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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들어가며 ‘윌드클레스’란 체육 분야에서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갖춘 선수를 말한다. 유명 축구선수의 어린 팬들에 대한 친절, 후배 피겨스케이터들을 위한 기부 등 세계적인 실력에 아름다운 인성 스토리가 누적될 때 ‘세계 최상급’이라 칭한다. 이처럼 월드클레스인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나라의 최대 역량은 ‘인성’이다. 촉법소년 문제와 갑질 논쟁,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등 일련의 사건들은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하였다. 경제성장과 빠른 사회변화에 대한 가정과 학교의 부적응 결과다. 소비 과잉, 경쟁 가열, 획일적 입시교육, 가족 내 역할 변화 등은 가정과 학교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인성교육을 소홀하게 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사회의 존립과 유지의 기본이 되는 인성역량은 선천적인 요인 이외에 후천적인 학습과 환경에 따라 변화도 가능하다. 따라서 교육으로 성장이 가능한 인성역량 강화를 위해 가정과 학교의 역할 재조명이 필요하다. 관계 중심 인성교육은 나와 타자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철학적 접근이며, 실천적 방안이다. 이번 호에서는 인성교육을 공동체적 관점(나와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살펴본다. 공동체 속에서의 관계 맺음과 관계 유지를 위한 갈등해결과정 등을 통해 인성교육의 실천적 내실화 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인성교육의 개념 및 목표 인성은 성격·성품, 도덕적 사회적 관계를 넘어 감성적인 행동 특성까지 다양하게 포괄한 개념이다. 인성교육이란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1이다. 즉 사회에서 잘 어울리고, 갈등 조절을 잘하며, 잘 협력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다. 현대의 인성역량은 핵심 가치 및 덕목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의사소통능력이나 갈등해결능력 등이 통합된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학교급별 인성교육 목표를 제시하였다. 자신·타인·민주시민 등 관계적 확장과 일상생활에서 진로에 이르는 공간적 확장을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였다. [PART VIEW] 인성교육의 문제점 및 관계 중심 인성교육의 필요성 가. 현행 인성교육의 문제점 인성교육이 강조되면서 필요성은 커졌으나 정작 인성교육은 소홀해졌다. 전통적으로 이루어졌던 학교·가정·지역이 행하던 인성교육의 관점과 요구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했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의 어려운 점과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성교육은 규정보다 광범위하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교육 핵심 가치를 8가지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바른 것, 인간다운 품성에 해당되는 것이라면 모두 인성교육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통념이며, 규격화하기 어렵다. 둘째, 인성교육의 주체 간 협력이 어렵다. 학생의 생활권은 가정·학교·지역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은 학생이 있는 모든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가정과 지역은 학교에서, 학교는 가정에서 주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셋째, 인성교육 책무성 환경이 악화되었다. 예방적 인성교육은 학급 단위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성교육이 정말 필요한 경우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절차나 명분이 부족한 경우 ‘아동학대’로 몰릴 우려가 있다. 넷째, 인성교육 교육과정의 체계가 부족하다. 학력은 인성교육에 비해 우선시되었다. 이에 비해 인성교육은 수업과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교육과정 연계로 부분적으로 진행되었을 뿐 수업의 중심을 이루지 못한다. 나. 관계 중심 인성교육의 필요성 관계 중심이란 인성이 발휘되는 대상과 관계에 집중한다. 관계 중심 인성교육은 자신·타인·공동체·자연 등과 주고받는 관계를 통한 상황에서 협력을 통한 실천적 인성교육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계 중심 인성교육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이해를 확장한다. 관계의 출발은 자신에서 시작한다.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과 관계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철학적 물음과 성찰을 통한 자신의 이해는 자살 등 위기상황을 예방한다. 둘째, 사람 간 관계의 원리를 이해한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사람 사이에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성교육의 덕목은 같다. 대인관계 상황을 구체적 상황으로 학습하면 원리를 이해하기 쉽다. 셋째,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회적 협력이 가능하다.2 공동체인식은 가정·학교·지역에서 다수의 일원으로 협력하면서 가능하다. 공동체 속에서 주고받는 관계를 통해 협력적 인성교육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 넷째, 자연과의 관계를 통한 힐링이 가능하다.3 인성교육은 문제해결과 협력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 갈등 조정을 위한 감정조절은 매 순간 진행되며 치유가 필요하다. 자연과 편안한 관계는 힐링을 수반한다. 인성교육 종합계획 정책 현황 및 방향 교육부장관은 인성교육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야 한다.4 교육부는 2016년 제1차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2021년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하였다. 가. 인성교육 종합계획 정책의 변화 인성교육 종합계획 정책은 수립 당시의 사회적 요구와 학교 현장성을 반영한다. 두 차례에 걸쳐 수립된 인성교육 종합계획 정책의 주요 흐름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정 내 교육 관련성을 강조하였다. 일회성 행사나 체험프로그램 중심에서 인권교육·양성평등교육·민주시민교육 등 관련성을 가지고 구성하였다. 둘째, 교육부, 시·도교육청, 학교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명시하였다. 학교와 교원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 산발적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기관별 역할을 체계화하였다. 셋째, 추진과제를 간소화하고 온라인 환경 등 변화하는 사회를 반영하였다. 유사 중복과제를 통합하고 온라인 환경에서 필요한 내용을 추가하였다. 넷째, 학교에 지원사항을 명료화하였다. 중앙부처 등 정책수립 및 지원부서는 학교교육과정 편성 시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내용을 사전에 안내한다. 나.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5의 운영 방향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은 정책 인식을 제고하고 효과성에 대한 고민에서 수립되었다. 추진 성과에 대한 평가 신뢰도 및 현장 적합성 등을 통해 인성교육을 구현하고자 수립하였으며 구체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성교육 비전은 ‘미래 사회를 주도할 인성역량을 갖춘 민주시민 육성’으로 정하고 시민적 인성과 도덕적 인성 함양을 목표로 하였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각각 네트워크 운영 등으로 지원체제를 구축한다. 둘째, 인성교육 친화적 학교환경을 조성한다.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 및 가정·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인성교육을 추구한다. 가족친화적 사회·환경조성은 전 부처 공동의 협업이 필요한 분야이다. 셋째, 학교교육과정 내 인성교육을 안착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주제별 인성교육을 체계화하였다. 교육과정 시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부 주도로 해당 부서와 협업을 통해 체육·예술교육·인문소양교육·미디어리터러시교육·환경교육 등 관련성 높은 교육정책을 연관성을 가지고 제안하였다. 넷째, 인성교육 역량을 강화한다. 인성교육 관련 연수의 법제화, 인성교육 실천사례 연구발표대회 운영, 교사연구회와 학습동아리 운영 등으로 교원 네트워크 구축, 인성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인증제 등을 지원한다. 관계 중심 인성교육 내실화 방안 관계 중심 인성교육은 관계적 확장과 공간적 확장에서 시작한다. 관계적 확장은 나 자신에서 시작하여 두 사람 간, 다수 간으로 인원의 확장을 통한 인성교육을 말한다. 공간적 확장은 가정·학교·지역으로 확장을 의미한다. 또한 인성교육은 타 교육정책과 연결되어 있으며 관계 중심 내실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 이해 및 긍정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지각과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자기이해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은 주체적·객체적 자기를 잘 알게 한다. 자기 이해는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감정을 가졌고,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등 이해하는 능력이다.6 자기이해지능을 높이기 위한 인성교육으로 꾸준한 명상, 생각과 감정을 성찰한 일기 쓰기, 1인 1악기 교육 및 예술교육, 체육활동 등이 있다. 둘째, 타인 존중 및 언어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타인과의 관계는 언어로 시작한다. 타인에 대한 존중은 언어를 통한 소통으로 표현된다. 좋은 관계를 위해 경청·공감·존중·감사·정직·관찰 등 여러 덕목이 필요하다. 일상적 교육은 가정에서 이론적 철학적 접근과 실천은 학교에서 효과적이다. 이러한 타인 존중 및 언어 인성교육을 위해 바르고 고운 말 사용하기, 경청하기, 존중어 사용하기, 친구사랑의 날 편지 쓰기, 갈등이 생겼을 때 건강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등이 있다. 셋째, 협력적 민주시민을 위한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사회생활은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의 과정이다. 각자가 지닌 재능과 인품을 서로 맞추는 집단지성을 통해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초연결사회가 되면서 신뢰의 가치, 공동체의 일원으로 협력하는 역량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인성교육을 위해 학급규칙 및 책임 규약 정하기, 단체 체육활동, 토의·토론학습, 협력학습, 봉사활동 등 여러 사람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통해 인성 덕목이 내면화되도록 한다. 넷째, 자연 친화적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정서적 안정과 감수성 함양은 자연을 통해 일어난다.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 산업사회의 발달은 기후위기를 초래하였다. 인간이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순응하는 인성교육은 미래 생존과 관련된다. 전 세계적인 문제를 직접 실천하는 능력은 자발성과 더불어 인성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 감축, 대중교통 이용, 분리수거, 식단개선, 신재생 에너지 이용 등 활동은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통해 인간을 보호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다섯째, 가정·학교·지역의 공감대 형성 및 지원체제를 견고히 한다. 인성교육은 미래세대의 인성을 위해 삼 주체가 함께 진행해야 한다. 다만 그 방법과 명분이 정당하여야 한다. 인성교육 지원을 위해 학부모교육과 지역주민에 대한 교육, 인성교육에 대한 교사 역량 강화,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교육지원청의 역할 등이 필요하다. 마치며 이상 관계 중심 인성교육 내실화 방안에 대해 제안하였다. 관계 중심 인성교육은 개인에서 다수로 진행되는 관계적 확장과 성장하면서 넓어지는 공간적 확장을 바탕으로 한다. 관계 중심 인성교육 내실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 이해 및 긍정적 사고를 위한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둘째, 타인 존중 및 소통을 위한 언어 기반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셋째, 협력적 민주시민을 위한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넷째, 자연 친화적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다섯째, 가정·학교·지역의 공감대 형성 및 지원체제를 견고히 한다. 조벽 교수는 ‘인성이 실력이다’라며 글로벌 창조 시대 인성교육을 강조하였다.7 빠른 사회의 변화로 가정과 학교가 삶의 방법과 인식의 변화에 대응이 늦어 생긴 결과가 인성교육의 어려움이다.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처럼 물질적 풍요에 따라 생리적·본능적 욕구는 충족되었으나, 현대는 존중과 사랑, 소속감 등의 결여로 인성교육이 강하게 요구된다. 앞으로 미래는 신뢰와 인성의 사회로서 더불어 살아갈 때 행복감과 자존감이 살아날 것이다.
독서하지 않는 아이들, 독서교육의 필요성 현재 우리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기기를 접하여 알파세대라고 칭해진다. 알파세대들은 기술에 능통하며, 주의집중시간이 짧고, 영상과 이미지를 선호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및 대응 전략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어성적과 문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학생들이 인쇄매체보다 영상매체를 접하는 비율이 증가한 점이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문해력 향상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이다. 하지만 독서습관이 없는 학생들은 책이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학생들이 독서를 즐기고, 읽고, 말하고, 쓰는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독서를 통한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독서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감 있는 독서를 통한 문해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왜 인공지능-독서 융합 프로그램인가? 제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수동적인 삶이 아닌 주체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기초 소양에 디지털 소양이 들어간 것처럼 디지털 기반 교육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에 잠식되는 존재가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을 도구로써 활용하고,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미래핵심역량을 함양해야 한다. 미래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이에 대응하여 우리는 교사 주도의 전달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문제상황 속에서 해결방법을 찾는 방식의 수업이 필요하다. 미래 인재에게는 다양한 문제상황에서 협력적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을 키우고, 단순 암기 위주의 지식 처리에서 벗어나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PART VIEW] 이에 필자는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책과 함께하는 인공지능 융합 메이킹 교육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책을 통해 문해력과 감수성을 함양하면서 다양한 공학적 도구와 메이킹 수업을 통해 창의적인 학습결과물을 내는 노벨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미래핵심역량을 키워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학습주제에 맞는 책(Novel)을 선정하여 책 속에서 찾은 문제를 다양한 공학적 도구(Engineering)들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노벨 엔지니어링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미래핵심역량을 길러주는 프로젝트형 수업을 개발하였다. 노벨 엔지니어링(Novel Engineering: NE) 교육이란? 노벨 엔지니어링은(Novel Engineering: NE) 미국 터프츠대학교(Tufts University)의 센터 CEEO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공학 교육방법으로 소설(Novel)과 공학(Engineering)이 융합된 수업모형이다. 학생들이 책을 읽고 문제를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설계하여 공학적인 설계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동시에 문해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활동을 주로 실행한다.1 노벨 엔지니어링은 연구자와 단체에 따라 다양한 절차가 제시되었다. 제시한 단계별 수업모형은 다음과 같다. 단계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학생들은 책을 읽은 후 스스로 문제를 찾고, 공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의 해결방안을 썼을 때 책 속의 이야기가 어떻게 바뀌겠는지 예상하여 이야기를 다시 쓰는 활동을 한다는 공통점을 도출할 수 있다. 본 수업에서는 이러한 단계를 초등 수준에 맞게 문제상황 확인, 해결방법 찾기, 창작물 만들기, 이야기 재구성하기의 4단계로 재구성하여 S.T.E.P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S.T.E.P 프로그램이란? 본 수업은 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읽고 아동인권문제에 대해 인식하여 그 문제를 해결해 보는 수업이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한국 학생이 장래희망이 화가라는 이야기를 할 때, 다른 나라 아이들은 기본적인 아동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자 ‘거짓말이지?’라는 말에 ‘아니 거짓말 같은 우리의 진짜 이야기란다’라는 대사로 책이 마무리된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 읽고 멍한 눈빛을 보였다. 실제로 아이들의 머릿속에도 ‘거짓말이지?’라는 말이 차지하는 것 같았다. 마침 학교에서도 아동인권교육에 대해 수업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아동인권보장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기로 하였다. UN 아동인권선언에 대해 함께 알아보고 아동인권문제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우리 반은 아동인권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홍보를 위해 효과적인 홍보 노래를 만들기로 하였다. 학생들은 아동인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탐구하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몰입감 있는 독서와 더불어 실천적인 문제해결능력과 사회적 책임감을 기를 수 있었다. 아동인권 노래 만들기 문제해결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공학적 도구로 활용한다. 아동인권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사와 노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작사와 작곡을 직접 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작사·작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려준 후 수업에 적용할 수 있게 하였다. 먼저 작사는 ‘뤼튼’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뤼튼’을 통해 아동인권에 대한 작곡을 해주도록 생성형 AI에 페르소나4를 부여한다. 학생들이 아동인권 노래에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을 생성형 AI에 넣으면 이를 기반으로 원하는 가사를 생성할 수 있다. 이때 유의할 점은 학생들에게 생성형 AI가 산출한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문제해결 도구로써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체성은 학생이 가지고 가야 한다. 가사를 만든 이후에는 ‘suno AI’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원하는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작곡해 주며, 그 노래의 가사에 맞추어 노래도 함께 불러준다. ‘suno AI’ 역시 교사의 지도하에 사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래를 다 만든 후에는 동학년 친구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며 아동인권에 대한 홍보를 한다. 이후에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바꾸어 써보는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은 ‘아동인권 노래 만들기’ 수업과정에서 스스로 노래를 만들어 보는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얻게 되며,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AI와 예술이 결합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책 속에서 찾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실천적 의지를 다질 수 있다. 아동인권 노래의 홍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세상에 닿을 수 있다는 희망감을 가질 수 있다. ● 1단계 _ 책 속에서 문제 찾기: 책을 읽고 문제 찾기(1~2차시) • 거짓말 같은 이야기 책 읽기 • 책 속에서 문제 찾아보기 거짓말 같은 이야기 책을 읽고 학생들은 책의 제목·표지·삽화를 보고 내용을 예상해 본다. 책을 읽으며 짐작한 내용과 실제 내용을 비교하고, 가장 가슴에 와닿는 부분을 소리 내어 읽어본다. 학생들은 빈 의자 기법을 통해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고, 책 속 주인공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책 속의 아이들이 겪는 문제가 현재 우리와 함께 사는 시대의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며, 아동권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 2단계 _ 문제해결방법 찾기: 문제해결방법 찾아보기(3~4차시) • 아동인권의 중요성 알아보기 • 국제아동권리협약 이해하기 • 문제해결방법 생각하기 아이들은 문제해결방법을 찾기 전에 아동인권의 중요성을 학습한다. UN 아동권리협약을 이해하고, 아직 세계에는 아동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아동인권 삼각책 만들기 활동을 하면서 아동권리보장을 위한 마음을 다진다. 문제해결을 위해 모둠별 토의를 진행하고, 아동인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홍보방법을 논의하며, 공유한다. ● 3단계 _ 문제해결하기: 아동인권 홍보 노래 만들기(5~6차시) • 아동인권 노래에 들어갈 내용 협의하기 • 아동인권 노래 작사하기 • 아동인권 노래 작곡하기 학생들은 문제해결방법으로 채택된 아동권리 홍보 노래를 만들기 위해 작사와 작곡을 한다. 작사는 교사가 제시한 작사 프로그램을 통해 모둠에서 원하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무조건 생성형 AI에 의지하여 작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사전에 우리의 노래에 어떤 내용과 분위기가 들어가면 좋을지 충분히 상의한다. 이때 지난 학습 때 했던 아동권리협약 내용을 참고하여 아동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들의 내용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AI를 통해 생성된 가사를 확인하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수정한 후 학급 패들렛에 제출하도록 한다. 생성형 AI를 활용하지만 창작의 주체성은 아이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은 패들렛에 올라온 다른 모둠의 가사를 함께 보며 서로 피드백을 주고 수정해 나간다. 작사가 완료되면 suno AI를 통해 아동권리 홍보 노래를 작곡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은 가사를 보며 본인들의 노래가 어떤 분위기면 좋을지 작성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교사는 AI를 활용하여 곡을 생성해 준다. 모둠별로 여러 개의 곡을 제안하고 그중에 원하는 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모둠별로 완성된 노래를 가지고 아동권리 노래 음악회를 열어 학생들이 직접 만든 노래를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협력적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창작활동을 통해 아동인권의 중요성을 홍보할 수 있다. ● 4단계 _ 이야기 고쳐쓰기: 뒷이야기 고쳐쓰기(7차시) • 아동인권 홍보 노래 홍보 후 뒷이야기 생각하기 • 뒷이야기 바꿔쓰기 음악회가 끝난 후, 학생들은 아동권리 홍보 노래 음악회를 한 후의 느낌을 이야기하며 감상을 나눈다. 이러한 실천적 문제해결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바꿔 쓰도록 한다. 이때 글쓰기 AI 코스웨어를 활용하여 학생들은 맞춤법검사를 통해 정제된 문장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교사가 원한다면 AI 글쓰기 작성 도움을 통해 학생들이 더 풍부한 내용의 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은 아동인권보호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마지막 뒷이야기 바꿔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프로젝트 활동의 내용들을 되돌아보고 배운 내용을 내면화하면서 몰입감 있는 독서와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
