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7,000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김정렬(교원대 교수 / 영어교육과) 들어가는 말 1997년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최초의 정규교과 영어교육이 시작되어 이미 5년이 지났고, 그 3학년이 2001년에는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5년 동안 초등학교 영어 교육은 영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초등영어가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교과는 당장 그 실용성을 알 수는 없지만 막연히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중요 과목으로 인식되던 것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그래서 영어교육은 당연히 문법과 독해 중심으로 진행되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많이 외우고 많이 읽고 쓰는 것이 영어공부의 원칙이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시작되면서 처음부터 구어영어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위한 유의적인 활동을 통해서 영어를 익히게 되었고, 초등학생들의 발달 특성상 자기방어라는 심리적 기제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학교 밖에서 외국인에게 수줍음 없이 쓰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학교 영어교육이 실제 의사소통을 위한 중요한 생활의 도구로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사회의 빠른 개방화와 더불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영어교육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긍지와 보람의 한편에는 지난 5년 동안 현실적으로 표출된 초등영어 교육의 문제점과 숙제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짧은 글을 통해서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모든 문제를 수박 겉핥기로 훑어보기보다는 다음의 세 가지 문제에 대해서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심도있는 논의를 해봤으면 한다. ①초등학교 영어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가? ②초등학교 영어 수업시수는 이대로 둬도 되는가? ③초등영어 학습자들의 수준차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위의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우선 초등영어 교육과정의 내용과 더불어 현재 실시되고 있는 초등영어 교육의 특성을 알아보고, 현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 뒤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초등영어 교육의 방향 1997년에 개정된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하면 영어교육의 목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고 아울러 외국 문화를 올바르게 수용하여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외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7차 교육과정이 연차적으로 실시되어 2002년에는 초등학교 전학년이 7차 교육과정을 적용받는다. 7차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의 중점사항은 생활 영어 중시, 언어 사용 능력 신장, 활동·과정/과업 중심의 학습 중시, 성취 기준의 명료화 및 상세화,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다. 그 중에서 초등학교 영어 교육이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생활 영어 중시 제7차 초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은 21세기의 지식·정보화 시대에 대비하여 초등학교 학생들로 하여금 국제 공용어인 영어의 중요함을 알게 하고 영어를 배우는 데 흥미를 느끼고 영어에 대한 친숙감과 자신감을 갖도록 하며, 영어학습 의욕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 수준이나 내용은 일상 생활에서 실제 사용하는 매우 쉽고 간단한 생활 영어를 상황 또는 주제 중심으로 구성하여 학습하도록 하였다. 과거에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실제의 대화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잘 사용하지 못하는 데에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영어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문법을 설명하기에 좋은 예문들은 많이 있었지만, 영어의 원어민들이 항상 쓰는 말들은 매우 기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영어를 학습하여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영어과 교육과정의 취지이다. 언어 사용 능력 신장 우리 영어교육의 취약점은 문법-번역식 교수 방법에 너무 치중해 온 결과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며,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의 구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초등학교에서는 음성 언어 중심의 영어교육을 통하여 영어 사용능력을 길러 주고, 점차적으로 문자언어 교육의 비중을 늘려 가도록 내용이 구성되었다. 학생들이 영어를 들을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영어로 말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초보단계에서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거나 교사가 직접 교실 영어를 구사하여 학생에게 가급적 많은 듣기 훈련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교사는 이 점에 유의하여 교수-학습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활동·과정/과업 중심의 학습 중시 학생들이 그룹·체험 활동, 경험, 과업을 통하여 언어 사용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게임, 역할놀이, 노래 등을 많이 도입하였다. 교사의 역할은 그룹 관리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교수-학습 과정에서 모니터를 통해 학생들의 실수 여부와 학업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감지해야 한다. 또한 자원 공급자로서 학생의 요청이 있을 때 도와주고,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는 어떠한 일을 수행하는 과정을 중요시 여기며, 학습자들이 스스로 활동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에 관한 혹은 언어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 그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심화·보충형 교육과정에 수준별 교육과정을 적용함으로써, 우수 학생에게 심화 과정을 제공하여 수월성 교육을 할 수 있고, 학습 부진아에게 보충 과정을 제공하여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능력에 따라 학급을 소집단으로 편성하고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수업 내용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방법이 수준별 교육과정의 요체이다. [PAGE BREAK]학습자 중심의 영어교육 위의 네 가지와 더불어 현재 초등영어 교육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다. 학습자 중심의 영어 교육이란 교육의 중심을 교사의 가르침보다는 학생의 학습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교육의 방식을 의미한다. 학습자 중심 영어교육에서 교사는 영어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학생들이 놀이나 게임 등을 통해 영어를 실제로 체험해 보도록 하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도와주어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영어를 익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은 실생활의 감각과 경험이 사고와 행동에 깊이 작용하고 호기심이 강한 시기에 있다. 그래서 영어의 교수-학습 활동을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감각과 놀이를 중심으로 하고, 발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초등영어 교육은 앞에서 제시하였던 활동·과정/과업 중심의 학습을 통하여 결과 그 자체보다는 학생들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하는 경험, 활동, 느낌, 생각 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영어로 하는 경험, 활동, 느낌, 생각 등이 영어 자체에 관한 지식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 교육의 주된 목적은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이다. 의사소통이란 본질적으로 그 자체가 과정이다. 의사소통 행위 자체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면,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영어교육은 당연히 결과보다는 과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즉, 영어교육이 지식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결과 지향적인 교육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초등영어 교육의 문제점 초등학교 영어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가? 초등영어 교육의 목표가 영어의 기초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담당 교사에게 상당한 수준의 영어구사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등영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기초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 주는 데 있지 않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과 목표는 ‘영어 의사소통 능력의 기초적인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의사소통 능력의 기초적인 바탕이란 간단히 말해 최소한 영어를 싫어하지는 않게 하는 것이다. 영어란 것이 어렵고 딱딱하고 지겨운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면, 그 학생들은 영어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공부해야 할 시기에 흥미를 잃어 더 이상 영어 공부를 하기 싫어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영어는 전체 영어교육의 초반의 극히 일부로서, 그 이후의 영어교육과 관계없는 하나의 독립된 교육이 아니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전부는 초등학생들이 영어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도록 해주는 것이다. 즉, 영어란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며 잘 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영어 담당교사는 자신의 유창한 영어구사력의 발휘보다는 초등학생들과 함께 매우 기초적인 영어를 듣고 따라 하고 또 가지고 놀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발음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교사 자신이 끊임없이 연마해야 할 영어교육의 핵심적 요소이지만 발음이 근본적으로 의미의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발음이 안 좋아도 의미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면 의사소통은 되는 것이다. 한편,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수업의 제안으로 보다 영어 구사력이 뛰어난 영어 전담교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전담 교사수는 태부족이다. 외국인 전담교사는 차치하고 내국인 전담교사가 확보된 경우는 전체 공립 초등학교의 3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담임교사가 직접 영어를 지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등영어를 교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지 담임교사가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 제기되어 오고 있다. 우리나라 여건상 현재 초등학교는 한 교사가 전 교과를 담당하는 체제이다. 만약 교과전담제가 실시된다면 이와 더불어 영어교과를 담당할 교사들의 양성교육도 같이 거론되어야 한다. 초등학교의 교과운영이 담임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된다는 논리는 위에 언급한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특성을 간과한 교과중심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어전담교사의 논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초등영어교사를 중등영어과 출신으로 임용하겠다는 논리가 바로 교과중심적 사고의 결과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약에 필자의 생각과 달리 초등에 영어 전담교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초등영어 전담교사는 초등교사가 되기 위한 소양과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들 가운데 대학원에서 초등영어를 전공한 사람들과 초등영어 심화과정 이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교원대와 교대에서 초등영어 심화과정 및 대학원 초등영어 전공을 통해서 초등영어 전문가들을 키워서 내보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역량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오히려 비전문가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담교사를 임용하겠다고 하면 기존의 초등영어교육 전문가들 가운데 영어교사를 우선 발탁하여 쓰고, 그래도 모자라면 초등영어교육 전문가 양성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해서 교원대와 교대에 있는 기존의 학과체제와 프로그램을 통해서 얼마든지 양성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PAGE BREAK]수업시수의 부족 언어라는 특수성을 외면한 수업시수의 단축은 우리가 안고 있는 초등영어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이다. 6차 교육과정에서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영어 수업시간이 2시간이었는데, 7차 교육과정에서는 3, 4학년은 1시간, 5, 6학년은 2시간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교육과정에서 영어과에 주어진 주당 1~2시간의 학교교육으로는 영어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실제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목표어의 학습에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은 약 2,500시간 내외로 나와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과정의 수업시수를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 합해도 겨우 800시간 남짓 되는데, 이는 수업시수의 절대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영어과 수업시수 단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8차 교육과정에서는 최소한 6차교육과정 수준으로 3, 4학년은 환원시키고, 초등 1, 2학년까지 영어교육의 확대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다른 사람들은 만약 시수의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3, 4학년에서 주당 1시간을 가르칠 바에야 이를 폐지하고 5, 6학년에 주당 3시간씩 집중 이수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타 교과와의 시수 조정이 쉽지 않은 일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수학(6차 교육과정 5, 6학년 주당 5시간→4시간), 사회(5, 6학년 주당 4시간→3시간), 과학(4, 5, 6학년 주당 4시간→3시간)이 각각 1시간씩 축소되고 대신 재량시간이 2시간으로 확대되는 등의 조정이 있기 때문에 영어가 3시간으로 확대될 경우 ‘교과별 최소 수업시간수의 조정을 통한 학습부담 경감’이라는 교육과정 개정의 정신에 맞지 않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초등영어는 학교에서 완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이와같은 교육과정의 교과간 수업시수 조절의 문제는 교과중심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가 통치권자가 우리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 어떤 