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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업보다 소중한 가치, 책상 아닌 길 위에서 얻었죠”

광복 70‧분단 70년, 달려보자 우리 땅

자전거 섬진강 종주, 서울 경일고

무더위 불구 153km 극한과 맞서
선생님 응원 받으며 끝까지 완주
화엄사, 역사관 등 주변지역 탐방
극기 넘어 나라사랑 마음도 길러
지난날 되돌아보며 ‘자기 성찰’도





섬진강 물길은 완만했다. 강 너머에는 지리산 자락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정기를 내뿜고 있었다. 강을 끼고 쭉 뻗은 자전거 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다리, ‘남도대교’가 나타났다. 이 다리만 넘으면 오늘의 목적지 ‘화개장터’가 나온다.

21일 오전 12시. 화엄사에서 자전거 섬진강 종주길에 나선 서울 경일고(교장 오승모)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은 문화 해설사에게 천년고찰 화엄사가 보유한 각종 보물과 천연기념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점식식사 후 다시 시작된 오후 라이딩. 목표는 구례구역에서 화개장터까지 15km 구간이다. 오전에는 방산나루에서 구례구역까지 45km를 달려왔다. 20일부터 22일까지 경일고 교사 8명과 학생 28명이 떠난 ‘나라사랑 사제동행 자전거 섬진강 종주’ 현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 ‘통일기원 사제동행 DMZ 자전거 횡단’과 지난해 ‘나라사랑 사제동행 자전거 금강 종주’에 이어 세 번째 진행된 것으로 이번에는 섬진강 댐에서부터 광양 배알도수변공원까지 153km의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중간 중간에는 화엄사, 화개장터, 지리산역사관과 같이 주변의 역사와 사회문화를 체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사전에 박경리의 ‘토지’를 읽고 최참판댁을 방문하는 등 이번 종주는 단순히 극기와 인내심 함양을 넘어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확립하기 위한 활동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전재민(2학년) 군은 “그동안 학업에 열중하느라 체력을 기를 시간이 부족했는데 지난해 금강을 종주하며 친구들과 더욱 친해지고 스스로의 한계를 이겨내는 힘도 길러진 것 같아 올해도 신청했다”며 “자전거를 타고 역사적인 장소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국토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진정한 ‘사제동행’의 의미를 체감한 학생도 있었다.

“오전에 앞바퀴가 터져 낙오됐고 격차가 심하게 벌어져 ‘못 따라가겠구나…’하고 포기하려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옆에서 ‘자전거는 탄력으로 가는 거야, 절대 페달링을 쉬지 마!’ 하면서 계속 격려해주셨어요. 덥고 다리도 아파 너무 힘들었는데 덕분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께 감사하고 한계를 이겨낸 제 자신도 뿌듯하게 느껴져요.”(조은정‧1학년)

최주철 교사는 “이번 체험을 통해 힘든 순간이 와도 차에 탑승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을 주고 싶다”며 “일단 극복하고 나면 그 자신감은 그 누구에게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성취의 열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성진(3학년) 군은 “수업을 들어본 적도 없고 말 한번 나눠보지 못해 어려웠던 선생님이 있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친밀해져서 신기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선생님들도 힘드실 텐데 계속 괜찮은지 물어봐주시고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승우(3학년) 군은 “작년에 참가했을 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앞으로의 다짐을 했었다”며 “올해에는 지난 1년 동안 그때의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돌아보고 또 새로운 목표도 정하며 달렸더니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팀워크 또한 빛났다. 경일고 교사 16명은 ‘자사모(자전거를 사랑하는 모임)’를 결성, 매주 한강 라이딩을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30여 명의 긴 행렬이 이동하는데도 교사들은 외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선두에서는 위험요소나 장애물이 있을 경우 알려주고 후미에서는 자동차들을 차단하는 등 무전기를 통해 끊임없이 교신했다. 김용택 교사는 “자전거가 펑크 나면 수리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며 “오랜 시간 동호회 활동을 통해 다져진 팀워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학생들과 속도를 맞추다 보니 처음에는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속도에만 몰두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어요. 여유를 갖고 자전거를 타다 보니 주변 풍경도 눈에 들어오고, 내가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고3이라 부담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책상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자부합니다.”(박종석‧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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