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학은 과거에 비하면 너무나 조용하여 존재조차 느끼기 어렵다. 과거 교육청 장학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평소와 다르게 친절하신 선생님 모습을 보고 일기장에 ‘장학이’가 매일 왔으면 좋겠다고 쓸 정도로 떠들썩했다. 그때는 모든 학교가 연 2회 교육청 장학을 받았는데, 당시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장학사를 맞이하기 위해 대청소를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일제 강점기 장학은 일본 신민 육성을 위해 학교 대상으로 지시하고, 감독한다는 의미의 시학·교학 등을 사용했다. 광복 이후 미국 영향으로 배움을 장려한다는 의미의 장학을 사용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정치와 행정의 변화로 지도·조언과 같은 긍정적 의미가 더해져 사용하고 있다. 최근 장학은 행정의 민주화, 학교 자율화 시대 등의 시대 흐름에 따른 거듭된 변화로 모두가 합의하는 정의는 없다. 다만 다양한 정의 속에서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교육활동의 개선을 위한 지도·조언 활동’이다. 그동안 장학은 시대 변화와 함께 역할과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교육청 장학에 부담을 느끼며 불만을 제기하곤 했다. 이처럼 교육청 장학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학교의 본질적 과업인…
2026-04-08 10:00
3월 진단평가, 그 이후 우리는 3월 진단평가 결과를 통해 학습지원대상학생 명단을 받아 든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다.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1수준(기초 미달 비율)은 국어 10.1%, 수학 12.7%, 영어 7.2%를 차지하였고, 고등학교 2학년은 1수준 국어 9.3%, 수학 12.6%, 영어 6.5%로 나타났다. 중2·고3 수학 및 고2 영어 과목을 제외하면 예년보다 1.2~1.7%P 증가한 수치로 나타났다(교육부, 2025. 7. 22.). PISA 2022 평가 결과에서는 1수준에 속하는 하위 성취수준 비율이 수학의 경우 16.2%로 2018년 결과에 비해 1.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영역은 소폭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읽기 14.7%, 과학 13.7%로 10% 이상의 학생이 하위 수준에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교육부, 2023. 12. 5.). 이렇게 하위 수준 학생들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매년 누적되는 학습지원대상학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2~3년 이상 학습지원대상학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며, 매번 답답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학습지원대상학생이라…
2026-04-08 10:00
‘지구사랑 빈 그릇 운동’은 학교급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식(예비식)을 폐기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탄소중립 실천형 나눔 교육활동이다. 잔식은 배식되지 않은 깨끗한 음식으로, 학생들이 먹고 남긴 잔반과는 구별된다. 이러한 잔식을 지역사회에 기부함으로써 음식물 자원 낭비를 줄이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와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천에 기여하며, 학생들이 나눔과 환경 보호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적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학교급식은 단체급식의 특성상 급식 인원의 변동 등으로 일정량의 잔식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잔식은 조리되었지만 배식되지 않은 깨끗한 음식으로, 학생들이 먹고 남긴 잔반과는 구별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학교에서는 이러한 잔식 역시 잔반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증가하고 있으며, 매립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에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2026-04-08 10:00
얼마 전 모임에서 듣게 된 신학기를 맞이하는 학교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민원을 쉼 없이 넣는 학부모가 있는 학년에 배정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선생님들이 계신 학교, 수업 방해와 폭력성이 심한 학생의 담임이 될까 봐 그 학생이 속한 학년을 피해서 희망 학년을 선택하는 선생님이 계신 학교, 교권침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학교로 복귀했지만 담임을 거부하는 선생님이 계신 학교….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익숙하게 들어왔던 이야기들이다. 2026년 4월, 새 학기만 온 것이 아니라 「학생맞춤통합지원법」도 함께 시행되었다. 법령 제정 이유를 보면 ‘학생이 학교와 학교 밖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 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학습·복지·건강·진로·상담 등 통합적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모든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전인적 인재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하려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기대뿐 아니라 걱정과 우려가 함께 고개를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취지, 반복된 정책의 한계 지금까지 학생을 위해 만들었던 교육부의 법들은 어떠한…
2026-04-08 10:00
세상에 사기꾼이 넘쳐난다. 수십억대의 투자사기부터 아이들의 푼돈을 노리는 중고거래 사기까지,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문자에 연결된 링크 하나만 잘못 눌러도 개인정보는 물론 삶의 기반까지 송두리째 흔들린다. 최근엔 AI 기술까지 더해져 자녀 목소리나 공식기관까지 감쪽같이 흉내 내니, 사기는 이제 바보라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속을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함정이 되었다. “왜 그렇게 뻔한 거짓말에 속았어?”, “조금만 생각했으면 알 수 있었잖아”라고 피해자에게 묻곤 하지만, 사기는 단순히 정보 부족이나 판단력 결핍의 문제가 아니다. 평소 뉴스를 챙겨 보며 사기 수법을 알고 있고,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조차 막상 상황에 걸려들면 무력해진다. 사기는 결코 우연히 발생하는, 재수가 없어서 걸려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사기를 ‘인간 마음의 기본 작동 원리를 정교하게 이용한 범죄’라고 설명한다. 사기꾼은 새로운 심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미 우리 안에 있는 믿음·기대·두려움을 정확히 건드릴 뿐이다. 그래서 사기의 대상은 언제든 내가 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사기 심리학의 삼중주, 즉 진실 편향(Truth Bias), 매몰…