교과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영단을 내리고 끌고 가지 않으면 해결되기 힘든 문제이다. 8차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영어과 수업시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견할 수 없지만,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수업시수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고질적인 학습시간의 결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해결 방안으로 생각되는 것이 초등학교의 담임체제 속에서 그 대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담임이 영어를 가르친다면 교과간의 통합지도를 통해서 영어과의 학습 결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여러 가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간의 소재, 주제, 방법 및 결과물 등의 통합을 통해서 영어를 재미있고 유의미하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다른 교과학습도 함께 하는 영어를 일부 병합해서 타교과의 수업을 하는 모델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습자들의 수준 격차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과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이 사교육을 통해서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들에 대한 영어교육은 듣기와 말하기의 실용교육을 강조하고 있어 서점마다 각종 시청각교재들과 그림책, 동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실제로 국내 초등영어 교재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유명 출판사들이 개발한 수십 종의 교재가 나와 있고, 거기다 외국에서 제작한 수입 교재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국내 유아 및 초등영어 교재 시장의 규모는 전체 영어 교재 시장 중 약 30%를 점하고 있으며 대략 2백억 원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교육의 팽창으로 과외를 받는 학생과 받지 못하는 학생들 간의 수준차가 심해져서 이미 초등학교 3학년에서 영어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상당한 수준차가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후에도 영어공부에 투입하는 시간이나 경제적인 차이, 동기의 차이 때문에 초기의 수준차는 누적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1997년 초등영어 교과가 정규과목으로 처음 시행되었을 때 초등영어 교과는 교재를 컬러화 하고 시청각 교수 자료를 도입하여 교단 선진화 및 교수-학습 방법의 질적 제고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주위의 관심을 초등영어 교육의 긍정적인 지원세력으로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으로 영어를 가르쳤을 때 3~4학년 학생들로부터 영어에 대한 열렬한 참여도와 흥미를 진작시키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은 3~4학년과 달리 영어의 교수-학습에 게임, 노래, 챈트, 역할극만으로 동기유발이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즉, 3학년에 올라와 처음 영어를 배울 때는 모두 재미있어 하고 모두 다 똑같은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1년이 지나 4학년에 올라갈 때에는 개개인의 수준차가 상당히 벌어진다. 이때부터 영어가 ‘재미없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습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5학년에 가서는 쓰기 기능까지 포함되다 보니, 어떤 학생들은 굉장히 뒤쳐지기도 하고, 아예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현장 교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놓고 또 하나의 과목에 부진아를 양성했다는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수준차를 조정하기 위해서 수준별 지도를 계획하고 있는데 7차 교육과정의 특징은 수준별 지도라는 것이다. 초등영어는 2001년부터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어 실제로 현장에서 수준별로 편성해서 가르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와 같은 다인수 학급에서 학습자 개개인의 수준을 고려한 영어수업을 실시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와 같은 EFL 상황에서 일주일에 1~2시간 영어를 배우고 나가도 실제 쓰일 데가 없다는 점과 상당히 어려워져 있는 교과서의 내용을 따라 잡기란 쉽지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영어권의 나라에 실제 가서 생활하며 습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비결이겠지만, 비용상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보완된 방안으로는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한 구체적 접근방식과 영어 동화책을 많이 구비하여 자주 접할 기회를 마련한다든지 또는 집에서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일상생활 영어를 같이 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제는 영어교육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의 영어구역(English Zone)이라는 개념을 좀 더 다양하게 확장시켜서 학교 홈페이지에 사이버 영어구역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영어채팅이나 영어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각 시·군·구 단위 교육청별로 영어시범학교를 두어서 해당학교에서 한두 개 교과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영어부속수업의 형태를 마련해서 공간적인 영어구역의 개념을 사이버 공간으로, 시간적인 공간으로 다양하게 확산시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학습자들의 수준차는 공교육에서 다양한 영어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므로서 풀어보겠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PAGE BREAK]영어 교육의 과제 교사 연수에 대한 대책 초등영어 교육실시 이후 영향을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받은 사람들은 당장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이다. ’96년부터 시작된 연수는 기본연수, 심화연수, 해외연수, 자율연수, 교내연수 등의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국가적인 예산 또한 그 이전의 어느 연수보다 집중적으로 지원이 되어서 많은 교사들이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의 담임 배정 원칙으로는 영어 지도를 원하는 교사가 영어를 가르칠 수 없는 현실이다. 초등에서는 일시적으로 많은 수의 교사가 퇴직하는 상황이므로 담임의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로 인해 영어 지도에 유능하고, 영어 전담 교사를 원하는 교사의 경우에도 학교에서는 우선 담임의 수요를 메워야 하므로 담임으로 배정하는 실정에 있다. 초등에도 영어 사용에 능하고 영어 지도에 열심인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 이런 선생님들의 경우 다년간의 초등학교 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도한 경험과 교수법에 있어서도 많은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연수받은 적절한 인재를 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국가 재정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초등영어는 초등교사가 책임지고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계속 공부를 하는 교사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교사 양성과 채용에 대한 것은 교사연수를 넘어 교원양성 자체의 어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등에서 영어를 실시한 지 벌써 5년째에 접어들었으나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양성기관에 영어 사용능력을 위한 기회가 확대된 것 같지 않다. 입시 위주의 중·고교 영어교육도 그러하지만 졸업 후 당장 영어를 사용하여 지도하길 원하는 초등교사의 경우에도 구어능력 신장을 위한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교사 채용에서도 어떤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방향은 평가에 의해 가장 빨리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교사 채용시험에서도 다양한 영어 인증제도를 활용하여 노력한 교사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교육환경 개선 및 교재 6차 교육과정에 비해 7차 교육과정에 의한 초등영어 교과서 및 지도서의 내용이 쉬워지기는 하였지만 초등 수준에서 지도하기에 지나치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초등영어 교과서의 수준은 중학교 1학년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과정에 어휘와 의사소통기능을 제시하여 난이도를 조절하였다고 하여도 초등의 경우는 말하기와 듣기의 음성언어 위주의 학습이므로 음성언어 수준에서는 꽤 높은 수준의 듣기와 발화 표현을 하게 된다. 더구나 지도서의 경우 단위 시간에 지도하기에는 학습량이 많고, 지도하는 방법에서도 체계적이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아 일반 연수만 받은 초등 교사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면이 많다고 여겨진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1997년에 처음으로 초등영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올해(2001)에 중학생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거리로 대두된 것이 초·중등 영어교육의 연계성 부족이라는 것이다. 4년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 올라온 학생들이 중학교 교사들의 생각에 읽기와 쓰기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초등영어교육의 실시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초등영어 교육에서 음성언어에 노출하기에도 시간적으로 벅차 읽기·쓰기에 시간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므로 중등에서는 교육과정의 연계 선상에서 초등에서 이미 다 배웠다고 여기고 읽고 쓰기의 수준을 규정하므로 이를 걱정하는 일선 교사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7차 교육과정에 의한 교과서의 내용도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그 연계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영어 교육은 지금 초창기이기 때문에 초등영어교수법이 대부분의 교사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7차 교육과정에 의거한 초등영어는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교사용 CD-ROM, 학생용 CD-ROM, 오디오 자료 등이 함께 공급되고 있다. 교사용 지도서는 특히 교사의 자율연수를 위한 것이다. 가르쳐야 할 내용과 방법이 교사용 지도서에 단계별로 잘 정리되어 있지만 그래도 많은 담당교사들에게는 생소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많다. 영어를 담당교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지도서의 지도 방법과 절차, 구체적 교수 기술 등에 관해서 충분한 토론과 연습을 통해 차시별 지도안을 공동으로 작성하고 공통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초등영어 교육에 좀 더 밝은 교사가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면 그 학교의 같은 학년의 영어수업의 질과 내용은 한결 더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이고 반별·교사별로 수업의 질의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담당교사들은 한층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교육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이 상당히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교육청, 학교장들이 담당교사들의 자율연수 기회를 최대한 확대해 주고 필요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열악한 초등학교의 영어수업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서 초등영어 교육을 위한 갖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인터넷이나 PC 통신을 이용한 유아 및 초등영어 사이트들로 알파벳부터 영어 노래·동화·게임 등을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는 국내외 영어교육 사이트, 초등학생용으로 70여 개의 영어 동화책 사이트를 링크시켜 놓은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맺음말 열악한 교육환경, 교사자질에 대한 논의, 교육인적자원부의 방향을 잃은 임용시책, 영어교사의 해외연수 기회 부족, 영어 원어민 강사의 태부족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지만 교육은 이상적인 이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현실적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의 여건이란 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런 곳은 없다. 어떤 교육은 필요한 모든 여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질 때까지 시행하지 않고 기다릴 수 없는 것도 있다. 사회의 변화 등으로 인해 꼭 필요해진 것의 교육은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여건만 마련되면 시행을 하면서 여건을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5년을 맞이해서 초등영어 교육에 대한 그 시행 상의 문제점이나 미비점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교육과정, 교과서, 담당교사의 양성 및 연수, 행정 당국의 지원 등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감으로써 더 나은 초등영어 교육의 활성화를 기대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많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제안하고 있는 해결책도 최선의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대안일 뿐이고, 우리 모두 다같이 초등영어 교육이 그 뿌리를 튼튼히 할 때까지 관심과 열정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동주(서울 경동교 교사) 들어가는 글 몇 년 전 초등영어교육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나라가 시끄럽더니, 1997년부터 영어가 3학년부터 정규 과목으로 실시되어 4년 동안 영어를 배운 녀석들이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된다. 덕분에 영어 교육·학습 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영어 못하면 바보가 되는 양 영어 배우기 열풍에 휩싸였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는 꼬마들은 물론 초등 학생 녀석들은 무슨 스쿨, 무슨 영어, 이름도 묘연한 각종 학원에 앞다투어 다니느라 진땀을 빼고, 부모들은 IMF 상황에서도 자녀들 학원비 대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또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영어도 가르쳐야 한다는 때아닌 날벼락에 학기중이건 방학중이건 연수를 받으러 다니랴, 그도 모자라 학원 수강까지 하며 온 힘을 쏟아왔다. 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등학교 입시가 없어져 입시에 대한 부담은 덜었다지만 자기 동생보다 영어를 못할까 두려워 학교에서의 영어수업도 모자라 집에 오면 영어 학원은 필수로 가야 한다. 또 고등학교 학생들은 대학 입학 수학능력 시험에서 외국어 영역 시험인 영어가 아주 중요하다며 또 학원에 다닌다. 갖은 고생 끝에 대학에 들어간 대학생들도 TOEIC 900점 이상을 받아놓고 졸업해도 취업을 할 수 없다며, 휴학까지 불사하고 미국으로, 캐나다로, 호주로 어학 연수를 간다고 짐을 꾸린다. 그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넘은 직장인들은 언제 퇴출될지 몰라 새벽이나 야간에 학원에 다닌다. 이 어른들은 그간의 고생도 잊은 채 자녀들에게 자기보다 더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야 잘 살 수 있다며 유치원 아이들까지 영어 학원에 보내거나 학습지로나마 영어공부를 시킨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시 중산층 정도 가정의 영어학습 풍속도일 것이다. 