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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러시아> 역사교과 수능필수·인증제 병행

유럽, 역사는 독립 필수교과다! 교육계, 국회, 정치권, 시민사회에서 수능 필수과목 지정부터 한국사기초시험 인증제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러시아와 독일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본지 현지 필진에게 유럽의 역사교육 정책을 들어본다.

6~11학년 필수교과
러시아사 비중 높아
역사교육중점학교도

미국의 유명한 흑인작가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은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역사가 단순히 과거에 관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지배하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현존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현명한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1864년부터 6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 ‘전쟁과 평화’를 통해 1812년 6월부터 시작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을 소개했다. 당시 크림전쟁(1853~1856)의 패배로 좌절해 있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슬라브 민족의 위대함과 강인함을 보여줌으로써 미래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소련 시절부터 역사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학교교육에 반영해온 러시아는 현재 모든 학교에서 러시아사와 세계사를 의무적으로 배우고 있다. 학교마다 차이는 다소 있지만 대체로 첫 역사교육을 세계사에서 시작하며 학년별로 시대에 따른 주제를 중심으로 교육을 시킨다. 학생들이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된 후 본격적으로 러시아 역사에 대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큰 그림을 보고 이해한 다음 자국의 역사를 공부할 때 좀 더 깊이 있는 역사인식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세계사를 가르칠 때도 러시아와 관련된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의 역사교과 교육은 6학년부터 시작한다. 6~9학년은 일 년에 68시간 동안 역사를 배운다. 대략적으로 44시간은 러시아사를, 24시간은 세계사를 배운다. 10~11학년에는 러시아사를 69시간, 세계사를 34시간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 고학년으로 갈수로 역사교육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에는 9~11학년 동안 ‘21세기의 러시아’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현대사 교육을 강화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2001년부터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취지로 도입된 ‘통합 국가시험(Unified State Exam, ЕГЭ)’에도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원하는 학생은 역사시험을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이다. 물론 통합국가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이라도 역사공부를 해야 정규 고교 과정을 마칠 수 있다. 학교에서 매 학년 역사시험을 보지는 않지만 역사를 의무 수업시간대로 배워야 할 뿐만 아니라, 역사시험에 합격해야 11학년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인증제의 일종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더불어 최고수준 고등교육기관의 경우 별도의 추가 입학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가 있으나 매년 열리는 ‘전 러시아 역사교육 올림피아드(All-Russian Olymics in history)’에서 입상할 경우 별도의 역사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역사를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대학입학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최고 공대인 ‘바우만 공대’의 석사과정 학생 그리고리 체르나모르딕은 “졸업한 학교가 모스크바에서 최고의 고교로 인정받는 영재급 학교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차원에서 역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역사시간에는 역사에 대한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토론수업을 강조해 학생들이 역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의 정보과학중점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의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글례 아디노키흐는 “러시아 수능시험에 역사과목이 포함 된다는 사실보다 선생님이 얼마나 열의를 갖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가르치느냐가 학생들의 역사에 대한 흥미도에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험을 위한 역사공부가 아닌 즐기며 배우는 역사교육을 위한 국가 정책의 추진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역사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역사교육중점학교’ 설립·운영이다. 역사중점학교는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 차원의 지원을 받는 공립과 사립학교들이 있다. 모스크바 내 25개교가 역사중점학교로 지정돼 있고 빼째르부르크에도 1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물론 이 학교들에서 역사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외국어는 물론 물리, 수학 등 기존 교과목에 충실하면서 러시아사와 세계사를 심화해 교육하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통합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작해 모든 학교에서 활용토록 하려는 정부 정책도 마련했다. 역사교육의 방향성과 내용을 일관성 있게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 일각에서는 ‘강력한 러시아를 이룬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인 ‘푸티니즘(Putinism, путинизм)’을 옹호하기 위해 추진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자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의 국가적 자긍심을 자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북돋우려는 정부차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부실한 역사교육문제 해결 방안과 한국사 수능시험 필수과목 채택 여부에 대한 많은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적 공감대가 모이면 좀 더 미래지향적인 역사교육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며 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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