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방학을 하게 된다. 정말 힘이 들었다. 1학기 내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땅에 내려 쉴 때가 오고 있다. 비행기가 신나게 달렸다가 때가 되면 땅에 내려 쉼을 얻듯이 우리 선생님들도 쉼을 찾을 때가 되었다. 비행기의 고장난 부분을 점검하듯이 우리들도 쉼을 통해 하나하나 모자라는 부분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여러 가지 점검해야 할 것 중 ‘이럴 때 어떠해야 하나?’ 하는 물음이 자기 자신에게 있으면 좋을 듯싶다. 학생들과의 생활 속에서 무엇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지를 질문하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한다. 여러 가지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답이 스스로에게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방학이 끝나면 보다 나은 교육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 있다면 그 시행착오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있는지를 자신에게 물어보았으면 한다. 그것도 매일 한 번씩 자신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그러면 시행착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가 비록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문제분석과 대안이 마련되면 두 번 다시 그에 대한 시행착오는 없을 것이다. 또
2007-07-19 15:41오늘따라 흐린 하늘사이로 푸른 하늘빛이 참 곱습니다. 시작인가 싶더니 어느새 한 학기를 마무리해야하나 봅니다. 마음속엔 아직도 교정에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을 끌어안고 있는데 어느새 백합동산에 백합꽃이 한창입니다. 백합의 진한 향이 온 교정에 무성합니다. 벌, 나비, 잠자리들이 무수히 날아오르다 우윳빛 백합 향에 취해 제 방으로 날아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쉬어가곤 합니다. 향에 취하고 사랑의 언어에 취해 방안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아이들의 함성이 이 교실 저 교실에서 들려오곤 합니다. 심지어 새들까지 자연에 취하고 향에 취해 교실 안으로 날아드니 말입니다. 이렇게 마음은 아직도 봄의 한 자락을 잡고 있는데 계절이 먼저 가버립니다. 마음보다 세월이 먼저 가네요. 세월이 참 빠르네요. 머지않아 기념식수로 심은 백합동산의 아름드리 저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면 만산홍엽에 추억산행이 이어지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지날 때면 백합의 깡마른 씨앗주머니가 찰랑 찰랑 정겨운 은방울 소리를 내며 새싹이 움틀 때까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리라 믿습니다. 세대교체를 위해 생을 마감하는 백합의 마지막 모습이 아름답게 연출될 것입니다. 사랑스런 백합인들과 함께 사시사철
2007-07-18 15:32지난 주말엔 친목모임에서 주문진과 강릉을 다녀온데다가 일요일은 팔순 노모께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아버님 병간호를 하시면서 수척해 보이시는데도 시골 텃밭에 일거리가 있다고 하시며 시간이 나면 같이가서 일 좀하지고하시어 일찍나간 것이 7시 반이었다. 시골에서 여름철 일을 하시는 분들은 새벽 5시면 들에나가 한나절일을 하고 쉬었다가 저녁4시 이후에 오후일을 한다고 하시며 늦었다는 듯 서두르신다. 8시부터 완두콩을 뽑아서 잎을 따내고 뿌리쪽을 묶어서 집으로 나르는 일이다. 팔순노모가 나보다 일을 더잘하신다. 2시간 정도 일을 해도 날씨가 더워서인지 진척이 별로 없었다. 제천에 사는 동생내외와 서울에 사는 여동생 내외가 도착하였다. 갑자기 4명으로 일꾼이 늘어나니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일의 진도가 눈에 보이게 진척을 보였다. 초중학교를 다닐때는 어렸지반 휴일에 일을 많이 하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8Km 거리의 중학교를 걸어다니면서 저녁에 달빛아래 볏단을 지게로 져나르던 생각이 나서 이야기를 하였더니 어머니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그절의 일중에 가장 힘들었던 일이 조밭매는 일이었다고 하니 지금은 농사일도 많이 편해졌다고 말씀하신다. 삼복더위가 시작하