문제의 제기 일반적으로 모든 교육이 그러하듯이 영어교육에서도 학습자와 교사, 그리고 학습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만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요소가 오늘날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한 가지씩 짚어보기로 하자. 학습자 상황 초등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주당 2시간씩 4년간 총 272시간 영어공부를 하고 중학생이 된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객관성 있는 결과를 제시하는 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와야 초등영어교육의 공과에 대한 그간의 논쟁을 해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고등학교 2학년인 한 학생의 여동생의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는 그 아이는 학원도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해 왔는데, 오빠와 비교해 볼 때 듣기와 말하기에서 굉장한 자신감과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 오빠가 부러워할 만큼 ‘잘 하더라’는 것이 오빠의 고백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런 과정이 있었더라면 영어를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말을 들었다. 분명 앞당겨진 영어교육은 영어 자체의 실력 향상이라는 면에서는 분명 성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오빠가 중학교 때 영어를 공부했던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영어를 접했으며, 학교의 영어 수업에서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방과후에는 학원에 다녔는데, 일반적으로 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학원에서는 종합반이라고 하여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보통이라 그도 그런 학원에서 다른 과목과 함께 영어를 공부했다. 수업은 해당 학교의 영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미리 예습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내신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두어 자기도 영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어 상위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신성적에 따라 인문계 고등학교로 와서 현재에 이르렀는데, 영어는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 시간에 충실하고 방과후에는 종합반 학원에 월 30만원씩 내면서 다른 과목과 함께 공부를 한다고 한다. [PAGE BREAK]중학교 때와 비교할 때 학원에서의 수업 방법에 차이가 있다면,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여 문법과 함께 거의 독해유형 문제풀이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간혹 듣기 문제 풀이 전략을 기르기 위한 연습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신성적 향상도 학원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므로 주변 학교의 최근 몇 년 동안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문제지를 입수하여 기출 문제를 제공하고, 이를 출제한 영어 교사들의 경향을 분석한 예상 문제 서비스도 받아 학교 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어 선배들이 고생하고 있으므로 자기도 ‘뭔가 더 해야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는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에 관한 원서를 잘 읽어내야 하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할 것이며, 취업을 위해 TOEIC이나 TOEFL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영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이 학생이 그간 영어학습에 대해 어떤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공부해 왔는지 알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는 뚜렷한 자기 스스로의 내적 동기를 가졌다기보다는 부모님께서 얘기하시는 ‘영어를 잘해야 잘 살 수 있다’라는 가르침에 따라 영어를 공부해 왔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학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학교 영어시간에도 충실하였고, 학원에도 열심히 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잘 살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하겠다고 한다. 바로 이 아이가 우리 사회에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그저 보통 학생의 모델이 아닐까 생각된다. 교사 상황 얼마 전 대학원에서 초등영어교육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방 소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전담하고 있는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5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힘은 들지만 무척 재미있고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하려는 열의가 높아 매일매일 학습 자료를 만들고, 영어 교사 동아리에서 토론도 하고, 세미나도 참석한다고 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공부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아이들의 영어학습에 대한 태도가 무척 적극적이며, 교과서도 재미있고, 멀티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보조 교재를 사용할 수 있어, 자기만 더 노력한다면 정말 효과적인 영어학습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어떤 모임에서 오랜만에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배 교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1학년을 가르쳤는데, 여러 초등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제각각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왔는지 몰라 어리둥절 두 달 여를 학생들의 영어 학습 정도를 진단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예전의 방법대로 문법도 설명하고 해석도 해 보이며 가르치니 지루해서 45분을 견뎌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아 그게 그거였구나!’ 하면서 알아듣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교과서에 노래도 많이 나오고 박수까지 쳐가며 랩을 하는 것도 있고, 게임도 해야 하고, 또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한다니 무척 괴로웠던 모양이다. 예전보다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통제하기에는 수월하지만 요즘 아이들 심보가 고약해져서 말을 잘 안 듣는다며, 성적이 많이 뒤쳐진 아이들을 돌볼 겨를이 없다고 애석해 했다. 또한 중학교에서 영어 수업 시간이 주당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학생들이 정말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실력이 예전만 못한데 어떡하겠다는 거냐고 한탄했다. 이번 방학에는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을 위해 직무 연수를 60시간 받아야 한다며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1학년 녀석들 보면 해석은커녕 영어 교과서를 제대로 읽어내는 학생이 한 반에 몇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 영어 성적은 잘 나오는 편이란다. 가뜩이나 쉽게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학원에서 족집게처럼 자기가 출제했던 작년도 학교 고사 문제를 분석하여 이번에 내는 문제까지 기가 막히게 예상해낸다고 개탄한다. 수준별 수업이라고 학급을 나누어 놓으니 동료들이 못하는 반에는 수업을 들어가기가 싫다고까지 말한다며 이래서 뭐가 되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PAGE BREAK]급기야 필기 시험에서 주관식과 서술형을 30% 이상 출제하라는 예전의 지침과는 달리 수행평가를 실시해서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권장하니 태도 점수로 이런 녀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까지 쓰고 있단다. 그 수행평가라는 것도 집에서 하는 과제 형식(take-home paper)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 정말 그 학생이 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한다고 했다. 요즘엔 수행평가까지 책임져주는 학원에 수강생이 많이 몰린다는 말도 한다. 이렇게 썩 마음에 들지 않게 공부한 학생들이 2, 3학년이 되면 그 동안 학원에서 터득한 수능영어 독해유형 공략의 고수가 되었는지 학교 성적도 그런 대로 유지하고, 교과서를 끝내고 부교재로 함께 공부하는 수업 시간에도 곧잘 정답을 맞추어내서 가끔 놀라곤 한단다. 그럭저럭 잘 만들어진 1학년용 공통 영어와 2, 3학년용 영어Ⅰ, Ⅱ 교과서도 이런 학생들의 영어학습의 목적을 충족시킬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수능시험 준비로 영어수업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하면서 이는 대학 입시가 낳은 공교육의 흔들림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어떤 영화의 제목처럼 “Wag the Dog”이라고 하는데, 개가 자기의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그 개의 몸체를 흔든다는 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또 이제는 이런 녀석들 데리고 영어로만 수업을 하라니 차라리 입시가 사라진 중학교로 다시 내려가서 큰 부담 없이 학생들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재미있게 영어수업을 하고 싶다는 친구의 말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학습 환경 상황 새 천년이 되기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지식·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에 대비하자는 목소리를 높여 컴퓨터뿐 아니라 영어사용 능력을 기르는 것이 미래에 대비하는 확실한 준비라고 강조해 왔다. 물론 이는 피할 수 없는 세계사적 흐름이므로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국가 수준의 영어과 교육 과정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도 말 한마디 주고받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던 종래의 문법·암기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의사소통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영어교육 개혁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실제 학교의 영어수업 현장에서는 날이 바뀌면 영어 교수-학습방법 개선이니, 평가방법 개선이니 하여 각종 시책을 하달하고 있는데, 열린 수업하라, 수준별 수업하라, 수행평가를 하라, 영어로만 수업하라는 것들이 그것들이다. 한 때는 비싼 돈을 들여 영어 원어민을 수입하여 중·고등학교에 배치하고 제대로 된 영어수업을 해보자고 했다가 나라 살림의 어려움으로 계속적으로 실행하지 못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또한 세계화에 앞장서는 지름길이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라며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시작했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영어 교과서의 학습내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학교의 정규 영어 수업 시간 수도 주당 1시간씩 줄인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중·고등학교에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없애기도 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모의고사도 보지 말라고 하고, 학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특기와 적성에 따라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한다고도 하고, 학생들의 고통을 덜고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며 대학 입학 수능시험 문제를 쉽게 내기도 해보았다. 그러나 어디 그것이 계획대로 쉽게 실현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우리 사회는 미술이나 음악, 또는 사회 등의 과목을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관대한 반면, 영어를 못하면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양 아우성인 사회이다. 그래서 아무리 영어 공부를 하지 말라고 막아도 ‘영어 공부 ∼ 해라’, ‘영어의 ∼에 빠져라’, ‘영어 절대로 ∼마라’ 등 영어 공부에 대한 안내서쯤 되는 책들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며, 경제적 불황 속에서도 영어학습 관련 학원가는 성시를 이루는 그런 사회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잘 살 수 없었다는 우리 부모님들로부터 우리들, 이제 우리들의 자식들까지 대물림되는 피할 수 없는 업보인 듯하다.[PAGE BREAK]몇 가지 제언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우리 나라 중등 영어교육에 있어서 학습자, 교사, 그리고 사회적 학습 환경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문제풀이 식 영어공부는 지양하자 앞의 중2 여학생의 예처럼,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주도하는 수업에 따라 그저 듣고 받아 적기만 하고, 학원에서는 학교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영어 교과서에 대한 복습과 예습, 기출 문제와 예상 문제 풀기식의 영어공부는 생각하지도 말고 그런 방법에 발을 들여놓지도 말아야 한다. 대신 앞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관심 있고 싫증나지 않는 방법으로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듣기 공부와 함께 외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만화 영화부터 시작하여 보고 싶은 영화를 한글 자막 없이 반복해서 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또 학교 공부를 위해서는 교과서에 부속된 테이프나 CD를 듣고 따라 하는 공부와 함께 교육방송 프로그램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에 필요한 문법과 어휘, 독해 요령도 공부하고, 생활 영어도 익히는 방법이 좋겠다. 이것은 컴퓨터를 통해서도 할 수 있으며, 외국 친구와 인터넷 메일 주고받기를 통해 영어로 글을 쓰는 능력도 기를 수가 있다. 알고 있는 동화 이야기도 좋고 짧은 단편 소설까지 영어로 된 글을 많이 읽는 것은 독해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학교에서 특별활동이나 방과후 교육 활동으로 영어 연극반이나 영자 신문반, 영어방송반 등에서 활동하는 것은 많은 영어 사용 경험을 얻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한다면 남들이 생각하는 고역스런 영어를 즐기는 영어로 익히게 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끊임없는 자기연수 필요 이제 나를 포함한 우리 중등 영어 선생님들이 함께 해 나가야 할 일들이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힘든 여건에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영어 공부의 즐거움을 심어주고, 어느 정도 귀와 눈과 입을 열리게 하여 중학교로 온 학생들에게는 최소한 그들의 영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영어공부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중·고등학교에서의 영어공부의 필요성과 함께 적절한 동기와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교육과정에 정통해야 한다. 이전의 학습 단계였던 초등학교에서, 그리고 중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웠는지 아는 것이 기본이며, 이를 토대로 현 단계의 교육과정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가르쳐야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교육과정이 현장 영어교육에 적절하지 못하다면 근거를 가지고 이를 분석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제안하여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교사 상호간에 서로 수업을 관찰하고, 토론 자리를 마련하여 조언과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과적인 교수-학습방법을 함께 고안하여 적용하며, 유용한 학습 자료 제작과 활용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신평가에서는 평가의 원칙에 입각하여 내용 면에서는 학생의 진정한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타당도가 있는 평가 문항을 만들어야 하며, 신뢰도 있는 채점과 어떤 이의도 제기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확보한 결과 처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적절히 병행하여 영어의 4가지 기능을 골고루 측정하여 학생들에게 앞으로 학습할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교에서보다 학원에서 공부해서 학교 점수를 더 잘 받는다는 그간의 우스웠던 모양새를 불식시켜야 한다. 