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교육과정 : 국가 주도에서 교육의 지역화가 시작된 시기
7차 교육과정 : 교과서 중심→교육과정 중심 교육으로 변화
2007 개정 교육과정 : 주5일 수업제 도입 위한 일부 개정
2009 개정 교육과정 : 단위학교에 자율권 주고 책임을 요구
우리나라 교육과정 변천사에서 1945년 해방 이후 교육은 1945부터 1954년까지 1차 이전 시기와 1954년의 제1차 교육과정부터 총 9차례의 전면 개정 시기로 구분된다. 1945년 이후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 64년간 국가 교육과정 변천을 두 부분으로 나눠 1945년부터 5차 교육과정까지의 중앙집권적 교육과정 시기는 이전 연재에서 다뤘고(6월 13일 자), ‘교육과정 변천사 - 조선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 특집의 마지막으로 1992년 6차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교육과정을 살펴본다.
1992년 6~10월에 학교급별로 고시된 제6차 교육과정은 학교 밖 사회의 지방분권화 바람이 교육계에도 불어온 결과물이다. 중앙집권형, 국가 주도형 교육과정은 이때부터 지역마다, 학교마다 다른 교육과정으로 서서히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는 중앙·지방·학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분담하는 새로운 교육과정 편성·운영 체제를 확립해 제시했다. 시·도교육청은 관내 지역 교육청과 학교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지침을 학교급별 편성·운영 지침으로 만들게 됐다.
◈6차 교육과정의 미래지향적 관점…학교 교육 방향 바꿔놔 = 이전에 사용되지 않았던 ‘편성’이라는 용어를 ‘운영’과 함께 ‘편성․운영’으로 사용하게 됐는데 이것은 의미가 있다. 이제 국가에서 만든 대로 잘 실행해야 하는 충실도(fidelity)와 함께 지역·학교가 어떻게 하면 다양하게, 지역사회의 실정 및 학교가 처한 여건에 따라 교육과정을 계획하는가와 같은 교육과정의 적절성(relevance)을 중요시하게 된 것이다.
6차 교육과정에서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성격을 ‘학교에서 편성·운영해야 할 교육과정의 공통적, 일반적 기준’이라고 규정하게 됐고 이는 20년 가까이 지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까지 사용하고 있는 정의이다. 6차 교육과정은 10년 후 21세기를 내다보며, 이를 주도할 건강하고 자주적이며 창의적이고 도덕적인 한국인 육성을 지향했으며,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관점에 따라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방향을 학교 중심 교육과정으로 바꾸게 하는 일획이 됐다.
◈ 자율화, 분권화의 흐름이 만개한 7차 교육과정 = 7차 교육과정은 1997년 12월에 고시되고 2000년 3월부터 초등학교에부터 연차적으로 실행됐다. 7차 교육과정은 6차에서 시작된 자율화, 분권화 흐름의 꽃이 만개한 교육과정이다.
의무교육 9년 외에 고등학교 1학년까지를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10년으로 제시했고, 고 2, 3학년의 2년을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제시했다. 교육과정의 영역은 교과, 특별활동, 재량 활동으로 구성됐다. 재량활동은 비교과 활동 영역이면서 범교과 학습(cross-curricular activities)을 강조하는 세계적 동향이 반영됐다.
고등학교 선택 중심 교육과정은 특히 선택과목을 79개로 제시함으로써, 21세기를 앞둔 선진국형 교육과정을 지향했다. 1998년 6차 유치원 교육과정에서는 종일제를 언급하게 됐고 특수학교 교육과정은 장애영역별로 분화되어 개발되던 교육과정을 최초의 단일 버전으로 통합한 7차 교육과정으로 개발했다.
학교는 6차 교육과정기에 선보인 학교 교육과정을 학교마다 만들고 이에 따라 교육과정을 실행하게 됐다. 학교교육은 교과서 중심 교육에서 교육과정 중심 교육으로 달라질 것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과정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학교에 대해 학교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교육과정해설서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의 목차를 예로 제시하고 그 개발 절차를 상세히 예시했다.
◈‘일괄개편-전면수정체제’에서 ‘수시개정-상시개편체제’로 = 7차 교육과정의 실행기인 2003년 10월 14일에 정부는 국가 교육과정의 개정을 ‘일괄개편-전면수정체제’에서 ‘수시개정-상시개편체제’로의 전환을 천명했다. 이후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거의 1년에 한번 이상 교육과정이 개정되어 고시되어 왔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부분·수시 개정 체제에서 수행된 전면 개정 교육과정이었다. 대통령과 헌법의 개편 시마다 수행돼왔던 교육과정 개정 작업은 2007 개정의 경우 7차 교육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총론의 경우 거의 유사한 체제를 유지했다. 다만 주5일수업제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이를 일부라도 적용한 수업일수, 시수의 조정을 적용했고, 교과 교육과정의 경우는 전면 개정을 하게 됐다. 고등학교의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7차 이후 학교단위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나 과목을 특정하지 않는 흐름이 유지됐다.
◈64년 중 가장 파격적인 변화, 2009 개정교육과정 = 2009년 12월에 고시되어 2011년부터 실행되고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 학생 중심 교육과정에서 나아가 학교에 더 많은 자율과 책임을 묻는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앞서의 2007 개정 교육과정 고시 이후 만 2년 10개월 만에 고시되었으나, 총론 개정의 내용은 7차 교육과정의 틀을 대폭 수정함으로써, 지난 64년간 교육과정의 변화 중 그 어느 때보다 파격적인 변화가 도모된 것이다.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에서는 2010년대 이후 발전된 한국 사회와 그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 ‘세계와 소통하는 시민’, ‘배려와 나눔의 정신’ 등의 키워드가 사용됐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수업시수를 학년군, 교과군으로 묶는 방식으로 제시했다. 또 교과군별 20% 시간 증감을 허용해, 학교마다 다른 교과 시간의 양이 가능해졌다. 학교마다 교실마다 다른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장려했다. 교과의 수업시간을 매년 매학기 같은 과목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다르게 구성해 집중해서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집중이수의 취지는 학기당 이수과목수 축소로 인한 학습 부담 경감에 있다고 강조됐다. 수업시간수는 최소시간과 조정이 가능한 기준시간이 동시에 제시되는 방식을 취하게 됐고, 학기당 이수과목수도 초등은 제한이 없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8과목 이내를 유지하도록 했다.
1차 교육과정기부터 비교과활동의 대명사였던 특별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의 이름으로 변화되어, 기존의 재량활동을 흡수했다.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이 강조된 창의성 교육, 체험 중심 교육의 활동이 창의적 체험활동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학년군과 교과군을 모두 적용하고 교과(군)별 수업시수 20% 증감까지 허용하면서 학교별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그 어느 시기보다 확대한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학기당 이수과목수를 8과목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학교 교육과정의 변화를 우회적으로 독촉했다. 교육과정에 명시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점차 강화되고 대상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 자율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학교에 이전보다 더 많은 자율을 주는 교육과정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결과에 대해 학교에 책임을 묻는 양면성을 지닌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시리즈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