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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미국 나다니엘 호돈의 단편 『큰 바위 얼굴』에서 주인공 어니스트는 늘 산 위에 새겨진 거대한 얼굴을 바라보며 자란다. 마을 사람들은 언젠가 저 얼굴을 닮은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니스트 스스로 그 얼굴을 마음에 새기며 자신을 갈고닦아 결국 그 모습을 닮아 간 과정이었다. 오늘 우리가 겪는 ‘스승 빈곤의 시대’를 떠올리면, 이 이야기는 마치 지금의 교육을 위해 쓰인 우화처럼 읽혀진다. 아이들은 늘 누군가 인생의 모델을 바라보며 자란다. 문제는 이제 그들이 바라볼 ‘큰 바위 얼굴’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는 첨단 기술과 콘텐츠로 가득해졌지만, 아이들이 정작 갈망하는 건 지식보다 삶의 방향을 보여줄 한 사람이다. 페스탈로치가 고아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손에 흙을 묻히며 “사랑은 교육의 기초”라고 말했던 것처럼(린하르트와 게르트루트, 1781), 참된 교육은 말보다 삶의 증명에서 비롯된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제자에게 “학문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고 가르친 것(다산시문집)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대가 달라도, 위대한 스승은 모두 제도의 언저리가 아닌 삶의 중심에서 가르쳤다. 그러나 오늘의 학교에서는 스승이 점점 자리를 잃어간다. 수업은 정교해졌지만 어른의 얼굴은 흐려졌다. 아이들은 누구를 닮고 싶어 해야 하는지, 어떤 삶을 아름답다고 느껴야 하는지 판단할 기준을 잃어가고 있다. 기술은 길을 안내해 주지만, 살아가는 방식의 품격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이 사회의 엘리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학벌은 화려할지 몰라도 멀리서 찾아오게 하는 인간의 향기를 품지 못해 인향만리(人香萬里)는 고전 속의 사자성어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다시 ‘큰 바위 얼굴’이 필요하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단단해지고, 닮고 싶어지는 어른 말이다. 유네스코 보고서 『Learning to Be』(1972)는 교육의 본질을 “전인적 성장으로 이끄는 스승의 존재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그 보고서가 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 문장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의 『2023 대한민국 청소년 진로보고서』 역시 청소년이 가장 신뢰하는 요소로 “믿을 만한 어른의 조언”을 꼽았다. 결국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큰 바위 얼굴’은 누구일까? 입시제도보다 먼저, 우리는 아이들이 바라볼 만한 어른의 얼굴을 세우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다음에 그 기준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첫째, 말과 삶이 일치하는 어른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조언보다 어른의 태도를 통해 배운다.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른이어야 한다. 존 듀이가 말했듯 “경험은 반성될 때 교육이 된다”(Experience and Education, 1938). 스승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들에게 용기를 건네는 사람이다. 셋째, 공동체를 향한 책임을 실천하는 어른이어야 한다. 혼자 잘되는 법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보여줄 때, 아이들은 그 어른의 얼굴에서 미래의 윤곽을 발견할 수 있다 어니스트가 결국 ‘큰 바위 얼굴'을 닮아 있었다고 평가받은 이유는, 위대한 업적 때문이 아니라 그 얼굴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도 다르지 않다. 거창한 가르침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에 새길 만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의 학교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스템이나 기술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는 어른,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다”라고 삶으로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빈곤은 제도가 아니라 사표가 될 어른의 부재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일은 결국 어른인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아이들은 여전히, 그리고 간절하게, 자신만의 ‘큰 바위 얼굴’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① 학교명 기재 사실상 공개설문 ② 개인 성취·헌신 묻는 문항 많아 ③ 학점제 무경험 교사설문 참여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고교학점제 설문 결과가 학교 현장의 체감과 크게 어긋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제도 운영 전반의 긍정적인 흐름을 강조했지만, 일선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가장 많이 제기된 문제는 문항 구성이다. 설문이 제도 운영의 실효성보다는 교사 개인이나 학교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응답에 제약을 줬다는 것이다. 문항 상당수가 ‘나는’, ‘우리 학교는’으로 시작해 직무 태도를 점검하는 느낌을 줬다는 설명이다. 설문에 참여한 인천 공립고 A교사는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반복되다 보니 부정적으로 답하기 어려웠다”며 “그런데 발표에서는 이를 근거로 ‘교사들이 학점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해석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표집 대표성에 대한 우려도 컸다. 참여 학교가 제한된 데다 실제 설문을 접한 교사를 찾기 어렵다는 현장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서울 공립고 B교사는 “우리 학교뿐 아니라 주변 학교들도 설문 시행을 잘 알지 못했다”며 “참여 학교와 교사의 선정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기 공립고 C교사는 “학점제를 실제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제도 체감이 낮은 교사의 응답이 과도하게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가 소속 학교를 직접 기재하도록 한 방식도 솔직한 의견 개진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정책 설문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조사는 첫 항목에서부터 학교명을 적도록 해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서울 사립고 D교사는 “부정적 답변이 기록으로 남아 학교 평가나 행정 점검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됐다”며 “신중한 답변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발표 수치 또한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교육부가 ‘과목 개설 충분성’ 만족도가 79.1%라고 밝힌 것과 달리 사립학교 교사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라고 본다. 경기 사립고 E교사는 “사립학교는 교원이 제한돼 선택 과목을 충분히 개설하기 어렵다”며 “학생 선택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도 반복되는데 만족도가 높게 나와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학생 최소성취수준 도달률 79.2%’ 수치 역시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 공립고 C교사는 “여건상 온라인 보충지도가 많은데 화면 앞에만 있어도 이수 처리가 되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해당 수치가 학업 성취를 곧바로 의미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설문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성철 교총 정책본부장은 “이번 조사는 현장의 실제 의견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다”며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와 조사 방식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태와 동떨어진 자료로 정책을 설계하면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 목포에서 발생한 유치원 현장체험학습 중 유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인솔 교사 두 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자 교원단체가 선처를 요청했다. 단체는 사고의 구조적·복합적 요인을 고려한 형평성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총·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총연합회(회장 이경미)·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회장 김미숙)는 4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2023년 숲 체험학습 중 발생한 유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선처를 호소했다. 세 단체는 “피고 교사들이 사전 안전조치를 이행했고 구조 지연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검찰 구형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유사 체험학습 사고 판례에서 항소심이 구조적·복합적 배경을 고려해 선고를 완화한 사례를 제시하며 체험학습 사고는 단일한 개인 과실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총 등은 “체험학습 사고는 구조적 요인이 분명히 작용하는 만큼 형평성과 비례성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탄원서를 통해 피고 교사들이 체험학습 전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유아 명찰 부착·이동 시 손잡기 등 가능한 안전조치를 수행했으며 사고 직후 즉각적인 수색과 실종 신고, 유관기관에 대한 구조 요청 등 필요한 대응을 했다는 점을 역설하고 숲·바다 등 현장 특성, 지형적 제약과 구조 지연 등 교사의 통제를 벗어난 외부 요인이 사고의 심각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4명의 교사가 일반 유아 13명과 특수 유아 3명 등 총 16명을 인솔하고 있었다는 상황도 탄원서에 담았다. 교총 등은 제한된 인력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까지 포함한 집단을 관리하는 데 현실적 부담이 크고, 현장체험학습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모든 위험을 교사 단독으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과도한 형사책임 부과는 유아교육을 포함한 체험활동 전반을 위축시켜 학생의 학습 기회를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체험학습 안전을 교사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가·지자체·교육당국이 안전관리 시스템과 긴급대응 체계 강화 등을 선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수교육 지원 인력과 장비 확충, 체험학습 전·중·후의 안전 매뉴얼 정비, 공적 교육활동에 대한 국가 책임 분담 제도 마련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하며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세 단체는 “재판 결과가 유아교육 현장의 체험활동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제도적 한계와 구조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주호 교총회장은 “본 사건은 단순 개인 과실로 환원할 수 없는 복합적 사안”이라며 “형평성과 구조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처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겪어온 문제를 교사 스스로 연구하고 해결책을 찾아낸 작품들이 올해 전국교육자료전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통령상은 초등 문해력의 핵심인 띄어쓰기를 감각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설계한 경남 우산초·감천초·창원남산초 교사로 구성된 ‘폴짝한글’ 팀이 받았다. 또 특수교육과 영어 문해력 분야에서도 현장성이 강한 작품들이 선정되면서 교사 연구가 학교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교총은 3일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제56회 전국교육자료전 최고상 전수식을 개최했다. 국무총리상은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특수교육 대상자의 가상현실과 다감각 체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구안한 ‘손수배움’팀과 통합적 영어 문해력 프로그램을 제작한 대구칠성초 임현진 교사가 각각 수상했다. 전수식에서 강주호 교총회장은 “AI와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교육의 본질은 결국 학생을 이해하고 돕는 교사의 마음에서 나온다”며 “선생님의 연구와 실천이 교실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교총이 앞장서서 지원하고, 선생님들께서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상을 받은 ‘띄어? 붙여? 