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도 어려운 일, 듣기의 지혜
박인기 | 경인교대 교수 사람들은 대화하고 소통하며 산다. 산다는 것이 곧 소통의 현존(現存)을 증명하는 것이지 달리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소통이 끊어진 곳에 삶의 좌절이 있고, 소통이 왜곡되는 곳에 배신의 분노가 있고, 소통이 실종되는 곳에 관계의 파탄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소통이 거창한 그 무엇인 것 같지만, 실상 소통은 소박한 것이다. 소통이란 것의 반은 내가 누구에겐가 말하는 것이고, 나머지 반은 내가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이다. 모든 소통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이것이 잘 안 되면 소통은 잘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준다. 안 되면 말고 하는 식으로 다스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소통의 문제를 보는 지혜의 눈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소통을 주로 말하기의 문제로 본다. 내가 말을 잘못 해서 소통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듣는 것이 말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듯이, 말하는 것은 듣는 것에 의존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말하기의 실패는 듣기의 실패에 반드시 연동되어 있다. 그래서 듣기의 지혜가 중요하다. 그런데 잘 듣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2006-09-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