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는 백수린 작가가 2016~2020년 발표한 소설 8편을 담은 소설집의 표제작이다. 이 소설집은 2021년 ‘백수린 문학의 한 절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일보문학상을, 단편 여름의 빌라는 2018년 문지문학상을 받았다. 문학평론가인 고(故)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1년 발표한 작가의 단편 폴링 인 폴을 읽고 “물건 되겠다 싶데”라고 높이 평가한 일화가 유명하다. 여름의 빌라는 주인공이 독일 여성에게 편지를 보내며 회상하는 형식이다. 주인공 주아는 대학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독일에서 한스와 베레나라는 중년 부부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메일을 주고받았고, 남편 지호가 독일 유학을 가면서 5년 정도 더 교류했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를 보는 한·독 부부의 시각차 남편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주아 부부는 삶이 엉망이 됐다. 남편은 교수 임용 심사에서 여러 차례 탈락했다. 부부는 강사료가 적더라도 먹고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강의를 맡아야 했다. 치솟는 전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변두리로 이사를 거듭했다. 아이를 낳아 키울 경제적·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임신과 출산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학문적 열정은 식어갈…
2024-12-05 10:00
우리나라는 9년의 의무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중학교까지는 학교교육을 받아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도 유예를 통해 제도권 교육을 보장한다. 그러나 이 의무교육은 오직 9년이라는 물리적 기간과 과정에만 의미를 두고 있다. 출석일수만 채워지면 일정 수준의 학력 성취 여부와는 무관하게 의무교육은 실현된다. 물리적 기간이 아닌 학력 성취 여부가 중요하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의무교육 9년을 학력수준 도달 여부와 관계없이 완성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 맥락에서 타당한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과정 모델을 도입하는 이 시점에서 일정 학력수준 도달 문제는 사회적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기초학력보장법」이 법제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기초학력 수준만으로 미래교육을 위한 개정 교육과정과 한창 이슈화되는 IB 교육을 감당해 낼 수 있는지는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간만으로 한정하는 의무교육 수행을 그에 상응하는 학력보장까지 의무의 병행 요소로 인식하고 제도화하는 ‘학력 의무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교육을 위한 개정 교육과정과 IB 교육의 교실 수업방식은 거의 학생 주도적 배움을 추구한…
2024-12-05 10:00
사람의 생명은 단 한 번이기에,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를 경험한 채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욱 궁금한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 이번 호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Q1. 과연 죽을 때 사람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죽는 순간 우리는 어떤 게 들리고, 보이며, 어떤 경험을 할까요? 한 번쯤은 궁금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죽는 순간이 궁금하더라도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임종 순간에 사람은 말이 없거든요. 그런데 말이 없다고 해서 진짜 의식까지 없을까요? 전 세계에는 실제로 죽는 순간 어떤 경험을 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사망 직전에 심장이 멈춰도 여전히 의식은 수십 분간 계속 지속되고, 말은 못 하지만 청신경이 가장 늦게까지 살아있어서 주변에서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현장의 전문가들은 여러 임종 환자가 대화를 듣거나 인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Q2. 그럼, 과학적으로 의식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우리가 그 사람이 말하
2024-12-05 10:00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광대한 타르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지만, 메마른 사막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성과 투명한 호수는 여행자들에게는 인도의 어떤 지역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라자스탄은 ‘라지푸트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라지푸트는 라자스탄을 지배했던 전사집단이다. 이들은 자부심으로 가득했고 누구보다 용감했다. 승리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조하르’(Johar)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과 아이들은 화장용 장작더미에 몸을 던지는 ‘사티’(Sati) 풍습을 지켰다. 라지푸트족의 이러한 용맹 때문에 인도 전역을 통일했던 무굴제국도 라자스탄 지역만은 무력에 의한 점령 대신 혼인 등을 통한 타협책으로 그들을 끌어안았다고 한다. 사막 위에 우뚝 선 불가사의한 풍경, 메헤랑가르 라지푸트들은 라자스탄의 수많은 성채와 전설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거대한 성채들과 귀족들의 저택인 ‘하벨리’(Haveli)를 건축하며, 그들만의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다. 라지푸트의 탄생 비화는 이렇다. 예로부터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와 주변 국가로 통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게다가 페…
2024-12-05 10:00
다수의 교권침해 사례를 겪고 있는 교육현장 교권침해 사건을 접할 때마다 사실, 교사에 대한 ‘범죄’라고 좀 더 강력하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범죄로 규정하지 않은 행위를 범죄라 지칭할 수는 없기에, 그냥 마음만 그랬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노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중 장애학생들을 교육하는 특수교사들은 대학교에서 특수교육 개론을 배울 때부터, 아니 대학 원서를 쓸 때부터 이미 많은 ‘사명감’과 ‘헌신’을 알게 모르게 주입(?)받고 교육현장으로 나오게 된다. 최소한의 사명감이 없다면, 침 비린내 가득한 특수학교에서 한 달간의 교생실습도 버티지 못한다. 그 말은 특수교사들은 자기희생을 조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환경에서 길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기희생이 당연하니, 권리가 침해되어도 심지어 과격한 일부 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일단 참게 된다. 다른 교사들이 참으니 나도 참아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다른 선생님들과 하소연을 나누고 다시 수업하러 간다. 원고 청탁을 받고 바로 특수교사 동기와 후배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특수교육현장에서 겪었던 최근 사례를 공유해달라고. 그러자 역시나 수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학교 교실…
2024-12-05 10:00