한 칸의 힘 폴짝한글’(국어한문)은 초등학생들이 글쓰기에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띄어쓰기를 규칙 중심이 아닌 감각 기반 학습으로 접근하도록 만든 자료다. 보드게임과 활용 책자, 실물 교구, 센서 기반 디지털 교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합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틀린 띄어쓰기에 어색함을 느끼며 올바른 형태를 익힐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띄어쓰기 지도 방식이 짧은 진도 속에서 규칙을 설명하고 예시 문장을 따라 쓰는 방식이다 보니 효과가 낮다는 점에서 새로운 자료를 개발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충식 교사는 “교실에서 띄어쓰기를 따로 배우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아이들이 글을 써도 왜 틀렸는지 스스로 구분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규칙보다 감각을 먼저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경모 교사도 “최근 수업이 글을 잘 쓰는 유창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띄어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며 “학생들에게 띄어쓰기 감수성, 민감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개발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최상욱 교사는 “초기 형태는 실물 교구의 난이도나 활용 전개가 적절치 않아 처음부터 다시 제작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쳤다”며 “교사가 사용하기 용이하고,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자료 개발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폴짝한글’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제시된 ‘띄어쓰기 민감성’ 성취기준을 실제 수업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단도 교육과정 연계와 학생 참여도 제고에 기여할 작품으로 보급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남지연 교사는 “폴짝한글의 특징 중 하나는 자료의 재생산”이라며 “띄어쓰기를 익히고 띄어쓰기 책이나 디지털 동화를 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학습 활용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상은 두 작품이 수상했다. 대전해든학교 한가영, 정옥랑 교사팀이 만든 ‘가상 현실과 다감각 체험으로 실현하는 손수 배움’(특수교육)은 중증 지체장애 학생들이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을 VR기반 1인칭 영상과 시각·후각·촉각·청각 자료로 다감각 요소를 구현해 간접체험이 가능하게 한 특수교육용 자료다. 병원학교에서 중증 지체장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 개발 교사들의 설명이다. 한가영 교사는 “움직임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산책, 물놀이, 계절변화 같은 사소한 것들도 중요한 교육적 자극이 되는데 기존 수업만으로는 제공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옥랑 교사는 “이번에 개발된 자료가 발달장애나 일반학급, 통합교과의 학생들이 모두 쓸 수 있기 때문에 널리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심사위원들은 특수교육 대상자를 향한 교사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지는 훌륭한 자료로 교육적 기여도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구칠성초 임현진 교사의 ‘통합적 영어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생각을 LIGHT 하라’(외국어)도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알파벳, 파닉스, 단어 학습부터 문장읽기와 글쓰기까지 이어지는 영어 문해력 전 단계를 하나의 흐름 안에서 구성했다는 특징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어느 교사가 자료를 활용해도 동일한 구조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많든 것이 장점이다. 임 교사는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사고의 흐름에 따라 글쓰기까지 나가는 과정을 만들고자 했다”며 “프로그램에 포함된 QR코드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공유가 가능하다는 편의성도 높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영어 문해력의 주요 단계를 촘촘하게 연계한 실용성과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한편 올해 전국교육자료전은 총 14개 분야에서 75편이 최종 입상했다. 수상작들은 교총홈페이지 내 종합자료실-전자도서관과 연구대회/자료전–온라인 갤러리를 통해 공유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제19회 KEDI 데이터 연구 학술대회’가 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한국교육종단연구’, ‘데이터 기반 대학 교육혁신 모니터링 연구’ 등 데이터 자료 외에 ‘공교육 모니터링을 위한 학교교육 실태조사 연구’, ‘평생학습 개인실태 조사’ 등 2023~2024년 데이터 자료도 공개됐다.
최근 유괴 미수 사건 등이 발생하자 서울시교육청과 경찰청이 협력해 유괴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양 기관은 12월부터 관내 12개교 초등 저학년(1~3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로 찾아가는 유괴 예방교육’을 시범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서울정진학교는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2010년이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운천이를 만났다. 운천이는 키가 컸으며 말수가 무척 많은 아이였다. 성적은 거의 바닥권이었고, 지난해 말에 전학을 와서 외곽 지역에 살고 있었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학교에는 대부분 시내에서 거주하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데 좀 의외였다. 노선버스를 타고 40분 정도를 가야 하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 아이와 처음 만난 날, 난 이런 농담을 했었다. “최운천. 거기 살면 가까운 청풍중학교로 가지 왜 여길 왔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멋쩍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이의 눈꼬리가 살짝 흐려지는 것을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추궁하듯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우리 애한테 전학 가라고 했어요?” 순간 당황했다. 처음 만난 후 친해지려고 그냥 농담 한 거라고, 정색을 하고 등 떠밀 듯이 아이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학교 생활이 싫은 아이가 학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나온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였겠지만‘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서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운천이를 더 자세히 관찰하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참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으며,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대로 이 녀석의 학교생활 적응은 쉽지 않았다. 워낙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기에 수업 시간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것도 어려워했다. 돌출 행동을 하거나 짜증을 부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반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뿐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정말 최악이었다. 덩치도 크고 힘이 있는 아이였기에 다른 아이들이 쉽게 곁을 주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성적도 신경 안 쓰고 멋대로 하는 아이라서 괜히 잘못 엮이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라도 날까 주저하는 분위기였다. ‘문제아 운천이’로 깊어진 고민 친구들과의 갈등은 잦은 싸움으로 연결되었다. 걸핏하면 흥분하고 약한 애들을 건드렸으며, 이른바‘빵셔틀’이라 불리는 나쁜 짓도 했다. 수업 시간에 몰래 나가 담배를 피우다가 걸린 적도 있었고, 학교 규칙을 어겨 벌점을 받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벌점 따위 신경 안 쓰겠다는 그 녀석의 배포에 어떡해야 할까 고민한 적도 많았다. 작은 징계는 한두 번 있었지만 퇴학이란 게 없는 중학교에서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녀석을 제어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수시로 아이의 부모님을 학교에 불러 대화를 하고 가정에서의 지도도 부탁했다. 한때 아이에게 더 많은 정을 쏟고 의기양양하던 아버지도 아이와의 관계 맺기를 어려워했다. 알고 보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 후 어머니가 재혼을 했고, 지금의 아버지는 새아버지였던 것이다. 그래도 새롭게 꾸린 가정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 아버지로서의 소임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그러나 현실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으니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또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반에서 가장 작고 약한 아이였던 윤식이에게 또 녀석이 몹쓸 장난을 친 것이다. 그런데 이 장난이 그나마 노력하고 있던 나를 분노하게 했다. 학교 정원에서 작은 청개구리를 잡아 윤식이의 입에 넣게 강요했고, 그것을 보면서 몇 명의 아이와 함께 웃고 즐기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래서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한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 처분을 내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어지간하면 담임 교사로서의 책임감이 있기에 아이의 징계를 막는 편이다. 최대한 담임으로서 노력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거나 심하면 각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피해 학생 부모님의 민원도 그렇고, 그동안 묻어두고 넘어가 주었던 것들의 봉인이 풀린다면 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것만 같았다. 이런 비인간적인 가학 습관까지 묻어둔다면 이 아이의 장래는 암담할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전화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결연한 나의 의지를 말했다. 전화를 사이에 두고 우리 둘 간에는 절반 이상이 침묵과 한숨이었다. 일단 그날 오후 늦은 시간에 학생의 아버지를 불렀다. 학교에 온 학생의 아버지는 맨 먼저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선생님, 이거….” “이게 뭐죠?” “한번만 봐주세요. 꼭, 부탁합니다.” 얼핏 입구가 열린 편지봉투를 보니 만 원짜리 지폐가 가득했다. 대충 어림해 봐도 50장 이상은 되어 보였다. 새 돈이 아닌 걸로 봐서 큰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있는 것을 챙겨서 온 것 같았다. 짜증이 났지만 순간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는 게 이상한 감정이 생겨나는 듯했다. 지금까지 교사 생활을 하면서 돈이라는 것을 받은 적이 없었다. 스승의날에 작은 선물을 받기는 했지만 김영란법이 나오기 전이라 그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손에 들린 봉투 하나 하지만 막상 돈이 앞에 놓이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들고 온 사람의 성의와 그의 절박함이 떠올랐다. 눈동자를 굴려서 주변을 돌아봤다. 여기는 교실이라 우리 둘뿐 아무도 없었다. 봉투를 받자마자 바로 정색을 하면서“나는 이런 사람 아닙니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호랑이는 굶어도 풀을 먹지 않습니다”와 같은 통쾌한 말을 하면서 상황을 끝내버리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게 멋져보이기는 했었는데, 나도 이런 상황이 되면 칼처럼 끝내버리는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로 나의 자존심을 과시하리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닥치고 나니 그렇게 되질 않았다. 단 몇 초의 시간이었지만 정지화면처럼 우리 둘 간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내가 말했다. “이렇게 하시라고 부른 게 아닙니다. 그건 받을 수 없습니다” 얼굴빛이 바뀌는 학부모를 보고 계속 설득을 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그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이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한 후 이런 말을 했다. “운천이가 조금씩 나아져 무사히 졸업 하는 날, 그때 꽃 한 송이만 주세요. 그러시면 그건 받겠습니다” 결국 그 학부모는 봉투를 다시 집어넣었다. 