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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잡무(雜務)'보다 '교육외 업무'는 어떨까?

바야흐로 국정감사 계절이 돌아왔다. 이제는 일정이 초반전을 넘어 중반전을 달리고 있다. 국회가 행정부에서 실행한 국정에 대하여 하는 감사로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긴 하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국회의원들의 시커먼 마음속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명박 국감이니, 정동영 국감이니 하면서 본질을 호도한 채 내년 공천권과 줄서기에 바쁜 그들에 대해 새삼 무엇을 더 바라겠냐마는 그래도 적절히 잘 운영하여 견제와 균형을 충실히 실행했으면 한다.

각설하고 국감의 의미보다는 감사(국감, 행감 등)와 각종 업무로 인해 생긴 일 중에서 부작용을 말하고자 함이다. 특히,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자료요구로 말미암아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각 학교에서는 자료 제출 하느라 본연의 업무 외에 그것에 매달리느라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교닷컴에서 요즘 들어 심심찮게 보는 내용 중에서 보고문서 과다로 인한 폐해를 자주 지적하는 글을 보게 된다. 지역교육청에서 혁신업무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공감을 넘어 미안한 한숨만 나온다. 리포터가 맡은 업무는 의원들 입맛에 그리 맞지 않아서 그런지 자료요구를 하지 않아 학교로 공문을 보내지 않지만 다른 부서 사정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요구하는 자료 목록 때문에 자료 취합하랴, 학교에 공문 보내랴, 국정감사 이전에 교육위원회 행정사무 감사 준비하랴 이런 저런 일들이 본말을 전도시키기에 하는 말이다.

위와 같은 폐해와 불평불만은 현장에 계시는 한교닷컴 e-리포터들이 더 자세히 얘기했으니 그에 대한 것은 이만 접고, 그 와중에 나온 <사설> 혁신하려면 잡무 뿌리부터 뽑아라(2007.10.22, 한국교육신문 참조). 교사 56% "공문처리에 수업결손 불가피", 학교당 연 5000건 육박…교사 1인당 하루 23건까지 교총 ‘잡무실태보고서’ (2007.10.15, 한국교육신문 참조) 두 가지 기사를 보고 느낌 점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기사와 사설이 전달하고 주장하려고 하는 교사들이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인 교육 외에 이러저러한 업무가 많아서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여 이를 없애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혁신한다고 하면서 폐단의 근본을 제대로 없애지 않고 오히려 여러 가지 실적을 강조하다 보니 폐습을 더 악화시킨 것은 잘못된 행태였다. 일선학교 교사들이 무슨 공문처리와 각종 국감, 행감 자료 제출에 불평불만이 극에 달한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한 것을 뿌리 뽑지 않고 거창하고 형식적인 것만 추진하다 보니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겠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혁신의 체감도는 낮다고 하니 이 또한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총론에 대한 것보다는 각론에 있어서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잡무(雜務)'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해봤으면 한다. 잡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보면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사무나 일을 말하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곳에서 학생 가르치는 본질적인 업무 이외의 일은 모두 잡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어 그 자체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넘어 그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통념들, 하찮고 자질구레한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위 단어를 통해 추론해 보면 교사 이외의 직원들은 모두 잡스러운 사람들인가? 그렇지는 아닐 것이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환경을 조성하고, 수반되는 갖가지 일들을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다. 물론 교총이나 교사들이 행정직원들을 비하하거나 올바른 의미를 부인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교총을 비롯한 교원단체나 교사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잡무라는 단어를 행정직원들이 들었을 때는 또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무릇 단어라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아서 하나의 단어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백성(百姓)이라는 단어는 과거에 나라의 근본을 이루는 일반 국민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었으나 요즘에 국민들을 백성이라 부르지 않는다. 백성이나 국민이나 민중이나 인민이나 무슨 다른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마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당시에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무(庶務)라는 단어도 그렇다. 현재는 잡스러운 일을 뜻하는 부정적인 단어가 조선시대에는 업무의 으뜸을 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으니 시대와 세월의 변천은 그것의 의미를 바꿔 놓았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렇게 해석되지 않기에 행정실이라는 명칭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하기에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좋은 교육 좋은 선생님을 표방하는 교총에서 잡무라는 단어사용을 금지하고 〈교육 외 업무〉라는 단어로 사용하도록 했으면 한다. 꼭 교육 외 업무라는 단어가 아니어도 좋다. 소수의 사람들을 배려하는 인간미 넘치는 그러한 단어를 신중히 사용하길 바란다. 가르치는 보람만큼 가르치는 일에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들도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러한 단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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