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언론을 통하여 학교를 상대로 한 지나친 민원의 행태들이 알려지고 사회적 공분이 있었다. 적극적인 대응방법에 대해서 꾸준한 논의가 있었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한계가 명확했고, 학교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 이에 2026년 4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 민원 대응에 관한 규정이 생겼고, 10월 말부터 시행된다.
학교에 대한 민원은 일반적인 민원과 무엇이 다른지, 기존 민원처리 관련 법령들이 학교 현장에서 적용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지, 특히 새롭게 시행될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알아보자.
학교 민원은 어떤 특성이 있는가?
학교는 학생이 하루 대부분을 지내는 곳이고 이 공간을 사람들과 함께 써야 한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온갖 불편 사항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학업·진로·학교시설·안전·교우관계·급식 등 불편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학생과 보호자는 이런 불편을 제거하길 바라고,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한다. 특히 자녀가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와 같은 사안에 문제가 되었다면 학부모로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학교에 대한 과도한 민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학교로서는 이런 민원이 있다고 그 요구를 그대로 받아줄 수 없다. 학교는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만 생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이나 평가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 ‘담임을 교체해 달라’, ‘우리 아이가 불편하니 다른 아이를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라’, ‘교실에서 자리 배치를 바꿔달라’, ‘급식 메뉴를 아이의 선호에 맞춰달라’ 등의 민원들은 교사는 물론 다른 학생의 권리까지 연관되는 문제다. 그렇기에 애초에 학교 민원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학생 보호자’라는 지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가 모호하다. 일반적인 공공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은 그냥 민원인이다. 그런데 학교는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다니고 있고, 그렇기에 학생들의 보호자와 소통이 많다. 결국 학생 보호자는 학교에 소속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학교의 외부인 또는 일반적인 민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모호한 지위가 학교의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학생 보호자가 학교로 연락해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은 민원일까? 아니면 상담일까?
소통의 창구가 많고 접근이 용이한 점도 특이한 부분이다. 학교는 학생의 생활이나 안전과 관련하여 신속하게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 아파서 학교에 못 갑니다’, ‘선생님, 내일까지 해야 하는 게 뭐였죠?’, ‘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학생 때문에 불편해합니다. 빨리 조치해 주세요.’ 그러니 교사는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개인의 전화번호나 메신저 등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제공한다. 이렇게 선의로 만들어진 채널이 학교라는 기관이 아닌 교사 개인에게 악성민원을 쏟아내는 창구가 된다. 또 통상적으로 학교는 학생의 통학이 고려되어 학생과 보호자의 거주지에 인접해 있으므로 보호자가 직접 학교에 방문해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존 적용되던 민원처리법의 한계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이하 ‘민원처리법’)은 적용 대상을 ‘행정기관’이라고 하고, 그 행정기관에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각급 학교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그간 학교는 이런 「민원처리법」에 근거해서 민원을 처리해야 했다.
「민원처리법」에 따르면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는 민원을 신속·공정·친절·적법하게 처리하여야 한다고 하고, 민원인이 민원을 신청했을 때 행정기관이 그 접수를 보류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고 한다(「민원처리법」 제4조, 제9조). 민원 처리의 예외 규정이나 반복 및 중복 민원의 처리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학교에 적용될 내용은 거의 없다. 결국 학교로서는 온갖 민원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이에 제대로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막상 「민원처리법」에서 규정한 유리한 규정들을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었다. 「민원처리법」은 간략히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민원은 문서로 제기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민원처리법」 제8조). 생각보다 자신의 입장을 문서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미 문서로 제출한 의견은 나중에 번복하지도 못하니 민원 제기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하지만 학교는 그 특성상 온갖 민원들을 보호자의 상담 요청이라는 이유로 대면이나 전화로 받아내야 했다.
또 「민원처리법」에는 답변을 위한 시간이 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해 보호를 요구하는 내용이라면 「민원처리법」상 고충민원에 해당하므로 7일 이내에 처리될 수 있겠다(「민원처리법」 시행령 제17조). 그런데 학생 보호자는 학생의 학교폭력이나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는 이유로 최대한 빠른 해결을 요구하고, 학교는 사안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진 7일이라는 기간조차 활용하지 못한다.
나아가 「민원처리법」에 따라 민원을 접수하는 주체는 행정기관의 장이 되고, 실질적인 답변은 업무의 담당자가 하더라도 행정기관장의 책임이자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회신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학교는 교사와 보호자가 직접적인 소통으로 민원을 해결하는 일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였을 때의 책임도 교사가 홀로 감당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새롭게 시행되는 학교 민원 규정
이런 어려움들로 새로 시행되는 「초·중등교육법」에서 학교의 특성을 담아 학교 민원에 대한 정의, 접수와 처리에 관한 규정을 새롭게 만들었다. 「민원처리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그 규정을 따르게 되어 있고, 「초·중등교육법」이 학교 민원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두었으니 당연히 새로운 규정이 먼저 적용된다.
「초·중등교육법」상 학교 민원에 대한 새로운 규정은 3개 조문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 또 법 시행과 함께 예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조항은 제65조 하나뿐이다. 하지만 잘 활용하면 악성민원에 대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생각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전화나 면담과 같은 민원 응대를 종료할 권한, 퇴거를 요청할 권한, 일시적으로 학교 출입을 제한할 권한이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65조 제2항). 그간 학생에 대한 상담이라는 이유로 몇 시간 동안 끊기지 않는 전화나 면담을 진행해야 했다. 차라리 폭언이나 욕설을 했다면 먼저 끊기라도 했을 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 걸려 오는 전화가 뻔히 악성민원인의 전화라고 해도 이를 받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제 드디어 전화를 끊고 연락받지 않을 권한이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다.
일시적 출입금지 조치도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현재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는 교원과 보호자는 상호 간에 상담을 요청할 수 있고, 상대방의 요청이 있는 경우 명백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10조 제4항). 이 때문에 악성민원을 반복하는 학부모라고 하더라도 상담을 빙자하여 학교로 찾아와 학교장이나 교원에게 면담을 요청하면 학교가 이를 거절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애초부터 악성민원인이 학교에 방문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추가적인 피해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 민원에 대해 관할청의 도움이나 처리를 요청할 권한도 규정되었다(「초·중등교육법」 제37조 제3항). 기존에는 관할청과 학교가 기본적으로 별개의 기관이므로 학교로 접수된 민원은 학교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학교는 교직원의 담당업무가 매년 변경될 수 있고, 그렇기에 학교 행정에 관한 법령과 절차에 대한 이해나 해결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제시된 민원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갈피조차 잡기 어려운 일들이 자주 생긴다. 이제 관할청에 단순히 전화로 문의하는 외에 공식적인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생긴 것이다. 학교가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민원의 경우 교육 전문 행정기관이 직접 처리하여 정확한 답변이 이루어지는 것이 민원인을 위해서도 더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