수학적 모델링이란? 수학적 모델링은 수학을 사용하여 표현하고 분석하고 예측하거나, 실세계 현상에 통찰력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수·학습방법으로서 수학적 모델링 능력을 신장하기 위해 생활 주변이나 사회 및 자연현상 등 다양한 맥락에서 파악된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학적 개념·원리·법칙을 탐구하고 이를 일반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제시되는 실생활 문항들이 실제 세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수학의 유용성을 실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수업목표를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문제를 수학적 절차를 거쳐 해결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교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어떤 문제를 제시할 것인가?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할 때, 단순한 수식 계산을 넘어선 실제적이고 자연스러운 문제해결과정을 포함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환경·경제·기술 등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좋다. 또한 문제해결과정에서 수학적 원리와 개념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최신 기술 트렌드나 사회적 이슈와 연결된 문제를 제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 수학적 절차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문제를 제시한 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되, 필요한 경우 교사가 적절히 개입하여 학생들이 수학적 절차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스캐폴딩 기법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질문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가정을 세워야 할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다. 또한 평가기준과 연결되는 발문을 통해 학생들이 수학적 사고과정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게 한다. [PART VIEW] ● 학생들의 몰입감을 높일 방법은 무엇인가? 고등학교 학생 중 상당수는 수능형 문제가 아니라면 문제해결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실세계의 문제라 할지라도 당장 자신에게 필요한 문제가 아니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문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제와 관련된 사전 영상을 시청하거나, 충분한 사전 설명 시간을 통해 문제의 중요성과 관련성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문제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 참여도가 높아질 수 있다. ●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날 것인가? 대다수 학생은 수학적 모델링의 경험이 부족하다.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수학 관련 활동은 대부분 자료조사나 어려운 문제해결과 같은 단편적인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본 수업에서 수학적 모델링 감각을 기른 학생들이라면, 이후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학생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학생들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으며,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을 배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지속적인 학습과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수학의 유용성과 실용성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교수·학습 흐름도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학생마다 큰 편차가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활동을 진행할 때는 팀을 구성하여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팀을 구성할 때는 수학적 능력뿐만 아니라 수업 참여의 적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문제해결과는 달리, 이 과정에서는 의견교환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므로 학생들의 적극성이 문제해결의 성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수학적 절차를 통한 문제해결은 두 차시에 걸쳐 이루어지며, 많은 학생이 값을 도출한 후 문제해결이 완료되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도출된 값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며, 교사는 이를 유도하기 위해 적절한 질문을 제시해야 한다. 교수·학습흐름도에서는 교사가 제시한 문제를 해결한 후 프로젝트 수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사전에 다양한 문제해결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좋다. 실세계 문제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유형의 문제를 경험하게 하면 추후 프로젝트 수업의 성과가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적절한 문제를 선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올바른 접근을 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야 학생들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수학적 모델링 문제 수학적 모델링 문제는 다음과 같이 문제상황과 단계별 해결과제를 제시하였다. 학생들은 문제상황을 접한 뒤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면 다음 단계의 질문을 제시한다. 곧바로 ‘철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문제해결의 단계를 세분화하여 제시함으로써 수학적 접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이 문제는 흔히 알려져 있는 철로 설계에 관한 문제이다. 단, 문제상황에서는 최소한의 조건만을 제시하고 학생들은 스스로 세부조건에 대한 가정을 세워야 한다. 더 풍부한 사고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철로를 놓기 위한 도시를 직접 선택하고 해당 도시에 관한 데이터(연교차, 철로 구획의 길이 등)를 스스로 조사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 학생들은 종종 “선생님, 이거 어차피 나중에 안 쓰잖아요”라는 불만을 제기하곤 한다. 아무리 수학의 유용성을 설명해도, 학생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가르치는 학문이 실제 사회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이 수업을 진행한 후, 학생들은 처음으로 “수학을 왜 배우는지 알겠어요”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교사로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해준다. 이후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다양한 주제들이 학생들로부터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의 자습실 공간 개선’, ‘개인 선호도에 따른 자리 추천 시스템’, ‘급식실까지 가는 효율적인 경로 탐색’ 등과 같은 실제적이고 의미 있는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이는 학생들이 수학을 단순히 이론적인 학문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도구로 인식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업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 이상의 의미를 제공하며, 그들이 수학적 사고를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수학이 단지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닌, 실생활에서의 문제해결에 필수적인 도구임을 깨닫게 된다.
도서관 활용수업의 목적은 무엇일까? 도서관 활용수업은 교실이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의 정서적인 환기, 책과 가까운 환경으로 독서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함도 있겠으나, 이는 본질적인 목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정보센터로서 다양한 정보자료를 제공하여 교과서 밖의 폭넓은 지식을 탐험하는 교육활동을 지원한다. 정보 전문가인 사서교사가 있다면 도서관 안팎에 존재하는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며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활용하는 다양한 탐구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본 사례는 2023년 2학기 동안 인문계고등학교 1학년 5개 반을 대상으로 진행한 통합사회과목과 사서교사의 협력수업이다. 수업주제는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AI 주제 사진전’으로, 통합사회의 학습영역 중 세계화·국제 갈등·인구문제·미래 사회의 4개 단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1개 주제당 4차시, 약 15차시 동안 학생들은 정보를 탐색하며, 교과내용을 학습하고, 이를 표현하는 사진을 생성형 AI로 제작했다. 통합사회는 세상을 읽는 눈을 길러주는 과목으로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때문에 실제적인 경험이 중요한 교과라고 생각하지만, 입시와 평가 부담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시간 강의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의식 수업의 이점도 분명히 있으나, 현 교육계의 기조는 학생 활동 중심의 자기주도적인 탐구학습을 통한 내재적인 발현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활발한 수업 참여와 내실 있는 탐구활동에 대한 고민으로 본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생성형 AI로 사회교과와 정보활용교육 융합하기 그렇다면 요즘 정보활용 분야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바로 생성형 AI 기술이다. 무엇이든 대답해 주는 챗GPT부터 그림·문학·영상·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 생성형 AI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인간을 불필요한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도구에서 멈출지, 아니면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적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에 대한 개인적 선호는 차치하고,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활용은 메타인지능력과 연결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깨닫고,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프로그램의 이해 수준에 맞게 질문을 생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헌정보학에서 정보활용교육의 주된 교육목표는 이러한 질문, 즉 자신의 정보 요구를 잘 파악하고 질문을 잘 설계하여 원하는 정보를 잘 찾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 따라서 본 수업은 사회교과와 정보활용교육, 두 측면의 교육목표를 융합하여 설계하였다. [PART VIEW] 우선 사회교과에서는 학생들이 해당 단원의 교과지식을 주체적으로 습득하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여 표현함으로써 보다 실제적이고 내실 있게 학습한다는 목표를 가진다. 정보활용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이해 수준과 정보 요구를 메타적으로 파악하여 질문하는 힘을 기르고, 다양한 정보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힌다는 목표를 가진다. 두 가지가 융합하여 다양한 정보자원을 활용해 교과지식을 학습하고, 학습한 내용을 이미지로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활동으로 진행되었다. 수업의 실제 활동은 총 4단계로 진행되며, 모든 시간에 교과교사와 사서교사 2명이 함께 들어가 진행했다. ● 1단계 _ 교과서를 통한 주제 학습 단계 학생들은 교과교사와 함께 교과서를 통해 해당 단원의 지식을 일차적으로 학습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해당 주제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보다 자세히 알고 싶은 내용과 더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생각한다. ● 2단계 _ 주제 관련 읽기자료를 통한 예비 탐색 단계 학생들은 사서교사가 준비한 주제 관련 읽기자료를 훑어보며 더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확실히 정하게 된다. 주제 관련 읽기자료란 교과 내 주제를 보다 폭넓게 다룬 책으로 한 시간 내에 읽을 수 있게 다양한 주제를 한 챕터 정도 분량으로 준비했다. 이때 읽기자료는 사서교사에 의해 1차 선정되고, 교과교사의 검토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우선 사서교사는 주제 관련 읽기자료의 목록을 목차 형태의 한 페이지로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학생들은 목차를 보고 관심 가는 주제를 골라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고 해당 주제에 대한 추가 탐구 여부를 결정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주제를 본다. 이때 정하는 주제로 사진을 제작하게 된다. 주제 관련 읽기자료의 예시와 활동지는 다음과 같다. •주제 관련 읽기자료 - 교과: 통합사회2 - 자료: 활동 1 ‘세계화와 평화’ 단원 읽기자료 안내 - 활동 가이드 1) 제시된 읽기자료 목록을 살펴본다. 2) 내가 해볼 만한, 마음에 드는 자료를 가져간다. 3) 너무 쉽거나 어려우면 다른 자료를 가져간다. 4) 읽으면서 활동지를 수행한다. 5) 다 읽은 후 옆 모둠과 서로 자료를 돌려본다. - 읽기자료 안내 ● 3단계 _ 온라인을 통한 확장 탐색 단계 학생들은 이전 차시동안 더 탐구할 주제를 정했다. 우선 해당 주제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을 적어보고 검색 키워드를 정리한다. 사서교사는 검색 키워드 만드는 법을 교육하고, 학생들이 작성한 내용을 검토한다. 또한 해당 주제를 검색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사이트와 검색 전략을 안내하고, 정보의 질적 평가기준을 통해 적합한 정보만 수집하도록 활동지를 제공한다. 교과교사는 학생들이 정한 추가 탐구주제가 교과단원에 적합한지, 조사한 내용이 정확한지를 검토하고 피드백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이미지로 표현할 주제를 확정하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주제를 설명하는 글을 작성한다. ● 4단계 _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단계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선택한 주제와 사회현상을 표현하는 사진을 만든다. 이때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 bing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활용했다. 우선 학생들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상상하며 활동지에 AI에게 요구할 명령어를 작성한다. 사서교사는 AI가 명령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구조를 알려주고 학생들이 작성한 명령어를 검토 및 피드백한다. 이후 사진을 제작하는데 학생들은 현재까지 조사한 자료를 정리하고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덧붙여 사진에 대한 설명자료를 제작한다. 여기에는 사진을 제작한 이유, 주제에 대한 설명, 이에 대한 자기 생각과 참고자료의 출처가 포함된다. 패들렛에 사진과 설명자료를 업로드하면 활동은 끝난다. 교과교사는 학생들이 제작한 이미지와 설명자료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피드백한다. 수업의 의의 해당 활동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이 졸지 않고 모든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직접 골라 원하는 만큼 조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자율성이 학생들의 참여 의지를 돋우고 내실 있는 학습결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수행평가로 운영되어 점수도 고려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수업과정에서 주제 선정과 탐구활동에 호기심과 적극성을 보였다. 둘째, 교사 2인 체제의 학생 활동형 수업으로 학생들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이 이뤄졌다. 교사가 계속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수행을 관찰하는 형태로, 학생들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교사에게 질문했으며, 2명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보다 효과적인 피드백이 가능했다. 교사가 전 과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방향만 제시하고 활동하게 하려면 수업설계 단계에서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혼란에 빠지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게끔 잡아줄 수 있어 적극적인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더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지필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전 차시 학생 활동형으로 운영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에서는 지필과목의 경우 이러한 활동형 수업은 수행평가 시, 4차시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시험 진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활동형 수업이 이벤트성이 아닌, 충분히 교과목표에 맞는 지식 습득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시험 진도에 대한 부담 없이 원활하게 운영되었다. 다만 전 주제의 제작물이 수행평가였던 탓에 추후 평가해야 할 결과물이 500개가 넘어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넷째, 교과교사의 수업 부담을 경감하였다. 학생 활동 중심이라는 낯선 도전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함께 하는 수업설계와 진행으로 인해 실제적인 운영에서의 부담이 많이 줄었으며 내실 있는 세특 작성이 가능했다. 교사에게 있어 생활기록부 작성은 항상 고충인데, 학생들 모두 활동내용이 풍부해 수월하게 작성할 수 있었다. 다섯째, 학생들은 탐구활동을 위한 다양한 정보자료와 탐색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고등학교의 경우 자율탐구활동이 많은데, 학생들은 주제 선정과 정보탐색방법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활동에 놓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해당 수업을 통해 생성형 AI에게 질문하는 법, 빅카인즈·지식백과 등 신뢰도 높은 검색 사이트, 목차를 활용한 발췌독 방법, 출처 작성법 등을 익힐 수 있었으며 추후 다른 교과에서의 탐구활동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다는 감상을 남겨주었다. 현재 사서교사의 배치율은 전국 초·중·고를 합쳐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학교도서관과의 협력수업은 학생들에게도, 교과교사에게도 많은 이점을 남김에도 불구하고 사서교사의 부재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서교사가 있더라도 교육현장에는 여전히 낯선 존재라 수업이 성사되기 다소 어렵다. 하지만 한 번 경험한 사람들은 계속한다.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특히 사서교사와의 협력수업은 학생에게 개별화된 맞춤형교육과 활동 중심의 탐구학습, 미래지향적인 지식정보처리역량을 강조하는 본 교육의 흐름에 맞춘 최고의 활동이라 자부한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길 희망한다.