이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에 대한 걱정과 대처 방안 등을 의논했고, 아이를 키우는 동업자의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걱정을 주고받았다. 그때 그 학부모의 마음은 이해한다. 엇나가는 자식을 보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아이를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능력 범위 내에서 돈이라도 쓰고 싶은 것이겠지.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서,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이런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때 당시 우리 사회가 그런 행동을 용인했던 분위기도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날 이후 아이는 조금씩 달라져 그나마 나아진 것으로 기억한다. 학부모가 더 신경을 쓰고 마음을 쓴 만큼 사춘기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학기를 마치지 않은 10월의 어느 날,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를 키워보겠다는 마음에 전학을 갔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그 이후 난 그 아이를 잊어버렸다. 입시 등으로 3학년을 바쁘게 보내고 드디어 맞은 졸업식 날. 근사한 말로 마지막 종례를 마치고 아이들을 귀가시키자 전화가 울렸다. 바로 전학을 갔던 운천이 아버지였다. 어쩐 일이냐고, 반가운 마음에 아이의 안부를 물었다. 아버지와 둘이 객지 생활을 하다보니 아이도 조금씩 나아졌다고 한다. 비록 실업계 고등학교지만 진학도 했고 이제는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신경써주신 선생님께 졸업식을 맞아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며 학교에 오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아버지는 그때 내 말대로 꽃 한 다발을 들고 학교에 오셨다. 그리고 만 원짜리로 가득한 봉투보다 더 소중한 마음을 내게 주셨다. 거칠지만 정성이 가득한 아이의 짧은 편지 한 통까지 들어있는 꽃 한 다발은 정말이지 내 최고의 졸업식 선물이었다. 나는 제자 운천이를 위해 학부모의 돈과 내 양심을 바꾸지 않았기에 지금 이렇게 당당하고 떳떳하게 교단에 서 있다. 그리고 아이들과 웃고 부대끼며 오늘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교사로서 아이들과 마음의 소통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은 그 어떤 부정적인 청탁에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고결한 영혼을 소유하고서, 받는 것 대신 아이들에게 마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누구나 청렴하고 맑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 사람들이 앞에서 이끌어주는 한 이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교사가 학부모와 대화할 때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마도 상대가 이미 마음을 굳히고 온 경우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 "선생님이 제대로 보지 못하신 거예요"라며 단단히 벽을 세운 학부모 앞에서 교사는 난감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듣는 사람의 자세를 바꾸는 말의 기술입니다. 어떤 대화에서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입니다. 학부모가 하는 이야기를 일단 끊지 않고 끝까지 듣습니다. 이때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공감과 존중의 표현을 합니다. "어머님께서 정말 걱정이 많으셨겠습니다", "그런 마음이 드셨군요" 정도여도 충분합니다. 이 짧은 공감 표현이 상대에겐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걱정이 많으셨겠습니다"는 학부모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지, "부모님 말씀이 맞습니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구분을 명확히 해야 나중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할 때 어려움이 없습니다. 상대의 의중 파악 먼저 경청 후에는 상대가 하려는 말의 핵심과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학부모가 길게 이야기했다고 해서 모든 내용이 다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어머님께서는 아이가 억울하게 오해받는 게 걱정이신 거죠?" 처럼 핵심을 짚어서 되물으면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학부모는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었다고 느낍니다. 둘째, 교사는 핵심이 되는 요구가 수용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학부모가 "네, 맞아요.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라고 답한다면, 교사는 그 부분에 집중해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만 확인하려고 합니다" 처럼요. 여기서 행동심리학의 흥미로운 원리가 작동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는 쉽게 번복하지 못합니다. 이를 '일관성의 원리'라고 합니다. 한번 입 밖으로 낸 말은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원리를 대화에 활용해보세요. 학부모가 "저도 사실 확인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게 되면, 이후에 교사가 객관적 사실을 제시할 때 학부모는 이를 받아들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자신이 먼저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학부모가 처음부터 끝까지 방어적인 자세를 유지하도록 내버려두면, 그 자세를 바꾸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이미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한 사람은 그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려 합니다. 방어에서 협력으로의 전환 그래서 대화 초반에 작은 동의 지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전제를 먼저 확인합니다. "어머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저희 생각이 같죠?"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할 사람은 없습니다. "네, 그렇죠"라고 답하는 순간, 학부모는 교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됩니다. 대립하던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아이를 바라보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 작은 동의가 이후 대화의 방향을 바꿔놓습니다. 이어서 "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먼저겠네요"라고 말하면, 학부모도 자연스럽게 "네, 그래야죠"라고 동의하게 됩니다. 이제 학부모는 스스로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학부모의 자세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를 지키겠다"는 방어 자세였다면, 이제는 "함께 상황을 파악해보겠다"는 협력 자세로 바뀝니다. 교사가 억지로 설득한 것이 아니라, 학부모 스스로 자세를 바꾼 것입니다. 이렇게 자세가 바뀐 후에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이미 스스로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고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이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상대의 자세를 바꾸는 것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을 열도록 돕는 것입니다. 경청하고, 공감하고, 핵심을 파악하고, 작은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려 하지 마십시오. 대신 스스로 우리 편이 되도록 길을 열어주십시오. 김성효 전북 군산동초 교감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저자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어김없이 한파 예보가 이어지고,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한 해를 버텨낸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이면 으레 회식과 송년회로 분주하지만, 올해만큼은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12월의 여행은 화려한 볼거리보다 고요한 사색이 어울린다. 하지만 사색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온전한 휴식 속에서, 어떤 이는 일상과 단절된 수행 속에서, 또 어떤 이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도전 속에서 한 해를 정리한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2025년을 마무리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들을 '휴식', '수행', '도전'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나눠 소개한다. 휴식: 따뜻함을 찾아 몸과 마음을 녹이다 강원 강릉 '안반데기' - 고원의 고요함 속으로 해발 1100m 고원지대에 자리한 안반데기는 겨울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된다. 광활한 고랭지 채소밭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고,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이 찾아온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설경을 감상하며 사색하기에 완벽한 곳이다. 안반데기 마을까지 오르는 길 자체가 여행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대의 풍경은 압권이다. 인근에는 강릉 지역의 온천 리조트들이 있어 안반데기에서의 고요한 시간 후 따뜻한 온천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휴식과 자연이 만나는 겨울 여행을 원한다면 안반데기와 강릉 온천을 함께 코스로 잡는 것을 추천한다. 전남 순천만 - 겨울 갈대밭의 정취 순천만의 겨울 갈대밭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여름의 푸른 갈대와 달리, 겨울 갈대는 황금빛을 띠며 바람에 일렁인다. 해질 무렵 갈대밭 위로 펼쳐지는 노을은 한 해의 끝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순천만 갈대밭은 잘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걸을 수 있어 가볍게 산책하며 자연을 즐기기 좋다. 용산전망대까지 오르면 S자로 굽이치는 순천만의 물길과 광활한 갈대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일몰 시간대를 맞춰 방문하면 갈대밭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 겨울 정원의 고요한 아름다움 아침고요수목원은 겨울이 되면 오색별빛정원전으로 유명하지만, 낮 시간대의 겨울 정원도 사색하기에 좋다. 정원의 고요함,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겨울 햇살, 겨울에도 푸른 침엽수들의 생명력.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수목원 곳곳에 마련된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보기 좋다. 특히 하경정원과 석정원은 한국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소나무 정원길을 걷다 보면 도심의 소음이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충북 제천 '리솜포레스트' - 온수풀에서 찾는 평온 충북 제천시 백운면 구학산 자락에 자리한 리솜포레스트는 150년 된 원시림 속에 들어선 리조트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은 국내 유일의 포레스트형 스파풀이다. 일반적인 리조트 워터파크와 달리 이곳의 야외풀은 완전히 자연 속에 파묻혀 있다. 특히 12월 한파가 몰아칠 때 이곳의 인피니티풀에서 느끼는 경험은 특별하다. 머리 위로는 차가운 공기가 스치고, 가슴 아래로는 따뜻한 물이 몸을 감싼다. 풀 너머로는 구학산의 설경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앉아 있노라면, 한 해 동안 치열하게 살아오며 쌓인 피로와 잡생각들이 수증기처럼 흩어지는 느낌이다. 수행: 일상을 떠나 마음을 정돈하다 경북 경주 '불국사·석굴암' - 천년 고도의 정적 속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은 겨울에 더욱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천년을 이어온 석탑과 전각들이 눈에 덮여 있는 모습은 시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준다. 평일 오전 시간대를 이용하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찰을 둘러볼 수 있다.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를 지나 대웅전에 이르는 길, 다보탑과 석가탑을 마주하는 순간, 역사의 무게가 느껴진다. 토함산 중턱에 자리한 석굴암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 강원 평창 '월정사' - 전나무숲에서 마음을 비우다 눈 내린 전나무숲을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보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월정사는 겨울에 특히 고요하다. 월정사의 일주문에서 금강문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숲길은 국내에서 가장 큰 전나무 군락지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드라마 속 장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12월 눈 내린 전나무숲의 실제 풍경이다. 