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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민권익委, 교사를 모욕하다

교실까지 들어와 조사하고 ‘확인서’ 받아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다니…” 교육계 반발


정년을 1년여 앞둔 A교사는 요즘 사표를 낼 생각까지 하고 있다. 최근 당한 어이없는 일을 생각하면 교육자로 살아온 세월이 허무할 따름이다.

지난달 말 교실로 찾아 온 학부모가 쇼핑백 하나를 교탁에 올려놓는 순간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이 사람은 다짜고짜 쇼핑백 속에 들어있는 과자상자를 펼치더니 학부모에게 구입처를 묻고, 제과점에 전화를 걸었다. A교사는 3만9000원짜리 호두과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확인서’에 서명했다.

또 다른 B교사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학부모로부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물티슈를 받았다가 수모를 당했다. 교실로 불쑥 들어와 건네받은 물품을 확인한 사람은 총액이 3만원에 미치지 못하자 순순히 물러갔다. 모두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들의 조사활동이다.

경기 성남지역을 중심으로 권익위의 ‘암행감찰’에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지역 교원들에 따르면 권익위 직원들은 방과 후 학교를 찾는 학부모를 뒤따라와 소위 ‘현장’을 덮치고 있다. 교사들은 “교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교권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한국법과인권교육학회장)는 “부조리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운다고 해서 비상식적인 조사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종우 한국초중고교장연합회 이사장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태”라며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평가다. 정무원 한국교총 고문 변호사는 “일부 직원의 과욕에서 비롯된 일이라 하더라도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교원이나 학부모가 조사에 응할 필요도 없고, 확인서에 서명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이번 일과 관련한 본지의 확인 요청에 “우리 위원회는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에 대해 기관별 행동강령 운영 및 이행실태를 조사하고, 공직자의 행동강령 위반 시 그 사실을 소속기관장에게 통보하여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금품수수 개연성이 큰 경우 교실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당사자 동의 없이 사물함이나 소지품을 열어 확인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권익위는 그러나 조사·점검의 기한과 방식에 대해서는 업무 성격상 밝히기 곤란하다고 피해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민고충처리위·국가청렴위·국무총리 행정심판위 등의 기능을 합쳐 지난해 2월 탄생한 기관으로, 공직사회 부패 예방·부패행위 규제를 통한 청렴한 공직 및 사회풍토 확립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양건 권익위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년에는 부패통제 기능을 총동원하고, 유기적으로 연계해 교육 분야에 대한 대책을 집중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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