2007-07-18 08:50오늘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는 방학식을 하였다.방송으로 진행된 방학식에서'여름방학생활' 훈화를 하였다.예비교장으로서좋은 기회다. 학생들에게 배부하는 '방학 중 생활지침' 유인물에도"수원제일중학교의 좋은 전통을 새롭게 창조하는 우리들!"과 "여름방학을 건전하고 알차고 보람있게!"라는 문구를 타이틀로 삼았다. [교문 현수막 글귀 참조] 방송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한 사항은 건강(일일생활 계획 세워 규칙적인 생활하기), 안전사고 예방(수상안전, 폭발물안전, 등반안전, 교통안전 등), 인터넷에 빠지지 않기(길어야 하루 2시간 정도하고 학교홈페이지에 들어와 담임과 대화나누기), 학교 도서관 이용하기(책은 지혜의 샘,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훌륭한 인물이 된다) 등이었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 유인물의 일부분이다. 유인물에는 출필곡 반필면(出必告 反必面)과 이에 대한풀이도 넣었다. 참된 효가 무엇인지, 자식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일상생활 예절을 알려주고 실천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끝으로 "여러분은 우리 학교의 좋은 전통을 새롭게 창조할 주인공"임을 강조하였다.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 되면서 교명(구 수원여자중학교)을 바꾸고새출발을 하였지만교육과제가 하나 둘이 아
2007-07-17 22:04우리학교는 공항 주변이라 하루 일과시간에도 몇 번이고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과 착륙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전에 신나게 달린다. 열심히 달린다. 그러다가 하늘을 비상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 학생들도 사람됨과 실력의 두 은빛 날개를 달고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한 학기 내내 달려갔다. 한 학기 내내 지칠 줄 모르게 질주했다. 그러다가 비행기가 하늘을 날듯이 열심히 날랐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쉬어야 할 때다. 비행기가 계속해서 하늘을 날 수 없듯이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계속해서 날 수만 없다. 잠시 땅에 내려서 기름을 넣어야 한다.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재정비의 시간이 없으면 큰 일이 날 수가 있다. 승객을 모두 죽이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기름이 없으면 기름을 넣듯이 에너지가 고갈되었으면 충전해야 한다. 휴대폰 밧데리의 완전 방전 이후 완전 충전을 해야 수명이 오래 가듯이 선생님과 학생들의 완전 에너지가 고갈되었기에 완전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선생님다운 선생님으로서의 수명이 길어질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여름방학은 아주 중요
2007-07-17 22:04인류사를 되돌아보면 흥망성쇠가 반복되어 왔음을 알 수 있고 로마제국과 앙코르와트 유적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발전해 나가고 있어 세대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민족상잔의 6.25 전쟁을 겪으면서 폐허위에서 가난에 찌들었던 시절에도 교육에 열정을 쏟은 덕분에 우리는 많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1954년은 휴전을 한 다음해였다. 분교장이었던 학교는 초가지붕에 책상도 없이 멍석을 깔고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2학년 때 약 3Km 떨어진 곳에 학교가 개교되어 그곳으로 이사를 하여 처음으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교실을 더 짓는다고 기초 콘크리트를 하기 위해 앞개울에서 자갈과 모래를 책보에 담아 나르던 기억도 있다. 독지가가 기부한 밭에 학교건물만 우선 지었기 때문에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지대가 높은 쪽의 흙을 들것으로 날라 낮은 곳을 메우는 일도 했던 기억도 있다. 초임발령을 모교로 받은 나는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새롭게 떠올랐다. 전기, 전화, TV는 물론 없었고 라디오가 고작이었다. 시험지도 등사원지에 철필로 글씨를 써서 등사기로 밀어
2007-07-16 16:05강마을 중학교에서는 1학기말 고사를 7월 초에 치릅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의 손에 저마다 책이 들려 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시험에 나올 문제를 예상합니다. 네 과목의 시험을 오늘 쳤는데 끝날 즈음의 학생들의 표정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생각보다 국어를 잘 쳤다고 현철이는 희희락락 하였고, 모범생 귀윤이는 두 개나 틀렸다면서 짜증을 내었습니다. 병래는 지금까지 국어시험 중 제일 잘 치렀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상훈이는 기술·가정 과목에서 많이 틀렸다고 도우미활동하면서도 걱정을 합니다. 시험 기간에 도우미교사는 참 난감하다. 학교에 도우미의 할 일은 쌓여 있는데도 시키지를 못합니다. 잡초라도 조금 오래 뽑을 것 같으면, “시험 못 보면 선생님 책임”이라며 엉뚱한 데다 화풀이를 하는 녀석들 때문에…. ‘진작 좀 공부하지!’ 이런 말이 입에서 맴을 돕니다. 2학년 반장 상정이는 이번 주 도우미입니다. 상정이와 도우미 활동을 같이하면 교사인 저는 참 좋습니다. 말없이 궂은일도 척척 해치우고, 무슨 일이나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면이 친구들 눈에는 영농후계자처럼 보였나 봅니다. 학생들이 부지런한 농부 같은 상정이에게 '