“학교는 좋은 삶의 루틴을 만드는 곳” “당신이 뭘 먹는지 알려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샤브랭의 말이다. 이 말은 이렇게도 바꿀 수 있을 듯싶다. “당신 일상의 루틴을 알려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일러주겠다.” 삶은 결국 매일 거듭되는 일상이 쌓여 만들어진다. 직장인에게는 직장인의 루틴이, 프리랜서에게는 프리랜서 나름의 루틴이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좋은 삶의 루틴’을 갖추도록 돕는 곳이다.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시간 맞추어 오기만 해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함을 갖추게 될 터다. 시간에 맞추어 꼬박꼬박 급식을 먹는다면 규칙적인 식사습관이 몸에 밴다. 나아가 학교일과에 꾸준히 참여하여 성실하게 활동을 거듭한다면 튼실한 몸과 풍성한 교양을 갖추게 될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일상이 무너졌던 상황을 떠올려 보라. 학교는 ‘좋은 삶의 루틴을 갖추게 하는 곳’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듯싶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좋은 일상 루틴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작 선생님들은 어떨까? 학교의 루틴이 거듭될수록 교사의 삶도 훌륭하고 바람직하게 바뀌어 갈까?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란 쉽지 않다. 반복되는 일 탓에 나날이 소진되어 가는 분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불행한 교사가 행복하고 건강한 교육을 펼치기란 쉽지 않다. 선생님 스스로 자기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건강한 일상의 루틴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연수가 효과 없는 이유” 이 물음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322)는 답을 준다. 그는 습관(hexis)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철학자다.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고 봄이 오지는 않는다. 또한 하루아침에 여름으로 바뀌지도 않는다. 인간이 진정 행복해지는 것도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말을 곱씹어 보라. 교원의 그 많은 좋은 연수 강의들이 왜 효과가 없었는지 다가올 테다. 머리로 깨달았다고 내 삶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행복하고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를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학교의 일과는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익숙해지면 무슨 일이건 심드렁해진다. 가슴 뛰는 일, 부푼 기대에 달뜨게 하는 상황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면 어느덧, 교실과 교무실에서 그냥 하루를 버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즐겁지 않은 일과가 ‘만성통증(?)’으로 굳어져, 아예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 셈이다. 운동 방식이 잘못되었을 때는 몸을 움직일수록 상태가 더 안 좋아진다. 삶의 루틴도 그러하다. 학교의 일과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도록 꾸려져 있다. 그러나 안 좋은 습관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무기력하고 어두워지지 않던가. 선생님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미건조해져 버린 일상의 루틴을 바꾸지 않는다면, 내 교직생활의 미래가 좋아질 리 없다. “뛰어남을 갖추려 노력하는 일상을 살라.” “진정 선하고 나무랄 데 없이 곧은 사람은 삶의 여러 변화를 고상하고 품격 있게 이겨낸다. 그리하여 그들은 평생 행복할 것이다. …(중략)… 선하고 현명한 사람은 인생에 걸친 모든 변화를 훌륭하게 겪어 나가며, 또 언제나 자기 처지를 잘 이용한다. 신발을 잘 만드는 장인은 자신이 어떤 가죽을 갖고 있어도 가장 좋은 신발을 만들 듯이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교사인 우리는 어떤 가죽을 갖고 있어도 좋은 신발을 만드는 장인 같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사인 우리는 살아지는 데로 살아서는 안 된다. 살아져야 하는 대로 우리를 다독이며 만들어 가야 한다. 교사로서의 ‘뛰어남(德, aretē)’을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의 매일 매일은 비슷해 보인다. 그렇지만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면 힘겨운 여러 문제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허둥거리며 문제 하나하나에 매달리지 말라. 이는 나의 체력과 정신을 소진하는 지름길이다. 배의 엔진이 움직이며 흔들린다고 있다고 해서 제대로 항해하고 있다 할 수는 없다. 제대로 뱃길을 헤쳐 가는 배는 방향을 잡고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다. 매일, 매번 닥치는 고난과 어려움에 휘둘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고통이 나를 더 뛰어난 선생님으로 만드는 성장통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음의 물음을 언제나 거듭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번 어려움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며 더 좋은 선생님으로 거듭나게 될까?” 교과의 교육과정은 나선형 상승구조로 설계되곤 한다. 비슷한 수준의 과제를 다루면서도 난이도와 깊이가 조금씩 깊어지면서 학생의 실력이 자라나게 한다는 뜻이다. 선생님에게 주어지는 학교의 거듭되는 상황들을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여겨 보자. 지금 닥친 현실이 너무나 버거울 수 있다. 그렇지만 교실에서도, 교무실에서도 나는 이와 같은 어려움을 이미 겪은 바가 있을 터다. 그때에 견주면 나는 어떤 점에서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 더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물음은 방향을 잃은 교직생활을 다잡아 주는 나침판이 된다. “양극단을 피하고 중용을 찾으라.”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철학자다. 그는 공허한 논의보다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안겨 준다. 일상이 버겁고, 생각이 많다면 고민하기보다 일단 움직여 보라. “집을 지어봐야 건축가가 되고, 악기를 연주해 봐야 연주가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올곧게 행동해 봐야 올곧은 사람이 되고, 절제 있게 행동해야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행동을 해봐야 용감하게 된다.” 삶은 누구에게나 딱 부러지는 답이 없는 문제다. 학교에서 마주하는 상황들도 그렇다.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지 눈 감고 용서해야 하는지, 결연하게 법규와 절차를 따져야 하는지 너그럽고 유연하게 넘어가야 하는지 등등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경우가 한 둘이던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는 머리를 싸매고 있어 봐야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라.’ 현대 심리학의 용어로 바꾸자면, 그는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쌓으라며 권하는 듯싶다. 이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도, 오랜 체험을 통해 몸에 밴 지혜를 말한다. 어찌 보면 인공지능에서 말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도 결이 통한다. 상황을 피하지 말고, 거듭 겪으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러면서 자신이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고’ 있는지 계속 곱씹어 보라. 물음에 대한 답을 계속 찾으며 생활을 다듬을 때, 흐트러지던 나의 일상 루틴 또한 제대로 성장과 발전의 방향으로 중심축을 잡아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는 게 무엇인지는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계속해서 현실적인 조언을 안긴다. ‘양극단을 피하고 ‘중용(mesotēs)’을 찾으라.’ 예컨대 용기란 비겁과 만용 사이에 있다. 절제는 인색과 낭비 사이에 있다. 이 사이에 어디가 제대로 된 ‘중용’인지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이를 ‘실천지(智)’라 부른다. “나는 더 훌륭한, 뛰어난 선생님으로 거듭날 수 있다.” 9월은 학년도의 절반 이상이 흐른 시점이다. 아이들의 문제, 교실의 한계가 뚜렷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학기 초라면 바로잡으려 나섰겠지만, 이제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몸도 마음도 지쳤을뿐더러, 애쓴다고 해서 더 나아지리라는 확신도 흐려진 상태다. 물론 아이도, 교실도, 교무실 분위기도 바뀌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교사인 나는 이 상황을 겪으며 더 훌륭한, 뛰어난 선생님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좋은 교사라면 당연히 꾸릴 법한 일상 루틴과 행동을 떠올려 보라. 그리고 부단히 자신을 가다듬어 갈 일이다. 2학기 무르익는 가을의 초엽, 선생님들께 응원을 보낸다.
2024년 5월 스승의 날에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생성 AI가 교육발전에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효과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향후 몇 번의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생성 AI를 수업 중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찬반론을 바탕으로 초·중·고에서의 수업 중 사용에 대한 내 생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들어가며 생성 AI가 학교교육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교사들에게는 수업준비, 학생평가, 생활지도 및 학부모 경영을 포함한 제반 학급경영, 학교행정업무 등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많은 학생이 생성 AI에 의존하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등 기대 효과보다 활용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미국의 절반에 가까운 교육구에서는 학교 기기와 네트워크에서 AI 및 기타 다중모드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시애틀 교육구 대변인 팀 로빈슨(Tim Robinson)은 ChatGPT-4를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서 ‘학생들이 기계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독창적인 작업과 사고를 하기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호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에세이 작성에 챗봇을 사용한 것이 적발되자, 펜과 종이로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물론 뉴욕교육청처럼 사용금지령을 내렸다가 이를 해제한 경우도 있다. 이 글은 네이처 리서치 커스텀 미디어(Nature Research Custom Media, 2023)가 정리한 ‘ChatGPT가 교육에 줄 수 있는 교훈’에서 얻은 전문가 견해에, 내 생각을 더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하 내용의 핵심 부분은 에듀프레스(박남기, 2023.10.15.)에 정리하여 싣기도 했다. 사용 옹호론 학교에서 사용을 금지하더라도 학생들의 개인적 사용까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교육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타마라 테이트(Tamara Tate)가 강조하는 AI 활용 효과의 하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즉각적인 학습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계가 제시한 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답을 평가하도록 하는 등의 활동을 시킨다면 학생들의 분석력·비판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점이 언급되고 있다. 수업 중 사용하는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과 다문화 학생들 교육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 테이트의 주장이다. ChatGPT-4는 실생활에 사용되는 어휘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문장 구성력도 뛰어나, 기본 어휘력과 문장 생성력이 미흡한 외국인 학생들의 학습에 크게 보탬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실에서 사용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 한국어로 질문하면 영어로 번역하여 답을 영어로 한 후,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여 제시하다 보니, 오역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맥이나 사용하는 단어 역시 부적합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더라도 다문화 학생들 입장에서는 크게 보탬이 될 것 같다. 다만 ChatGPT는 학생들의 의존성을 높이는 속성이 있으므로 실력이 향상되면 차츰 활용 빈도를 줄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어 역량 강화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테이트와 다른 전문가들은 생성 AI가 제시하는 답에는 오류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관련된 정보검색을 통해 제시된 답을 평가해 보고, 학생들의 생각을 더 해 제시된 답을 수정·보완하게 하면 분석력과 비판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생성 AI를 활용하여 질문을 만들어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도록 교사가 가르칠 수 있다면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교육적 성장 결과 비교 분석, 학생 특성별 효과 비교 분석 등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하지 않은 채 단순히 기대하는 효과만 믿고 수업에 활용한다면 생성 AI가 가지고 있는 중독성과 의존성으로 인해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외가 있다. 지적으로 뛰어나며 자기통제력도 강한 학생들의 경우 의존성과 중독성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숙지시키면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면 긍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수업 중에, 그리고 과제를 수행할 때 어떻게 사용하면 생성 AI가 ‘아이언 맨 슈트’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를 가르치고 연습기회를 제공한다면, 이들은 더욱 뛰어난 인재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 신중론 생성 AI가 제시한 답에는 오류가 섞여 있을 수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카비어(Kabir 등, 2024)의 연구에 따르면 프로그래밍 요청에 대한 답변 중 절반 이상(52%)에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잘못된 답이 포함되어 있을 비율이 생각보다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생성 AI가 제시한 답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도록 학생들을 연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후속 질문을 할 수 있는 역량도 함께 길러줄 필요가 있다. 신중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의존성과 중독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급역량이 제대로 길러지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생성 AI에 노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중독성과 의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 프로그램이 성공적임이 입증될 때까지는 제한된 범위에서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학습동기가 낮은 학생, 그리고 기초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은 굳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대신 생성 AI가 제시한 답에 의존하고자 하는 경향이 커서 오히려 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상당수 학생은 프로젝트를 비롯한 글쓰기 과제가 제시되면,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검색한 후 이를 복사하여 붙여넣기를 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생성 AI 시대의 학생들은 검색과 복붙 과정마저 필요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및 학습기술 부교수인 파울로 블릭스타인(Paulo Blikstein)도 학생들이 손쉬운 길을 택할 위험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일부 AI 전문가들은 이를 스테로이드 혹은 마약에 비유하기도 한다. 내 생각에는 늘 우리를 유혹하는 값싼 패스트푸드에 비유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 패스트푸드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아이들은 비만뿐만이 아니라 소아당뇨·고혈압 등 다양한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에 접근할 수 없게 하기 어렵다면,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그리고 야채 등 비가공식품과 함께 섭취해야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가공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 과다 때문에 모든 사람이 비만인 것은 아니다. 충분한 음식이 제공되는 상황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어린이가 스스로 입에 달라붙는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기는 어렵다. 학교에서의 교육과 함께 가정에서 부모의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생성 AI 활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도 부모가 그러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학생과 교사만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디지털기기 및 생성 AI 활용 기대 효과’와 더불어 ‘활용 시에 나타날 부작용’과 ‘비의존적 활용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수업 중 사용은 보수적으로 교육자들은 ChatGPT를 비롯한 생성 AI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교육계에서는 생성 AI를 활용한 수업사례를 공유하면서 수업 중 활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수업 중 사용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학생들이 ChatGPT를 비롯한 생성 AI를 활용한 과제 수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AI가 나와 있기는 하지만, 신빙성이 떨어져 미국 피츠버그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는 교수들에게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과제를 집에서 해오도록 할 경우, 제출한 보고서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최근 교사들의 업무가 증가하고 삶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시간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서 어떻게 자료를 수집했는지, 특정 문단의 내용을 왜 포함시켰는지, 전체 주장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구두평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 주제를 잘 이해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도 잘 해낸다면, ChatGPT 도움을 받으며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부한 것을 문제 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ChatGPT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교사들은 생성 AI에 대해 더 많은 연수를 해야 하고, 기술발전 상황에 부합하는 평가전략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 AI의 답변에 아직은 오류가 많고, 학생들의 의존과 중독 가능성 또한 높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학교 이하 단계에서는 수업 중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ChatGPT 회사가 13세 이하 아동의 가입을 금하는 이유도 그러한 문제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도 굳이 사용하고 싶다면 5학년 이상에서 ‘모의실험 기반 학습’ 등 극히 제한적 범위에서만 사용하길 권한다. 물론 교사의 지도 및 감독 역량, 과목의 특성에 따라 사용 학년에는 융통성이 있을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수업 중에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문제점을 충분히 알리고,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적인 훈련을 시키면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대학에서는 관련 문제를 적시하고, 학생들이 그러한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함을 알리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활용 효과와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관련 연구가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교수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며 수업 중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벌써 39년이 지났습니다. 뽀송뽀송했던 햇병아리가 중후한 백발로 변신하여 어색한 몸짓으로 인생 3막의 경로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인생 2막의 종착역에 언젠가 도착할 거라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지만, 막상 코앞에 다가오니 참으로 민망합니다. 교대를 졸업하고 조금 늦은 1985년 9월 1일에 서울 변두리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학교에 발령을 받아 오직 초등교육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왔기에 더 어색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 선생님이 되어 어린 학생들과 대면하는 일에 설렘 반 긴장감 반으로 정신없이 첫 출근하여 일하던 장면입니다. 너무 쑥스럽고 부끄러워 심장은 마구 뛰고 인사말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지금의 능청스럽고 뻔뻔한 모습과 대비해 보면 호모 사피엔스의 진정한 후계자로서 그동안 현실에 잘 적응하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요즘과 비교하면 기절할 정도의 수준으로 근무했던 날들 39년 동안의 교직을 되돌아보니 학교와 구성원들이 과거에 비해 너무나 크게 변해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됩니다. 