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가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위해 수차례 위장전입을 해서 말썽이 난 적 있다.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하다가 여러 가지 서류와 정황증거를 들이대니까 마지못해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음이 대서특필됐다. 더욱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떳떳하고 그럴 수도 있다고 용인하자는 뉘앙스를 풍겼고, 그 말에 맞추어 그 예비후보를 선호하는 언론들은 추임새에 춤을 추었다. 한 마디로 위장전입도 급이 다른 위장전입이란다. 그러므로 묻어 둘 수 있는 거 아니냐, 너무 야박하다 따위의 변명과 옹호론이 난무한다. 필자가 2년 전 시교육청에 근무할 때 중학교 학군(구) 설정에 대한 업무를 본적 있다. 중학교 학군(구)는 학생들을 적정하게 배치하여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학교간 교육평등을 유지하며, 일부 학군(구)에 학생들이 몰리면 불필요하게 교육재정이 소요되므로 이를 미연에 막아 균형 있게 투자하려는데 큰 목적이 있다. 이런 목적을 위해 추진하는 학군(구) 업무를 볼 때 맞닥뜨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더 나은 교육을 목적(사실은 이른바 인기 학군으로 가기 위한 목적이 대다수다)으로 위장전입을 한 학생(학부모)에 대해 원적 학군(구)로 환원
2007-06-20 13:35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 류시화의《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중에서 - 상상력, 신화, 꿈, 희망, 웃음, 사랑.... 오늘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서 접한 대목입니다. 어쩌면 요즈음의 내 생활에서 이것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짓누릅니다. 습관적으로 학교에 가고, 퇴근을 하고 집안 일을 하며 나는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듯한 두려움 말입니다.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면서도 끝까지 완독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곤 합니다. 그냥 심드렁한 일상이 펼쳐지고 있음에 스스로 놀랍니다. 날마다 새로움을 추구하고 감동을 원하는 1학년 아이들에게 행여나 죄를 지을까 봐 며칠 전부터는 심각하게 명예퇴직까지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래도 교실에만 들어가면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행복해지고 자료를 준비하고 만들고 복사하며 아이들처럼 방방대는 내 모습은 퇴근 후에 지쳐있는 내 모습과 너무 다
2007-06-19 17:18아침 등굣길에 보니 1학년들이 뭔가를 희희락락거리며 들고 오고 있습니다. 신이 난 표정으로 저희끼리 뭐라고 확인하는 것을 보니 아마 조리 실습에 쓰이는 것인가 봅니다. 기술가정 담당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실습 주제가 '달걀을 이용한 창의적인 요리'라고 합니다. 기본 실습 외 저희끼리 창의적인 요리도 만들어 본다면서 아이들의 기대가 대단하고 전합니다. 이층 기술가정실에서는 오후 내내 무엇인가를 만드는 냄새가 온 학교를 휘감고 있습니다. 수업하러 가는 길에 슬쩍 보니, 앞치마에 머릿수건을 한 학생들의 진지한 표정이 전문요리사보다 더합니다. 실습에 참여하지 않은 2학년과 3학년 남학생 몇 명은 쉬는 시간마다 그 앞을 얼쩡거리며 나중에 좀 달라는 눈짓을 1학년 동생에게보냅니다. 꽤 요란하고 시끄러운 몇 시간의실습을 모두 끝내고 평가 시간이 되자, 선생님들 앞에 자신들이 만든 요리접시를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쟤들이 만든 걸 과연 먹을 수 있을까', 모두 속으로 미심쩍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자랑스럽게 차려놓고 선생님들께 평가를 해 달라고 하면 선생님들은모두 환하게 웃으며 하나씩 입에 넣지만 표정은 천차만별입니다. 지난 해 조리실습을…
2007-06-19 13:22“선생님은 책을 보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우리 같이 책을 볼까요?” “예, 선생님!" 침 8시가 되면 교실 문을 여는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꼬마들이 벌써 여럿입니다. 1학년 꼬마들은 아침이면 내게 다가와 미주알고주알 쫑알대기를 좋아합니다. 그런 아이들과 나도 함께 이야기하며 까만 눈망울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는 기쁨을 포기한 채, 도서실에 들어선 것처럼 인사말도 없는 목례하기, 발소리 안 내기, 책장 넘기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꼬마들의 작은 몸짓은 귀여움 그 자체랍니다. 