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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허울 좋은 신부감 1, 2위의 여교사


"학교에 근무하신다면서요? 그 학교에 어디 참한 여교사 없어요?”

문학 단체의 모임이든 다른 레벨의 모임이든 통성명을 하고 나면 교사인 내게 물어오는 말이다. 혼기를 놓친 자기 아들이나 이웃의 노총각을 짝지워주고 싶은 열망에 초면임에도 용감한 50대의 아줌마들은 막무가내로 부탁해온다. 그럴 수 없이 착한 애인데 왜 아직까지 애인 하나 없는지 모르겠다며 중이 제 머리 못깍으니 자기라도 나서서 똥차를 빨리 치워야 한다고 설레발을 친다. 이런 부탁을 해오는 부모나 중매쟁이들은 백이면 백 다 여자가 맞벌이이기를 원한다. 맞벌이라도 아주 안정된 직장을 가진 여교사라면 금상첨화이겠다는 얘기를 한다. 부모일 경우는 자기가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뼈빠지게 혼자 벌어서 식구를 먹여살리는 수고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차있다.

여교사가 신부감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배울만큼 배웠고, 교육공무원 신분이라서 정년퇴임 때까지 해먹을 수 있고, 남자가 아닌 여자로서는 꽤 괜찮은 보수를 받고 있고, 출퇴근 시간 그리 빡빡하지 않아서 직장생활하면서 살림까지 할 수 있어 좋고, 게다가 여름과 겨울방학이 있어 애키우는데 숨통이 트이니 여교사만큼 아내, 어머니, 직장인의 슈퍼우먼의 역할을 하는데 딱 맞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여교사가 똑똑하고 잘나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존경스러워서 인기가 많은 것도 절대 아니다. 여교사를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교사와 비슷한 연봉을 받는 고만고만한 직장남성들이다. 평범한 직장남성을 비하하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사회에서 대우받는 체감지수에 비해 너무도 과하게 신부감 1위의 여교사라며 부풀려져 있어서 그 바람을 빼려다보니 그렇게 됨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결혼정보업체에서 조사한 것에 따르면 남성이 희망하는 아내의 연소득은 3천만원이라고 한다. 반면에 여성이 희망하는 남편의 연봉은 5천만원이라고 한다. 남자 혼자 벌어 허리띠 졸라매가며 꾸려가야하는 생활보다 맞벌이하여 번 8천만원으로 좀 더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싶은 게 여교사들을 아내로 삼고 싶은 남자들의 솔직한 심리가 아닐까? 나 또한 연봉 5천만원을 받는 남자라면 혼자 벌어 아껴써야 하는 생활보다는 둘이 벌어 여유 있게 사는 후자의 삶을 택할 것이다.

여교사 신부감 2위로? 1996년부터 10년 내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던 신부감 1위가 올해 무너져 2위에 내려앉은 원인을 교육황폐화정책이라고 결론을 내놓은 어느 리포터의 기사를 보았다. 그럼 1위를 했던 10년 동안 과연 여교사들은 행복했는가? 신부감 1위라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면 왜 유독 여교사들이 수난 당하는 기사가 사회면을 도배했는가? 학부모 앞에 무릎 꿇는 여교사, 폭행당한 여교사, 심지어 학생에게 맞은 여교사까지! 그렇게 수모를 당해도 심적 육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커녕 나서기 힘든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끙끙 가슴앓이만 하고 있지 않았는가?

지금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여교사의 위치는 역사 이래 최대의 수난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부감 1위와 존경지수라는 등식도 모순이고, 2위로 내려앉았다고 해서 교육황폐화로 결론짓는 것도 엄연한 모순이다. 신부감 1위가 허울만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테넷에 올라와있는 어떤 남성의 글로 이해를 도와보려 한다.

여교사가 1등 신부감인건 그만큼 만만하다는 사실의 반증인것 같다. 여의사나 여자 판검사, 변호사처럼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직장 남성들의 수준에서 1등 신부감이라는거지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대단해서가 아닌데 가끔 오버하는 여교사들이 있다. 실제로 선생보다 훨씬 똑똑하고 잘난 여의사나 여자 법조인들은 결혼시장에서 엄청 인기가 없다. 사실 평범한 직장남성들은 여자아나운서나 판검사 의사 등 전문직종사자들 같은 소위 잘나가는 여성들은 결혼 상대로 꿈도 안꾼다. 그 사람들이 선생보다 못해서 인기가 없겠는가? 평범한 직장남성들에겐 너무 부담스러워서 아예 생각조차 안하는 거지...

말투가 직선적이라 너무 심하게 괘씸하다 싶은 글이지만 한호흡을 가다듬고 읽으면 제대로 핵심을 짚었다는 생각도 든다. 여교사를 비하한다고 목소리만 높이지 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교사들의 직업 자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는 말, 만만하다는 말이 지극히 공감되면서도 가슴이 저려온다.

아내로 엄마로 직장인으로서 3박자를 고루 갖춘 조건의 슈퍼우먼의 여교사가 신부감 1위가 되는 세상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여교사의 보람으로서 1위가 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조건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허울 좋은 신부감 1위가 아니라,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보람으로 꼬부랑 할머니 선생님이 되어도 결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제대로 존경받는 직업의 1위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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