앞만 보고 달려와서 그런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되돌아보면 첫 학교에서는 철이 없어서 그런지 비교적 무탈하게 지낸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평범하지 않고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정치적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고, 교육계에도 선생님들의 대량 해직으로 큰 변고가 있었습니다. 지금과 비교해 보면 39년 전은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초등학교라 부르지 않고 국민학교라고 불렀으며, 학교교육과정도 4차 시기에서 5차 시기로 전환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이때까지 만해도 교육과정 개정은 거의 10년 주기로 이루어졌는데 이후 5년마다 개정하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수시 변경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직장이 주5일제 근무라 학교도 토요일 오전 4교시까지 수업을 했고, 담임교사는 혼자서 주당 32시간을 어떤 지원도 없이 전 교과목 수업을 담당했었습니다. 교과전담교사와 각종 강사의 지원이 있는 요즘과 비교하면 기절할 정도의 수준으로 근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 힘들었던 점은 4지 선다형 중심 전 교과목 시험을 학기별로 중간·기말 두 차례 시험을 치렀고, 학급당 학생수가 대략 50~60명 정도 이상이다 보니 시험지를 채점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려 손가락이 매우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문제는 매번 동학년 선생님들이 교과목을 나누어 직접 출제하였고, 당시 ◯◯전과나 ◯◯수련장도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유물로서나 만날 것 같은 추억 돋는 수업기자재 발령 첫해는 소위 땜방 역할을 하는 증치교사를 하면서 병가나 출장 가신 선생님을 대신하여 임시 담임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2년 차 때 처음으로 5학년 학급 담임을 맡았는데 당시 학교 요청으로 외부 선생님들께도 공개하는 갑종수업을 신규교사로서 하였고, 수업지도안 배포를 위해 기름종이에 철핀으로 긁어 등사(소위 가리방)하는 일도 직접 하였습니다. 그리고 평소 수업은 분필과 맨손 중심의 수업을 하였는데 간혹 전지 크기의 괘도나, 사진 슬라이드나, 필름을 확대하여 비추어주는 환등기나, OHP를 자주 사용하였습니다. 괘도·슬라이드·OHP 필름은 선생님들이 각자 직접 제작하였고, 완성되면 동학년과 무조건 함께 사용하였습니다. 요즘은 컴퓨터와 연동된 터치스크린 기능이 있는 전자칠판이나 빔프로젝트를 활용하거나 개인 PC인 태블릿 등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어 괘도 등의 과거 시청각 기자재는 유물로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32시간의 수업 이외에도 큰 덩어리의 학교업무도 맡아서 처리했습니다. 시청각계·방송계·보이스카우트·육상부·친목회 등의 업무를 주로 방과후에 추진하였는데 교재연구 시간이 부족하여 매주 경영록은 옆 반 선생님의 것을 카피하여 제출하곤 했습니다. 이런 형태의 학교생활에 대해 불만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동료 선후배 선생님들이 항상 말없이 도와주거나 자신의 일처럼 자발적으로 협조하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학교는 동료교사들의 어려움에 대해 서로 모르는 척하지 않고, 나의 일과 남의 일을 가리지 않고 함께 하는 소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매년 가을대운동회가 개최되는데 체육부장이 사전에 알려준 대로 각자의 역할을 알아서 수행하고, 행사가 모두 끝나면 거의 한 명도 빠짐없이 회식에 참여하여 평가회 겸 격려의 자리를 갖곤 했습니다. 요즘처럼 보직교사나 학교업무를 경쟁적으로 거부하거나 회식도 함께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와는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친목회나 동문회도 가입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참으로 건조한 분위기라 생각됩니다. 최근의 교권침해 사례와 비교되는 학부모의 무한 신뢰 학생들도 당시는 사교육의 비중이 높지 않아 대부분 학교생활에 집중하였으며, 선생님들의 지도에 대해 매우 수용적이었습니다. 학생들 간 사소한 다툼이나 갈등은 수시로 발생하였지만, 선생님이나 학교가 개입하여 조정하면 대개 잘 수긍하고 따라왔습니다. 아이들 다툼에 학부모가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대게는 선생님이나 학교에서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이는 얼마 전까지 대가족제도 속에서 생활해 왔던 풍습과 충효·예의범절 등 인성을 강조하는 유교적 영향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선생님들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무조건 신뢰하고 따르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심한 경우 자녀가 학교에서 억울하게 혼났거나 다쳐서 와도 오히려 선생님의 입장을 먼저 두둔하면서 자녀를 더 야단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들이 자녀를 잘 되게 하려고 혼내셨다고 생각하고, 먼저 가정에서 부모가 잘못 키워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최근의 교권침해 사례와 비교하면 너무나 큰 인식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후배들이 겪게 될 교육현실, 선배교사의 해법 고민 최근의 우울한 교육뉴스들을 들으면서 인생 2막 커튼콜에 서 있는 입장에서 교육의 앞날이 암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로 더욱 부각되고 있는 교권침해 사례 등을 보면서 이런 교육환경 속에서 교육이라는 것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교육환경이나 교육구성원들의 복지는 39년 전에 비해 엄청 좋아진 것은 사실인데 교육현실은 왜 이렇게까지 반대로 어렵게 되었을까? 이런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보았습니다. 첫째, 우리 사회가 전산화·정보화 등으로 너무 지나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해 왔고, 교육환경이나 교육과정 내용이나 방법 또한 너무 빠르게 변해 와서 보통의 사람들은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AI를 활용한 디지털교과서도 내년에 도입한다고 하는데 염려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면 조금 늦추거나 잠시 중지해서 긴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경우 인성이 어느 정도 갖추어질 때까지 인간적 사랑과 친환경적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합니다. 둘째, 최근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정서·행동상의 문제를 가진 경우가 점차 증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는 핵가족화와 맞벌이가정의 증가, 미디어에 대한 과다 조기 노출 등으로 인성의 90%가 형성되는 만 5세 이전에 충분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하는 양육환경에서 성장한 상태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가정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부모교육이 필요하며, 범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셋째, 교육은 상호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 최우선 교육주체 간의 신뢰와 존경 풍토를 먼저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교육 관련 문제를 통제와 처벌 위주의 법제화를 통해 완성시키려는 노력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교육의 근본적인 원리를 망각해서 나타난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구성원 간의 노력이 먼저 선행되면서 제도나 정책이 정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수한 민족이기에 어떤 어려움과 역경도 잘 이겨왔고, 교육 또한 교육입국이라 칭찬할 만큼 훌륭하게 그 역할을 잘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있고 수많은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와 도전 속에서 중요한 흐름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여 교육도 선제적으로 과제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구체적 실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육당국을 비롯한 교육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동참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특정한 기관이나 사람에게만 미룰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K-에듀 최고!
서울 서초구 청계산 자락 내곡중학교. 강남에 자리 잡은 학교지만 수려한 경관과 어울려 전원의 정취가 물씬하다. 이 학교에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자꾸만 학생들이 몰려온다. 학급당 학생수가 30명대에 육박하는데도 오겠다는 학생들이 는다. 기존 교실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모듈러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줘도 먹히지 않는다. 이제 개교한 지 갓 7년째를 맞는 학교인데 교육열 까다롭기로 소문난 강남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유가 뭘까? 먼저 내곡중은 전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마을결합형학교다. 마을결합형학교란 학생과 지역주민이 하나의 교육공동체 속에서 어울리고, 지역(마을)의 인적·물적자원 및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평생학습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 내에는 지역주민과 학생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체 교육시설과 도서관 등이 설치되어 있다. 도서관 2층에는 ‘열린소통 도서관’이 들어서 각종 자료실과 자유열람실·다목적교실이 만들어지고, 3층은 ‘커뮤니티 KID'S 도서관’으로 어린이 종합자료실과 시니어 다운카페, 토론방 등이 설치돼 각종 동아리와 학생모임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내곡중은 이미 학교와 마을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교육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교육 앞서가는 미래형 학교 이 학교는 또 미래세대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다양한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내곡중은 디지털교육이 일상화된 학교다. 모든 수업이 디지털화돼 있다고 보면 딱 맞는 설명이다. 모든 학생에게 크롬북이 지급되고 수업부터 과제, 교사의 피드백까지 이뤄진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AI 디지털교과서 수업도 이미 준비 완료다. 내곡중의 디지털교육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몰려오던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이미 가상현실(VR) 원격 실시간 교육플랫폼을 활용해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학교에 적용되는 가상현실(VR) 원격 실시간 교육플랫폼을 통해 아바타 기반 가상현실(VR) 가상모임 서비스를 수업에 활용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수업 플랫폼을 교육과정에 들여와 사용하는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전교생이 구글 클래스룸에 일괄 가입, 구글 클래스룸 활용 영상 탑재, 교과학습방·학생자치방·‘집콕’생활교육방·미디어리터러시 교육방 개설, 크롬북 대여, 구글 공유드라이브에 자료 공유, 구글 클래스룸 활용방법 교사연수 등을 추진하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다. 심지어 자유학기제 수업에서도 디지털기기와 AI를 활용한 수업이 진행됐다. 디지털역량이 뛰어난 학교로 소문이 나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내곡중을 찾는다. 버스를 대절해 학교를 찾아오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대만 등에서 교육당국 담당자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김학경 교장은 “그들 역시 디지털을 활용한 교육을 추구하고 있지만, 맘처럼 쉽지 않은 탓인지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온다”면서 “디지털이 일상화된 우리학교 모습에 매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지구를 지켜라’ 생태교육도 열심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은 또 있다. 내곡중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생태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과와 연계하여 생태감수성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하고, 교과융합 생태전환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살아있는 교육을 한다. 또 동아리활동을 통해 스스로 텃밭을 관리하고 수확한 작물을 급식으로 먹어보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친환경 급식 실천을 통해 우리가 사는 환경과 생태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다진다. 학생 친화적 학교공간도 자랑이다. 이 학교에는 7개의 광장이 있다. 1층의 별마당과 만남광장, 2층의 아카데미 광장과 文·藝·香 광장, 3층의 내곡아고라와 Digital Contents 광장, 4층의 Arte 광장 등이 그것이다. 학생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주는 것과 더불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꿈과 끼를 발산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학교가 민주주의와 문화를 꽃피우는 소중한 삶의 공간임을 체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공간은 학생의 편의성과 안전을 고려하여 만들어졌다. 2층 중앙 나무계단(文·藝·香 광장)에서는 ‘꿈꾸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3층 학생자치실 앞 공간(내곡아고라)에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견과 다양한 학생회 활동 결과물들이 게시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개교 7년 만에 서울 강남·서초지역 손꼽히는 학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교사들의 열정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이 학교에는 자발성과 동료성을 기초로 모인 교원학습공동체가 활발하다. 학년별·교과별로 학습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는데 개수가 워낙 많다 보니 교사들조차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모를 정도다. 미래교육·IB교육·생태교육·인문학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학교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IB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은 배낭여행 하다시피 일본의 IB학교들을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했다. 이런 분위기는 학교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만들어졌다. 누구 할 것 없이 보다 나은 수업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다. 박윤주 교감은 “교사들 각자가 수업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교사가 365일 수업공개를 하는 등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귀띔했다. 그는 “보여주기 위한 수업공개가 아니라 보다 나은 수업을 하려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과학부장을 맡고 있는 장효순 교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교사들의 노력이 아이들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거들었다. 열정 가득한 교사들 … 우리가 꿈꾸는 학교 학교분위기가 이쯤 되다보니 학부모들의 신뢰도 전폭적이다. 민원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김 교장의 민원대응법도 독특하다. 한번은 학교급식에 대한 이런저런 민원이 있었다. 그는 해당 학부모를 학교로 초청해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함께했다. 조리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음식을 식판에 담아 점심을 먹은 학부모는 그날 이후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한 내곡중은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교원평가 등에서 평균 4점 이상은 거뜬히 넘는다. 실제 교장실이 있는 복도 벽면에는 학생들이 A4용지 한 장에 한 글자씩 적은 감사들의 글이 붙어있다. 여기에는 “교장선생님 덕분에 배우는 즐거움, 나누는 삶, 성장하는 우리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내용이 적혀 있다. 지난 5월 스승의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붙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김 교장은 “떼어내야 하는데…”라면서도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율리 교무부장은 “학생들 입에서는 ‘내곡이어서 너무 좋아요’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터져 나온다”며 “젊은 시절 꿈꿨던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방학 중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복직·징계기록 말소로 승급제한기간을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경우, 호봉 관련 법령이 개정되는 경우 등에 호봉을 재획정하게 됩니다. 호봉재획정의 사유를 비롯해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호봉재획정 사유 및 시기 1. 새로운 경력합산: 경력합산을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 재획정 가. 재직 중 새로운 경력 합산 사유 발생 - 징계로 승급제한을 받던 교원이 사면을 받은 경우 - 임용 전 대학원을 수료한 자가 교원임용 후 석사학위를 취득한 경우 등 나. 자격 변동 - 임용과목의 상위자격 취득(1급 정교사) 다. 학력 변동 - 연수휴직 후 상위 학교 학위를 취득한 경우 라. 초임 호봉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나중에 제출한 경우 2. 승급제한기간 산입 - 휴직·정직·직위해제의 경우 복직일에 재획정 -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은 징계기록 말소기간(징계처분 집행 종료일부터 계산) 경과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에 산입 ※ 징계처분기간은 징계기록 말소 후에도 산입하지 않음. 3. 호봉획정의 방법이 변경되는 경우 - 특수교사가 장학사로 전직 시 특수학교 가산 연수 미적용(전직일에 재획정) - 임용 전 산업체 경력 상향 인정된 실업(전문)계 교원이 과목 변경, 전직·전과·승진 등으로 해당 과목을 담당하지 않는 경우 - 호봉 관련 법령의 규정 변경: 법령의 적용일에 재획정 ※ 법령 개정에 따라 호봉재획정이 필요한 경우 본인이 직접 경력합산신청서,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해 재획정을 신청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재획정 대상자인지 여부를 모두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호봉재획정 QA Q. 육아휴직 중인 교원이 복직일에 동반휴직을 시작한 경우 호봉재획정 시기는 언제인가요? A.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휴직 중에 있는 자는 승급을 제한하고 복직일에 호봉을 재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휴직 후 복직명령일과 같은 일자에 또 다른 사유로 휴직 명령이 돼 휴직 상태가 이어지므로 두 번째 휴직인 동반휴직이 만료돼 복직하는 날에 기존에 합산되지 않은 기간을 합산해 재획정해야 합니다. Q.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교원이 징계로 인한 승급제한기간 중에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자격변동으로 인한 호봉재획정 시기는 언제인가요? A. 징계로 인해 호봉승급제한을 받고 있더라도 자격변동이 발생해 호봉재획정 사유가 발생했다면 자격변동을 신고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달 1일에 호봉을 재획정해야 합니다. 다만 직전 정기승급일 이후에 재직한 잔여기간은 호봉재획정 시에 제외해야 합니다. Q.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 중에 휴직을 한 경우에는 승급제한기간이 어떻게 되나요? A.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은 휴직과 동시에 중단되었다가 복직 후에 다시 진행됩니다. Q. 교원 재직 중 학력이 변동된 경우 변동된 학력으로 호봉재획정을 할 수 있는지요? A. 재직 중 학력 변동은 호봉재획정의 사유에 해당합니다. 다만 재직 중 학력 변동은 학력과 공력의 중복이 되므로 이 중 유리한 1개만 인정됩니다. 따라서 학력 변동에 따른 호봉재획정의 실익이 없어 호봉재획정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달콤 쌉싸름한 여러 모양의 사랑 이야기들! 9월. 폭염과 열대야로 씨름했던 여름이 ‘공식적으로’ 끝나고 새로운 계절 가을로 접어드는 달이다. 예전보다 유독 짧아진 방학 기간으로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와 가정생활의 균형을 잡기 힘들었을 여름이지만, 등하굣길 이마를 부드럽게 스치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9월에 개봉하는 잔잔한 영화 네 편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보고 싶은 푸바오를 스크린에서 만나보자! 안녕, 할부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신드롬의 주인공 판다 ‘푸바오’. 한국을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판다’ 푸바오와 바오 패밀리의 새로운 이야기가 올가을 스크린에서 최초 공개된다. 안녕, 할부지(감독 심형준·토마스 고)는 선물로 찾아온 만남과 예정된 이별, 헤어짐을 알기에 매 순간 진심이었던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2016년 한국에 온 암컷 판다 아이바오와 수컷 러바오는 자연 번식으로 2020년 7월 20일 푸바오를 순산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세계적인 멸종 취약종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전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됐다. ‘행복을 전하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팬데믹 시기 많은 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선사했다. 2023년 7월 7일,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태어나면서 ‘바오 패밀리 완전체’가 결성됐다. 국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생후 48개월 이전에 짝을 찾아 중국으로 이동한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라야 한다. 