우리 학교는 아침 독서 시간을 `사제독서`의 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공붓감으로 하루를 준비해야 하는 담임선생님이 아이들 곁에서 책을 펴놓고 책을 읽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바쁜 공문서를 처리하거나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마저도 포기하고 용기를 내어 책을 폈습니다. 내가 일을 하며 조용히 책을 보자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잘 따르지 않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오늘부터는 아예 다른 일은 다 던지고 아이들처럼 책을 폈습니다. 발소리를 줄여가며 등교하는 아이들과 조용히 눈인사를 하고 책을 꺼내고 읽을 때까지 곁에 가서 책을 읽고 서 있는 나를 보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2007-06-19 08:41아침에 귀한 손님을 만났습니다. 분홍의 꽃을 매달고 선 자귀나무입니다. 여름이 시작된 남쪽 땅엔 거의 모심기가 끝나갑니다. 학교 근처의 논들도 수박하우스를하는곳을 빼고 찰랑찰랑 물이 넘치는 논에 모들이 싱그럽게 자라고 있습니다. 무논 옆 산 언저리에는 참 예쁜 우리의 여름 야생화 자귀나무꽃이 피었습니다. 자귀나무꽃이 피면 반갑습니다.마치분홍빛 털이 공작새 깃털처럼 보슬보슬 자귀나무꽃이 어여쁘게 피어있었다. 자귀나무는 '사랑나무', '합환목' 이라고도 불리는 여름철 야생화입니다. 공작깃처럼 고운 분홍빛 꽃도 예쁘지만잎도사랑스러운 나무입니다. 자귀나무의 잎은 밤이면 마주난 두 잎이 꼬오옥 안고 자다, 아침이 되기 무섭게 내숭스럽게 떨어지는... 그래서 자귀나무를 안마당에 심어놓으면 그 집 부부의 금슬이 좋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내일이 단오이기도 해서 아이들에게 우리 야생화를 소개하면서 첫 수업을 시작하려고 자귀나무에 대한 내용을 찾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붉은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한 꽃과 저녁마다 서로 맞붙어 잠을 자는 잎이 매우 인상적인 나무다한자로 합환목(合歡木),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등으로 부르며, 이 나무를 집 앞에 심으면 가정이 화목해
2007-06-18 13:37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인가, 아니면 배우는 사람인가.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선생님 모습이 그립기만 한 오늘의 교단 현실에서 선생님을 굳이 정의하자면 '가르치며 배우는 사람', '부지런히 배워서 가르치는 사람' 쯤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 편한 것으로 말하자면, 서 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것이 낫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누워있는 것이 낫다는데, 누워있는 것보다 더 편하고 행복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프로이드가 인간의 무의식적 욕망의 하나로 '죽음(thanatos)'을 얘기한 것은 참으로 기막힌 탁견이다. 수업 부담의 가중으로 가르치는 일이 힘들고 버거울 때, “선생이 공부만 안 가르치면 세상에 둘도 없이 좋은 직업인데….” 하면서 던지는 농담 아닌 농담 속에는 '배우지 않으면 가르칠 수 없는', '가르치기보다 배우기가 더 힘든' 선생 노릇 하는 사람만의 어려움이 숨겨져 있다. 그래, 부질없고 말도 안 되는 바람 하나 가져볼진대, 학교 다닐 때 한번 배운 지식을 늙어 죽을 때까지 더 이상 공부하지 않고도 써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굳이 먼 기억의 문을 열고 들어갈 필요조차 없이,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사범대학 나와 자격증만
2007-06-14 17:46"지방 법원장이 보이스피싱에 당해 6,000만원 날렸어요." "저도 그 기사 보았습니다. 그런데 교장실에도 그런 전화가 걸려 옵니다." 며칠 전 교감과 교장이 교무실에서 주고 받은 대화다.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돈을 뜯어내는 전화사기가 극성인 모양이다. 사기범들이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어 범인 잡기에 어렵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전화, 학교에도 종종 걸려온다. 우리 학교의 경우,사기 전화 수법을 쿨메신저로 교직원 전체가 공유해아직까지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아니다. 자칫 피해를 볼 수 있었던것을 미리 막은 것이다. 얼마전 우리 학교 행정실 직원이 교직원 전체에게 알린내용은 아래와 같다. 법원장이 피해를 보기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이다. "학교로 걸려오는 이상한 전화가 있습니다. '카드가 ~~원이 미납되오니 잔액을 확인하시어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또는 '00지방법원에서 출두하라는 공문이 발송되었으나 시행치 않아 독촉하오니 출두하시기 바랍니다.' 등등... 자동안내 멘트 후 문의사항을 원하시면 번호를 누르라는 전화가 요즘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절대 개인 이름과 주민번호를 이야기해 주시지 마시고 바로 끊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학교 교장이 받은 사기전화는…
