는 작업 역시 교사들에게는 부담이다. 학부모 동의 없이는 병원과 연계한 치료를 진행할 수 없는데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그럴 리 없다’며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 설득에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경기 B중의 전문상담교사 역시 “매년 검사를 한다고 해서 문제 아이들이 걸러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반복적으로 하면 아이들이 검사 패턴을 익혀 자신이 관심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자기성향을 속이며 답을 피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의도적으로 피할 수 없도록 보다 정교한 방식의 종합 심리 및 행동검사를 실시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제대로 가려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검사에 사용되고 있는 청소년 정서․행동특성검사지(AMPQ-Ⅱ)를 살펴보면 38개의 문항이 ‘화가 나면 참기 힘들다’, ‘만사가 귀찮고 재미가 없다’, ‘친구 사귀가가 어렵거나 친한 친구가 없다’ 등 단순 설문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211만9962명 중 15만2640명(7.2%)이 상담이 필요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초등 3만685명(3.4%), 중학 6만5840명(11%), 고등 5만6115명(9%)으로 중학생이 가장 많았고 ‘우선관리군’도 4만6104명(2.2%)에 달하는 등 10명 중 1명 꼴이 정서적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심학생 선별뿐만 아니라 전문기관에 상담과 치료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보니 전환기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아 3년 주기의 운영방식을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와 관련 5일 교육부와 오제세 의원실에 의견서를 전달하고 "학생 및 학부모의 인권침해 논란 및 학교의 업무 증가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 된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기할 수 있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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