수십 년 자란 전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듯 우뚝 서 있고, 그 사이로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다. 눈 밟는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숲길을 걸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경북 경주 '불국사·석굴암' - 천년 고도의 정적 속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은 겨울에 더욱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천년을 이어온 석탑과 전각들이 눈에 덮여 있는 모습은 시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준다. 평일 오전 시간대를 이용하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찰을 둘러볼 수 있다.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를 지나 대웅전에 이르는 길, 다보탑과 석가탑을 마주하는 순간, 역사의 무게가 느껴진다. 토함산 중턱에 자리한 석굴암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 전남 보성 '녹차밭' - 겨울 차밭의 고요 보성 녹차밭은 봄과 여름의 신록이 유명하지만, 겨울 녹차밭의 정적인 아름다움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초록빛을 잃은 겨울 차밭은 차분한 갈색과 회색의 조화를 이루며, 한적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한다원과 보성녹차밭(한국차소리문화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한 해를 정리하기 좋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방문하면 안개 낀 차밭의 몽환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녹차 족욕과 따뜻한 녹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이는 것도 잊지 말자. 도전: 내게 던지는 의미 있는 도전 강원 태백 '태백산' - 눈꽃 산행의 감동 태백산은 한라산보다는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겨울 산행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발 1567m의 태백산은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상 겨울이면 눈꽃으로 뒤덮인 환상적인 설경을 자랑한다. 당골광장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대중적이며, 정상인 천제단까지 약 3~4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정상 부근의 주목 군락지는 눈에 덮여 더욱 아름답고, 천제단에서 바라보는 360도 파노라마 뷰는 등반의 피로를 잊게 한다. 특히 매년 1월에는 태백산 눈축제가 열려 더욱 풍성한 겨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제주 '한라산 국립공원' - 백록담을 향한 설국 등반 한 해의 마지막을 도전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한라산을 추천한다. 12월 한라산의 눈 덮인 구상나무들은 설국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바람에 날리는 눈발은 환상적인 겨울왕국을 연출한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마주하는 순간, 한 해 동안의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다. 한라산은 총 5개 코스로 영실, 성판악, 어리목, 관음사, 돈내코가 있다. 백롬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성팍악과 관음사 두 곳이 있다. 한라산을 오르는 5개 코스 중 영실과 관음사가 가장 선호도가 높지만, 겨울 한라산은 어느 길로 오르더라도 눈부신 설경으로 환상적인 겨울왕국을 볼 수 있다. 제주 '올레길' - 바다를 보며 걷는 성찰의 시간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제주 올레길을 추천한다. 총 27개 코스 중 겨울 바다를 보며 걷기 좋은 곳은 7코스(외돌개-월평포구, 14.6km)와 10코스(화순-모슬포, 15.6km)다. 관광객이 적어 조용하고, 겨울 바다의 거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한 해를 되돌아보기에 적합한 분위기다. 올레길은 한라산 등반과 달리 각자의 페이스로 걸을 수 있고, 중간중간 쉬어갈 곳도 많아 부담이 적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색에 잠기게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다짐을 세워보는 것도 의미 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영어 1등급 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만점자는 반토막 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전체 만점자는 5명(재학생 4명, 졸업생 등 1명)으로 작년 11명의 절반에 못 미쳤다. 가장 어려웠던 영역은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로 드러났다.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3.11%(1만5154명)에 그쳤다. 2018학년도 절대평가 전환 이후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24학년도(4.71%)를 밑도는 역대 최저치다.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자 표준점수)을 보면 국어 영역도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체 응시생 중 자신이 속한 상대적 서열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작년(139점)보다 8점 상승했다. 지난 9월 모의평가(143점)와 비교하면 4점 높고 2024학년도(150점)보다는 낮다. 국어 만점자는 261명으로 작년(1055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등급과 2등급을 가르는 구분점수(등급 컷)에서도 국어는 133점으로 작년보다 2점 올랐다. 이에 대해 오승걸 평가원장은 “국어 및 영어에서는 문항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의도하고 확인했던 것과는 달리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영어의 경우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시험 난이도를 목표로 했으나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수학 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작년 140점에 비해 1점 떨어지고, 등급컷은 128점으로 3점 내려가는 등 작년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만점자는 780명으로 작년(1522명)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다. 수능 탐구영역 중 사회탐구(사탐) 영역에서 채점 결과의 경우 이전과의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이는 주요 대학의 이공계열 모집에서 수능 사회탐구(사탐) 선택을 열어놓으면서 벌어진 ‘사탐런’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수능에서 사탐만 선택한 인원은 60.04%(28만4535명)를 기록했다. 사탐·과탐의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모두 6점이다. 작년 사탐 11점, 과탐 8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줄었다. 또한 사탐 2등급 이내에 속하는 인원이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반면 과탐 8개 과목의 2등급 이내 인원은 작년(4만9920명) 대비 1만2612명(25.3%) 감소한 3만7308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5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국제토론회(세미나)’를 개최한다. OECD 세미나는 최신 교육 동향을 탐색하고 미래 교육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1999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및 교육 포럼(2025 Global AI Talent Education Forum, 2025 GATE Forum)’과의 연계 개최를 통해 ‘AI 시대, 한국 교육 정책 방향’을 주제로 진행된다. 기조강연은 스테판 뱅상-랑크랭(Stéphan Vincent-Lancrin) OECD 교육연구혁신센터(CERI) 부센터장이 맡는다. 이어지는 발표는 다이애나 톨레도 피게로아(Diana Toledo Figueroa) OECD 교육정책전망(EPO) 프로젝트 책임자가 맡는다. 이번 발표에서는 OECD 교육정책전망 보고서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된 ‘한국 교육정책전망(Education Policy Outlook in Korea) 보고서’가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2016년 후 9년 만에 발간되는 보고서로, 국제적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교육의 강점과 과제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AI 시대 디지털 교육 전환 등 한국 교육의 변화와 함께,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교육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추후 OECD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토론에서는 초·중등교육 분야 변순용 교수(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고등교육 분야 김헌영 전 총장(강원대), 평생·직업교육 분야 심재경 이사(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협력 분야 벤 렁(Ben Leong) 교수(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공학과) 등이 패널로 참여한다. 고영선 KEDI 원장이 좌장을 맡는다.
한국교총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교실 내 CCTV 설치 관련) 부결 요구서’를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간 상황이다. 개정안은 교실 내 CCTV 설치를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위해 학교의 장이 제안한 경우로서 학생, 학부모 및 교직원의 의견을 듣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포함한다’는 단서 조항을 통해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총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고, 법률 체계상으로도 심각한 흠결을 안고 있다”며 “해당 개정안을 ‘국민기본권침해법’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부결을 법사위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교실은 학생과 교원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이자 학습공간인데 CCTV를 설치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 교총의 설명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교육환경의 변화는 마땅히 국가적 차원의 일관된 원칙과 법률에 의해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교실 내 CCTV 설치와 관련해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돼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해당 법 통과 시 또 다른 학교 갈등 사안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총은 “해당 개정안은 ‘학생·교사 보호’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목적만을 제시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교실내 CCTV 설치가 가능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며 “이러한 모호성은 결국 악성 민원과 외부 압력에 취약한 학교장으로 하여금 학부모의 강력한 요구나 타 학교와의 비교, 지역 간 형평성 논란 등 외부 압력에 의해 스스로도 원치 않는 CCTV 설치를 제안하는 역할을 강요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교실은 감시가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의 공간이어야 한다.최근 대법원이 교실 내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판결 취지와도 맞지 않는 입법”이라면서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해당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반드시 걸러내 부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이사장 허성우)은 연말연시를 맞아 3일 서울 구로구 소재 지역아동센터에서 ‘김장 나눔 봉사’를 실시했다. 참여형 기부 캠페인 기관인 ‘함께하는 한숲’과 함께 진행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임직원 40여 명은 약 500kg의 김장 김치를 직접 담가 구로구 지역아동센터 및 인근 복지시설에 전달했다. 아울러 겨울철 빗길 보행 안전에 도움이 되는 어린이 교통안전 투명 우산 200개도 기부했다. 허성우 이사장은 “이번 김장 나눔 활동은 지역사회와 함께 따뜻한 겨울을 만들기 위한 실천적 노력”이라며, “앞으로도 교육시설 안전을 넘어 국민과 함께하는 공직유관단체로서 ESG 경영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은 올해 사회복지 기관과의 협력 강화, 지역 밀착형 나눔 활동, 직원 참여형 봉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교총(회장 남윤제)은 3일 참샘초에서 ‘세종 꿈·끼 재능발표 축제 및 생명 존중 캠페인’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교육공동체와 함께 희망찬 세종교육’, ‘생명의 소중함, 공동체의 사랑으로’를 주제로 진행됐다. 