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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학습 줄취소, 학교 부담 경감 해법 찾아야

현장체험학습에 비상이 걸렸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학생교육원 분원인 대천임해교육원은 연간 계획이 탄탄하게 짜여 있다.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지도사들과 함께 2월까지 마치고, 3월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터였다. 12월에 학생교육원 전체 일정이 학교에 공지되면 학교는 학사일정을 감안하여 수련활동이나 교육여행 또는 특별캠프를 신청한다. 그러면 우리 원의 자체 기준으로 선정하여 결과를 발표하고, 학교는 이를 근거로 나름의 과정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통학버스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 이후 8월 말 학교현장의 여러 가지 상황과 혼선이 맞물리면서 9월 교육 참여 예정 학교들의 계속되는 취소 소식으로 교육원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이에 대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이다. 


이 상황의 최대 피해자인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음 주 아니면 다음 달에 있을 수련활동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못 간다니 얼마나 속상할까? 이런 상황을 예상도 못 했으리라. 누구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엔 참 여러 가지가 뒤얽힌 상황이다. ‘가도 된다는데 사고가 나면 어쩌라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위법한 버스에 우리 아이를 태운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학부모 민원을 무시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사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참 많이도 겪어왔다. 그중에서도 초등 현장의 숙제인 생존수영교육과 그 모습이 참 많이 닮았다.


생존수영교육과 닮은 현장학습 어린이 통학버스 사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시작된 생존수영이 생각난다.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외국사례도 연구하고, 교육과정에 녹여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표준프로그램을 만들고,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2시간의 수업을 위해 더 많은 시간 동안 이동하느라 편법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되고, 그나마도 선생님들이 수영장 계약이나 수영강사 채용 같은 어려운 일들을 해내면서 묵묵히 해오던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멈춰 섰다. 미약하나마 교실에서 이루어지고, 이제 다시 시작하려니 가르칠 사람도 가르칠 곳도 구하기 어렵고, 수영을 못하는 생존수영 강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적반하장으로 자기 외에는 가르칠 사람이 없다고 우기는 단체까지 나서는 판이니 점입가경이 따로 없다. 그 어디에도 학생이 중심에 없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내는 학교의 교사, 어려운 여건에도 책임지고 교육에 임하는 관리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돌파구가 되어 준 우수사례가 있었다. 

 

학생과 함께 오기만 하세요. 모든 업무는 처리해 드립니다
연간계획을 세우고, 그 일정에 필요한 수영장은 그 전년도에 예약해두어야 하고, 해당 학년을 맡은 선생님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담당자는 일정 등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안전지도와 교육내용을 구성하는 일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행정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너무 지치고 정작 강사와의 교육내용 조율 같은 일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어떤 수영장이 지도를 잘해주는지 따지기보단 우리 아이들을 받아주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런 어려움 해결에 앞장선 교육청이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통편과 수영장을 일괄 계약하고, 학교는 가능한 날짜를 신청해서 학교에 오는 버스를 타고 수영 수업에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수영강사 연수도, 수영장 입장료 계산도 모두 교육청에서 업무를 담당하여 처리해 준다. 경기도 오산시는 시설관리공단 수영장에서 교육내용과 일정표를 짜서 학생들이 다녀가기만 하면 되도록 지원해 준다.

 

또 수영장에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광주시교육청 등 이런 사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생존수영교육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 창의예술교육센터나 과학전시관 등 다양한 체험기관에서 버스를 학교에 보내 학생을 데려와서 체험학습을 하고 귀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의 특징은 모든 행정적인 절차는 학교 밖에서 다 처리해주고, 학교는 학생들과 참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양한 체험처를 발굴하고, 이를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연계해서 학교에서 선택하도록 하며, 행정업무는 학교를 지원하는 팀에서 해주면 반가운 일이다.

 

가만히 계세요. 우리가 찾아가겠습니다
서울학생교육원 소속 대천임해교육원에서는 3·4·5월에 ‘교실에서 배우는 생존수영’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생존수영 교육 중 일부 교실에서 이론교육이나 체험이 가능한 것을 추출하여 12차시 교육을 제시하고, 희망 신청을 받아 학급당 2시간의 수업을 지원하였다. 3~6학년 4,907명의 학생을 지도하였고, 만족도 100%의 현장지원 활동으로 평가되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수영교육 활성화를 위해 시작되었는데 앞으로도 한강의 안심생존수영교육지원센터와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1·2학년은 교실에서 간단한 이론과 체험을 진행하고, 3·4학년은 학교로 조립식 수영장을 가지고 찾아가 생존역량 기초를 다진다. 또 5·6학년은 한강이나 대천 앞바다 등에서 물놀이 안전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생존수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 학년 수영교육의 바람직한 모습이라 생각된다.

 

이렇듯 현장체험학습의 경우도 학년별로 학생 발달단계에 맞게 학교의 지리적 여건, 학생과 교사의 희망에 따른 적절한 체험 거리를 마련하여 지원한다면 교육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체험학습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다양한 기관에서 지원하는 성교육 버스가 학교에 찾아와서 학생들이 버스 안에 준비된 교육환경을 이용하여 맞춤식 교육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특화된 시설을 학교마다 갖추거나, 멀리 찾아가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온라인 교육도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화된 교육환경을 만들어 직접 학교로 찾아간다면 그리고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면 현장체험학습은 저절로 활성화가 될 것이다.


우린 교육청 스쿨버스 타고 떠나요
필자가 교장으로 근무하던 학교에는 서울지역 초등학교지만 스쿨버스가 있었다. 등교 여건이 좋지 않아 서울시의 지원으로 스쿨버스가 운영되었다. 학교여건에 맞게 학생들의 등교와 하교를 기본으로 하고, 학급별 당일 현장체험학습에 활용할 수 있어서, 생존수영수업이나 인근 체험처의 이동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체육관에서는 학교에서 연중 참여하는 체육대회나 수영교육 등 체육활동 시 필요한 날짜에 신청하면 선발을 통해 버스를 지원한 적도 있다. 현재는 스포츠 안전버스가 학생수영장 수업 시에만 이용되고 있는데, 학사일정 상 학교가 필요로 하는 기간이 집중되다 보니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요와 공급을 잘 파악하여, 지역청 단위로 운영하는 등 해결책을 마련하면 다양한 현장체험학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과제
제시된 대안들은 행·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방안들이다. 당일형 현장체험학습은 물론 숙박형 수련활동이나 교육여행까지 지원하려면 더욱 촘촘한 현장지원 방안들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는 법령 때문에 학생들을 볼모로 다양한 체험들을 막지 않기를 바란다. 조속히 학교현장이 안전하게 현장체험학습을 떠날 수 있도록 상식적인 방법과 적법한 절차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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