수준별 학습에 있어서도 잘하는 학생들 집단도 중요하지만 학년의 단계가 올라가면서 영어에 대해 좌절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기 마련이므로 이들에 대한 적절한 학습보충을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별활동이나 방과후 교육 활동에서는 형식적인 활동반을 운영하기보다는 영어수업중에는 다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다양하고 흥미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영어학습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PAGE BREAK]이렇게 하려면 자기 연수와 연구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는데 승진 점수에 연연한 연수나 현장 연구를 해서는 안되며, 연수나 연구의 성과가 추후에 위와 같은 활동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영어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학회 및 세미나, 실용 영어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모임 등에서의 활동으로 최근의 영어교육이론과 실제에 정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노력하는 영어 선생님이라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어 영어학습 촉진자, 안내자로서 우리의 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 수립을 끝으로 영어학습의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정부, 사회, 가정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의 영어 교육 상황은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상황이므로 모국어나 제2언어로 영어를 배우는 외국으로부터 아무리 좋은 영어 교육정책이나 방법을 들여와서 그대로 한다고 해도 그들만큼 잘될 수가 없다. 따라서 영어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구현하는 각종 시책을 입안할 때에는 우리 실정에 맞는 실행 가능한 것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영어교육 이렇게 해보자 식의 일회용 캠페인 성격의 정책들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외면까지 당하는 지경에 처한 영어 교사들에게 자신감을 회복하여 꾸준한 연구와 연찬으로 영어교육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하고, 현장 영어 교실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예컨대 영어학습자료 제작을 위한 영어교사 전용 교무실 설치, 수준별 수업을 위해서는 영어를 전공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해 고생하는 인력들을 활용하여 보조 교사로 지원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을 위해서는 준비가 덜 된 교사들에게 실비로 연수를 지원하는 방법들도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대학입학전형에서도 다소나마 변화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지나친 수능시험 성적 위주의 전형 방법은 더 이상 영어교육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듣기와 독해문제 풀이 중심의 시험이 진정한 영어 능력을 판단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영어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평가한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되어 전형에 반영되어야 공교육을 살릴 수 있으며, 대학별로 공인된 영어능력인증서를 확인하거나, 영어 구두면접과 토론면접, 논술 등을 실시하는 등의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원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신성적 올리기 식의 영어교육도 아닌 문제 풀이 요령만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더 이상 운영해서는 안 된다. 이제 대국적인 생각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흥미와 관심을 고려한 스크린 영어, 실생활 영어 회화, 영어 노래, 영어 연극, 영어 독서, 영어 놀이 등 학생들의 진정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는 누구나 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미술이나 음악을 누구나 다 잘 하지 못하듯이 개인적인 관심과 재능에 따라 영어도 못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자녀들의 미래 희망이 무엇인지 알고, 그 희망을 실현시키는 데 필요한 만큼의 영어 능력만 갖추면 되므로 남들 다 하는데 하지 않으면 뒤진다는 부화뇌동을 이젠 없애야 할 것이다. 나오는 글 지금까지 학습자와 교사, 그리고 사회적 환경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 영어교육의 현재 모습과 함께 중등 영어교육의 실상을 살펴보고, 두서없이 몇 가지 제언을 해 보았다.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영어교육에 대해 할 말이 많고, 또 나름대로 문제점에 대한 대안들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짧은 생각이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용기를 잃게 하지 않고, 영어를 가르치는 모든 분들께는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영어교육을 위해 정책을 세우고 지원을 하는 기관에는 조금이나마 현장의 소리를 전하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박성실(대구여중 교사) 3년 전 여름방학 초엽 한국동물보호협회를 방문한 World Society for Protection of Animals의 조사요원 Travor Wheeler와 수의학 관련 자문요원인 Ray Butcher를 만나게 되었다. 일주일의 조사활동 후 하루의 여유가 남은 이들에게 나는 경주를 구경시켜 주었다. 경주 쌈밥 집에서 식사를 하며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영국의 동물보호활동에 대해 견학할 수 있는 기회가 없겠느냐고 물었고, Travor는 견학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Ray는 내게 숙소를 제공해 주기로 하였다. 동물애호가의 나라 영국에 가다 그 해 겨울 영국에 갔다. Travor는 아시아 조사여행을 다시 하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내가 영국에 도착하는 날 한국에 도착하도록 일정이 짜여져 있었다. 그래서 나의 영국 체류에 관한 모든 것은 Ray가 보살펴주게 되었다. 새벽에 눈을 비비며 나를 마중하러 나온 Ray와의 반가운 해후. 서로 공항에서 금방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BBC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누워있는 언덕들의 그 푸릇푸릇한 곡선들, 그리고 공기의 양감이 느껴지는 촉촉함. 아 영국이구나 싶었다. 집에 도착하니 Ray의 부인 Moira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Ray의 동물병원으로 갔다. 수의사 8명, 수의간호사 36명, 임상병리사 1명, 행정요원 5명 정도가 함께 일하는 이 동물병원은 365일 24시간 영업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되어있었고 3만여 명의 Upminster 지역 주민들의 반려동물의 건강관리 및 사고를 당한 배회동물과 야생동물들의 응급처치를 담당하고 있었다. 오전 8시에 도착을 했는데 벌써 큰 수술이 2건 진행되고 있었고, 그 이후 4개의 수술대 위에서는 여러 다양한 수술이 쉼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3개의 진료실에서의 진료도 저녁 8시까지 계속 되었으며 거의 모든 진료의뢰는 예약을 통해 스케줄이 관리되고 있었다. 입원환자를 돌보며 수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들의 움직임 또한 분주하며,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세탁기, 각종 검사기들의 소리, 가끔씩 외쳐지는 “엑스레이(엑스선 촬영을 곧 할 것이니 조심하라는 뜻)”라는 소리 등…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이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터져 버리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한국에서 동물보호 자원봉사자로서 다친 동물들의 치료를 보조하고자 할 때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기 위하여 Ray는 자신의 수술 및 진료 과정에 나를 참관시켜 나를 마치 수의사인양 대하며 작은 사항 하나하나에도 나의 의견을 묻고 또 상세한 설명을 해주며 일을 해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병원 사람들은 내가 한국에서 온 수의사인 줄 알았다고 한다. 내가 학교교사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간호사들은 나를 편하게 대하며 자신들의 댄스파티에도 나를 데려가 주었으며 간호사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Ray의 일정에 맞추어 병원실습을 하면서 느낀 것은 수의사라는 직업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참 중노동이라는 것이다. 실지로 영국 수의사들의 잡지책들을 살펴보니 “어떻게 하면 ‘Burn out(다 타버리다. 기력을 탕진하다)’ 되지 않을까”에 대한 기사들이 항상 들어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참관자로서의 나의 기력도 쇠진되고 있다고 느낄 때쯤이면 항상 색다른 견학거리가 주어졌다. 청각장애아의 특수교육 참관 기회도 가져 Moira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어교사로 일하다가 버밍햄 대학원에서 청각장애특수교육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청각장애아동에게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특수교사이다. 그녀는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와 딸 Gillian이 다녔던 중고등학교에서 내가 참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선을 해주었다. [PAGE BREAK]현재 영국의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통합교육을 행하고 있으며 청각장애아동들은 영문학에 관한 특수교육(음성언어의 아름다움까지 녹아있는 문학을 청각장애학생들이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교과활동이 필요하다고 한다)을 두 시간 정도 받은 후에는 일반아동들과 합류하여 동일한 교과과정을 함께 공부한다. 이때 수화통역보조 및 청각보조장치의 도움이 곁들여지나 대부분의 경우 청각장애아동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의사소통활동에 임하도록 격려 받는다. 어눌하게 들릴 수 있는 그들의 말을 다른 아동들은 별 이상한 느낌을 갖지 않고 끝까지 들으며 장애아동도 어색함이 없는 태도로 질문을 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소리에 관한 과학실험을 하면서 소리파장과 그 변환에 대한 구체적 예로서 청각보조장치의 작동원리를 살펴보는 활동이 있었는데, 이것은 일반아동들이 청각장애아동들과 함께 공부하는 통합교육만이 제공할 수 있는 살아있는 학습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편을 가르쳤는데 그리 쉽지는 않았어. 듣기에 영롱한 시어의 아름다움을 그들에게 보여주기가 수월하지는 않구나. 더 공부를 해야겠다. 하…” 마른 한숨을 뱉으며 상기된 표정으로 잠시 하늘을 보는 Moria의 모습을 보며 고민이 사람을 아름답게 할 때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감찰관과 함께 조사활동 나서기도 The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RSPCA:동물학대예방을 위한 왕립단체)는 동물보호감찰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사람들은 동물보호감찰관을 경찰관직의 일종으로 보고 있고 실제로는 공권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사활동에 적극 협조한다. 동물학대 사안이 발생한 듯하면 이 감찰관에게 신고를 하고 그러면 감찰관이 신고 장소로 출동하여 진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운다. 업민스터 지역을 담당하는 감찰관을 따라 다니며 활동내용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나를 지도했던 그 감찰관의 성함을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겠으나, 해병대 출신이었으며 제대 후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이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하셨다. 활기가 넘치는 분이셨는데 한국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또 동물보호에 관한 자신의 경험들에 대해 최대한 많이 가르쳐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일정에도 없던 여러 동물보호소 방문을 주선하시고 직접 태워주시곤 하셨다.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나를 챙겨 함께 출동하였고 조사활동시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짚어주셨다. 영국은 동물애호가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또 사회의 한편에서는 무지와 방관과 폭력에 찌든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동물학대 행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현장에 갔을 때마다 받는 충격이 상당히 컸는데 그것을 감지한 감찰관은 나에게 동물보호활동을 할 때는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유의해야 하며 심리적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긍정적 세계관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을 직시하나 현실에 매몰되지 말며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활동을 하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는 것을 목격할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것의 예가 될 사건을 나도 함께 겪은 적이 있다. 추운 겨울에 앵무새를 베란다에 내어놓았다는 어느 제보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니 진짜 아파트 베란다에 앵무새가 있는 것이 보였다. 감찰관과 함께 그 집에 가서 조사협조를 요청하니 집주인이 베란다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랬더니 정말 앵무새와 꼭 같이 생긴 장난감 앵무새가 있지 않은가. 세 명 모두는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장남감 앵무새로 다른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고 집주인은 사과를 하였다. 앵무새의 안녕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빚어낸 재미있는 사건이었다. 영국에서 지켜보았던 많은 동물보호활동들이 내게 영감을 주면서 그 이후 나의 관심은 항상 그 방향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 이후 해외여행의 목적은 해외동물보호 활동가들을 만나보고 그 활동들을 배우는 것이 되었고 그런 여행을 통해 조금씩 동물보호에 관한 나의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게 되었다. [PAGE BREAK]특히 비슷한 경제적 수준과 사회적 인식수준을 가진 아시아국가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나름대로의 활동을 한국에서 시작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아시아의 활동가들은 대부분 다른 생업을 가지면서 자신의 여가시간과 에너지를 동물보호활동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의 제약성으로 인한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생명존중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미 그 실천을 시작한 동물보호교육활동가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동물사랑정신을 실천으로 옮겨 지난해 클럽활동시간에 동물사랑반을 개설하여 어설프게나마 활동을 시작하였고 2학기부터는 학교 동아리로 정식 등록하여 활동중이다. 동물사랑반 학생들은 대구시 지정 야생동물치료센터이기도 한 대구동인동물병원에서 매주 토요일 동물치료활동에 관한 참관수업을 하였으며 학교 축제인 매화제의 동아리발표회를 통해서 동물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연극과 동물사랑정신을 담은 노래를 수화와 곁들여 공연을 하였다. 