2026-04-08 10:00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교육자원이며, 교육의 질과 형평성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인이다. 교육인적자원이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교육에서의 형평성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교원순환전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순환전보제도의 운영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특정 특성을 가진 교사들이 특정 지역이나 학교에 집중되는 ‘교사 쏠림현상(teacher sorting)’이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예컨대 교직 경력이 높은 교사는 생활 여건이 좋은 지역에 집중되고, 신규 교사나 저경력 교사는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어려운 지역이나 학교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전산 배정을 통해 공정한 전보제도를 운영하고자 하였으며, 신규 교사의 분산 배치 정책, 특정 지역 근속 상한 설정 등의 세부 규정을 통해 교사 쏠림을 예방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교사 쏠림현상 완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전국 단위의 교육통계…
2026-04-08 10:00
반복되는 사고, 벼랑 끝에 몰린 교육 현장 2022년 11월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솔 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최근 춘천지방법원 항소심은 이를 파기하고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형의 집행은 유예됐지만, 법적으로는 유죄 판단이 유지된 셈이다.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으나, 교육 현장에 미친 파장은 이미 적지 않다. 이후에도 지난 1월, 현장체험학습 도중 이탈한 4세 원아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유치원 교사들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도 큰 파장을 낳았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일부 교사들은 “교사가 신이냐, 그 많은 아이를 어떻게 모두 관리할 수 있느냐. 누가 오더라도 불가능하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법원 판결에 현장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하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반면 학생들이 선호하고 교육적으로도 필요한 활동인 만큼 최소한의 범위에서라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어 왔던 만큼 관리만 철저히 하면…
2026-04-08 10:00
조용한 붕괴 (신선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52쪽, 2만 2,000원) 문제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정상군’ 학생들의 위기에 주목한 현장 보고서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 중 정상군 비율이 폭증하는 충격적 통계를 바탕으로, 무기력과 불안이 깊어지는 교실 다수의 비명을 조명한다. 나아가 낡은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며, 가정과 학교, 지역 병원이 협력해 아이들의 심리적 면역력을 기르는 회복탄력적 학교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역설한다. 개미들의 행성 (주잔네 포이트지크·올라프 프리체 지음, 남기철 옮김, 북스힐 펴냄, 328쪽, 2만 2,000원) 작지만 거대한 제국을 일구는 놀라운 생명체, 개미의 모든 것을 담은 생태 교양서다. 저자는 실험실은 물론 전 세계의 열대우림과 사막을 직접 탐사하며 관찰한 개미들의 놀라운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아주 작은 체구로 훌륭한 도로망을 구축하고, 버섯 농사를 지으며, 때로는 전쟁과 노예 사육까지 서슴지 않는 개미들의 기발한 군체 생존 전략을 흥미롭게 풀었다. 신규교사 생활백서 (신규교사생활백서팀 등 지음, 에듀니티교육연구소 펴냄, 436쪽, 2만 5,000원) 신규교사를 위한…
2026-04-08 10:00
“AI가 답을 알려 줄 수는 있지만, 좋은 질문을 만들고 깊이 생각하는 힘은 여전히 책에서 나온다.” AI시대의 도래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연구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AI에 대해 막연한 인식만 가지고 있을 뿐, 이 시대에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방향을 갖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AI가 제시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러한 점에서 AI시대일수록 독서를 통한 문해력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지난 1월 ‘독서국가 선포식’을 개최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본교는 AI시대라고 해서 특별히 새로운 독서교육을 강조하기보다, 그동안 꾸준히 실천해 온 기본에 충실한 독서교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하고자 하였다. 독서는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는 활동이며, 도서관은 이러한 독서활동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교육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서교사가 이끄는 교실…
2026-04-08 10:00
관계 맺는 시간이었던 ‘3월의 기억’ 그때를 기억하시나요? 3월은 우리 모두 설레고 긴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학급별로 학생 임원진을 선출하고 나면 교실 대청소와 환경미화를 했습니다. 우리는 1년의 서사를 짓는 공간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이 있던 시기에는 자율학습 도중에 교사는 학생 얼굴을 확인하면서 학생의 이름을 외우기도 하고, 학생의 교과 관련 질문에 답하기도 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상담하러 오시는 학부모님들도 많이 있었지요. 이 모든 ‘함께 머무는 시간’은 ‘함께 공간을 만드는 경험’으로 ‘관계 짓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서로를 존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곧장 각자 학원으로 갑니다. 요즘 우리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학원 시간을 고려해서 상담 일정을 정합니다. 예전에 교사의 상담 시간은 학생에게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담임교사와 상담 후에 학생은 특별한 관심을 받고 기운을 얻은 듯 묘한 자신감으로 밝았지요. 이것이 바로 상담의 교육적 의미였습니다. 방과후 늦은 시간까지 상담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불편한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때를 기억하면서 지금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노라면 회한이…
2026-04-08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