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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진로를 고민하는 2학년 학생들에게

우리 나라 학생들의 진로 결정 단계는 매우 늦다. 대부분은 긴 시간을 헤매다가 수능이 끝나고 나서 결정된다. 오직 수능점수에 따라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세계적으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생각의 틀로는 미래를 행복하게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오직 ‘원자력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 하나로 2년 전 개교하지도 않은 마이스터고에 나란히 지원했던 쌍둥이 형제가 이번엔 고등학교 재학 중에 한국수력원자력에 동시에 합격했다는 신문 기사를 얼마전에 보았다 .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2학년 이창민, 성민 군(17) 이야기다. 쌍둥이는 최근 한수원의 마이스터고 대상 공채시험에 나란히 합격했다. 2016년 2월 3학년을 마치고 입사하게 된다.

쌍둥이는 2012년 10월 경북 울진군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에 지원했다. 이 학교는 국내 유일의 원자력 발전 설비 분야 마이스터고로 이듬해 3월 문을 열었다. 인천에 사는 쌍둥이의 집에서는 버스로 9시간이나 걸렸다. 아버지 이승규 씨는 쌍둥이의 선택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중학교 성적도 최상위권인 두 아들이 대학에 안 가겠다니…. 집안에 그런 아이도 없을뿐더러 사회 통념상 대학을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고민도 됐다.

하지만 쌍둥이의 생각은 달랐다. 창민 군은 초등학생 시절 과학관에 자주 갔는데 싼값에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원자력이 신기했던 것이다. 많은 지식이 아닌 호기심 덕분이다. 덕분에 줄곧 한수원을 생각했고 빨리 취업하려면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가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성민 군은 “내가 원하는 진로에 딱 맞는 학교라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기숙사에서 공부하며 2주에 한 번씩 집에 가는 여정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한수원에 합격하게 된 비결은 학교에서 실무 위주 교육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수원 등 산업체의 강사들이 원자력의 기초부터 각종 이론을 가르쳤다. 원자력은 실험이 어려운 분야라 현장 출신 강사의 교육이 중요하다. 마이스터고의 취지가 ‘선취업 후진학’인 만큼 취업대비반도 집중 운영됐다. 아침이나 방과후에 토익 브리지, 적성검사, 면접 등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쌍둥이의 성실함이었다. 대학에 안 간다고 결코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일 오전 1, 2시까지 공부하며 내신과 어학 성적, 자격증을 챙겼다. 성민 군은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취업인데 마이스터고 학생은 일반고보다 그 목표를 4년 이상 먼저 이루는 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둥이는 마이스터고 출신의 성공 신화를 꿈꾸고 있다. 창민 군은 남들처럼 일반 대학에 안 가도 충분히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자기 계발은 필수다. 성민 군은 꾸준히 나를 단련시키지 않으면 사원은 될 수 있어도 기술 장인은 될 수 없다고 했다. 단순한 사원이 아닌 기술 장인을 꿈꾸는 것이다. 쌍둥이는 입사 뒤 사이버대학에서 원격으로 학위를 받고 대학원에도 다닐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구 과학관에 가서 원자력에 빠진 경험을 하고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체험학습이 가져다 준 결과이다. 한번도 가지 않고 교실안에서 그림으로만 본다면 이같은 느낌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성적이 상위라면 당연히 대학을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회적 통념을 깨고 마지막에 아들의 선택을 믿어준 아버지의 선택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런 꿈도 정한 것이 없이 남들이 일반고를 가니 나도 따라 간다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많은 학생들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흐름을 타고 있으며 갈수록 청년 취업이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회적 변화 현상을 잘 이해하여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취업을 한 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마음만 먹으면 대학원까지 여유있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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