그리고 팔공산 도동에서 집없는 개 80여 마리를 돌보는 어느 할머니를 돕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사랑의 개집마련 모금운동을 벌여 총39만원을 모아 개집 30채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방학동안 토요일마다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청소노력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에는 생명존중정신을 담은 노래를 5곡 정도 더 만들고 수화도 연습하여 학교 및 일반 행사가 있을 시에 공연하여 동물사랑정신을 전달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그리고 동물원의 동물들에 대한 관람자의 올바른 태도에 대한 계몽활동을 시작해 보려고 구상중에 있다. “깨달은 사람의 수준은 여러 가지입니다. 가령 누군가에 의해 걷어채이는 개를 보았다면, 어느 수준만큼 깨달은 사람은 걷어채이는 고통을 함께 느낍니다. 비록 그가 신체적으로 구타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고통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 자그마한 벌레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아도 동일한 전율을 느낍니다……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또 점점 상호의존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생명에 대한 보편적 책임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인간 대 인간, 국가 대 국가의 책임 의식뿐만 아니라, 사람 대 생명 사이의 책임의식도 느껴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 지난해 여름 경북대학교 생물과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학생들과 함께 갔다. 신기한 볼거리에 자지러질 듯 흥분만 하던 학생들은 다친 야생동물 돌보기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아기 고라니를 보러 한 연구실로 가고 있었다. “야, 고라니 놀랄라. 살살 걸어라.” 서로 발소리 내지 말라는 핀잔을 주며 발꿈치 들고 사뿐사뿐……. 이런 소녀들이 있기에 내일은 오늘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김태훈(일본국립교육정책연구소) 몇 달 전 일본 사회를 경악시킨 교사가 관련된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건은 중학교의 현직 영어 교사가 메일토모(mail 友)라는 명목으로 여중생과 교류를 해오다가, 뒷처리가 무서워지자 여중생에게 수갑을 채운 채 고속도로의 달리는 차안에서 던져 죽게 한 사건이고, 다른 한 건은 현직 고교 교사가 역시 메일토모로 알게 된 여자와의 금전관계로 살해당한 사건이다. 메일토모라 함은 메일 교환, 주로 휴대전화를 통하여 메일을 주고 받는 친구 관계란 사이이다. 이러한 현직 교원들에 의한 불상사는 이전의 폭력 등에 의한 사건, 사고와는 달리, 청소년들을 원조교제 등 성적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청소년 건전 육성 조례」 등에 위반되어 형사처벌을 받는 교사들이 1999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문부성에 의하면 1999년 한 해 동안 성적 외설행위로 징계면직을 받은 교원은 115명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제자들에 대한 외설 행위 뿐만 아니라, 테레쿠라(전화방), 원조교제, 메일을 이용한 청소년들과의 성적 접촉, 성범죄 및 살인 사건을 일으키는 등 교사들의 범죄 행위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일으켜 면직이 되었다든가 처벌을 받은 많은 전직 교사들이 “애정이 있다면 성적 관계를 가져도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청소년들에 대한 성적 폭력행위를 행하는 교원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는가, 지켜야 할 선을 왜 못지키고 있는가, 그것은 관리직의 지도 부족 또는 교사 채용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교사들에 의한 성범죄가 급증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9년 교원의 채용·연수의 개선에 관하여 검토한 ‘교육직원양성심의회’는, 같은 해 12월 10일 당시의 나카소네 문부대신에게 제출한 답신에서, 학력보다는 사회인으로서의 경험 등 인물을 중요시하는 다면적인 채용방법을 제안하면서, 적성이 없는 교원은 엄격하게 지도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전직을 시키든가 ‘분권 면직’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분권 면직이란, 징계면직 외에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될 경우 할 수 있는 면직처분이다. 그 후로 교원들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문부과학성에서는 2000년 12월 발표된 교육개혁국민회의의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2001년 3월에 교육개혁 신생 플랜을 발표했다. 이 신생 플랜에 의하면 21세기 일본 교육이 해결해야 할 중점 과제를 7가지로 제안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교사의 의욕과 노력이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학교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교육개혁국민회의는, 내각총리대신의 사적 기관으로 2000년 3월 당시 총리였던 오부치의 제안에 의해 발족되었으며, 1947년 3월 31일 공포 시행된 이후, 53년간 시행되어 온 교육법의 개정과 21세기 일본 교육의 지표를 정하는 것이 임무였다. 동회의는 2000년 11월 최종보고서를 작성, 동년 12월 최종심의회에서 총리대신에게 ‘교육을 변화시킬 17가지 제안’을 보고하고 해산되었다(새교육, 2001년 6월호 참조). 문부과학성이 밝힌 ‘교육개혁 신생 플랜’에 의하면, 교사의 의욕과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는 평가체를 만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정책을 실시한다고 하고 있다. ①우수한 교사를 인사 이동함에 있어서 배려를 하며, 표창을 한다. ②효과적인 수업을 못하는 교사를 다른 직종에 배치할 수 있게 하며, 면직을 가능하게 한다. ③교사의 장기간에 걸친 사회체험 연수 기회를 충실히 시행한다. ④교원의 고용형태와 채용방법을 다양화한다. ⑤면허 갱신제도의 도입를 검토한다. ⑥교원의 자질 능력을 향상시킨다.[PAGE BREAK]문부과학성에서는 이러한 정책과 함께 다음과 같은 구체안을 내놓고 있다. 2002년까지 우수한 교원에 대한 표창제도를 실시하도록 하며 그와 관련된 특별 승급제도를 실시한다. ‘지방교육행정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지도력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적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교원을 교직 이외의 직종으로 원만히 전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2001년도에 교원으로서 부적격한 자에 대한 인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1억 엔을 투자한다. 교원의 사회체험 연수 기회의 확대를 위한 보조금으로 2001년도에 2억엔을 투자한다. 각 도도부현(都·道·府·懸)의 교육위원회에 위탁하여 교원의 채용방법을 다양화한다. ‘공립의무교육 각급학교의 학급 편제 및 교직원 정수의 표준에 관한 법률’ 등을 국회에 제출, 개정하며, 교원정수를 활용한 비상근(시간) 강사, 재임용 단시간 근무 직원을 임용한다. 2001년도에 2억 엔을 예산에 반영하여, 특별 비상근 강사 제도를 확대한다. 면허갱신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중앙교육심의회의 심의를 통하여, 2001년도 중에 정한다. 2001년도에 교원연수센터를 설립하여 국가가 실시하는 교원 연수 사업의 일원적 사업을 실시한다. 2001년도부터 현직교사들이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원 수학 휴업제도를 실시하여, 교원의 자주적·주체적 연수 활동을 장려, 지원한다. 이 외에도 교원 인사 등에 관하여 교장의 재량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이러한 정책 과제는 꾸준히 추진되어 2001년 1월에 새롭게 중앙교육심의회가 발족되어 심의가 추진중이다. 10월 30일 실시된 교원양성부회의 제10차 회의에 의하면, 불상사 등으로 인하여 징계 면직이 된 모든 교원으로부터 교원면허증을 취소시킬 수 있는 등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엄격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안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교원을 민간 기업에서 연수를 받게 하며, 대학원 등에서 자발적인 연수를 받을 수 있는 휴가제도를 국가적 차원에서 수립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교원 면허 제도는 교원으로서의 적격성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해서 면허를 주는 제도는 아니다. 한국처럼 대학에서의 학점과 4주 정도의 실습으로 면허를 딸 수 있다. 교원으로서의 적격성은 채용시 고용자, 즉 공립학교라면 지방 자치제의 교육위원회가 판단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문제를 일으켜 학교에서 사직 처분을 받았다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교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근의 교원들의 불상사에 대하여 교육 전문가들은, 적격성이 높은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실습을 1년 정도로 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양호학교 특수학교 등 각급학교에서 교사 경험을 쌓게 하여, 모든 예비 교원들에게 자신들이 교육자로서 적격성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그리고 교생들을 받는 실습학교측도 교육의 장래를 생각하여 실습생을 형식적인 지도가 아닌 엄격한 지도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습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는 현재의 4년제 대학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교원양성은 대학원의 석사 과정과 연결되는 일관성 있는 제도를 도입함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놓고 볼 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지메, 테레쿠라, 원조교제 등 일본에서 성행했고,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한국에 직수입된다. 물론 메일을 통한 만남으로 인한 문제로 한국사회를 경악시킨 사건도 벌써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문제를 일으킨 상대가 교원일 경우, 사회에 끼치는 여파는 상당히 크다.
"국제고 설립을 추진하고, 과학뿐만 아니라 예체능, 일반과목까지 영재교육을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 흡연과의 전쟁을 통해 연말까지 청소년 흡연율을 10% 이하로 떨어뜨리고, 서울시에서 초·중·고를 졸업하면 최소한 생활영어는 가능하도록 하겠다."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의 서울교육 방향을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의 주요 계획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영어와 중국어 교육의 활성화, 흡연과의 전쟁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서울에서 초·중·고를 졸업하면 적어도 생활영어는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특히 30%에 달하는 청소년 흡연율은 연말까지 10%까지 떨어뜨릴 겁니다." -흡연과의 전쟁을 선언하셨는데 앞으로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선생님들이 있으면 어떤 조치를 받게됩니까. "비행기 안에서는 담배 피울 생각을 안 하듯 교실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자율에 맡기는 게 기본방향이지만 6월부터는 학교를 절대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겁니다. 6월까지의 계도기간 중 좋은 대책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교육여건 개선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요. "7차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고1학년은 3월부터 학급당 35명 이하로 수업할 수 있게 됩니다. 2, 3학년은 70∼80% 정도 해결됩니다. 중학교는 현재도 학급당 인원이 33명이라 문제될 게 없습니다. 초등학교는 학급당 인원이 26명에서 40명까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교실을 지을 수 있는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게 애로 사항입니다." -신학기 초등교원수급은 어떻습니까. "서울의 초등교원 수급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금년에 초등교사를 850명 확보했는데 신학기에 600명밖에 소화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2학기가 되면 휴직하는 교사가 많아 나머지 교사를 투입할 수 있을 겁니다." -보충수업은 계속 불허할 방침입니까. "정규 수업시간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교육을 살리는 길입니다. 다만 특기 적성 교육은 적극 권장할 겁니다." -수능총점석차제 폐지를 어떻게 보십니까. "총점제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대학 못 들어 간 것 아시죠? 총점제 폐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지난해 수능이 어려워서 문제가 되었는데, 수능은 쉬워야 합니다. 1999년도 수능 수준이 적당합니다. 교수가 출제해서는 난이도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고교교사들이 출제하면 난이도는 쉽게 조절됩니다." -중학생 조기유학 붐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영어교육 때문에 과열 현상이 일고 있는 겁니다. 굳이 영어 때문에 유학 보낼 필요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국제고등학교도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을 우선 정비해야 합니다. 국제고를 운영하면 적은 돈으로도 외국 유학 보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부적격 교사 퇴출'을 언급하신 바 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선진국의 예를 들겠습니다. 독일은 교사 안식년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신·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러시아는 교사임용권은 철저하게 교장이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서울교육을 되돌아 볼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과 아쉬운 것 한가지씩만 든다면. "체험을 통한 인성교육과 초등 교수-학습방법 개선에서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고교에서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별 진척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입시 때문이죠." 유 교육감은 영어교육활성화 방안으로 토플 600점 이상자만 영어교사로 임용하고, 외국의 홈스테이, 원어민교사 초청 등을 활성화 시킬 방침이라고 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우리와 직접 관련이 많고 발전속도가 빠른만큼 중국어 교육을 중시할 것이며 그 방안으로 60명의 중국어교사들을 연차적으로 6주 간씩 중국연수를 시키고, 교사연수를 위해 중국인 2명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립형사립고는 섣불리 도입하면 입시과열만 초래할 뿐이며 먼저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교육을 바꾸는 '서울교육새물결운동'은 하드웨어에서 교수-학습방법인 소프트웨어 쪽으로 초점을 옮길 것이라고 했다. 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의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요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이 학교별, 학생개인별 학업성취 수준과 서열이 한 눈에 드러나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체제 도입을 제안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25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체제 수립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2000년부터 전체 학생 중 1%이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시행해 온 `표집형 평가'와 함께 올 12월경 초등3, 6년, 중3년, 고1 또는 고3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집형 평가' 도입 시행을 제안했다. 평가원 방안에 따르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종전과 달리 학업성취도만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학교교육의 질과 효율성을 관리하는 데 활용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이에 따라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던 종전과 달리 상당부분을 공개할 방침이어서 파급 효과가 크고 논란이 예상된다. 공개 정도를 살펴보면 각 개인별 성취수준 도달 정도(최우수,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 5단계 판정, 고교생의 경우는 전국 단위 백분위 점수)를 학교 및 학부모에게 알린다는 것. 또 각 학교에는 성취수준의 각 단계 도달 비율을 알린다. 다만 학교의 서열 정보는 국가 및 시도교육청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하되 그 외는 비공개로 한다는 것이다. 전집형 평가 대상 교과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으로 하되 초등3년생의 경우는 국어, 수학만 치룬다. 평가 는 매년 12월 중순 실시를 제안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전집형 평가를 실시해야 국가 수준에서 교육의 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평준화지역과 비평준화지역간의 성취도 분석, 학급당 인원수와 성취도 관계 분석,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별 성취도 분석, 수능시험 성적과의 상관 분석, 학교 유형별 성취도 분석, 학교환경과 성취도 관계분석 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 세미나에서 한국교총 홍생표 선임연구원은 "학업성취도 평가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우리의 교육적 현실을 고려한 평가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제 △여러가지 조건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친 학교교육의 책무성 강조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전집형 평가는 매년 하지 말고 몇 년 주기로 하는 게 합리적이며 △평가 대상도 초등4년 또는 5년, 중2년, 고2년 등 3개 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성취도 평가 결과가 교사나 학교, 교육청을 평가하고 책임소재를 따지는 데 활용되지 않아야 함을 지적했다.