푸바오 역시 이 협약에 따라 중국 귀환이 결정됐고, 지난 4월 3일 출국일에 인천공항에는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으러 온 6,000여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녕, 할부지는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기 3개월 전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푸바오가 강철원 주키퍼의 다리를 잡고 매달리더니, 어느새 송영관 주키퍼와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다 토라지는 ‘푸질머리’ 면모를 보일 정도로 성장한 푸바오. 영화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푸바오가 떠나기로 결정되면서 다가온 이별의 순간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주키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강철원·송영관 주키퍼는 푸바오의 행복을 위해 당연한 과정이 찾아왔다며, 헤어짐을 준비하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이 먹먹해진다. 푸바오가 예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전용 해먹을 설치해 주고, 유채꽃밭도 가꾼다. 하지만 건강상태를 정밀하게 체크하기 위해 검역실을 세팅하고, 푸바오가 타고 갈 케이지를 정비하면서 흔들리는 주키퍼들의 마음이 마침내 영화에 드러나는 순간 관객 역시 마음 깊은 울림과 감동을 받게 된다. ‘푸바오 할부지’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강철원 주키퍼는 모친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푸바오의 출국길에 동행했다. “사랑하는 푸바오, 할부지가 너를 두고 간다. 꼭 보러 올 거야”라는 편지를 남긴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편지 속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난관을 이겨 내고 중국에 방문한 강철원 주키퍼가 푸바오와 재회하는 장면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심형준 감독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바오 패밀리의 이야기들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영상 대신 3개의 애니메이션을 접목했다. △어린 시절의 푸바오와 강철원 주키퍼의 이야기 △강철원 주키퍼와 아이바오·러바오의 첫 만남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러브스토리다. 동화책 삽화 같은 느낌의 애니메이션은 바오 패밀리의 따뜻한 분위기를 스크린에 물씬 담았다. 바오 패밀리의 첫 번째 영화! 데뷔 축하해, 푸바오! 9월 4일 개봉. 가장 가깝고도 먼 엄마와 딸 사이 … 내가 널 이해할 수 있을까? 딸에 대하여 홀로 노모를 돌보며 요양보호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오민애)의 유일한 희망은 가방끈 긴 딸(임세미)이다. 힘들게 뒷바라지했건만, 딸의 현실은 아직 녹록지 않다. 돌덩이 같은 가방을 메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보따리 강사 신세. 어느 날 딸은 엄마에게 목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지만, 가진 거라곤 낡은 집 한 채가 전부인 엄마는 그럴 능력이 없다. 대출까지 알아봤지만, 그마저도 거절당한다. 그리고 독립했던 딸이 7년째 연애 중인 동성연인과 집으로 돌아오며 영화는 균열하기 시작한다. 자기 몸 누일 공간도, 아이를 낳아 알콩달콩 가정을 꾸릴 남자친구도 없는 딸은 자신의 처지는 나 몰라라 하면서도 부당해고 당한 동료강사를 위한 투쟁에 앞장선다. 두 사람과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엄마는 요양원의 어르신을 돌보는 데 몰두해 보지만 쉽지 않다. 답답한 마음에 엄마는 딸에게 “너답게 산다는 게 이거야? 금방이야. 뒤돌아서면 마흔이고 쉰 돼. 너희들이 하는 건 그냥 애들 소꿉장난이야!”라며 역정도 내보고 다그쳐도 보고 하소연도 해본다. 하지만 딸과 딸의 동성애인은 오히려 차분하다. “어머님은 딸이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같이 하는 거, 그거 하나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요”라고 답한다.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인데, 당돌하게 내 딸을 잘 모른다고 하는 이 낯선 여인을 엄마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화를 낼 수도 없어 그저 “우리 딸은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할 뿐이다. 세상의 부조리를 이해할 수 없는 딸과 세상에 부적합한 딸을 이해할 수 없는 엄마는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딸에 대하여는 제36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된 여성이지만, 소신대로 살고자 하는 캐릭터의 서사를 섬세히 담아낸 원작소설은 82년생 김지영 이후 여성 독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소설로 떠오르기도 했다. 소설은 엄마의 독백으로 빼곡히 채워졌지만, 이를 유려하고도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영상 언어로 옮긴 건 전적으로 이미랑 감독 덕분이다. 이창동 감독의 스크립터 등을 하면서 영화판에 들어온 이 감독은 딸에 대하여로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을 비롯해 국내 주요 영화제를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딸에 대하여를 단순한 퀴어 영화로 정의하기는 모호하다. 영화는 딸을 대하는 모순된 엄마의 모습에서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소수자의 문제를 보편적으로 확장·공감시키기 때문이다. 섬세한 각본과 절제된 연기, 배우를 끝까지 따라가며 지지하는 카메라가 합세해 영화는 딸과 딸의 동성연인 그리고 엄마가 ‘완전한 이해’ 대신 ‘최선의 이해’로 나아간다. 엄마 역에는 돌풍과 파일럿에서 열연한 오민애 배우가, 최악의 악과 여신강림으로 매력을 발산한 임세미 배우가 딸 역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단짝 변호사 친구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하윤경 배우가 동성연인 역을 맡았다. 여기에 우리들, 우리집, 애비규환 등 서정적인 감성으로 사회문제를 예리하게 들여다봤던 제작사 아토가 나섰다. 9월 4일 개봉. 일본 예술영화 1위 차지한 감성영화, 52헤르츠 고래들 52헤르츠 고래들(나루시마 이즈루)은 마음의 상처를 숨긴 채 작은 바닷가 마을의 외딴집에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52헤르츠 고래처럼 살아가던 키코(스기사키 하나)가 비 오는 어느 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어린 소년(쿠와나 토리)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소년의 SOS를 알아챈 순간 키코는 예전에 그녀의 SOS를 들어줬던 ‘안고’(시손 쥰)을 떠올린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외면당하며 외롭게 살던 키코는 영혼의 짝 안고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52헤르츠 고래들은 ‘세상에 딱 한 명,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라는 믿음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과 구원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그렸다. 52헤르츠 고래는 북태평양 일대에서 서식하는 고래다. 통상적인 고래가 의사소통할 때 12Hz에서 25Hz 사이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데, 52헤르츠 고래는 이보다 높은 52Hz 내외의 주파수로 음파를 발신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별명이 붙었다. 눈 밝은 독자라면 제목에 등장하는 52헤르츠 고래가 익숙할 수 있다. 전 국민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의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소통하는 인물이었는데, 바로 52헤르츠 고래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영우의 휴대폰 번호 뒷자리도 ‘5252’로 52헤르츠 고래를 의미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신비롭고 아련한 존재인 52헤르츠 고래에 주목한 건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K-POP 그룹 BTS가 과거 외롭고 힘들었던 시절, 자신들의 외로움을 52헤르츠 고래에 비유한 노래 ‘Whalien 52’도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화양연화 part 2 수록, 2015년 발매). 52헤르츠 고래들은 일본이 사랑하는 섬세한 문체의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은 제18회 일본 서점대상을 비롯해 TBS 임금님의 브런치 BOOK 대상 1위, 독서미터 OF THE YEAR 2020 종합랭킹 1위, 제4회 미라이야 소설 대상 수상에 빛나는 화제의 작품이다. 8일째 매미로 제35회 일본 아카데미상 10관왕의 영예를 안았고,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로 한국 직장인 관객들의 무한 공감을 받았던 나루시마 이즈루가 메가폰을 잡았고,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로 한국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스기사키 하나가 상처투성이 영혼 키코 역을 맡아 믿을 수 없는 풍부한 감성 열연을 펼친다. 9월 4일 개봉. 스타워즈 시리즈의 히로인 데이지 리들리의 죽고 싶지만 사랑하고 싶어 “정말 힘들어. 그렇지? 인간으로 사는 거.” 프랜(데이지 리들리)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죽음을 생각하면 어떤 자극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죽음에만 골똘히 몰두하다 보니, 직장동료가 부르는 소리를 놓치는 건 다반사요. 회사에서 열리는 팀원의 생일 파티에서도 ‘one of them’으로 참석해 박수칠 뿐이다. 작은 의미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되풀이되는 어느 날, 프랜의 일상은 새로 입사한 한 남자 로버트(데이브 메르헤예)를 만나며 변화의 기류를 맞이한다. 로버트가 한 번 웃으면 그녀의 마음도 바뀐다. 한 번의 웃음은 곧바로 파이 한 조각, 한 번의 대화, 한 번의 데이트, 미묘한 기류로 이어진다. 죽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던 프랜은 로버트와의 새로운 관계가 싫지 않다. 그런데 죽음에 집착하며 고요했던 자신의 일상과 사랑의 감정이 비집고 들어온 지금의 일상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두 사람의 미래를 가로막는 건, 아니 프랜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을 막고 있는 건 어쩌면, 프랜 자신 아닐까? 처음 마주하는 독특한 힐링 로맨스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감독 레이첼 램버트) 역시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의 주인공 ‘레이’역을 연기하며 할리우드 대세 배우 대열에 오른 데이지 리들리가 주연과 함께 영화의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됐다. “내향인들을 위한 섬세한 사랑 이야기의 아름다운 영화”(선댄스영화제), “삶을 향한 작은 발걸음에서 용기를 깨닫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버라이어티), “블록버스터의 폭력에 지쳤다면, 이 영화가 해독제가 될 수 있다”(엠파이어매거진), “데이지 리들리는 자발적인 고립과 새로운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프랜을 명확하게 연기했다”(가디언), “프랜의 고독은 현대인의 삶이 어떻게 불안한지 보여주며 죽음에 대한 상상은 얼마나 도전적이며 해방적인지에 대한 우아한 논문과도 같은 영화!”(헐리우드리포트) 등 유수의 언론이 이미 찬사를 보내며 영화가 선사할 공감과 위로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인디와이어 선정 ‘떠오르는 여성 영화감독’ 28인에 선정된 레이첼 램버트가 메가폰을 잡았다. 세계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제39회 선댄스 영화제 US 드라마틱 경쟁 부문, 제27회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카메라 루시다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낭만적인 영상미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몽환적으로 그려낸 프랜의 상상과 함께 그녀에게 찾아온 변화에 따른 섬세한 감정 묘사로 관객을 사로잡을 영화 죽고 싶지만 사랑하고 싶어가 던지는 질문 ‘당신도 죽음을 상상하나요?’에 대한 대답은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관객들의 몫으로 남았다. 9월 4일 개봉. ● 사진제공 안녕, 할부지 스틸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 딸에 대하여 스틸포스터, 영화로운 / 52헤르츠 고래, 목요일아침 / 죽고 싶지만 사랑하고 싶어 스틸포스터, 디오시네마
들어가며 19세기 말, 당시의 주요 운송수단은 말(horse)이었다. 1872년에는 지독한 말 독감이 유행했고, 1880년에는 뉴욕시에서 1만 5천 마리의 말 사체가 길거리를 덮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였다. 말 배설물의 역겨운 냄새와 가스로 인해 19세기 말에는 ‘말똥 대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1912년의 뉴욕에는 차량이 말보다 더 많아졌고, 1917년에는 뉴욕의 말 트램이 말 운송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2차 산업혁명 시기에 말이 자동차에 밀려났듯이 인간도 기계에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기술적 실업’1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러한 위기를 알렸다. 이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간의 노동력이 불필요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직업과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력 사전에서 인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세 가지 사건을 이야기한다. 다윈의 ‘진화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그것이다. 만약 AI에게 인간이 진다면 또 한 번의 상처를 주지 않을까? 베르베르의 관점에서 보면,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발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우리는 융통성 있게 변화에 대응하고,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직업교육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중등단계 직업교육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자녀의 학습능력·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 진학을 기본으로 인식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직업계고는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학교수·학급수·학급당 학생수 감축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직업계고가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계고는 로봇·반도체·AI 등 신기술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를 양성하지 않은 채, 신입생 유치를 위해 무분별한 학과개편만 진행하고 있다. 쏟아지는 업무로 인해 신기술 변화를 따라잡을 교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연찬의 기회마저 얻기 힘든 교사들이 신기술 학습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체의 요구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초학력 부족 상태에서 입학한 직업계고 학생들은 기초학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요 과목에 대한 학습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다. 전공 분야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아 전공 관련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졸업하지만, 전공과 무관한 업체에 취업하여 직업계고에서 배운 업무와는 상관없는 단순업무에 지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학력 차별로 힘들어하며 잦은 직장 이동을 하거나, 대학 진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학 진학 후에는 기초학력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무늬만 대학생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참혹한 외부의 시선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더욱 참혹하다. 직업계고를 졸업하고 일터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직업계고 출신 작가들이 출판한 책에서 직업계고 출신 직장인이 겪는 편견과 무시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나 만화에서도 이십 대는 다 대학생이었고, 직장인은 모두 양복을 입고 있었다. 작업복을 입고 공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구전으로나 전해지는 동화 같았다. 누군가의 경험담으로 가늠해 보는 게 최선이었고, 그마저도 모호하고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들어왔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2017년 제주 현장 실습생 사망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비극적 사건을 통해서야 그들의 삶은 겨우 신문과 뉴스에 파편화되어 흩어지는 정보로 남았다. - 허태준,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2020.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대개의 편견이 그러하듯 ‘잘 모름’에서 생겨나고, 그러한 편견은 ‘접촉 없음’으로 강화된다. 현장실습을 나간 직업계고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직업계고에 다녔다는 것, 자살했다는 것, 두 가지 사실로 사람들은 간편하게 시나리오를 썼다. 가난하고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고, 부모와 사이가 안 좋았을 것이며, 어둡고 심약한 아이였을 것이라는 말들을 무심히 해댔다. 푸릇한 나이에 왜 죽어야만 했나 질문하지 않고 이래서 죽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 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2020.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직업계고 정책 제안 교육부는 2027년까지 현재 54개인 산업수요맞춤형고(마이스터고)를 65개로 늘리고, 협약형 특성화고 35개를 지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마이스터고와 협약형 특성화고를 통해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산업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되면 마이스터고 수준의 지원(학교당 최대 45억)을 받게 된다. 그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통해 직업계고와 산업체 연결을 쉽게 하는 정책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한 직업계고와 관련하여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 첫째, 직업계고 적정화 정책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하여 연차적으로 직업계고 학교수·학급수·학급당 학생수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 다만 학급수 감축으로 소규모학교가 되었을 때, 교육과정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학급수 감축에 앞서 학급당 학생수 감축부터 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활동이 가능한 직업계고의 적정 학급당 학생수는 16명 정도로 생각한다. 노동시장의 특성, 산업 및 지역 여건, 학교 여건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효과적인 직업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거대 학급을 8~10학급 정도의 적정 학급으로 감축해야 하며, 단순 학급 감축이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성을 고려하여 탄력적인 학급수 증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속해서 현저하게 신입생 충원율이 떨어지는 공립 직업계고부터 연차적으로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학교수를 감축해야 한다. 통폐합으로 생긴 유휴학교는 중학교의 진로교육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상시적인 진로체험이 가능한 곳, 직업계고 학점제 시행으로 필요한 공동실습소, 노동인권교육 등 직업계고 교사의 재교육 공간 또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좀 더 문턱을 낮춰, 유휴공간을 노동자 재교육 차원의 평생교육 공간, 학교 밖 청소년의 대안 직업교육기관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둘째, 신입생 선발 정책 현재의 직업계고 입학전형인 미래인재전형(특별전형) 정책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별전형은 중학교 내신성적과 무관하게 선발한다. 본인의 소질과 적성을 살려 선발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서열화된 직업계고 상위학교에 지원하여 떨어지면 다음 단계의 학교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마이스터고와 전통적인 명문 특성화고도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인재전형은 소수의 우수 직업계고를 살리기 위해 다수의 직업계고를 황폐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역의 직업계고는 외국인 학생 유치를 통해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신입생 모집이 힘든 직업계고 중 한 곳을 ‘국제직업고’로 전환하여 외국인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배우고, 졸업 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의 인구 증대와 노동력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머지않아 수도권의 직업계고에서도 외국인 신입생 모집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을 중등단계 직업교육 대상으로 확대하기 전에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수 신입생 유치를 위해 취업진로직업센터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고, 졸업 후 취업정책과 더불어 신입생 유치정책도 강화되어야 한다. 단위학교에서 진로지도란 명목의 중학교 홍보활동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며, 다수 교사의 출장으로 인해 2학기 교육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 중학교 단계의 진로지도를 강화하고, 취업진로직업센터에 신입생 모집을 전담할 별도의 조직을 두어 단위학교에서 하는 비교육적인 홍보활동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 ● 셋째, 직업계고 교원정책 현재 직업계고는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베이비붐세대와 40대 이하 교사 비율이 아주 높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교사 부족, 특히 남교사 부족은 직업계고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심각하다.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40대 후반 50대 초반 교사들은 각종 업무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다. 향후 1~2년간 베이비붐세대가 퇴직하는 자리는 대부분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 교사들이 채울 것이다. 