학교육과정과 늘봄학교, 동아리, 취미 등으로 무대에서 끼를 발산하고 싶은 학생들과 학부모, 교원들의 신청으로 구성된 무대는 합창, 댄스, 치어리딩 등을 선보였다. 구연희 세종교육감 직무대행은 축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나와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윤제 회장은 “학생과 교직원이 자발적으로 만든 오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한 과정이 더 소중하다”며 “생명 존중 캠페인을 통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세종교육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한국과 프랑스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청년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웠던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국적과 언어를 넘어 평화를 향한 연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선언을 지키기 위해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고 연대할 것 ▲화해와 협력을 통해 보편적인 가치인 ‘평화의 길’을 열어갈 것 ▲지속 가능한 미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 ▲평화의 가치 실현 ▲너와 나, 우리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 등을 약속했다. 또 세계 각국 청년들의 동참도 촉구했다. 이번 선언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열린 ‘2025 시민평화포럼’(사진)에서 공개됐다. 포럼은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김삼열, 민화협) 해외지부인 프랑스협의회(대표상임의장 전훈(Hoon Moreau))가 ‘청년 세대와 평화(La Jeunesse et La Paix dans le Monde)’를 주제로 개최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대학생, 재외동포, 한반도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민화협은 프랑스협의회와 함께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럼을 4회째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 중이다. 개회식은 전훈 대표상임의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강주호 민화협 상임의장(한국교총 회장)의 환영사, 정동영 통일부장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윤후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영상축사로 이어졌다. 포럼에 참석한 강 상임의장은 환영사에서 일제강점기 상하이에서 설립된 민족 교육 기관 ‘인성학교(仁成學校)’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현재적 평화 교육의 원형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 선조들은 일제강점기에 굴하지 않고 상하이에 인성학교를 세워 독립 주역들을 길러냈다”고 강조하고 “당시 교육을 통해 미래를 바꿔나갔던 것처럼, 2025년 현재의 교육은 대한민국 분단의 극복과 평화 정착을 위한 올바른 인식과 평화 감수성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르노 르보(Arnaud Leveau) 파리 도핀대 교수가 ‘세계 청년과 평화-한반도 집중 세션 : 평화를 대하는 남북한 청년 세대(기억·무관심·희망)’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또 ▲청년평화 스피치 발표 ▲원탁토론 : 평화의 주체로서 청년 ▲광복 80주년, 한-프 청년 평화선언 순으로 구성됐다. 특히 원탁토론 시간에는 탈북작가와 청년 촬영감독, 현지 대학생들이 직접 토론자로 나서, 사전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청년들이 평화의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은 할머니가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 이 동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하자 망설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남기로 결심한 윤서의 시각으로 할머니 슬하 4남매가 너무 놀라 갈등을 겪다 할머니 부탁을 받아들이는 과정, 생전 장례식을 준비해 치르는 과정이 담겨 있다. 윤서도 할머니가 일한 시장 사람들의 육성을 영상으로 담는 등 생전 장례식 준비에 참여했다. 도라지꽃, 할머니가 가장 좋아한 꽃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도라지꽃이다. 시장에서 할머니한테 한복 만드는 법을 배운 아주머니가 할머니 한복을 지어 찾아왔다. 한복 치마엔 도라지꽃이 선명하다. 아주머니는 한복을 펼쳐 할머니의 몸에 대 주었다. 치마에 수놓은 보라색 꽃이 예뻤다. 할머니는 거칠고 마른 손으로 꽃무늬를 어루만졌다. “도라지꽃이네.” “네. 형님이 좋아하시잖아요.” 할머니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할머니는 생전 장례식날 이 한복을 입는다. ‘한복에 수놓은 도라지꽃이 햇살을 받아 곱게 빛났다.’ 윤서가 생전 장례식날 할머니에게 주는 감사패를 읽을 때 윤서 친구들이 할머니에게 주는 꽃다발에도 도라지꽃이 들어 있다. 할머니는 생전 장례식을 치른 지 두 달 남짓 지나 돌아가셨다. 생전 장례식이라는 소재를 너무 가볍게도, 너무 무겁게도 다루지 않은 것이 이 동화의 미덕이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인데도 몇몇 군데에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읽었다. 2017년 일본 대기업 고마쓰의 안자키 사토루 전 대표는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뒤 “40여 년 동안 신세 진 이들, 이후 여생을 같이 즐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신문에 생전 장례식을 열겠다는 광고를 냈다. 이 광고와 실제 생전 장례식은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필자는 ‘생전 장례식’이라는 말을 이때 처음 들었다. 그는 이 행사에서 “인생을 충분히 즐겼고 사람 수명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건강할 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당사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모두 웃는 장례식 줄거리는 이 기업인 얘기와 비슷하지만, 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한 용기 있는 할머니 버전이다. 아들 친구가 ‘너희 집 마당에 도라지꽃이 참 예뻤는데’라고 회상하는 것으로 보아 도라지꽃은 할머니의 전 생애를 보여주는 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사후(死後) 장례식은 아무리 화려해도 고인이 아닌 유가족 중심일 수밖에 없다. 조문을 가더라도 고인의 이름과 영정을 보는 것 말고는 고인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상가에 늘어선 조화(弔花)를 보면서 고인과 그 자녀들이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가졌는지 짐작해 볼 뿐이다. 생전 장례식이 더 의미 있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필자라면 어떻게 할지에 생각이 미치자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 책은 동화지만 태어나면 피할 수 없는 죽음, 장례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다. 두렵고 그저 먼 얘기로만 느낄 수 있는 죽음의 의미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차분하게 전달하는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세 개의 별을 가진 도라지꽃 도라지꽃은 6∼8월 보라색 또는 흰색으로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예쁜 꽃들이 많은 ‘미녀군단’ 초롱꽃과에 속하는데, 우리나라 전국의 산에서 볼 수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하는 식물이다. 초롱꽃·섬초롱꽃·금강초롱꽃이 도라지와 같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자매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도라지는 밭에 재배하는 것으로, 나물로 먹는 것은 도라지 뿌리다. 별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 기품이 있으면서도 아름답다. 흰색과 보라색 사이에 중간색 같은 교잡이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 문일평은 꽃이야기 책 화하만필(花下漫筆·꽃밭 속의 생각)에서 “도라지꽃 잎과 꽃의 자태가 모두 청초하면서도 어여쁘기만 하다”며 “다른 꽃에 비해 고요히 고립을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적막한 빈산에 수도하는 여승이 혼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도라지꽃을 별에 비유하는 글들이 많은데, 가만히 보면 도라지꽃에는 세 개의 별이 있다. 먼저 도라지꽃은 개화 직전 바람을 불어넣는 풍선처럼 오각형으로 부풀어 오른다. 그 모양이 별같이 생겼다. 이 모양이 서양 사람들에게는 풍선처럼 보인 모양이다. 그래서 도라지의 영어 이름은 ‘Balloon flower(풍선꽃)’다. 두 번째로, 꽃잎이 활짝 펼쳐지면 통으로 붙어 있지만 다섯 갈래로 갈라진 것이 영락없는 별 모양이다. 그런데 꽃이 벌어지고 나면 꽃잎 안에 또 별이 있다. 꽃 안쪽에 조그만 암술머리가 다섯 갈래 별 모양으로 갈라진 채 뾰족이 내밀고 있는 것이다. 도라지꽃은 수술 꽃가루가 먼저 터져 날아간 다음에야 암술이 고개를 내민다. 자기꽃가루받이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해바라기도 수술 꽃밥이 먼저 터지고 하루이틀 지난 다음, 암술대가 올라와 다른 개체의 수술 꽃가루가 오기를 기다린다. 반대로 천남성과 식물들은 암술이 먼저 나온다. 소나무처럼 암술머리가 수술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같은 나무의 꽃가루가 암술머리로 옮겨지는 것을 막는 경우도 있다. 식물들이 이렇게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도라지는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도라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핀다. 김훈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에는 ‘멀리서 봐도, 고개를 옆으로 돌린 꽃들조차 나를 향해 피어 있었다’는 대목이 있는데, 옆으로 핀 도라지꽃을 묘사한 것이다. 고주환 씨는 책 나무가 청춘이다에서 도라지꽃이 옆으로 ‘돌리며’ 피어나는 것이 이름의 유래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식물 이름 유래가 대개 그렇듯 정설은 없다. 홍민정 작가는 동화책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가 6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어린이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로, 모두 웃는 장례식은 그의 첫 고학년 장편동화다.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서, 양측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사 과정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절차상의 문제를 삼거나, 일부 학부모는 교사의 언행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더해 아동학대 신고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안이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육활동 침해의 경계에서 얽히며 결국 ‘법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교육현장이 점점 사법적 판단에 기대게 되는 현상,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학교)의 사법화’입니다. 교육의 사법화 시작, ‘학교폭력’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의 사법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2004년 제정 후 20년간 스무 번도 넘게 개정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불복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총 6,400여 건입니다. 행정심판은 2021년 1,295건에서 2023년 2,223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하였고, 행정소송 역시 2021년 255건에서 2023년 628건으로 늘었습니다. 가해학생의 조치 불복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이 제기하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도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피해학생 측 불복이 늘어나는 것이 최근 심의 결과 학교폭력이 아닌 경우가 늘어나고, 제6호 출석정지 이상의 중대한 조치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2023년 초 교육부는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강화를 포함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합니다. 이에 따라 2026학년도 대입부터 모든 전형에서 불이익을 주어야 하는데, 최근 가해학생 조치사항으로 각 대학이 수험생을 불합격시킨 통계가 공개되면서 학부모의 불안은 더 커진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책의 결과는 어떨까요? 강경대책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줄지 않고 있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적으로 대응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특이민원이 함께 증가합니다. 