"남들은 저에게 봉사한다고 칭찬하지만 저는 그 '일'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우고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윤헌원 교사(충남 논산 덕은중·43)의 그 일은 대전교도소 논산구치소에서 수감자들을 상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국어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논산구치소는 전국의 교도소 재소자 가운데 중학교 졸업자격이 없는 사람을 선발, 고입 및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윤 교사가 논산구치소를 찾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4년째. 교도관들의 수업만으로는 한계를 느낀다는 구치소 측의 설명에 앞 뒤 재지 않고 나선 것이 인연이 됐다. 한 순간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돼 인고의 수감생활을 하는 재소자들에게 하는 수업은 그들의 마음부터 열어야하는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자장면 값이 얼마냐"는 등의 일부 냉소적 반응도 있었지만 학교에서보다 더 열심히 그들을 가르쳤다. 수업의 흥미를 끌기 위해 틈틈이 바깥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우스개 소리도 들려줬다. 윤 교사의 열의에 수감자들 태도가 바뀌면서 오래지 않아 성과가 나타났다. 2000년 8월 실시된 고입 검정고시에 응시한 78명 전원이 합격한 것이다. 특히 이 모씨는 수석합격을 차지, 윤 교사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살인과 강도상해죄로 수감중인 이 씨는 목포교도소에서 이감되기 전 이미 창호제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못 다한 학업에 남다른 노력을 보이던 터라 기쁨은 더 컸다. 지난해 8월에도 김 모, 이 모씨가 고입 검정고시에서 충남 공동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윤 교사는 "제자(?) 중에 살인죄로 10년형을 선고받고 5년째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남 모씨의 경우 맨 앞줄에 앉아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며 "향학열에 불타는 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 일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재소자나 출소자를 도와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충청남도가 실시한 자원봉사 체험수기 공모에서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 되고 싶다'라는 제목의 수기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한 윤 교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기사가 나가면 부끄러울 것 같다"며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했다. 그러면서 윤 교사는 수업시간을 배려해주신 박계문 교장선생님과 자신과 함께 논산구치소에서 영어수업을 담당하는 같은 학교 윤충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10일 오전 11시 서울 논현초 도서관. 책을 든 사람은 보이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해드폰을 낀 학생·주민들만 눈에 띈다. PC방인가? 착각마저 드는 이 곳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전자도서관'. 난데없이 초등교 교실에 들어선 첨단 전자도서관은 바로 서울 강남구가 추진 중인 `주민·학생의 생애학습을 위한 초등교 전자도서관 설립계획' 때문이다. 현재 6개 도서관에 30만 권의 도서를 보유한 강남구는 선진국 수준의 평생학습 지원을 위해서는 최소 20개 도서관과 100만 권 이상의 도서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 혈세는 아끼면서 신속히 설치하고 이용 효과를 극대화 할 장소로 초등교 유휴교실이 낙점됐다. 그래서 지난해 말 도성초등교를 시작으로 논현·대현·언북·개포초에 최첨단 전자도서관이 속속 문을 열어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문화공보과 조한중 과장은 "유휴교실을 개·보수해 전자도서관을 설치하면 토지매입비, 건축비가 따로 들지 않아 수십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도서와 시설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자도서는 모니터를 통해 30명이 동시에 특정 신간도서를 같이 읽을 수 있고 도서 구입비도 일반도서보다 50%나 싸서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각각 교실 2개를 터 30∼60평, 24∼44석 규모로 조성된 전자도서관은 전문사서가 관리를 맡으면서 최신형 컴퓨터와 해드폰, 좌석을 나누는 깔끔한 파티션, 복사기, 프린터를 기본으로 일반도서 4000권, `e-book'(전자도서) 2000권은 물론 공기청정기, 난방기까지 설치해 쾌적한 환경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자도서는 단순히 화면에 뜬 활자를 읽는 수준을 넘어 구연과 애니메이션 기능까지 있어 방학중에도 해드폰을 낀 채 모니터를 응시하는 학생·주민으로 북적인다. 만화영상으로 엮어진 세계사·한국사 등은 특히 인기다. 김인휘(언북초 6학년) 군은 "현란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책을 읽어주기까지 해 책보는 재미에 쏙 빠졌다"며 "원어민의 음성으로 읽어주는 영어책을 보며 공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학년 학부모 이현주 주부는 "상도 등 신간도 금세 접할 수 있고 딱딱한 역사도서는 만화로 제작된 것도 있어 흥미롭다"며 "집에서도 아이 ID로 전자도서를 읽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이 같은 전자도서관을 올해 10개 학교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25억원의 예산도 이미 확보했고 일선학교의 설치신청도 쇄도하고 있다. 수업에도 활용하고 아이들 독서교육에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권문용 구청장은 "앞으로 30개 학교에 전자도서관을 설치해 무료 개방하고 국회도서관 등 국립도서관에 있는 전자도서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규(서울고 교사) 선진 문물을 배워서 국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뜻있는 청년들이 선진국에 유학하는 일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것으로, 해외 유학은 저 멀리 고대 신라의 숙위학생(宿衛學生)으로부터 최근의 국비 유학생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교육 사업의 일환으로도 이루어져 온 바가 있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세계화의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해외 유학은 권장하여야 할 사항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국내의 많은 대학들이 국제화, 세계화를 표방하며 외국의 유수한 대학들과 자매 결연을 맺고, 우수 학생들의 외국 대학에서의 수강과 학점 이수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가 교육이민이니 조기유학이니 하는 해외 유학의 한 형태를 사회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이유는, 그것들이 오늘날 우리 나라 내부의 교육 문제, 나아가서는 사회 문제와도 깊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중등교육의 현장에서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한 교사의 입장에서 이들 기형적인 해외 유학에 대하여 언급해 보고자 한다. 교육이민의 실태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이민이나 물의를 빚고 있는 조기유학 등은 그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우리 나라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자녀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즉,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과 개성을 충분히 계발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나라 중등교육의 구조적인 취약성,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과 그로 인한 막대한 사교육비(私敎育費) 부담 등이 그 주요 원인이다. 그리고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최근의 구제 금융 시대의 사회·경제적 불안이나, 혹은 반대로 일부 계층의 경제력 향상과 맞물려 더욱 촉진되어 왔다. 그런데 사실 교육이민은 일선의 단위 학교 입장에서 보면 극히 드문 현상이었다. 그리고 교육이민은 대체로 구제 금융 시대를 겪으면서 사회적,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불안감을 느낀 중산층 가정을 중심으로 일부에서 나타난 현상이며, 따라서 거기에는 순수하게 자녀의 교육 문제만 개재되었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교육의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우리 나라의 국민적 정서로 볼 때, 가정의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얼마든지 자제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과외 공부로 밤늦게까지 시달려야 하는 아이들, 가계(家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 천편일률적인 학교의 교육과정과 학교 폭력, 무상하게 변하여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교육 제도, 입시지옥으로까지 표현되는 대학입시 경쟁, 그리고도 보장되지 않는 자녀들의 장래, 이런 것들로부터 자신의 자녀들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및 학생들과 진학 상담을 해 보면,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자녀가 학업과 재능면에서 우수성을 보이는, 그리하여 잘만하면 자녀가 얼마든지 안정된 직업과 지위를 획득할 가망성이 높은 경우에도, 능력이 있고 여건만 된다면 언제라도 교육이민을 감행할 각오가 되어 있는, 말하자면 잠재적(潛在的) 교육이민 가정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은 어느 교사도 그런 부모들을 말리고 싶지 않을 만큼 우리의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에 있다. [PAGE BREAK]조기유학의 실태 그런데 지금 현재 교육이민보다 더 심각한 것은 조기유학의 문제이다. 조기유학은 이른바 세계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조기 영어 교육의 붐이 일면서 보다 더 심화되었는데, 이는 최근 서울의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성행하고 있으며 갈수록 도를 더해 가도 있다. 조기유학뿐만 아니라, 방학 때만 되면 밀물처럼 미국, 호주 등지로 나가는 초등학생들의 영어 연수 행렬도 도를 지나치고 있다. 미국 등이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운 가정에서는 필리핀 등지로 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얼마전에는 필리핀 마닐라에 신학교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 한 목회자가 한국에 있는 그 대학(이 대학에는 현재 173명의 학생 중 28명이 한국 학생이다.)의 학부모들과의 면담 겸 신입생 모집을 위하여 내한한 일도 있다. 작년에는 조기유학으로 미국의 명문 H대에 입학하여 뛰어난 학업 성적을 거둔 왕년의 명배우 N씨의 아들이 그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한 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다. 최근에는 유명 개그맨 S씨의 두 자녀가 조기유학하여 뛰어난 학업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여 세인(世人)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다. 이제 한국의 부모들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자녀가 가장 이상적인 자녀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리고 그러한 자녀의 성공이 부모들에게 있어서도 인생 최고의 성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오늘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웬만한 중류층 가정에서는 연수든 여행이든 자녀들을 해외에 내보내서 경험을 쌓게 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으며, 마치 그것이 마치 필수 교육과정인 양 여겨지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 중에는 방학중 해외 연수를 못 가서 열등감을 느껴 본 적이 있다는 학생이 상당히 있다고 한다. 아동들의 해외 어학 연수는 종종 조기유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문제는 무분별한 부모들의 과욕으로 인하여 자녀들의 능력과 소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가관이나 가치관도 채 정립되지 아니한 어린 자녀들이 조기유학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기유학의 근본 원인은 물론 중등교육의 정체성(停滯性)과 비효율성 등 우리 사회 내부에 있다. 그러나 작금의 조기유학은 반드시 공교육(公敎育)에 대한 불신에만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성 세대의 출세 지향적 가치관과 물질 만능주의, 이기주의 등 국민적 의식에도 커다란 원인이 있는 것이며, 경제적 부가 일부 계층에 편중되면서 심화 확대되고 있는 우리 사회 상류층의 병리 현상이기도 하다.
