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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혀는 칼보다 날카롭다

오늘도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지적과 질책을 하기 쉽다. 어른이 아이에게, 상사가 부하에게 더 그러기 쉽다. 그런데 그 질책과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은 없다. 미국 워싱턴대 심리학과 엘마 게이츠 교수는 분노의 침전물이라는 실험을 했다. 욕하고 화를 내는 사람의 침과 웃으면서 나오는 침을 모아서 실험용 쥐에게 투입하는 실험으로, 화를 낸 사람의 침을 주입받은 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니 그 위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일종의 행동이다. 거친 말은 다른 사람에게 주먹을 날리는 행위이다.”라는 영국의 철학자 오스틴(J. L.Austin)의 말처럼 우리가 무심코 던진 말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은유하는 실험이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횡행하는 곳은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다. 가장 아름다운 우리 말이 넘쳐야 하는 곳이지만, 우리 교육현장의 언어 오염은 매우 심각하다.

학생들만 있는 2시간 동안 고등학교 교실을 관찰해 욕 사용 빈도를 기록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평균 26초에 한 번꼴로 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11초마다 욕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들은 상대를 비하하거나 성적인 내용이 담긴 속어, 욕설뿐 아니라 자신들만의 은어와 유행어로 자신들만의 언어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소통의 시작은 나의 바른 말에서 이루어진다. 말은 관계를 맺기 위한 도구다. 오염되고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되면 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말은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있다. 감정 섞인 말과 언어폭력이 범벅된 말은 그 말을 뱉은 사람의 뇌를 공격한다.

어휘력과 인지 능력, 감정 조절에 문제가 생기며 다시 언어 폭력의 악순환을 겪게 된다. 나쁜 말을 들으면 우리는 신체적 변화와 인지적 각성 상태가 나타나고 다시 감정적인 말을 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에게 말을 할 때 감정 섞인 말은 아닌지, 내 중심의 언어는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말과 글인 한국어와 한글은 과학적이며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유산이자 그 어떤 언어보다 우수한 과학적인 소통수단이다. 소통의 시작은 나로부터 이루어진다. 나를 향한 소통인 자존감,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적 능력, 그리고 스피치 능력이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소통이 가능하다.

내가 건강할 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힘과 스피치 능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나를 긍정하는 자존감과 감정적 안정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 중심에는 바른 말이 있다.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적 능력 역시 내  중심이 아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데 그 중심에도 역시 바른 말이 있다. 상대에게 나를 나타내는 스피치 능력의 중심에도 바른 말이 있다.

좋은 스피치는 일방적으로 내 주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도 바른 말이 필요하며, 상대와 공감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도 바른 말이 필수적이다.

오늘 우리는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 상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말, 자지 중심의 말, 감정 섞인 말, 은어와 속어 등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설망어검(舌芒於劍),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말이다. 원래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비판을 말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다른 뜻으로 되새겨볼 만하다. 칼의 상처는 아물면 되지만, 말의 상처는 약이 닿을 수없는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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