학교장 자체해결의 비율은 감소하고, 교육장이 내린 조치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불복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수치로 분명하게 확인이 됩니다. 학교와 교실 현장을 어렵게 하는 부정적 지표이지요. 이런 흐름의 문제는 책임 추궁 중심의 대응 방식이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여전히 언어폭력이 3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작년에 비하여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이 각각 0.9%P와 0.4%P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이나 다툼, 분쟁의 해결을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갈등이나 다툼은 가정 내 교육과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인데 책임 추궁 중심의 대응 방식이 강화되는 현장에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혐의(嫌疑)’가 되는 시대 교사들의 정상적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 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권보호 5법이 개정되어 시행된 지 곧 2년을 맞이합니다. 그럼에도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4,200건으로 다소 주춤하기는 하나 교권보호위원회 심의에 이르지 못한 숨겨진 교육활동 침해까지를 고려한다면 실제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령과 지침에 따른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하였음에도 신고학생 측은 신고학생 측대로, 피신고학생 측은 피신고학생 측대로 편파적이라며 민원을 제기하고, 학교폭력에 이르지 않는 아이들의 다툼에 대하여 정당하게 생활지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축소·은폐, 아동학대 혐의가 씌워지는 사건도 여전합니다. 이같이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언행들이 ‘아동학대’, 특히 ‘정서적 학대’로 해석되면서 교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교육(지원)청 사안 확인,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까지. 교사가 감당해야 할 과정이 참 험난합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해도 최소 몇 개월이 걸리는 그 기나긴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이는 결국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하여 공교육을 흔들게 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어떠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 행위 인지는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하여 구체화될 수 있다고 하는데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입니다. 참 답답합니다. 법의 한계와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 교육의 사법화를 막기 위해서는 법과 교육의 균형이 필수적입니다. 법을 통하여 교육을 보호하되, 교육을 지배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교육의 사법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그 단초가 된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교 내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를 모두 학교폭력으로 볼 뿐만 아니라 일상적 갈등이나 다툼과의 구별 없이 모호하고 광범위한 학교폭력의 개념, 무분별한 학교폭력 신고를 학교 측에서 종결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절차도 허용하지 않은 부분, 양측의 동의 없이는 진행조차 어려운 관계회복 프로그램, 교육적 해결을 막는 즉시 분리와 제2호(접촉금지 조치)의 의무화,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 경미해도 무조건 가해학생 조치를 내리도록 한 제17조까지. 지금이라도 교사들이 안전하게 ‘법의 눈치 없이’ 교육적으로 학교폭력을 포함한 갈등이나 다툼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학교가 다각적으로 해당 문제에 접근하여 근본적으로 풀어나갈 여유를 갖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아동학대 등 무분별한 신고가 곧바로 조사나 수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사 또는 교육(지원)청의 1차 판단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절차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간의 신뢰입니다. 교사·학생·학부모가 서로를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 ‘교육의 동반자’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교육의 사법화는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교육을 ‘신뢰’ 대신 ‘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법은 당면한 문제를 표면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학생의 성장과 회복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학교는 다시 교육의 언어로 돌아와야 합니다. 교사가 교육자로서 판단하고, 학생이 실수 속에서 성장하며, 학부모가 학교를 믿을 수 있는 구조가 신뢰 속에서 법과 제도로서 탄탄하게 만들어지기를 고대합니다.
“김기홍 선생님 맞으시죠? 여기 T 경찰서입니다. 학부모가 아동폭행과 상해로 고소를 했어요. 서에 한 번 나오셔야 하는데….” 2017년, 나는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며 경찰에 고소하고,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을 겪었다. H 부모님께서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협박한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담담할 줄 알았지만,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1년여 기간 동안 답답함·자책·분노·두려움 등의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혹시 잘못되어 교사를 못할 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에 처했었다. 이는 주변 동료교사들까지도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타인에게 드러내기 힘든 치부로 여겨져 감춰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박사과정에 있던 나에게 지도교수님은 개인적인 일로 보이는 이 사건을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해 보길 권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에 대한 성찰적 글쓰기와 학문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의 논의를 통해, 이러한 일이 운이 나쁜 누군가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육체제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 연구 결과, 이미 많은 교사가 이러한 일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교사를 사법기관에 고소하고 학교현장에서 협박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와 무관한 특정인들의 일탈도 아니었다. 오늘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학폭 처리, 안전교육 등)은 외부의 논리로 도입되고 있으며, 그 준거는 교육적 정당성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과 절차적 합법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교육적 노력을 기울이려 하기보다, 수많은 법률·규정·절차를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과연 외부 도움 없이 혼자 고군분투하며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역량인가 한국 교육은 5·31 교육개혁 이후, 30년간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라 재편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학교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로 수많은 교육정책을 학교로 밀어 넣었으며, 그것의 통제를 규정과 법률에 맡겨 버렸다. ‘교육의 시장화’가 ‘교육의 사법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사법화는 교사와 학부모를 ‘교육을 위한 상호 협력적 관계’가 아닌 ‘교육정책 이행자와 심판자 관계’로 변화시켰다.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적 행위를 법률과 규정에 기반해 판단하고 문제 제기하며, 학생이 교사의 수업 일부를 녹음하고 법률적 심판대에 올리는 것이 합리적 행위가 된 것이다. 학부모는 ‘부모의 교육적 역할을 대신하는 서비스 요구하기’, ‘자기 자녀를 위한 학급 운영 요구하기’, ‘비난하기’, ‘압박하기’ 등 적극적인 소비자의 모습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교육의 사법화 토대 위에서 ‘절차와 규정 따지기’, ‘사법 논리를 빌어 협박하기’, ‘민원 제기와 고소하기’ 등 사법적 심판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부모 눈치 보기’, ‘최소한의 교육만 하기’ 등의 대처를 한다. 그리고 이에 실패할 경우 ‘교권 침해’, ‘고소’와 같은 실존적 위기를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학교교육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사람이 교육공동체를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가장 어렵고 민감한 교육적 문제는 철저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환원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담임교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학생의 기초학력과 최소성취수준 보장을 위해 교과교사의 소명과 윤리성을 동원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교사는 본인 학급 학생, 본인 교과의 문제를 외부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이전까지, 학생을 위한다는, 미래를 걱정한다는 생각으로, 때로는 거창하게 우리 사회의 가치와 공동체 규범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홀로 고군분투했다. 우리 반 학생을 내 힘으로 오롯이 교육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오만한, 그리고 전문성이 결여된 생각인지 깨달았다. 그 어떤 아이든 교사 혼자의 힘으로 교육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설사 가시적으론 타인의 도움을 빌리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 혹은 우리 사회가 그 아이를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때로는 개인의 의지와 능력을 넘어 다양한 곳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할 때 학교와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학교와 사회가 그런 도움 요청에 응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고, 그런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적 행위를 법적 잣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문화 강화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얼마 후, 서이초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한 교사의 안타까운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십만 명의 교사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 서이초 교사가 자신이 될 수도 있었음을 외쳤다. 서이초 사건이 대규모 집회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내가 겪은 일을 대부분의 교사가 겪게 되었음을 느꼈다. 그래서 남을 돕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돕고 있구나 생각했다. 서이초 사건이 벌어지고 난 약 한 달 뒤부터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에서는 ‘교사의 교육권을 법으로 보장하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하라’와 같은 요구안이 제기되었다. 특히 ‘다른 해결책에 우선하여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이에 교육부는 즉각적으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현장에 내려보냈고, 국회도 6개 교원단체가 요구한 법 개정안을 받아 교권 보호 5법을 개정하였다. 하지만 교원의 아동학대 면책법안이나 문제행동학생의 분리 조치와 같은 행정적 대응만으로 학생·교사·학부모의 관계가 정상화되고 학교가 안전해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구 결과 서이초 사건은 아동학대 관련 법의 확장과 사법적 갈등 해결에 대한 두려움을 체화한 교사들이 정동적으로 공명하고 연대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수많은 교사가 거리로 나와 생존권과 기본권을 외쳤다. 