결혼과 출산에 따른 휴가·휴직으로 지금도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디자인·서비스 계열 등의 직업계고는 이미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50%를 넘긴 학교도 있다. 신규교사의 여성화와 더불어 이들의 성장 환경은 직업계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생활환경과 괴리감도 커지고 있다. 2023학년도 서울의 신규 중등교사 대상 교직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신규교사들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긍지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교직을 선택한 이유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35.3%)이 좋거나 학생과의 만남(35.3%)이 좋아서였다.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월급 때문에 교직을 선택한 교사들도 29.4%였다. 월급 받는 안정적인 직장인 교사와 여러 가지 상황으로 늦은 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늦게 등교하거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일찍 하교해야만 하는 학생 사이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을 보듬어 줄 수 없는 교사, 교사들을 적대시하는 학생이 만들어내는 직업계고는 단절되고 파편화된 불통의 공간이 돼 버렸다. 직업계고 교사는 직업계고에 진학하는 학생에 대한 이해, 그들의 부모에 대한 이해, 졸업하고 취업할 산업체의 이해,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이해, 미래 기술혁신 사회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 등을 바탕으로 미래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전문성 신장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인권교육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청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을 강조하지만, 교육청에서 보내온 각종 노동인권교육 수업자료들은 배부되지도 않고 교무실 쓰레기통 주변에서 뒹굴다 결국 폐기되는 경우도 많다. 애써 만든 노동인권 관련 수업자료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청이 수업료의 50~80%를 지원하는 혁신 전공 대학원, AI 대학원처럼 노동인권 대학원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2022년부터 모든 직업계고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었지만, 단위학교의 현실은 시설 등 인프라 부족, 교사들의 이해 부족, 다(多)교과지도에 따른 교사들의 노동 강도 심화와 그에 따른 수업의 질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직업계고 학점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을 지원할 수 있는 교사 수급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다교과수업으로부터 교사의 노동 강도를 완화하고 수업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교원자격이라는 높은 문턱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 넷째, 취업정책 모라벡의 역설2에 기반한 취업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급진적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중간 숙련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 다수의 졸업생은 저숙련 플랫폼 노동시장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미래가 곧 다가올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저임금·저숙련,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회적 대우 등 직업계고 직업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고부가가치·고기능 중심의 직업교육을 통해 인식 개선을 도모하며, 우수 신입생 확보라는 선순환의 틀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미래 신산업의 고숙련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직업계고를 개편하는 것’은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전환은 노동시장 전반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회적 대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 없이 무한경쟁사회에 직업계고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미국의 경우, 전통적인 배관공·전기공 등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취업 지원 인력의 확충과 그들의 노동 안정성 강화 정책도 필요하다. 서울 지역의 경우, 그간 서울시가 지원했던 직업계고 취업지원인력사업이 2023년에 종료됨에 따라 더 이상 예산지원이 없다. 학생들에 대한 취업정보 제공 및 현장실습 등의 행정업무 보조 인력지원이 하던 행정업무를 취업업무 담당부서에 배정된 교사들이 수업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취업전문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과도한 업무부담을 겪고 있다. 취업 지원 인력을 주무관으로 채용하여 재학생의 진로개척과 졸업생의 유지 취업률을 증가시키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취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취업전문교사 73명을 선발하여 배치함). 정부와 민간의 취업지원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교육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정확한 취업률 및 진학률에 관한 DB 구축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의 직업계고 취업장려정책이 수립되어야 하고, 민간에게 예측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제공을 통해 민간의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직업계고 졸업 후 성공적인 모델을 많이 창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것이다. 누적되고 관리된 직업계고 취업 성공사례는 직업계고에 대한 인식개선으로 이어지고, 신입생들과 그들의 부모가 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계고 졸업 후 체계적인 커리어 관리가 가능한 다양한 경로의 개발과 이를 대국민에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대졸과 고졸의 임금 격차 해소, 노동시장에서 보이지 않지만 강하게 존재하는 학력과 성별 앞에 놓인 유리천장을 없애 학력과 성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승진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업계고 졸업자 고용의 양과 질은 결국 민간의 협력에서 나온다. 고졸 취업 장려는민간의 선의만으로 이루어낼 수 없다. 고졸 채용으로 얻는 기대이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이 뒤따라야 한다. 나오며 직업계고 입학자의 60% 이상이 대학 진학을 전제로 직업계고에 진학한다는 사실은 직업계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이다. 그러나 한동안 직업계고는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선취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취업률과 학교 재정이 연동되는 시기도 있었으며, 현장실습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무시하며 ‘다음 소희’를 양성하는 데 일조했을 수도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로봇·AI·IoT·빅데이터·반도체 등 고부가가치와 고기능 중심의 직업교육을 위해 많은 학교가 신산업 분야의 학과 재구조화, 융합학과 교육과정의 변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인재양성을 위한 미래역량강화사업 추진, 혁신직업교육지구 참여 등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산업 분야의 교육은 고등학교 교육과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미래 먹거리 산업분야의 전문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산업수요맞춤형고(마이스터고)가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직업계고를 선택한 학생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계속 학습을 희망한다. 선취업만을 강요하는 교육과정만으로는 직업계고의 적정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마이스터고의 취업우선정책은 재고되어야 하며, 평생학습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잠재적 학습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직업계고 적정화와 함께 직업계고 졸업 후 진로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선취업의 틀에 갇히지 않고 진학·창업·취업 등 다양한 진로를 차별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미래 기술 변화와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미래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이 필요하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서울지역 대학에서도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신설하여 직업계고 학생들이 우수 취업처 취업과 대학 공부를 함께할 수 있는 일·학습병행을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60년대 산업화·도시화의 비가역성을 다루는 소설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만들어 놓을 인류의 앞날도 비가역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해방의 풍요로운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노동 종말의 어떤 곳일지… 두렵다. 그래서 무진기행 소설 속 여주인공 인숙이처럼 그저 지금이 답답하다. 무진의 안개처럼 직업계고를 둘러싼 안개들이 자욱하기 때문이다.
중등직업교육의 위기 중등직업교육이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 중등직업교육 입학자는 2002년 약 12만 명에서 2012년 약 11만 1,000명으로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2년에는 약 5만 9,000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최근 10년 동안 약 47%의 입학자 수 감소가 발생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학령인구 변화가 약 32%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중등직업교육의 입학자 수 감소는 학령인구 변화 요인 이외에 다른 요인도 상당히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등직업교육이 교육수요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증거는 졸업생의 노동시장 진출에 관한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분석자료1에 의하면 소규모 특성화고 졸업자 가운데 취업자 비율은 68.5%에서 2021년 52.1%로 낮아졌으며, 무직자나 진로를 알 수 없는 졸업생 비율은 같은 기간 12.0%에서 24.5%로 2배가 되었다. 또한 2023년 교육부가 국정감사에서 강득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특성화고 졸업생 중에서 취업자는 27.1%이었으며, 47.7%가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이들 특성화고 졸업생이 1년간 유지한 취업률은 64.4%에 불과하여 특성화고 취업자의 직장 정착비율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처가 대졸자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한국의 중등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급변하는 중등직업교육 환경 향후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환경변화도 중등직업교육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변화는 역시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학령인구(6~21세)는 2022년 750만 명에서 2040년까지 337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20년 이내에 지금까지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학령인구가 변화하면 기존의 중등직업교육은 불가피하게 대폭적인 축소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변화도 인구구조 변화 못지않게 드라마틱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지하다시피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변화와 이에 따른 작업장에서의 직무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양상은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따라 학교교육을 통해 습득한 기술과 기능의 노동시장에서의 유효기간은 점점 단축될 것이며, 현장과 학교교육 간의 질적 미스매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학령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중등직업교육 입학자 수의 감소는 현장과 학교교육 간의 미스매치 확대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현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평가 중등직업교육의 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되었으나, 이러한 위기에 대응한 종합적인 대책을 제대로 시행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2023년 8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등직업교육 발전방안’을 내놓았는데, 만시지탄이나 중등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종합대책은 ①현장이 원하는 학교 100개 육성(협약형 특성화고 35개 도입 포함), ②학생 기초역량 제고, ③교원의 전문성 강화를 통한 현장성 높은 교육 제공, ④학령인구 감소 대비 직업계고 체제 정비 및 학습자원 발굴, ⑤학교 내 기업 유치 등 실질적 산학협력 추진, ⑥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졸업 후 1년간 취업 및 진로설계 지원, ⑦기술인재로의 성장경로 다양화, ⑧국가와 지자체의 직업교육 책무성 강화 등 8대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하나의 과제가 전문가 의견수렴과 포럼 및 토론회, 그리고 현장방문 및 관계기관 간담회 등을 통해 도출되어 큰 방향성에 있어서는 중등직업교육 발전에 필요한 모든 사항이 망라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필자는 이번 대책에서 다음의 두 가지 과제에 주목한다. 첫째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정부 정책방향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향후 15~20년 동안은 과거에 비해 더욱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이 경우 경제적 측면에서는 당연히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직업교육기관의 수량적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2040년까지 학령인구 감소가 약 55%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니, 학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기관의 숫자도 이에 비례하여 축소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좀 더 냉정하게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현재의 중등직업교육 졸업자의 낮은 노동시장 성과를 고려할 때, 학령인구 감소 비율보다도 더 높은 비율로 중등직업교육기관을 축소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방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중등직업교육기관의 축소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 주도의 인위적 구조조정이라는 수단 대신 ▲종합고 및 소규모학교를 캠퍼스형 등 다양한 거점 특성화고 모델로 전환을 유도하고, ▲일반고 희망자 대상 직업교육 위탁과정 확대, ▲지역주민 대상 직업프로그램 운영 확대, ▲이주배경학생에 대한 직업교육 기회 제공, ▲특수교육 대상자 직업교육 확대 등 다양한 직업교육 자원 확대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문제를 돌파한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있다. 교육기관에 대한 인위적인 수량 조절이 지역 내에 미칠 사회적·정치적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방향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정책방향이라고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교육자원 확대와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인지, 이러한 노력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중등직업교육기관의 과잉현상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추후 더욱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필자가 주목하는 두 번째 정책과제는 이른바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에 관한 정책이다. 지역 기반 산업인재를 위한 소수 정예 학교를 도입하여 집중투자함으로써 중등직업교육이 질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 정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방향으로 보인다. 특히 특성화고 졸업생은 졸업 후 지역정주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을 통한 지역기반 산업인재 양성 내실화는 지역부흥에도 일정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 정책은 기본적으로 지역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특히 지역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인력양성 정책에 있어서는 제도적으로나 관행적으로 중앙정부 주도성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제대로 된 지역 거버넌스의 작동이 매우 어렵다. 더구나 산업계의 경우 인력양성에 있어서 책임 있는 거버넌스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 거버넌스와의 협약을 통한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2027년까지 35개로 계획된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의 양적 목표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지역 거버넌스의 원활한 작동 여부, 특히 산업계의 적극적 참여 여부와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 등을 냉정하게 평가하여 정책을 집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맺음말 중등직업교육의 활성화·선진화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 들어와 중등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하여 시행하고자 하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중등직업교육의 문제는 교육전반의 문제,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예컨대 초등교육단계에서의 진로교육 문제, 과도한 학벌주의 문제, 직업훈련·평생교육체계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중등직업교육 문제와 얽히고설켜 있다. 따라서 중등직업교육 개혁은 연관된 사회정책 분야에서의 개혁과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부는 추후 좀 더 포괄적·종합적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인력정책의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중등직업교육의 진정한 발전은 교육현장에서 매일매일 학생들과 고락을 같이하는 선생님들의 헌신과 노력에 기반을 둔다. 그런데 앞으로의 환경변화는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지식·기술·기능을 잘 가르치는 역량은 기본이고, 이제는 더 나아가 산업체와 지자체 등과의 협업능력, 노동시장에서의 기술과 직무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교육실무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역량 등이 새로이 요구된다. 교사들의 역량개발에도 더욱 효과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고교 직업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70년에 거의 절반에 달했던 직업계 고교생의 비중(46.6%)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2023년 현재 14.8%에 불과하다. 직업계 고교생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중학교 졸업생들이 직업계고등학교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업계고등학교 중 특히 특성화고의 미충원 문제가 심각하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미충원 문제가 크지 않았던 서울시의 경우에도(2016년 충원율 99.4%) 2022년에는 79.4%라는 충격적인 충원율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다시 충원율이 96.9%로 급격히 상승했지만, 이는 모집정원을 2022년 대비 2,200명(2022년 모집정원의 18%에 해당)이나 줄인 영향이 크다. 만약 모집정원이 그대로였다면 충원율은 79.3%로 여전히 2022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직업계고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 학생들이 직업계고를 선호하지 않는 것에는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다. 2023년 현재 고졸자의 임금수준은 4년제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66%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률의 격차도 커서 고졸자는 63.3%로 4년제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77.1%에 비해 14%P 가까이 낮다. 또한 50% 이상의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전공과 관계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30%대에 불과한 4년제 대졸자에 비해 20%P 이상 높은 상황이다. 대학을 가야 자기 전공에 부합하는 일을 하고, 취업할 가능성도 높으며,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직업계고에 진학할 유인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업계고에 진학한 경우에도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취업한 학생보다 훨씬 많다. 특성화고 졸업생의 절반이 졸업 후 진학하고 있는 반면, 취업자 비율은 졸업생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직업계고에 대한 선호도 감소가 직업계고 교육을 더욱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신입생 확보를 위해 많은 직업계고에서 학생 선호도를 고려한 학과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학생 선호도가 높은 전공이 반드시 많은 양질의 일자리와 연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 선호도가 높아 최근 정원이 늘고 있는 미용·관광·레저·음식조리·식품가공 등의 분야는 블루오션에 해당하는 일자리로 연결되는 전공이 아니다. 