2007-06-14 08:44요즈음 학교에 가보면 교사들의 책상위에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것이 있다. 바로 확성기인데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거의 10-20%정도의 교사들이 확성기를 사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육성으로 수업을 진행해도어려움이 없었는데, 날이 갈수록 학생들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육성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학생들과의 정감어린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것을 모를리 없는 교사들이지만 어쩔수 없이 확성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쉽게 넘길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앞으로 확성기를 사용하는 교사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러가지로 학교여건이 변화하면서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굳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교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관련물품을 판매하는 외판원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목에 부담이 가던차에 외판원을 만나게 되면 쉽게 구입하는 교사들이 많다. 문제는 확성기의 가격인데, 보통 10-15만원정도 한다. 필요한 교사들은 구입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이 가는 가격이다. 학교에는 이런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다. 특별실(특별실은 보통 교실보다 넓은 편이다.)에서 사용하
2007-06-14 08:43조금 있으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강마을은 6월의 뜨거운 열기가 바깥에서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초록빛으로 변한 들판에는땅내맡은 어린 모들이줄을 서서 자라ㅏ고 있습니다. 이렇게 첫여름이 손짓하는 6월의 아침, 강마을 중학교 교무실에서 잠시 차를 한 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학교라는 바쁜 일상에서는 차분하게 앉아 제가 좋아하는 녹차를 우려 마시기는 좀 곤란하고, 그냥 일인용 다기에 한 줌의 차나 아니면 티백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십니다. 마음에 아련아련 보랏빛 수국이 꽃구름처럼 피어날 것 같은 오늘 아침에는 쟈스민차를 마셨습니다. 짙은 이국의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아는 분이 중국을 다녀와서 선물한 것으로 '말리화'라 불리는 쟈스민 꽃향기가 스민 화차(花茶)를 마실 때면 김혜린 씨가 그린 만화 비천무에서 나왔던 '설리'의 안타까운 사랑이 생각납니다. 설리의 춤 속에 섞여나던 말리화 향기, 그리고 슬픈 사랑이 향기롭고 아련하여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차 향기는 산사 풍경소리가 어우러진 깊은 차입니다. 십여 년 전 오랜 벗이 출가할 즈음 저 역시 도심의 절집에서 학생회의 지도교사로 있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엔 눈 맑은 어
2007-06-13 13:10퇴근시간이 되어 예슬이가 학원에서 5시에 공부가 끝난다는 말을 듣고 학원으로 전화를 했더니 4시 반에 집에 갔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외할머니와 함께 산다고 들었는데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서 혹시 예슬이 어머니냐고 물으니 이모라고 한다. 예슬이 네 집을 방문하려고하니 길 안내를 부탁 하였더니 길이 좀 복잡하다고 하면서 친절히 일러주었다. 예슬이네 집은 제천에서 박달재 옛길을 따라가다가 왼편으로 들어가 놀이터를 지나 다리를 건넌 다음 마을 회관을 지나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마을 회관까지는 갔는데 동네 길을 들어서니 길이 좁아 차를 돌릴 곳도 없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한참을 가다보니까 다시 시내버스가 다니는 길을 만나 너무 반가웠다. 중학생이 걸어가고 있어 예슬이네 집을 아느냐고 물으니 한참 올라가서 산 밑에 있다고 한다. 혹시 차라도 만나면 어쩌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좁은 마을 농로를 따라 올라가니 할머니 한분이 보여서 예슬이 네 집을 물으니 바로 위라고 가르쳐주어 집 뒤편에서 겨우 차를 돌려놓고 내리려니까 예슬이가 마중을 나와 반가워하였다. 학교에서 볼 때 보다 얼굴이 너무 밝아보였고 나를 보더니 좋아하였다. 시골집 마
2007-06-12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