2007-07-16 13:45금년 들어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출근길이었다. 긴장이 되고 또 긴장이 되었다. 긴장을 늦추다가 접촉사고가 일어난 곳도 있었다. 서로 조심, 서로 긴장, 서로 신경을 써야 하는 아침이었다. 그래야 안전사고, 접촉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아침이었다. 이번 주는 방학을 하는 주가 된다. 방학을 하는 주가 되어 학생들이 느슨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일이면 또 하루를 쉬게 되는 날이라 더욱 그러할 가능성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다짐해야 한다. 시작을 생각해야 한다. 시작의 열정을 생각해야 한다. 시작의 아름다움을 생각해야 한다. 시작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끝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듯이 끝도 중요하다. 시작이 아름답듯이 끝도 아름다워야 한다. 시작할 때 긴장했듯이 끝도 긴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다. 그래야 급식사고, 안전사고, 폭행사고 등의 각종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시작할 때 교실을 둘러보듯이 끝도 교실을 잘 둘러보아야 한다. 시작할 때 청소구역을 둘러보듯이 끝낼 때도 그러해야 한다. 시작할 때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듯이 마칠 때도 그러해야 한다. 시작
2007-07-16 08:44하늘이 매우 높고 파랗다. 아직 장마철인데도 먹구름이 모두 사라졌다. 완전히 쪽빛으로 물든 하늘에 하얀 솜털 같은 뭉게구름이 온갖 그림 그려가며 둥둥 떠 있다. 아직 장마가 가지 않아 어제 밤까지도 비가 왔었는데 아침 대기가 정말 쾌청하고 싱그럽기만 하다. 멀리 모악산 정상이 뚜렷하게 보일만큼 공기가 맑아 가시거리가 멀었다. 내일이 초복,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데도 내 마음은 무척 들떠 더위쯤은 아랑곳없다. 31년 전 3년차 경력 초년교사인 내가 첨으로 담임했던 6학년 제자들이 서울에서 오는 날이다. 요즘같이 어렵고 각박한 시대에 어릴 적 코흘리개 제자들 10여명이 작년에 이어 또 1년 만에 다시 찾아온다니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어릴 때 소풍 가기 전날 밤, 운동회 하기 전날 밤, 생일날의 전날 밤 등 손꼽아 기다리던 좋은 날을 앞둔 밤에는 잠을 이루기조차 어려웠던 것처럼 그런 설렘과 기다림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밤이었다. 이제 40대 중반의 중량감 넘치는 장년이 되어 제자라기보다 친구 같은 모습이다. 밝은 미소와 따뜻한 정감 넘치는 손잡음으로 재회의 기쁨을 가슴 속 깊이깊이 다독거려 채웠다. 마음 같아서는 힘차게 포옹하면서 정 표현을 크게 하고…
2007-07-15 17:16나는 고등학교 교사이다. 지난 토요일 학생들을 데리고 충남 천안시에 있는 단국대학교 고교생 백일장에 다녀왔다. 단국대 백일장은 제25회째이지만, 기존의 문예작품현상모집을 개편한, 사실상 첫 번째 대회였다. 그 때문인지 단국대 백일장은 전국의 여느 대학과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접수단계부터 학교장추천서와 학부모동의서 첨부 등 너무 요란했다. 대회 하루 이틀 전까지 마감을 하는 다른 대학교와 달리 22일 전 접수를 받아놓고도 정작 당일에는 학생증 요구 등 ‘검문검색’이 이루어져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게 백일장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가? 운문의 경우 시제를 5가지 제시한 다음 그것들이 한 편의 시에 다 섞이도록 요구했다. 산문의 경우 소정의 제시문을 준 채 그것과 연관하여 글을 짓게 했다. 많은 학생들이 당혹스러워 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단국대 문예창작과의 신입생모집 시험과도 같은 해괴한 백일장이었던 셈이다. 문예백일장은 말 그대로 백일장일 뿐 결코 대입 시험이 아니다. 또 하나 의아스러운 것은 시상 규모다. 당일 600여 명이 참가했다는데, 수상자는 고작 10명이다. 그것도 장원만 장학금 50만원이고 나머진 그냥 부상이다. 마치 어느 부…
2007-07-15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