학과 조정의 더 큰 문제는 교사와 교과목 간의 미스매칭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학교에서 새로운 학과의 전문교과를 그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존의 정규직 교사가 담당하거나, 해당 분야를 전공한 기간제교사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심지어 어떤 사립학교는 전문교과교사들 전부가 기간제교사로 구성되어 있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담당선생님이 이해가 잘 되게 정확한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프로그램밍같은 경우는 책 보고 컴퓨터로 실습하는데 책 내용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선생님이 제대로 가르쳐 주시지 않는다”, “단순하게 글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심화과정을 배우는 데 힘이 들었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선생님들도 잘 모르고 있을 때가 있다”는 등 교사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가 방문했던 직업계고의 교실풍경을 보면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것을 전부 학생 탓으로만 돌릴 일도 아닌 것이다. 보통교과 경시로 기초학력미달학생 증가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 문제도 우려할 만하다. 당장의 실무능력 배양 위주로 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 보통교과가 경시되고 있는 탓이 크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경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제외된 대신 직업기초능력평가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보통교과 경시 경향이 더욱 심화되었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조사(PISA) 자료를 보면([표 1] 참조), 우리나라 직업계고 학생들의 수학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율은 2006년의 7%에서 2015년 15%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이는 독일의 2%, 일본의 4%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 고등학교 직업교육의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 벤치마킹했던 독일의 경우 수학 수업시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기초학력미달학생의 비율이 줄고 있지만, 한국은 보통교과의 수업시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대조를 이루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최소한의 학습능력이 요구되는 급변하는 미래 평생학습사회에서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낙오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직업계고등학교는 정규교육의 최종 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더 기초학습능력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간 누적되어 온 학습결손을 학교교육을 통해 보완해 줄 수 있는 최후의 기회인 것이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교육여건 격차와 차별 고교 직업교육과 고등교육과의 연계 부족 문제도 우리 고교 직업교육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전문대학 입학생 중 직업계고 출신은 22%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전문대학에서의 직업교육이 고교단계의 직업교육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헤어·미용에 대한 사례 연구결과를 보면, 전문대학에서 직업계고 교육과정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국가적으로도 매우 낭비적인 상황이다. 같은 직업계고 내에서 격차와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고교 직업교육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고교 유형 간의 교육여건 격차가 매우 크다([표 2] 참조). 2017년 기준 학교홈페이지에 제시된 학교예산으로 계산했을 때, 전체 직업계고 학생의 9% 정도를 차지하는 마이스터고의 경우 학생 1인당 교육비가 783만 원에 달하지만, 학생수의 90% 이상을 점하는 특성화고의 경우 577만 원에 불과해서 200만 원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교사 1인당 학생수도 특성화고는 10.7명인데 반하여 마이스터고등학교는 6.9명으로 훨씬 적어서 기본적인 교육여건에 차이가 있다. 고교 직업교육, 양적 확대보다 질적 제고에 초점을 이렇게 고교 직업교육이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일각에서는 고교 직업교육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OECD 평균으로 직업계고 비중이 45.7%에 달하고 있음에 비해 우리는 OECD 평균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일견 설득력이 있지만, 현재와 같이 직업계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수를 늘리게 되면 문제만 더 악화할 뿐이다. 또한 중저도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줄고, 고도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늘어나며, 보다 높은 수준의 스킬과 교육수준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미래 사회가 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교 직업교육을 늘리는 것은 미래 사회의 변화 방향과 배치될 수도 있다. 물론 고교 직업교육 이수 후 대학에 진학하는 경로의 활성화를 통해 미래의 고숙련에 대한 수요에 대응할 수는 있지만, 현재와 같이 고교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계가 미흡한 상황에서는 낭비적 요소가 적지 않다. 따라서 우선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제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고교단계 직업교육과 고등교육·평생교육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질적 제고를 위해 오히려 양적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질적 제고가 달성되면 양적 확대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특성화고의 절반을 마이스터고로 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 내의 산업 수요 충족과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특성화고 일부를 적극적으로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것이다. 나머지 특성화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되, 일반고 학생 중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주변 마이스터고나 전문대학 등에서 직업계고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하면 추가 예산 소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특성화고 절반을 일반고로 전환할 시 재원 절감 효과가 있고, 그 재원을 나머지 절반 특성화고의 마이스터고 전환 재원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성화고의 일반고 전환에 따른 시설 장비, 전문교과 교원 등은 마이스터고로 배치하거나 고교학점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 등에서 활용 가능하므로, 시설 장비나 교원의 유휴화 문제도 크지 않을 것이다. 한편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고교에서는 IB-CP(International Baccalaureate-Career-related Programme)를 적극 도입하도록 한다. IB-CP는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을 통합하고 직업교육의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고안되었으므로, 우리나라 직업계고의 현재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직업교육도 잘 시키고 기초학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어 대학진학과 평생학습시대에도 대비하는 일석이조의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IB-CP는 IB에 대한 일반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층이 진학하는 직업계고등학교에 적용하는 프로그램이므로 ‘귀족학교’라는 프레이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IB-CP에서 가장 비중이 큰 CRS(Career-Related Studies)는 학교자율운영(물론 외부평가 있겠지만)이므로 교육과정 사대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또한 취업 강조 프로그램이고, 대학 진학 시에도 직업계고 출신은 정시가 아닌 별도전형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입시제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입시제도의 혁신적 변화가 아직 쉽지 않은 우리 교육현실에서도 충분히 확대 여지가 있다.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해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고교 직업교육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 서야만 고교 직업교육의 진정한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다.
교권5법이 지난해 개정되었음에도 여전히 「아동복지법」은 아이 기분 상해죄, 저승사자법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리며 교직사회를 힘들게 하고 있다. 「아동복리법」이라는 이름으로 1961년 제정되어 1981년 「아동복지법」으로 바뀌어 63년간 존재해 온 법이지만, 실제로 교원에게 무거운 짐이 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 년이 조금 넘었다. 2010년도 경기학생인권조례 공포, 전면 체벌금지를 담은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을 거치면서 교원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학교폭력 처리과정에서 「아동복지법」 위반 신고가 급증했다. 물론 과거의 잘못된 체벌문화와 학생인권을 소홀히 하는 구습적 교직문화로 인한 신고사례도 있지만, 점차 정당한 생활지도나 교육활동조차 신고 되는 경우가 늘게 됐다. 문제행동의 학생 증가로 인한 교실붕괴, 교권추락의 심화는 결국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존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도 교원의 학생 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더 명시적으로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현장교사의 요구가 분출되었다. 이에 교총은 2022년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요청하여 법안을 발의, 2022년 말 「초·중등교육법」이 개정·실현되어 2023년 6월 28일부터 시행됐다. 법이 아닌 교권보호조례나 학칙으로 학생징계를 더 세밀하게 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법체제나 대법원 판례를 외면한 주장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22년 12월 대법원은 학생징계에서의 징계법정주의를 명확히 하는 판결을 냈다. 중학교 3학년생이 수업 도중 휴대전화 무단 사용으로교사에게 적발됐는데도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았고, 이에 학교는 학칙에 따라 교내봉사 2시간, 그중 1시간은 ‘교사에게 사과 편지쓰기’ 처벌을 내렸다. 이에 학부모는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1심 각하, 2심 기각의 판결이 있었으나 법원은 원심을 파기하며 학생·학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비록 학칙에 사과 편지쓰기라는 징계 근거가 있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상에 없는 징계는 무효하다는, 즉 학생징계에서의 징계 법정주의 명확화를 판결한 사례다. 따라서 학생의 권리 제한, 학생징계 관련해서는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게 한 판례였다. 비록 교원의 생활지도권 법제화가 이루어지고, 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문제행동 학생 제지·분리 등의 조치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툭하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고통의 강도는 줄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12차례에 걸친 교사집회 등 교권보호제도 강화의 요구와 필요성이 들불처럼 번졌고, 마침내 교권5법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개정된 아동학대 관련 법 주요 내용과 효과 개정 교권5법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교원지위법」은 1991년 제정 이후 21차례의 개정이 있었는데 교권보호와 관련해 가장 많이, 가장 강력하게 반영됐다. 특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한 개선 내용도 법 개정에 포함됐다.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면책,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정당한 사유 없이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직위해제 금지, 교육감의 아동신고의견서 제출 의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면책, 교육감의 의견서 제출 경찰·검찰 반영 의무화가 반영됐다. 이러한 법률 개정과 시행에 따른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질적으로 아동학대 신고 감소 효과가 있다. 교육부가 올해 7월 1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교육감 의견제출제도가 시행된 9개월(2023.9.25.~2024.6.30.) 동안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553건으로 월평균 61.4건에 달했다. 이는 2022년 1년간 보건복지부의 유·초·중·고 교직원 아동학대 사례 건수 1,702건, 월평균 142건에 비하면 상당히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신고 건수 감소 효과에 더해 불기소율도 증가했다. 즉 교육청은 교육감 의견제출제도가 시행된 9개월(2023.9.25.~2024.6.30.) 동안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553건 중 387건(70%)에 대해 ‘정당한 생활지도’로 의견을 제출했고, ‘정당한 생활지도’로 의견을 제출한 387건 중 수사결정이 완료된 것은 160건이며, 이 중에서 137건(85.6%)은 ‘불기소’ 또는 ‘불입건’ 종결되었다. 교육감 의견제출제도 도입 전인 2022년과 도입 이후를 비교하였을 때 불기소비율은 17.9% 증가, 아동 보호사건 처리비율은 49.2% 감소해 동 제도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입증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둘째,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일정 부분 생겼다. 기존에는 생활지도·학교폭력 처리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를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며, 툭하면 신고부터 하는 풍토가 확산하였고, 서이초 교사 사건 및 교권5법 제정 과정을 거치면서 다소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고, 특히 무엇보다 정서학대가 가장 큰 논란을 발생시키고 있다. ‘정서학대’ 등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의 문제점 비록 법 개정을 통해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면책권, 정당한 사유 없는 직위해제 금지, 교육감 의견제출제도 등의 도입으로 나아졌다고 하지만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의 위험성과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헌법」 상 국민의 권리인 고소·고발권 자체를 막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라 하더라도 학생·학부모가 기분이 나빠서, 골탕 먹이려고, 의심이 가서라는 이유로 신고하는 순간 교사는 혐의자·가해자·피고인이 되어 버린다. 아동학대 관련 법이 왜 교직사회의 저승사자법인지, 왜 교사를 힘들게 하는지 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첫째,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심신이 피폐해진다. 경찰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더라도 검찰까지 가야 한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되었으나 아동학대 사건은 「아동학대처벌법」 제24조(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조항에 따라 검찰까지 송치하게 되어 있다. 이는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죄 입증도 본인의 몫이며, 무혐의를 받아야 변호사비·소송비도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시간과 비용도 문제지만, 경찰·검찰·교육청·지자체 등 몇 차례의 조사를 받고 신경을 쓰다 보면 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둘째, 학부모의 민원이나 문제 제기로 동료·후배교사를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시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셋째,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남발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 아동학대는 의심만으로도 신고할 수 있고, 아예 없는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이상 무고죄 처벌도 거의 어렵다. 또 「아동학대처벌법」 10조의2(불이익조치의 금지)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신고자 등에게 아동학대 범죄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도 있다. 넷째,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 신고의 고통과 불안감이 너무 크다. 법은 명확해야 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이 정서학대인지’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매우 모호하다. 교사가 어떤 말 등 행위를 했을 때 정서학대인지에 대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학부모의 신고가 남발되고, 신고 후 교육청 조사, 조사·수사기관의 조사, 검찰 수사, 법원 판결로 이어지는 힘든 과정을 오롯이 교사 혼자 해결해야 한다. 비록 무혐의나 무죄가 나와도 신고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교사는 심신과 재산상 엄청난 피해를 보는 구조다. 또한 유사사례임에도 조사·수사기관과 법원에 따라서, 또 누구냐에 따라서 천양지판의 판단과 결정이 되다 보니 학교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서학대의 모호성으로 인한 불안감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총이 지난해 10월, 전국 유·초·중·고 교원 5,46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 교원의 99.4%가 「아동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제22대 국회 개원과 교사 출신 의원의 「아동복지법」 개정 발의 올해 5월 30일에 임기가 시작된 제22대 국회에서 교사 출신 여·야 국회의원 3명이 당선됐다. 교총회장 출신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초교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백승아 민주당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다. 교사 출신답게 교육현실과 교단의 어려움을 반영해 정서학대를 명확히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정성국 의원 발의(2024.6.7.) 「아동복지법」 개정안 정성국 의원 발의 「아동복지법」 개정안 핵심내용은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의 경우 아동학대로 보지 않음, △모호하고 광범위한 정서적 학대 행위의 개념을 구체화하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방지, △아동학대 범죄 무혐의·무죄의 경우 아동통합정보시스템에 아동학대 행위자 기록 삭제 등 세 가지이다. 특히 정서학대를 폭언·욕설·비방 등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경우로 한정했다. ● 백승아 의원 발의(2024.7.5) 「아동복지법」 개정안 백승아 의원 발의 「아동복지법」 개정안 핵심내용은 △정서학대를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행위로 규정, △아동학대 범죄를 범하지 않았으나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것으로 신고 된 자에 대하여 그에 관한 정보를 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서 삭제이다. 이러한 교사 출신 국회 여·야의원 법안 발의는 개정 가능성을 높이며 교직사회에 큰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동권리연대·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이 7월 19일, 아동권리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하자, 7월 24일 제1야당인 민주당이 정서적 아동학대를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당론에서 제외했다. 이에 교총 등 교직사회는 여·야가 당론으로 채택해 조속히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학생인권법」을 발의해 교권5법을 위협하고 있다. 정서학대 명확화, 「아동복지법」 개정이 이루어지려면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소극적이면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만 경도되지 말고, 50만 교원의 절규와 학교 현실을 헤아려야 한다. 「아동복지법」 개정이 아동인권의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정서학대의 명확화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교사의 교권과 인권을 지키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교육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토론과 타협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교직사회도 국회와 국민 설득을 위한 대동단결 의지와 활동이 필요하다. 교권5법 개정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절박함과 검은 물결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칭찬 스티커 안 주었다고, 담배 피우는 학생 훈계했다고, 잘 그린 그림만 교실에 전시했다고, 문제행동 지적했다고 정서학대로 신고당해 조사받는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을까? 이대로 두다가는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 개인의 비극을 넘어서 문제행동·교권침해·학교폭력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방치하게 되는 학교가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상당수 되었고, 더 되어가는 중이다. 국회와 정부의 결단과 국민의 이해를 기대한다.
