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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영어교육,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는 ‘한 나라는 그가 가진 학교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학교의 교육은 그 교사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는 교사가 교육의 내용과 질을 좌우하게 되며, 학생의 지도는 교사의 자질과 열성적인 실천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교사를 움직이는 것이 바로 평가 문항이며, 그중 가장 영향력을 갖는 것이 대입의 관문인 수능이다. 이 수능을 위하여 대한민국의 고 3이 올인하고 있다.

그런데 수학능력시험이 코앞에 닥치면서 수험생 상당수가 예상 영어 문제를 한국어로 번역해 놓은 교재를 외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급해도 정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사정을 보면 학생 탓만 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한 사교육업체의 온라인 강좌에서 EBS 영어 교재에 실린 동물 관련 속담을 설명하는데, 삽화와 한글 요약문을 먼저 보여준다. 또 다른 강사는 자신의 강좌에선 영어 지문의 "해석은 필요 없다"고 자랑까지 한다. "'나 이거 지문 아는데'라고 생각하면 그냥 그대로 찍으시면 끝이에요."

교재를 보니 영어는 단어 몇 개뿐, EBS 영어 교재의 지문을 한글로 요약해 놓은 것이다. 학생들도 이런 한글 요약판을 한두 권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수험생은 "한 문제 푸는데 5분인데 그걸 30초 만에 체크할 수 있는데 당연히 다 보죠." 또 한 고3 수험생은 "전부 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막판이다 보니까 급한 마음으로 한글 해석 보고..."

지난해 수능 영어 문제를 보면 지문의 출처는 철학, 과학, 심리학 등 전문 서적으로 상당 부분은 미국 대학 수준이라는게 영어교사의 이야기다. 반면 문제는 분위기 이해나 주제 찾기 등으로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간단하다. 한 영어교사는 "워낙 어려운 지문을 사용하고 문제는 굉장히 쉽게 내기 때문에 학생들은 지문을 영어로 공부하는 걸 포기하고 한국어 내용을 기억하면 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에..."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어려운 수능 영어를 학교 교육 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문제은행인 EBS 교재의 높은 반영률로 영어 공부가 한글 요약판 암기로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정책 당국자들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교육이 바로 서려면 장학 시스템이 바르게 작동되어야 한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이같은 교육을 시키면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말하고 듣고 이해하여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영어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 의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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