이현청(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근자에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조기유학의 붐이 일고 있고, 이에 따른 한시적 가족 해체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자녀교육 목적으로 교육이민을 떠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러한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우리 나라 교육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 나라 교육에 대한 실패론자들은 한국의 교육현장을 ‘학교붕괴’ ‘교실붕괴’ ‘교단붕괴’ 등으로 표현하면서 공교육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와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실제적으로 외국 교육제도하에서 자녀들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부모들의 ‘탈한국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기유학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 총 유학생 15만7천여 명 중 ’97년 이후 2001년까지 약 55,222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지나친 조기유학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나 우리 나라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다. 조기유학을 통해 교육기회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획일화된 입시위주 교육 때문에 신장시킬 수 없었던 잠재 가능성을 개발하는 장점도 없지는 않으나 지나친 조기유학이나 무분별한 교육이민은 결국 우리 나라 공교육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21세기는 ‘보내는 유학’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유학’이 더 중요시되는 ‘교육이동의 세기’(century of educational mobility)이다. 이 점에서 볼 때 교육이민과 조기유학의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방관할 일도 아니며 대책이 시급한 사회문제라 볼 수 있다. 교육이민, 조기유학의 원인 흔히 우리 나라 교육현실을 가리켜 ‘교육포기’와 ‘공교육 탈출’이 극도로 팽배한 교육일탈의 장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현실은 올바른 교육활동의 저해를 의미하며 학생들의 경우 학습의욕을 상실하거나 학교체계에 부적응한 상태이고 교사들 또한 학생들과의 문화적 세대격차와 함께 신인류적 사고를 지닌 학생들에게 전통적 교육 방법을 적용할 수 없어 교육 포기상태에 빠져있는 현실이 오늘의 교육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교육의 현실은 결국 공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려 사교육 기관에 의존하거나 이것도 부족한 경우 조기유학을 택하게 된다. 물론 조기유학이 해법이 아니라는 일부 학부모들의 경우는 아예 교육이민을 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이민, 조기유학의 원인은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공교육 부실 현상과 사교육비 증가 우선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의 첫 번째 원인으로서 초·중등 교육의 위기와 교실붕괴 현상을 들 수 있다. 특히 대입준비에 치중하는 중등교육에 대한 신뢰 실추를 들 수 있다. 암기식 입시 위주교육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우리 나라 중등교육은 이제 수업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교실붕괴’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교실붕괴 현상은 일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등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버만(Silberman, 1970)은 이러한 교육의 위기를 구조적 정책적 문제로 진단하면서 학생들에게 순종과 침묵을 강요하므로써 자발성과 창의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평등 기제로서의 공교육의 위기는 교실과 학교의 현실을 무시한 교육개혁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또한 스티븐슨(Stevenson)과 스티글러(Stigler, 1994) 역시 미국교육의 위기는 훈육의 부재와 학부모 등 가정 역할의 붕괴, 학교체제의 비효율성, 그리고 교사들의 동기 부족 등 구조적 틀 속에서 기인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교실위기의 문제는 효율적인 수업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으로 총칭할 수 있으며 학생의 동기부족과 교실 내 행동상의 일탈, 교사의 의욕상실, 교과 내용이나 방법상의 결함 등 제반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문제상황을 야기한 경우라 볼 수 있다. 흔히 우리에 앞서 서구사회나 일본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왕따, 원조교제, 교사폭행, 교실 내 무질서 등이 모두 교실붕괴론의 제현상이라 볼 수 있다. 흔히 21세기를 ‘지식기반사회’ ‘지식정보화 사회’ ‘사이버 사회’ 그리고 ‘학습자중심 사회’ 등으로 지칭되는 것만 보아도 경직된 교과내용과 폐쇄적인 학교체제로서는 시대적 요구와 다양한 교육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의 교실붕괴 요인을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식양의 폭발적 증가 *지식 전달체계의 변화 *열린 교육시스템의 확산 *급속한 국제화의 확산 *교육이동의 가능성 증대 *교수방법의 변혁 *급격한 문화이식과 문화접변의 증대 *탈캠퍼스화의 증가 *재택학습 등 대체학습의 확대 *자율화 경향의 증대 *시장경쟁원리의 확산 *학부모의 인식 변화 *사이버체제의 대확산 [PAGE BREAK] 또한 학습참여자의 측면에서 교실붕괴 요인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교사사기의 저하 *교사 역할의 변화 *교수방법 및 절차 기법의 변화 *교사의 경쟁력 저하 *학생특성의 변화(의식, 태도, 가치) *학생의 N세대적 행동특성의 심화 *학생의 세속화 현상 확산 *교사-학생의 세대간 격차 *사교육/입시 지향적 사고의 심화 또한 교육내용의 측면에서는 교육내용 자체가 삶과 직결되지 못한 입시준비형 교육내용으로 변모됨으로써 인성교육은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내용의 측면에서 교실붕괴의 요인을 지적해본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비실용적 교육내용 *암기위주 교육내용 *쓸모없는 지식내용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내용 한편 교사들의 인식을 볼 때 교실붕괴 요인은 아래와 같다.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어렵다. *교사권위가 실추되었다. *공교육체제의 위기구조가 있다. *학교 교육기능의 마비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교사의 측면에서는 권위가 실추된 점, 책임감과 긍지가 상실된 점, 사랑과 헌신이 부족한 점 때문에 교실붕괴 현상에 일조하고 있고, 학생은 학습동기가 낮고 교사에 대한 존경과 학생으로서의 순종적이고 배우는 자세가 부족하며 인내와 노력이 없어서 교실붕괴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의 직·간접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교실붕괴의 구조는 초등에서 대학까지 상호연계고리를 지니면서 구조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서 교실붕괴의 구조를 나타낸 것처럼 교실붕괴의 현상이 있다면 중등교육에서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라기보다는 유치원, 초등교육과정에서의 예비적 과정을 거쳐 심화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부모의 교육 의식적 측면과 ‘恨풀이 교육’ 우리 나라 교육에서 먼저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하는 문제이다. 과연 우리 나라 교육에서 교육이 이토록 과열되어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이렇게 과열된 교육현상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부차적 질문에 대한 논의도우리 나라의 교육구조와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건이다. 과연 자녀를 위해서 교육에 헌신적으로 기여하는 부모들의 교육소원(educational wish)은 무엇이며 이 교육소원을 통해 자녀를 어떠한 방향으로 양육하고자 하는가 하는 논의가 곧 한국교육문화를 이해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과열교육현상은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교육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는 비정상적인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 나라 교육현실을 감안해 볼 때 ‘부모 자신들을 위한 교육인가?’ 그렇지 않으면 진정 ‘자녀를 위한 교육인가?’를 냉철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입시가 인간자격 내지는 성패의 관문이 되어 있고 학교는 ‘입시인간’ 이라는 상품의 생산장소이며 ‘입시’와 ‘공부’는 고등학교 청소년들의 삶을 가장 심각하게 지배한다. 따라서 대학입학까지의 삶은 한 가지 목적과 한 형태의 ‘강압적 정형화(定型化)’의 유형을 탈피하지 못하게 된다. 이 점에서 학생들의 경우는 성적에 대한 한(恨)이 지배되는 성적문화권에서 탈피할 수 없고 부모들 역시 자기 스스로의 교육적 소원 때문에 자식들을 통해 교육적 소망을 성취하려는 한풀이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부모의 교육소원 → 자녀의 교육소원 → 부모의 제2교육소원 → 2세 자녀의 제2의 교육소원 형태로 순환되기 마련이다. 이 점에서 우리 나라의 교육구조는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입시문화 교육사슬’의 구조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입시문화 교육사슬이 함축된 교육구조는 ‘한풀이’ 교육구조이다. 부모의 교육소원이 스스로의 교육적 ‘恨’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녀를 통해 교육적 대리보상을 받고자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부모의 교육적 ‘恨’은 소위 4과현상이라 할 수 있는 과잉교육, 과열교육, 과잉경쟁교육, 그리고 과잉보호교육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러한 과도한 형태의 교육열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됨으로써 온통 대학입시에 모든 교육활동이 집중되는 왜곡된 교육문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대학입시의 성공과 실패는 인생의 실패와 성공의 도식으로 지나치게 해석되게 되고, 많은 경우 직업선택이 적성과 흥미를 본위로 한 자기성취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교육실패의 결과로 인식되기도 하는 왜곡된 직업관과 연관되게 된다. 한마디로 교육학대(educational abuse)와 교육방임(educational neglect)의 양면적 교육문화를 공유해왔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침으로써 자녀 스스로 제2의 교육적 ‘한’을 지니게 되고 구조적 교육문화로 정착되게 된다. 우리 나라의 ‘한풀이’ 교육의 구조가 지니는 과도한 현상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입시지옥, 입시가족, 입시문화, 입시학원 등의 기현상을 유발시키면서 결국 온 사회가 ‘교육에 취한 사회’ (educohoic society)를 면치 못하게 만든다. 학생들도 ‘시험에 취한 학생’(testholic student)이 됨은 물론 학부모 역시도 ‘과외에 취한 학부모’(tutorholic parent)의 모습을 나타내어 인격양성과는 거리가 먼 맹목적인 입시위주의 교육문화에 몰입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미성숙된 교육의식은 결국 조기유학계를 조직하는 형태로까지 발전되어 유학 도미노현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PAGE BREAK]사교육비 부담 조기유학을 택하는 학부모들의 조기유학선택의 이유를 보면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서라거나 입시위주의 교육탈피를 위한 이유 외에도 사교육비 부담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2001년의 경우 직·간접 사교육비 규모는 16조~20조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분명 조기유학이나 교육이민의 직·간접적 동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은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로써, 공교육의 부실과 입시위주교육구조가 엇물려 있는 데 기인한다. 이것은 결국 우리 나라 교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부모들의 의식을 자극했을 것이며 오늘날과 같은 교육이민이나 조기유학 등의 돌파구를 찾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교육정책의 일관성 결여 우리 나라 공교육과 교육 전체를 외면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들은 낮은 교사의 질, 열악한 교육여건, 입시위주 교육 등 많은 이유가 있으나 그 중에 한 요인은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일관성이 결여된 조령모개식 교육정책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로 하여금 학교교육을 불신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교육은 자녀교육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게 만들고 결국은 도구적 수단적 준비교육에 집착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해방 이후 입시정책만 해도 크게는 14번, 세부적으로는 35번이나 바뀌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학부모들이 이 나라 교육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 경쟁력의 부족과 취업구조 조기유학을 보내게 되는 또 다른 원인 중의 하나는 대학경쟁력의 부족과 졸업해도 제대로 취업이 되지 않는 취업구조를 들 수 있다. 일부 부모들의 경우 우리 나라 대학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대학이나 대학원은 외국으로 유학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일류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제요인들은 결국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을 택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된다. 외국어교육 열풍과 세계화 또 다른 요인 중의 하나는 조기 영어교육 등 외국어교육 열풍과 세계화 추세를 들 수 있다. 조기유학을 보내는 부모들의 경우, 외국어 하나라도 제대로 하도록 하기 위해 조기유학을 보낸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우리 나라의 외국어교육열은 지나치다 못해 외국어 중독증 현상에까지 갈 정도로 확산되어 있다. 이러한 외국어교육을 위해서는 필시 사교육비가 필요하고 원어민 등 양질의 외국어교육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현실 속에서 앞서 제시한 여러 이유들과 복합되어 외국행을 택했을 것이다. 우리 나라 일부 학부모들의 외국어교육 열풍은 ‘yes 엄마’, ‘no 자녀’로 지칭될 정도로 부모와 자녀 모두 영어에 집착되어 있다는 비판이 일 정도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이민이나 조기유학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이민, 조기유학의 대책 교육이민과 조기유학의 원인은 우리 나라 교육구조와 문화, 그리고 부모의 교육의식에 이르기까지 교육사회의 총체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합당한 대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인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대책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외국교육과의 경쟁력을 배양하는 일로부터 교사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제, 그리고 부모의 교육의식의 재정립 등 총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교육이민과 조기유학의 대책은 우리 나라 교육 정상화를 위해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에 단순한 논리로 해결할 수 없겠지만 공교육에 대한 신뢰회복과 학력 및 학벌 풍토개선, 그리고 대학경쟁력 강화 등 초등에서부터 대학교육에 이르는 교육시스템의 정상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교육이민, 조기유학의 대책으로서는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회복을 들 수 있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교사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재교육프로그램의 내실화, 교수방법의 개선, 교과내용의 합리화, 교육환경과 여건의 개선 등 전체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공교육이 제기능을 할 수 있고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정비를 하여야 한다. 학급당 인원수의 감소와 교사의 충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교사의 사기진작과 교사를 존중하는 풍토, 그리고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방법의 혁신적 개혁 등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국제화와 세계화에 부응하는 유학대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교과과정을 국제화하는 과제와 교사의 어학 능력 배양, 외국어교육의 강화와 내실화, 국제화와 세계화에 부합되는 학교와 프로그램의 신설 등 과감한 국제화와 세계화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이때 유의할 점은 우리 것을 존중하고 토대로 하되 선별적으로 전략적 국제화를 추진하는 지혜라 볼 수 있다. 즉 자국화와 세계화의 슬기로운 접목을 통한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의 대체효과를 얻도록 해야 한다. 21세기는 교육쇄국주의도, 교육식민지주의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입시위주 교육의 탈피와 학력 및 학벌 풍토개선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 사회에서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는 능력보다는 학벌, 학력 중시 풍토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문화 현상은 결국 일류대학과 비일류대학의 이분법적 사고를 갖게 만들어 교육자체가 도구적 수단이 되고 그 방법이 사교육을 통한 입시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학력 및 학벌 풍토개선이 시급한 대책 중의 하나라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대학경쟁력의 제고이다. 모든 대학의 국제경쟁력 제고 문제는 입시위주교육을 해결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결코 바람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대학경쟁력을 제고하여 세계 유수대학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자연 교육이민과 조기유학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정책의 일관성 유지, 국제화의 촉진을 통해 유학대체 정책의 정착, 대학 국제경쟁력의 제고, 그리고 학부모들의 의식 재정립 등의 총체적 노력이 있을 때 교육이민과 조기교육 현상은 진정될 것이다. 더 나아가 ‘보내는 유학국가’(sending country)에서 ‘받아들이는 유학국가’(receiving country)로 바뀌어질 것이다.