문혜영(사진) 제주 탐라중 교사는 지난해 임용된 교직 1년 차이다.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맞춰 모집한 교육혁명 선도교사에 뽑혀 지난여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교사로서 역량을 기르는, ‘도전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 교실혁명 선도교사에 지원했다는 그는 이번 연수를 통해 다양한 수업사례를 공유하고 ‘교수평’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능력을 AI가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개별화 학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문제풀이 학습에 그치지 않도록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실혁명 선도교사에 지원한 이유는? “2025 교육과정은 ‘학생 중심의 맞춤형교육’과 ‘개념 기반 학습’을 특히나 강조하는데, 사실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의 교수·학습방법을 살펴보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디지털을 접목한 진짜 학생 중심의 학습이 이뤄지는 방법을 탐구하고 싶었다. 교직경력이 짧은 나에게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는 매우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여러 선생님을 만나며 다양한 수업사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뜻깊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AIDT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인지, 또 수업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이번 연수가 교사로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연수를 통해 AIDT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수업목표를 세울 수 있었고, 수업설계부터 평가까지 함께하다 보니 다른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와 덧대어져 내가 가진 생각보다 훨씬 확산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 교육현장에 에듀테크 바람이 거세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특별교과실이 아닌 각 학급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데 여러 대의 노트북을 연결하다 보니 와이파이(WiFi)가 끊기거나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은 대부분 실시간이며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가 진심으로 AIDT 등 디지털 활용수업을 하려 한다면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디지털기기나 인터넷망 개선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스쿨넷 회선 자체가 10기가는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AIDT 프로토타입을 사용해 봤을 텐데 어떻게 평가하나. “솔직히 처음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현장에 적용하는데 거리가 있지 않을까 회의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접해보니 예상보다 훌륭했다. 학생 각각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정도로 성취했는지를 교사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또 학생 개인의 학습능력을 AI가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개별화 학습도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학습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교육부는 주장한다. 동의하나. “도입단계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한다고 해서 동기부여가 되고 학업성취도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학습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문제풀이 학습에 그치지 않도록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외에 교사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학생이 기본적으로 활용방법 자체를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는 간단한 활동부터 시작해 점차 활용도를 넓혀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메타인지이동’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이다 보니 수업의 내용적인 측면보다 기기 활용 자체에만 몰입되지 않게 교사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기존에 하던 수업과의 괴리감이 없도록 교사로서 많은 연구가 요구된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직후 난이도에 대한 설문에서 다수 수험생이 ‘대체로 쉽게 출제됐다’고 답했다. EBS에 따르면 4일 평가 종료 후 EBSi 사이트(www.ebsi.co.kr)에서 체감난이도를 묻는 설문조사의 중간 집계 결과(4일 20시 기준) 전반적인 난이도를 묻는 물음에 대한 답변 비율이 ‘어려웠다’ 보다 ‘쉬웠다’가 더욱 높았다. ‘어려웠다’고 답한 비율은 30%에도 못 미쳤다. ‘보통이었다’가 33.6%로 가장 많았고, ‘약간 쉬웠다’가 27.0%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국어·수학·영어 3개 영역에서 지난해 시행된 2024학년도 수능이나 올 6월 평가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어의 경우 ‘약간 어려웠다’나 ‘매우 어려웠다’를 택한 설문 참가자가 20%가 되지 않았다. 수학 역시 이 비율은 25% 정도에 머물렀다. 영어·한국사·사회탐구,·과학탐구 등 나머지 영역에서 ‘어려웠다’는 답변 비율이 모두 30~45%에 형성된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영어 영역에서의 ‘어려웠다’ 답변 비율은 40%대로 국어·수학에 비해 높았으나 지난 6월 평가에 비하면 조금 쉽게 출제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1.47%에 그칠 정도였다. EBS 강사들의 평가 역시 이전보다 쉽게 출제됐다고 입을 모았다. 국어 강사인 한병훈 충남 천안중앙고 교사는 “전체적인 난이도는 2024학년도 수능,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쉬운 편”이라고 했고, 수학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올 6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697명이었는데, 이번에는 1000명 내외로 형성될 것 같다”고 평했다. EBS는 1등급 커트라인에 대해 국어 영역의 경우 ‘언어와 매체’ 95점, ‘화법과 작문’ 98점으로 예상했다. 2문제 정도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 92점, ‘기하’ 93점, ‘확률과 통계’ 95점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9월 모의평가가 쉽게 출제됐다고 해서 오는 11월 본 수능에서도 비슷한 난이도로 예상하면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대 증원 영향으로 상위권 성적의 ‘n수생’들이 다수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다소 어렵게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평가는 수험생의 수능 준비도를 진단하고 보충하는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6월 평가는 문제 유형에, 9월 평가는 출제 난이도에 초점을 두고 출제된다. 전문가들은 “본 수능은 어렵게 출제될 것을 목표로 학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2일 ‘함께학교’ 플랫폼 내에 ‘수업의 숲’ 서비스를 개통했다. ‘수업의 숲’은 현장 교사들이 직접 만든 우수한 수업 자료를 시·공간 제약 없이 공유하고, 수업 나눔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저작권 침해 등의 걱정 없이 수업 자료를 게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 자료 제작 및 활용 지침서(가이드라인)’를 제공하고 운영 지원단도 운영한다. 운영 지원단은 학교급·교과별 특성을 고려해 초·중등 교사 7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수업 자료의 교육과정 부합성, 현장 적합성 등을 검토하게 된다. ‘수업의 숲’의 운영 방식은 이렇다. 교사 본인이 직접 제작한 수업 자료(콘텐츠)나 영상을 운영 지원단에 게시 신청을 하면, 운영 지원단이 수업 자료의 교육과정 부합성과 현장 적합성을 검토한 후 수업의 숲에 게시한다. 학교급, 교과별 특성에 맞는 수업 자료는 필요한 교사들이 내려받아 활용하고, 후기를 작성하거나 개선할 내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수업 자료를 올리는 교사는 내려받기(다운로드) 실적에 따라 이용 실적(마일리지)를 제공하고, 누적된 이용 실적에 따라 수업 혁신 연구비와 명예 배지(디지털·실물 배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수업의 숲’ 서비스 개통으로 교사들의 수업 고민을 더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교감 승진 제도에서 연수 성적 96점 이상은 단순 암기식 문제 풀이로 귀결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의 교육 리더십을 책임질 교감들을 선발하는 데 전혀 적합하지 않다. 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60시간의 연수를 통해 96점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얻는 가산점은 교감 승진의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이 연수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교감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이 단순히 암기와 문제 풀이에 국한된다면, 과연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교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교육 관리 역량이 전혀 평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다음 중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음식이 아닌 것은? 1) 굴라쉬 2) 퐁듀 3) 구겔후프 4) 나펠슈피즈' 여기서 답은 연수 강사가 말한 것 중 아닌 것을 찾아야 한다.중요한 것은오스트리아 사람도 연수를 듣지 않았다면 이 문제를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스트리아의 대표 음식과 같은 비본질적이고 무의미한 문제들이 변별력을 가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본질과 전혀 무관한 평가 방식이다. 승진을 위해 시험에 도전하는 많은 교사는이 과정을 불필요하고 의미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시험을 통과한 후에는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연수를 준비하는 교사들조차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로 인해 교육계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수 성적은 교감 승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점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비합리성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두드러진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를 외우기 위해 한 달 이상을 투자하고, 결국 그 지식을 시험 후에 모두 잊어버리는 방식이 과연 미래의 교육 리더십을 양성하는 데 적합한지 의문이다. 이와 같은 불합리한 제도는 교사들이 백지 시험지를 제출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도록 만드는 불공정한 구조를 낳고 있다. 96점 이상이라는 보장이 없을 때, 학생들에게 시험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는 교사들이 백지 시험지를 제출하고 연수를 이수하지 않으며, 이후 다시 이 연수를 듣고 시험에 재도전한다.요즘은 교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60시간 연수를 듣고 있지만, 한 번에 합격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2~3번 같은 시험을 반복해서 치른다.이는 백지 시험지를 두 번, 세 번 내고 오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 담당자들이 이와 같은 승진 제도를 경험하지 않아 이러한 승진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 있다. 문제를 모르니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교감 선발 기준 중 60시간 연수 성적 96점 이상이라는 조건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단순 암기식 평가가 아닌,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리더십과 관리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교사들 또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교육계의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미래의 교육은 단순히 암기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리더십에 달려 있다. 정부와교사들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
타다가 고개 숙인 여름이 저만치 가고 있다. 쭉 뻗은 철길은 언제나 그리움을 부른다. 끝없는 평행의 소실점을 바라보면 유년의 로망이 떠오른다. 그 로망을 반추라도 하는 듯 빠름의 일상을 잠깐 물리고 플랫폼에 선다. 지열과 복사열을 더한 플랫폼의 열기는 비릿한 쇠 냄새까지 더해져 송골송골 땀방울로 맺힌다. 가끔 아이를 보낼 때 배웅한 그 자리에 오늘은 주인공이 되어 몸을 싣는다. 열차는 덜커덩거림도 없이 레일 위를 미끄러지며 고속으로 달린다. 열차 여행의 묘미는 완행열차처럼 쉼과 약간의 덜커덩거림이 있어야 하는데 빠른 속도는 로망의 아쉬움을 남긴다. 예년보다 빠른 추석이 생활의 간이역을 지나며 기다림과 기쁨, 슬픔과 회안이 녹아있는 어머니 역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억 속 제일 따듯한 곳은 어머니가 계신 고향 집이다. 아마 어머니의 마음이 모자이크처럼 배어있어서일 것이다. 느림이 일상화됐던 그 시절, 추석은 왜 그렇게 더디게 오는지 기다림은 설렘을 품은 아름다움이었다. 추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객지에서 고향 집 찾는 일이다. 대처에서 버스, 열차, 승용차를 이용하여 인파에 휘말리고 기다리면서도 반갑고 즐거운 귀성길을 밟는다.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도 마음은 벌써 고향에 있다. 막히는 도로를 보면서 기다림은 발효를 더 하여 애틋한 감정을 발아시킨다. 잠깐 생각에 잠기는 사이 열차는 고속으로 질주한다. 속도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이다. 멀어지는 남쪽을 뒤로 서울로 향하는 열차는 쭉 뻗은 철길과 전차선 사이를 빠르게 달리지만 왠지 무겁기만 하다. 차창 밖 눈여겨 볼 사이도 없이 익어가는 볏논이 판 듯 판 듯 지나간다. 빠른 속도는 경치에 대하여 음미할 시간조차도 주지 않는다. 길은 그리움이고 언제나 시작한 곳에서 끝을 맺는다. 다시 남쪽으로 길을 잡는다. 이번에는 고속열차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객실이 한산하다. 열차는 가끔 폐역된 간이역을 지나치며 많은 역을 정차한다. 시간은 걸리지만 열차 여행의 묘미인 생각의 발효를 증폭시킨다. 노을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산과 들도 어둠에 묻혀간다. 땡땡땡 건널목의 종소리가 메아리치고, 눈이 가는 곳은 어둠 속에 가물거리는 불빛과 교회의 빨간 첨탑 그리고 빈 옆자리의 허전함이다. 내려오는 길은 수월하게 간다. 아마 내 마음이 머물던 곳으로 간다는 기다림이어서 그런 것 일 게다. 집이란 무엇인지 고향이란 무엇인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이 상큼함을 새롭게 한다. 주변을 두리번거려 본다. 지금 달리고 있는 이 열차도 추석 전날이면 얼마나 붐빌까? 기억의 타래를 차창 밖 밤하늘에 올리니 눈썹달이 서쪽 지평선 가까이 기울고 있다. 저 달이 둥글어지면 추석이다. 살아계셨다면 지금쯤 고향 집 어머니 마음은 추석 준비에 분주하실 것이다. 자식이 뭔지 여름을 지나며 봉지 봉지 준비한 것들을 챙기고 계실 것이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여든을 넘어 혼자 고향 집을 지키는 할머니의 영상을 돌려본다. 음력 칠월 말 뙤약볕 아래 굽은 허리로 마당과 창고를 오가며 키질도 하는 할머니의 추석 준비는 바쁘다. 추석 기다림을 하며 수확한 참깨, 콩, 토란대 등 자식에게 줄 만한 것을 갈무리하고 계신다. 참깨는 기름 짜 자식 줄 것이고 토란대 판 돈은 손주들 용돈 주실 거란다. 참깨 농사는 10명이 농사지어 한 명이 먹기도 힘들다 하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이 필요할까? 굼뜬 몸을 이끄는 모습이 안타까워 쉬면 되실 것인데 왜 힘들게 준비하느냐고 하자 자식 손주 주는 재미라고 한다. 할머니는 들일을 마치고 들어와서도 정작 허리가 굽어서 점심을 상에 올려놓고는 못 드신다. 찬밥에 오이냉국 한 그릇 부엌 바닥에 놓고 앉으신다. 그 모습을 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도 항상 그렇게 드셨다. 아버지와 겸상하면 좋을 것인데 왜 그렇게 드시냐고 해도 이게 편하시다고 하셨다. 평생 불편하게 살아온 모습이 몸에 배어 일상화되었음이다. 우리의 어머니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돈 되는 것을 억척같이 모았다. 어머니의 부엌과 부뚜막은 평생 자식 뒷바라지로 기다림과 보고 싶음, 생활고로 얼룩졌다. 오로지 뒷바라지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어머니는 자신에게는 0점 자식에게는 100점이셨다. 자식이란 뭘까? 혼자 남은 할머니의 독백이 귀를 적신다. ‘자식들을 언제쯤 실컷 볼까? 맨날 품속에 들어오는 것 같다.’ 추석을 앞둔 할머니의 촌집 마당에 고추와 맨드라미가 기다림의 허전함을 붉은 가을로 밝힌다. 자식은 철새처럼 때가 되면 나간다. 혼자 남아 기다리기로 하는 할머니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 허리 굽고 잇몸으로 앉은 할머니는 힘들어도 자식이 있어 흐뭇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은 지나가는 차들이 내 자식 차 같다며 동구 밖을 서성인다. 추석을 앞둔 설익은 보름달은 기다림으로 마을 밖을 내다본다. 자식들이 고개 내민 추석은 여름철 소낙비처럼 왔다 간다. 자식은 엄마의 가슴에 돌 얹어 놓고 평생 살다간 줄 모른다. 자식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할머니 이별의 말은 해도 해도 아쉽다. 자식 무사히 돌아가길 부탁 기원하는 눈물이 추석 기다림보다 더 진하다. 서서히 속력을 줄이는 열차와 도착역을 알리는 방송이 자정 가까운 어둠 속에 환청처럼 들린다. 출발한 곳에서 다시 내렸다. 이제 자동차로 움직여야 집에 도착한다. 늦은 밤이지만 집 가까이 왔다는 느낌이 마음을 순하게 한다. 부모와 다른 시간을 사는 자식들,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 마음 알지만 내 자식 때문에 부모 마음 챙기기는 어렵다. 기다림의 마음은 멀리서 보면 풍경이고 가까이서 보면 기쁨이다. 자식은 올 때는 항상 반갑고 갈 때는 언제나 쓸쓸하다. 할머니의 바람처럼 이번 추석은 바쁘다는 핑계 잠깐 내려놓고 완행열차 타는 기분으로 부모님 곁을 함께하면 좋겠다.
한국교총을 비롯한 세종교총, 교총 2030청년위원회, 보건교사회, 전국영양교사회, 한국사서교사협의회 등이 3일 오후 세종시인사혁신처 정문 앞에서 열린 교원 처우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교원의 각종 수당 인상 및 교원보수위원회 설치 등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