하지만 권리를 매개로 한 정치적 요구는 ‘교권 보호’라는 기표로 쉽게 미끄러졌고, 이는 빠른 시간 내에 「교권보호법」의 확장과 분화를 끌어냈다. 「교권보호법」의 확장과 분화는 사법 권력의 감소와 법적 프레임화 약화라는 탈사법화의 단기적 효과를 가져왔다. 사법적 결정에 교육의 논리가 재삽입되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인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교권 관련 법의 확장과 분화만으로 교사의 실존적 위기를 해소하고 학교를 교육적 담론의 공간으로 되돌리긴 힘들다. 오히려 아동학대와 교권 침해에 대한 사법 시장화가 심화되고, 교육적 행위를 법적 잣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 나아가 교육적 행위를 사법의 언어로 규정함으로써 교육 담론이 사법 담론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그 결과 교사들은 교육 담론이 사라진 학교에서 ‘법적 자유로 후퇴’하며 생존만을 목표로 삼고 있다. 웬디 브라운은 ‘권리’는 상처를 드러내는 언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불충분한 언어라고 말한다. 권리 요구만으로 구조적 억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법 또한 불평등과 억압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생활세계의 논리를 잠식하고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약화시킴으로써 삶의 관계들을 해체시킬 수 있다. 사법화는 특정 억압을 해결하려는 의도로 시작되지만, 법적 개입 자체가 억압적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 동시에 (타인의) 권리 자체를 비판해야 하는’ 권리의 역설은 사법화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여러 직업 세계를 체험한 후 몸으로 글을 쓰는 작가 한승태는 어떤 동사의 멸종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묘비 문구를 ‘콜센터가 제일 힘들었다’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그는 콜센터 직원을 야멸차게 몰아붙이던 민원인이 자신과 같은 콜센터 직원임을 우연히 확인하는 순간의 고통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리고 오늘날 콜센터 상담사가 그토록 고통받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콜센터 이전의 전화교환수들이 어떻게 일하며 살았는지를 잊어버렸기 때문이 아닐지 짐작한다. 가정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김관욱도 같은 이유로 콜센터 직원을 13년간 연구한 후, 사람입니다, 고객님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왜 이렇게 오랜 기간 콜센터 직업의 문화를 연구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지고 싶지 않은 대상은 폭언하는 고객도, 강압적인 상사도, 외면하는 동료들도 아니다. 이러한 개인들을 점차 확산하게 만드는 사회와 문화에 지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대학생의 81%가 고등학교를 ‘사활을 건 전장(戰場)’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끔찍하지만 익숙한 현실은 현재 체제의 작동 오류 때문이 아니라,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이다. 나는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으며, 교사 대 학부모의 대결적 구도를 만들거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로 환원시키지 말아 달라고 특별히 부탁하고 싶다. 학생·학부모·교사가 법을 무기로 서로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학교가 교육공동체로서 기능하지 않고, 개별적 성과를 과시하는 학교 문화를 문제화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민원전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별도로, 학부모와의 교육적 소통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동시에, 민주적 공공성의 가치 위에서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개방적 학습 및 연구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이 근대적 규범을 내면화한 ‘자율적 전문가로서의 주체 되기’를 넘어, 자신의 취약함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다양한 행위자들과 관계 맺으며 그 속에서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관계적 행위자 되기’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러한 다층적 노력이 새로운 교육을 상상하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근래 교육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education)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법원에 의탁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사법 권력이 확대되는 현상을 지칭할 수도 있다. 한편 교육의 법화(juridification of education)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법 작용에 교육 문제 해결을 맡기는 일 외에 교육에 관한 법령이 증가하는 현상, 즉 과거에는 교사의 전문적 판단과 재량에 따라 해오던 활동을 법령에 의거하여 수행하는 일, 즉 법률이 규율하는 영역이 확장되는 현상도 포함할 때, 교육의 법화라고 한다. 교육의 법화는 교육의 사법화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다. Rosén과 Arneback, 그리고 Bergh(2021)는 교육의 법화 개념을 다섯 가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에 관한 각종 법 규범을 제정하고 헌법을 제정하는 일을 구성적(헌법적) 법화라고 하고, 법률이 규율하는 사항을 차별화하거나 기존에 법 규율 밖에 있던 사항을 법 규율 안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법률이 수평적·수직적으로 팽창하고 차별화하는 양식의 법화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의 사법화, 즉 사법부에 갈등 해결을 맡기는 경우가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사법 권력이 확대되는 현상도 법화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에 관계된 사람들을 법적 질서라는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경향, 즉 법적 프레이밍(framing)이 널리 퍼지는 현상도 법화의 한 가지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법화(法化)’는 독일어 ‘Verrechtlichung’의 번역어인데, 이 개념은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계급투쟁과 협상을 「단체협상법」이나 「노동법」이 대체하는 현상, 즉 노사 대립과 협상을 통한 임금 결정 등 문제해결이 법률에 따른 결정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지칭한 것이었다. 여기서 ‘비판적’이라는 말은 「노동법」이 피고용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기는 하지만, 노동조합의 전투적 행위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제한하여 사회적 갈등을 탈정치화하는 경향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역사적 경위와 관련된다(Habermas, 1988). 법화는 유럽에서 절대주의 국가를 극복하고 사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는 법률과 공법을 토대로 부르주아 국가가 탄생하던 때부터 시작했다고 보지만, 근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법화는 20세기 유럽에서 탄생한 사회민주적 헌법 국가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복지국가가 급진전하고, 법률이 조절 매체(steering mdeium)로서 상당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이 시기에 노동조합 결성과 임금 교섭은 물론 각종 사회 안전 문제가 법률의 규율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Habermas, 1988). 법화는 헌법 원칙을 사회 여러 부문에서 집행하는 일을 의미하고, 이 점을 법화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육권이 헌법상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의무교육제도가 법률적으로 보장될 때 교육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었다. 아동 권리와 아동 복지 역시 이를 법률이 보장할 때, 단순한 원리 원칙을 넘어 권리의 물질화를 실현할 수 있었다. 교육 영역에서도 이런 사실은 잘 드러난다. 과거 학교는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과도 같았고, 특별권력관계론이 지배하는 학교에서 아동 권리는 자주 침해되곤 했다. 그러나 체벌을 금지하고, 아동의 권리를 명시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학교에서도 아동 권리를 보장할 수 있었다. 또 여러 가지 의사결정 과정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여러 당사자 간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법화의 기여는 명백했다(Magnussen and Banasiak, 2013). 그런데 법화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법화는 형식법을 물질화하는 과정인데, 이것은 과거 자기 규제가 인정되던 영역에 수많은 법적 통제와 개입이 이루어지는 변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법이 사회 국가의 인도자 역할을 하지만, 정치 체제의 목적으로 도구화된다. 법이 사회국가의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법 규범의 일반성은 약화하는 대신, 특수한 목적 지향성이 명확해지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결과 중심 사고가 강화된다. 법화는 개입주의적 사회국가에서 새로운 형태의 법, 즉 규제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Teubner and Bremen, 1987). 사회국가에서 규제법은 다양한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 영역을 해체할 뿐만 아니라 규제법 자체를 해체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것을 규제의 트릴레마(trilemma of regulation)라고 한다(Teubner and Bremen, 1987). 법과 사회의 관계에서 상호 무시, 사회를 통한 법 해체, 그리고 법을 통한 사회 해체가 그것이다. 상호 무시는 사회와 정치, 그리고 법이 서로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상호 관련이 없어져 버리는 사태를 의미한다.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법률이 이에 대응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법과 사회가 관련을 형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회를 통한 법 해체는 여러 가지 사회적 요구에 법률이 문제해결 수단으로 동원되는 과정에서 법 체계성이나 보편화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법을 통한 사회 해체는 규제적 법이 사회의 하위 체계에 개입하게 되면서, 본래 자율적으로 자기를 조직화하고 재생산해 왔던 규제 대상이 파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버마스(Habermas, 1987)는 이런 현상을 생활세계의 식민지화(colonization of life world)라고 부른다. 우리는 법화의 양면성을 경험하고 있다. 아동과 보호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분명 이들의 권리가 신장되고, 과거의 부조리한 현실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률은 자제력을 잃고 교수·학습과정으로까지 침투해 들어온다. 교수·학습과정이 법률의 규율 영역에 들어간다는 것은 교육의 관료화 심화를, 그리고 장기적으로 교육의 사법화를 초래한다. 또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이 많아질수록, 집합적 조직이 정치를 행할 공간은 축소된다. 학부모 개개인의 권리를 보장할수록 학부모회의 활동 공간이 왜소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교육에 관한 교사회와 학부모회 같은 조직체 사이의 공적 토론은 약화되거나 탈정치화한다(Magnussen and Banasiak, 2013). 복지 영역에서 극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지만, 「사회복지법」에서의 개인화, 즉 수혜 자격을 설정하고, 그 범주에 속하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는 법률은 사익을 추구하여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법적 주체에게 수혜 자격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 법의 조건으로서의 일반성은 관료들의 편의적 집행에 맞추어지고, 이 과정에서 폭력적 추상화(violent abstraction)가 일어난다. 법화의 중요한 부정적 결과 중 하나가 관료화의 심화다(Habermas, 1988). 아울러 법화의 결과, 새로운 유형의 법적 인간이 탄생한다(Rosén, Arneback and Bergh, 2021).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신념으로 희생하면서도 법적 의무만을 수행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법률이 금지하지 않은 것이면 어떤 일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교사와 학부모를 만날 수도 있다. 법률에 규정된 것만 하겠다는, 그밖에 다른 어떤 일도 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오늘날 법화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진전하고 있다(김용, 2017). 아동 권리 운동가들과 학부모 운동가들은 아동과 학부모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입법 운동을 펼쳐왔다. 근래에는 보호자들의 부당한 민원에 시달려온 교사들의 생활지도마저도 법의 규율에 두기를 원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법을 많이 만들고, 자주 바꿀수록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언론이 이런 풍조를 부추긴다. 이런 흐름이 결합한 결과 수많은 법률이 만들어지고, 과거에는 학교 내에서 자율적으로 수행해 온 일이 법의 규율 영역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 결과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어떤 요구나 거침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여기는 보호자들, 방어적 교육활동에 함몰되어 있는 교사들, 어떤 문제든 법률을 만능 해결책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관료와 정치인들, 교육의 사법화를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는 법률가들, 이들이 빚어내는 새로운 환경에서 교육이 신음하고 있다.
