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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見物生心의 인성교육

지난 7월 21일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됐다. 생각만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인성교육을 벗어나고자 체험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세부적 실행을 위해 ‘인성교육 발전 5개년 계획’이 마련 중이다. 이 계획이 진정 지행일치를 발하는 실질적 효과를 거두려면 견물생심의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학교의 가르침보다 사회의 가르침을 더 잘 배우는 듯하다. 교과서는 머리로, 세상 사는 요령은 몸으로 배우기 때문일까? 세상은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성과주의, 일등만이 살아남는다는 일등주의, 이기기 위해서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는 승리지상주의가 판을 친다. 천재소년 송유근의 최연소 박사학위 취득을 둘러싼 논문표절 사태가 모든 것을 보여준다. 도대체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위해 윤리를 무시하는 천재박사는 어떤 교육이 만들어냈는가? 머리로만 배워서 그렇다. 가슴과 손발로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

머리만으론 배우기 힘든 도덕

어릴수록 판단력보다는 습관과 사회화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 십대 초반의 청소년일수록 마음으로 먼저 느끼고, 행동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나치게 합리적 사고로는 자기중심적 판단과 이기적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성은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은 이성보다 정서, 사고보다는 습관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어떠하든지 간에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몸에 배인 사람이 있다. 이런 이들은 모든 요인과 사정을 샅샅이 고려한 후에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사람과 동일한 결과, 혹은 그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자연스럽게 얻어내기도 한다.

최근 주목받는 ‘행복가설’과 ‘바른 마음’의 저자 조나단 하이트는 도덕에 있어서 사람은 감정이 앞서고 이성은 뒤따른다고 말한다. 이성이 먼저고 감정은 이차적이라는 기존 플라톤주의자들의 주장을 뒤집는다. 그는 욕망이라는 말이 이성이라는 기수에 의해 통제된다는 오랜 은유를, 이성이라는 기수가 감정의 코끼리가 움직이는 데로 따라간다는 은유로 바꾸어 묘사하고 있다. 인성교육에서 감정과 직관의 힘, 즉 가슴과 손발의 우선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앞으로 학교에서 펼쳐지는 인성교육은 이 점이 반영돼야 한다. 이런 인성교육은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인성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오감으로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면서 마음을 움직이고 생겨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물로는 보지 못하고 책과 글로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그리고 학교의 문화와 관습 속에서 항상 피부로 체감하고 눈으로 목격할 수 있는 인성교육을 펼쳐야만 한다.

그래서 학교 ‘인성실’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서 모든 학교에 ‘인성실’(人性室)을 설치하자. 각 학교에서 오랫동안 지켜져 온 바른 인성의 전통과 사례를 사진이나 실물로 보관하고 전시하고 가르치자. 또한 지금 그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널리 자랑하고 공유해야 하는 훌륭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소개하고 배우게 하자. 가슴으로 느끼게 하고 몸으로 습관화시키자. 과학실과 미술실, 음악실에서 과학, 미술, 음악을 배우듯, 인성실에서 인성을 실습하자. 인성이 진정한 실력이라는 것을 매순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만 우리 아이들은 인성 함양에 관심과 노력을 쏟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된 교과를 통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견물생심의 상설 체험학습장이 반드시 덧붙여져야 한다. 우리 주변의 박물관이나 기념관은 단지 눈요깃거리로만 그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한국인으로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각 학교에 설치되는 인성실도 동일한 체험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 희망할 수 있는 최고의 이상은 학교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인성실이 되는 것이다. 학교 내에 실물로 가시화 돼 상시 운영되는 인성실의 존재는 그 이상의 실현에 큰 몫을 담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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