특수학급은 일반 학교에서 어떤 공간일까? 통합을 위한 공간? 분리를 위한 공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2조 정의)에 의하면 특수학급은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일반 학교에 설치된 학급을 말하며, 특수교육 교원은 특수학교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서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을 말한다. 이에 특수학급 교사는 일반 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이다. 그렇다면 통합교육의 의미가 중요해진다. 그 의미에 따라 특수학급이 통합을 위한 공간인지, 분리를 위한 공간인지 판단해 볼 수 있다. 특수학급, 통합을 위한 공간인가? 분리를 위한 공간인가? 그렇다면 통합교육은 무엇인가? 다시 법령을 살펴보자. 통합교육(「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 학교에서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런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특수교사는 우리 사회가 지닌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민감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장애에 대한 감수성1이 예민하지 않다. 학생들이…
2024-12-05 10:00
인천에서 특수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수교사의 사망 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내가 기억하는 한 언론의 관심을 받은 첫 번째 사건인 듯하다. 인천 A 초등학교의 특수교사는 과도한 업무와 중증장애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학생을 잘 지도하기 위해 지역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배치 인력 지원 기간이 지났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것을 사 먹여라’라는 말만 돌아왔다. 특히 A 초등학교는 일반초등학교로 통합교육을 시행하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통합교육을 잘 해내기 위한 적절한 지원 인력 없이 한 명의 특수교사가 특수교육 전반을 관리하고 운영해 나가고 있었으며, 특수학급 인원도 법적 정원을 초과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A 초등학교에는 개별적인 신변처리와 식사지도 등 학교생활 중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학생이 무려 4명이나 있었음에도, 전문적인 보조인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객관적인 사실만 두고 보더라도 이 교실에서 특수교사가 무언가를 잘 해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과연 특수교육이란 무엇일까? 특수교육의 법적 정의를 기초로 살펴보면 특
2024-12-05 10:00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의 기출문제로 집단면접의 다양한 주제와 유형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기출문제를 풀어 보면 교육정책과 현안 문제의 접근방법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최근 교육이슈와 관련해서도 생각해 볼 내용들이 기출문제 속에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자세하게 살펴보고, 중요한 내용들은 따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출제 본부에 들어가 본 경험으로는 출제자 그룹에게 최근 3~5년 정도의 기출문제를 제공해 준다. 기출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을 방지하고 출제자들이 논리적 오류가 없는 문항을 명확하게 기술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수년간의 기출문제를 살펴보니 교육현안에 대한 접근방식이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환경이 변화하고, 교육정책이 바뀌어도 핵심가치와 정책의 흐름은 유사한 경우가 많다. 교육청 정책이나 업무추진 방향은 해마다 바뀌는 것이 아니라, 확대·심화되거나 국가 전체 방향과 보폭을 맞추어 추진한다. 따라서 기출문제 답안을 작성해 보고, 예상문제를 만들어 연습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최근 집단면접 평가방법을 보면 시·도별로 조금씩 바뀌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전년도와 2년 전 문제 정도는 그 방식대로 연습해보
2024-12-05 10:00
수업열기_ 질문 만들기의 중요성 이해 학년 첫 수업부터 3차시까지 질문의 중요성을 다룬다. 질문 만들기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2016년부터 질문 만들기 수업을 해 보니 과목·학년·학급분위기에 따라 질문을 이해하는 수준과 과정이 약간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해마다 ‘첫 수업 열기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한다. 여고에서 3년을 근무하다가 현재의 중학교에 와서 1학년 환경과목을 맡게 된 2023년에는 다음과 같이 첫 수업을 계획하였다. ‘수업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한 뒤 퍼실리테이션 도구와 기법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질문을 만들고 답하기, 중학교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 수업약속과 생활약속 정하기를 한 뒤 교과내용에 대한 질문 만들기를 하면서 교과수업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이렇게 수업을 설계한 까닭은 질문은 교과내용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개인 삶의 방향, 좋은 공동체 형성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학생들이 경험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년의 과정을 성찰해 보니 학생들의 실제 삶과 질문의 관계를 좀 더 강조하는
2024-11-06 10:00
현 정부는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영유아 교육·보육환경을 마련하여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고 양질의 교육·보육을 모든 영유아에게 제공하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유보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유보통합은 2024년 6월 27일 자로 어린이집에 관한 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되면서 공식적으로 시작된 듯하다. 하지만 가장 상징적이면서 기본적인 ‘통합기관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유보통합은 단지 기존 유치원과 어린이집 체제에서 교육부 중심으로 행정체계를 개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 보육과 유아교육을 통합하여 영유아에게 최선의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변화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통합기관의 명칭은 향후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영유아교육 및 보육(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ECEC)에 대한 공적책임을 명시하여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영유아·부모·사회가 이러한 목적과 기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친근한 이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올해 6월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 담긴 가칭은 ‘영유아학교’이다. 이에 대해 ‘영유아학교’…
2024-11-06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