좋은 기획안의 조건 _ 좋은 생각과 알찬 정보 수집 ‘좋은 생각은 행동이며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둑의 국수(國手)인 조훈현의 말이다. 조훈현은 고수의 생각법이란 책을 통해,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게 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야말로 지금보다 나아질 기회가 찾아온 때다.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집중하여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근본적인 이유가 있으며 반드시 더 나은 방법이 존재한다. 생각하는 게 재미없고 아플 수도 있다. 당장 대답이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혼란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침내 그 답을 찾아냈을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답을 찾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고, 질문으로 답을 구하는 본인만의 체계가 완성되면 보다 빠르게 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바둑 고수들이 가만히 앉아서 수십 수를 내다보는 것도 수많은 훈련을 한 덕분이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성격에도 변화가 와서 훨씬 신중하고 사려 깊으며 적극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모든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맞서서 해결하는 사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훌륭한 요리사도 좋은 식재료가 있어야 일품요리를 만들 듯이, 기획자도 신선한 자료가 많아야 좋은 기획을 할 수 있다. 기획에 필요한 자료는 육하원칙에 따라 논리적으로 수집한다. 자료는 프레임워크(framework)에 따라 방향을 정한 다음 수집한다. 육하원칙을 이용하면 한 분야에 편중해서 자료를 수집하는 오류도 막을 수 있다. 자료를 수집할 때 알아두어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획자는 자료를 수집하는 이유와 목표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자료는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자료를 수집할 때는 반드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해야 한다. 무작정 자료를 모으면,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는 이유는 기획서를 쓸 때 자료를 정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둘째,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기획서 내용에 부합하는 자료가 없으면, 신문에 실린 전문가 의견이나 연구소에서 펴낸 보고서의 예측 등을 인용하여 근거 자료로 제시할 수 있다. 셋째, 어디서 자료를 수집할지 생각한다. 기획자마다 검색하는 방법, 자료를 수집하는 곳이 다르다. 기획은 생각하는 일이다. 기획자는 다양한 자료를 찾고 분석하면서 정보를 얻는다. 가치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일은 기획자의 주요 업무다. 기획자에게 정보는 항상 수집하고 관리해야 하는 자원이다. [PART VIEW] 기획자는 정보가 가진 중요한 특징·정확성·관련성·적시성, 검증 가능성과 접근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에 기초하여 기획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정확성은 오류가 없음을 의미한다. 기획자가 수집한 모든 정보에 대하여 오류를 검증하기란 불가능하다. 의사 결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자료는 출처를 반드시 확인하고 다른 시각에서 분석한 자료도 검토한다. 관련성 차원에서 정보는 기획하는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정보라도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관련성의 정도는 다르다. 적시성은 시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최선 정보에 기초하여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현재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서는 최신 정보에 과거 정보를 모두 수집한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변동하는 추이를 보여주려면 과거의 정보를 순서대로 보여줘야 한다. 검증 가능성은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기획자는 자료 를 수집한 후에 정확하다고 판명된 정보와 비교해서 진위를 확인한다. 접근 가능성은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기획자는 정보를 어디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지 염두에 두고 자료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관리해야 정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좋은 글쓰기와 표현 기법 언어는 항상 변화한다. 시간의 흐름, 시대 상황, 기술의 변화, 문화 흐름의 변화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그 단어들의 뜻 또한 다양하다. 따라서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쓸 것인지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고 기획이다. 문체는 단순성·직접성·명확성을 받쳐주어야 한다.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고, 형용사·부사 및 꾸며주는 말들을 없애야 한다. 세심한 단어 선택은 단어 수를 줄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열쇠는 정확함이다.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명사·동사·형용사를 선택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맞춤법과 철자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설득력 있는 글쓰기는 명확성과 일관성을 요구하지만, 강한 어조의 단어와 문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약하고 수동적인 단어들 대신 강하고 능동적인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라. 부정적인 문장 구성과 자세는 기획안을 약하게 만든다. ‘귀하의 재단에서 아무것도 기부하지 않으면 우리는 목표한 만큼 자금 조달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표현과, ‘귀하의 재단에서 관대한 기부를 한다면, 우리는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서 가장 중요한 자선사업을 할 수 있어 대단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는 표현 중 어느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잘 쓴 글은 읽은 이에게 강한 신뢰감을 줄 뿐 아니라 글쓴이에게 더욱 전문적인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지름길이 된다. 잘 쓴 글은 공통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두 예시문을 보고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자. 예시❶은 장황하고 어조가 수동적이며, 글쓰기가 간결하지 못하여 읽는 이가 글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게다가 미팅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따분한 지난날을 떠올리게 만들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예시❷는 실제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훨씬 가깝고, 명료하고 자발적으로 들리며, 열성적인 느낌마저 든다. 또한 쉽게 썼기에 읽는 이가 글 자체가 아닌, 글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기 쉽다. 기획의 실제 _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교육부의 ‘교육분야 6대 국정과제’ 중 초·중등교육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하여 분석해 본다. ‘국정 목표-추진 전략-국정과제’의 흐름 속에서 국가 비전 아래 추진되는 국정과제를 분석해 보는 것은 중앙정부 차원의 교육정책 표현 문법을 이해하고, 교육부 기획안의 작성 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시된 국정과제 기획안은 AI 디지털 시대 미래 인재 양성 및 시민교육 강화를 통한 전인적 역량 함양, 공교육 강화 방안, 학교자치와 거버넌스 등과 관련된 학교정책 기획안을 작성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리된 자료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과 단어·내용 중 밑줄 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유사 주제와 관련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교육부, 교육분야 6대 국정과제(2025. 9) ● (국정과제 100) 시민교육 강화로 전인적 역량 함양 - 학생들이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전인적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학교시민교육·역사교육·학교문화예술교육·체육교육, 생애주기별 경제·금융·노동교육을 활성화한다. ※ 범부처 협업: 헌법교육(법무부·법제처), 기후환경·생태전환교육(환경부), 통일교육(통일부) 등 - 교육활동 전반에서 토의·토론, 프로젝트 학습 등을 통해 학생의 자기주도성 및 공동체역량을 강화한다. 민주시민 의식 함양을 위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초·중·고부터 대학 진학-사회 진출-출산-퇴직-시니어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경제·금융·노동교육을 활성화한다. ● (국정과제 101)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여 기초학력 지원, 심리·정서 지원 등 복합적 지원을 추진한다. 또한 학교와 지자체가 함께 모든 학생·학부모에게 격차 없는 돌봄·교육을 제공하여 아이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 학생별 수준에 맞는 기초학력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초학력 선도학교를 확대하고, 학습지원 전담교원을 확충한다. 중·고등학생들이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자기주도학습센터를 운영하는 등 국가책임 공교육을 강화한다. -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 제공으로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지자체 중심의 돌봄·교육모델을 마련·확산한다. 또한 0세 반부터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하고, 3~5세 무상교육·보육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정부책임형 유보통합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누구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특수학교(급) 신·증설 등 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학생의 마음건강 지원을 위해 사회정서교육 활성화 등 예방-발견-상담-치료를 아우르는 다층적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 (국정과제 102) 학교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 - 교사·학생·학부모가 상호 존중·협력하는 민주적 학교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학부모회 기능·권한 강화와 학교운영위원회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교원의 직무 특성과 학교 실정을 반영한 민원 대응을 지원하고, 시민으로서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정치 기본권 확대도 추진한다. - 모두가 안전한 학교를 조성하기 위해 학교 내 취약구역에 폐쇄회로 TV(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운영을 위한 교육(지원)청 내 전담인력 충원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학교급식의 위생·영양 관리 강화와 함께 조리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예방교육도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