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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생님 함께 읽어요] 대통령까지 책을 읽어주는 나라?

‘행복한 무릎(happiness Knee)’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에서 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이 앉아있는 엄마의 무릎’을 일컫는 말입니다. 엄마의 품에 안겨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보는 그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겁니다. 이 순간은 아이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고, 이야기를 즐기는 힘, 책을 좋아하게 하는 힘을 길러주는 원천이 됩니다. 이런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태어나자마자 매일 책을 읽어주고 있는 거겠죠? 이런 용어까지 따로 있는 걸 보면 책 읽어주기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큰 걸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의 책 읽어주기

 

20여 년 전, 조기 유학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학교에서 몇 년간 공부하고 돌아오는 형태입니다.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에게 두 가지를 질문했습니다. ‘학교에서 책을 읽어주었니?’ ‘교실에 책이 많았니?’ 그때가 미동초에서 책 읽어주기를 시작할 때라 외국 학교 모습이 궁금했거든요.

 

학생들은 한결같이 ‘선생님도 읽어주고, 다른 분들도 교실로 찾아와서 책을 읽어주셨다’, ‘교실 한쪽 벽면에는 책으로 가득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교실에서 매일 책을 읽어준다는 것, 교실에 아이들이 읽을 책이 가득하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우리와 달랐습니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우리도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되겠구나.’라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1년 미국 무역센터빌딩이 테러로 무너질 때 당시 부시 대통령은 학교에서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고 합니다. 책을 읽어주던 중간에 그 소식을 들었고, 잠시 고민하던 부시 대통령은 마저 책을 읽어주고 교실을 나왔다고 합니다. 이 일로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커졌는데 ‘국가 위급 사태에 무책임하다’라는 주장보다는 ‘아이들과의 약속이니 잘한 일이다’라는 주장이 우세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책을 읽어주는 나라라니요! 무엇보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아이들과의 약속과 활동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이야말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요? 그 이후에도 대통령들이 학교를 방문해서 책을 읽어주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러운 일이죠.

 

아는 분이 캐나다로 유학하러 가서 홈스테이하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초등학교 고학년 아들 둘에게 매일 저녁에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보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 매일 책을 읽어준다는 사실과 책 읽어주는 시간만큼은 빼먹지 않고 지킨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고 합니다.

 

다른 분도 미국에 살 때 미국 가정에 초대받았는데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가 8시가 되니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 방에 올라가서 책을 읽어주며 잘 잘 수 있도록 한 뒤에 다시 돌아오더라는 겁니다.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면 손님이 집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평상시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할 수 있는 걸까요? 저도 북유럽 여러 나라, 호주, 뉴질랜드의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저학년 교실에서는 책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어김없이 말이죠.

 

미국을 유지하는 힘, 독서

 

‘독서, 사람을 키우는 힘(2006)’는 미국에 사는 김성혜 교수가 미국에 살면서 알게 된 책 읽어주기, 독서, 도서관 교육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미국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책 읽어주기와 책 읽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실천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힘이 미국을 유지하는 힘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키울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2014년 6월 24일, 미국 소아과학회가 ‘아이들이 태어난 직후부터 책을 읽어줘야 한다’라는 권고안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소아과학회는 6만2000명에 달하는 소속 의사들에게 부모와 어린이가 병원을 찾을 때마다 빼놓지 말고 ‘소리를 내 책을 읽어주라’라고 권고하도록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 권고안은 출생 후 3년 안에 뇌 발달의 중요한 부분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휘 구사 능력은 물론 대화 능력까지 좋아진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사실 신생아 단계 때(또는 태아 때부터 시작해도 아주 좋다고 하죠)부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 것(읽어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에서, 학교에서 당연히 책을 읽어주는 그런 날이 오기를 꿈꿔 봅니다. ‘얘들아, 함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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