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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무질서 고3교실…학교도 속수무책

잠자거나 핸드폰 게임…포커에 고스톱까지
학생 “시간낭비”, 교사 “프로그램도 한계”
수능 늦추거나 방학 앞당기는 등 대안 필요



21일 오전 10시 경 서울 A고 고3교실. 자리가 듬성듬성 빈 채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엎드려 잠을 청한다. 카드게임이나 고스톱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그나마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3분의 1수준. 나머지는 ‘유급’되지 않을 선에서 아르바이트나 운전면허 취득, 늦잠 등을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고3 K군은 “예체능계열은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학교에서 배려해주는 것이 하나도 없어 불만”이라며 “학교가 학생들 발목을 잡는 것 같고 이렇게 때우는 2시간이 아깝다. 차라리 실기 연습을 한 시간이라도 더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수시 1차로 10월에 대학 합격을 확정지은 J군 역시 “학교에 나오면 엎드려 자거나 게임을 한다. 시험 앞둔 친구들이 이런 분위기에 휩쓸릴까봐 눈치도 보인다”며 “차라리 대학에서 미리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면 훨씬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학생 대부분은 “마음은 이미 학교를 떠났기 때문에 아무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체험학습을 시켜도 열의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아르바이트나 자기계발 등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사들도 “수능이 끝난 고3교실은 무질서 자체”라며 “정규수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지도가 안 된다는 인식이 관습적으로 내려와 교사도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으로 체험학습을 가거나 자율학습을 명목으로 학생들을 ‘방치’하는 등 수능 후 고3교실의 파행 운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수능 이후 ‘단축수업 금지’ 지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학교들은 정상운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학생들의 반대 글이 폭주하기도 했다.



고3 L 양은 “단축수업 금지령에 대해 올해 초에 미리 공지했더라면 학교에서도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공지가 오히려 학교와 학생들에게 혼란만 가져다줄 뿐 대안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수능시기를 아예 늦추거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서울 B고 P교사는 “중간, 기말고사를 보고 12월, 혹은 1월 초로 수능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고 경기 E고 K교사는 “3학년만 조기방학을 실시하거나 수시제도를 바꿔서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반영케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서울 C고 P 교사는 “교육청에서 나서 스포츠나 악기 등 학생들이 해보고 싶었던 취미활동을 맛볼 수 있는 무료강좌를 개설한다면 참여 학생이 꽤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D고 L 교사는 “큰 틀의 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지역사회 문화단체와 연결된 공연 및 체험활동에 참여시켜 생기부에 입력하도록 하거나, 봉사활동 활성화 기간으로 만들어 건전한 생활지도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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