강석운(한겨레신문 기자) 자녀 교육 때문에 한국을 떠났거나 떠나려고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초 미국 는 서울발 특집기사에서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외국으로 이주하는 한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이주를 했으나 최근에는 한국의 미래를 움직일 것으로 기대되는,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해외이주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이 아니더라도, 자녀를 선진국의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도록 조기유학을 보내는 가정도 늘고 있다. 4~5년 전만 해도 자녀 혼자 유학을 보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어머니가 대개 동행한다. 자녀 혼자 유학 보냈다가 탈선을 해 오히려 자녀를 ‘버리는’ 사례가 집중적으로 보도된 탓이다. 자녀의 장래를 위해 ‘이산가족’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미시사가의 한 치과병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39)씨는 “1년 사이에 주변에만 이산가족 이민을 온 집이 4가구나 된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교육환경이 좋아 한국인이 선호하는 지역, 가령 캐나다 밴쿠버의 버나비나 랭리, 미국 로스앤젤레스 얼바인, 플러튼 등은 엄마와 아이들만 있는 가정이 몰려 있어 동포사회에서 흔히 ‘과부촌’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공 확률은 20~30%에 그쳐 교육이민이나 조기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한국을 떠나든, 자녀의 장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한국 교육에 대한 실망감이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던 이아무개(40)씨는 2001년 초 초등학교 1학년과 5학년에 다니던 두 딸을 데리고 캐나다 밴쿠버로 건너왔다. 이씨가 보기에 학교는 그가 다니던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그 실망감 때문에 이민을 선택했다. 캐나다 밴쿠버로 온 지 반년이 지나고 그 선택에 대한 불안이 없지는 않다. 아이들은 아직 영어가 익숙하지 못해 수업시간에 발표를 잘 하지 못한다. 게다가 친구도 사귀지 못해 풀이 죽어 있다. 낯선 땅에서 이씨는 아직 일을 찾지 못했다. 두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 외는 소일거리가 없다. 문득 ‘한국에서는 주류였는데, 비주류로 밀려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이민을 결심했을 때 품었던 기대를 버리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는 여자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해 사회에서 자리 잡기는 더욱 힘들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이 곳은 기회가 한국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영어 하나라도 잘 하면 아이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기대를 이뤄낸 사람들도 많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장재숙(55)씨는 지역 동포사회에서 교육이민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도 좋은 대학을 나와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장씨는 30년 전 캐나다로 이민 왔다. 세탁소를 운영하고 주방기구 판매를 하는 등 온갖 어려움 끝에 경제적 기반을 닦았다. 큰딸은 미국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한다. 또 다른 아들은 토론토 대학을 다니고 있다. 장씨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바쁜 와중에서도 아이들과 가능하면 식사를 함께 하면서 얘기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았는데, 그 배경에는 이런 노력이 어느 정도 일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훨씬 높다. 7 대 3 또는 8 대 2로 실패 확률이 높다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는 수지 오씨는 “많은 사람들이 교육여건이 좋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오면 다 성공하는 줄 알고 있는데, 한국의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도피하듯 온 아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개인적 경험으로 본다면 교육 때문에 미국으로 온 아이 10명 가운데 2~3명 정도가 성공을 한다면 나머지 7~8명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생계 몰두하다 자녀교육에는 무관심 좋은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라도록 한다고 해서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캐나다든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든 우리 나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선진국의 교육환경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있는 세이트 맬즈 초등학교 엘리자베스 오캐리건 교장은 “교육환경이 좋다고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좋은 교육환경은 학교와 학부모의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마련되는데, 한국 학부모들은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그런 교육철학에 무관심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PAGE BREAK]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왔다고 하지만 고단한 이민생활을 헤쳐가다 보면 정작 자녀 교육에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캐나다나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의 70~80%는 식당, 잡화점, 세탁소 등 자영업을 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청소일은 한국인이 한다는 말이 퍼질 정도다. 한국에서는 전문직에 종사했다 해도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그 자격을 인정받기는 힘들다. 결국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일정한 돈이 송금돼 오거나 뭉칫돈을 가지고 나온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가 맞벌이를 해야 생계를 꾸릴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자녀 교육은 소홀해지기 쉽다. 캐나다 밴쿠버로 3년 전 이민 와 식당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52)씨 부부는 오후 2~3시에 출근해 5시쯤 가게 문을 열면 다음날 새벽까지 장사를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아침 시간에는 몸이 언제나 물 먹은 솜처럼 된다. 그래서 아이들 얼굴도 제대로 보기 어렵다. 김씨는 “아이만은 잘 키워보자고 이민을 왔는데, 이래도 되는가 하는 회의가 들 때가 많다.”고 했다. 그래도 김씨의 큰 아들은 토론토 대학에 들어갔다. 그런 아들이 너무 고맙다고 김씨는 말했다.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학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사립학교는 등록금만 800만 원 정도 하고, 이것저것 합하면 일년에 학비만 1400만 원을 넘어선다. 시드니 부자동네에서 청소일을 하는 한 이민자는 부부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며 1년에 3500만 원 정도를 벌어 아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이렇게 정착을 위해 맞벌이를 하는 가정일수록 아이들이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나라들은 우리 나라보다 아이들한테 자유와 자율을 강조한다. 그만큼 유혹은 도처에 깔려있다. 캐나다 할리팩스의 달후지 대학에 들어간 최윤영(19)씨는 “자유분방한 환경에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대마초를 피우고 있는 후배들이 많다.”며 “이런 후배들 가운데는 마약에 손을 대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회의 참석하는 한국인은 전무(全無) 특히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한테 신경을 못쓰는 미안한 마음을 대개 돈으로 보상려하고 한다. 하지만 더욱 아이들을 망치는 결과를 빚기 일쑤다.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 생활을 하는 박아무개(46)씨는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일수록 아이한테 용돈을 많이 준다. 미국인 가정보다 5배나 많은 용돈을 주기도 한다. 이 돈으로 끼리끼리 모여 유흥가를 기웃거리는데, 부모들은 늦게 집에 들어오다 보니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모른다. 뒤늦게 아이들한테 문제가 생기고 땅을 치며 후회하기도 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난 김아무개(20)씨는 부모와 의절을 하고 산다고 했다. 그는 2001년 초에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공부를 게을리하다 학점을 못 따 졸업하기가 힘들게 되자 학교쪽은 대학 진학보다 직업교육을 권유했다. 이를 계기로 부모가 김씨의 생활을 알게 됐고, 서로 거리가 멀어졌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나오고 말았다. “학교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가 필요할 때 항상 곁에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어렵게 대화를 하려고 해도 부모님이 더 이상 제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학교 생활을 잘 못한 것도 있지만, 부모님은 항상 ‘너 때문에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한다’며 부담만 주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을 왔다고 하지만, 이민생활의 고단함 때문에 자식농사는 ‘절반의 실패’를 한 꼴이 되고 만다. 이민 정착과 자녀 교육을 양립하기가 쉽지 않음은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브레아-올린다 통합교육구(우리 나라 지역교육청)의 교육상담사 원선(38)씨의 경험담이다. 그가 근무하는 교육구에서 학부모회의를 연 적이 있다. 9개 학교에 한국 아이가 240명이나 되었는데, 이 회의에 참석한 한국인 학부모는 거의 없었다. “학교에 한국인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말썽이 생기거나 공부를 놓고 부모와 얘기할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학부모를 만나기는 힘듭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 학교 선생님들과 만나기를 꺼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일에 쫓기는 게 더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 놓는다고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닌데, 안타깝습니다.” 사정은 오스트레일리아도 마찬가지다. 한국 학생이 전교생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시드니 콩코드 초등학교 앨런 던컨 교장은 한국인 학부모의 학교 참여 부족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2001년부터는 한국인 학부모와 따로 모임을 열었다. 혹시 언어 문제 때문이 아닌가 싶어 통역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 학부모들의 참여가 교장의 기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그는 “교육 때문에 이민을 왔거나 유학을 보냈다면 교사를 자주 만나 자녀 교육을 위해 서로를 돕는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도 왜 그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PAGE BREAK]공부 압박감 없는 학교생활에는 만족 이민이나 유학을 온 아이들은 대체로 학교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시드니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경학(10, 가명)이한테 학교 생활을 물어봤다. “재미있어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학교 가기 싫었는데, 여기에서는 학교 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요.” 시드니로 건너온 지 반 년밖에 안돼 수업시간에 발표할 때는 영어가 입안에서 맴돌아 어려움도 많지만, 학교 생활은 즐겁다고 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대답은 비슷하다. 캐나다 토론토의 공립학교를 다니는 김아무개(15, 중3)양은 “한국에서는 필요없는 과목도 배워야 했고 시험 때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달달 암기를 해야 했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시험 부담도 없고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골라 하면 된다. 한국에서 고생할 친구들이 안쓰럽다.”고 했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아이가 즐겁게 성장하는 게 이민이나 유학을 선택한 동기라면 이런 아이들의 반응에 비춰 부모가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하지만 자녀가 성공을 하기를 원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흔히 ‘영어 하나라도 건지겠지’ 하는 마음에 선택한 이민이나 유학이지만 정작 그 영어가 아이들을 두고두고 괴롭힌다. 아이들은 수학에서는 앞서 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에세이(작문)나 역사 등 영어로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과목에서는 괴로움을 겪는다. 캐나다 토론토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강아무개(18)군은 영어 때문에 낙제를 한 경험이 있다. 이민온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영어에 자신이 없다. 강군은 “교사가 말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옆에 있는 친구한테 물어보면 따라는 가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영어가 잘 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일년 정도 하면 영어를 어느 정도 따라가겠지 하고 생각했던 부모들은 그런 자녀들을 보면 실망하기도 한다. 특히 조기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온 학부모일수록 실망을 많이 하게 된다.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는 박아무개(38)씨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해 오스트레일리아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 자녀한테 영어 하나는 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1999년 말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과 시드니로 건너왔다. 애초 계획은 1년 정도 체류였다. 그 정도면 말하고 듣는 것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왔을 때 아이 영어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영어학원에 데려갔는데, 원장은 아이가 영어권 나라 학교에 다니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박씨는 체류기간을 연장했다. 그리고 시드니의 유명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학원숙제나 학교에서 내주는 수학, 수필 등의 과제를 혼자 해내기 벅차해 개인교사를 붙이기도 했다. 박씨는 “학부모 가운데 아이의 영어 실력이 빨리 안는다고 닦달하는 경우가 있다. 영어와 부모의 압력 양쪽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원형탈모증에 걸린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영어 장벽에 탈락률 높아 영어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2001년 10월 10학년(고1)부터 교육부가 주관하는 작문시험을 통과해야 졸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지에서 만난 많은 한국인 학생들은 이 시험을 걱정했다. 다행이 어느 정도 영어에 익숙해졌다 해도 문제는 영어의 수준이다. 2001년 4월 캐나다 토론토의 한 도서관에서 한국인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자녀교육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인재개발원 김기태 원장은 “한국인 학생들이 대학에서 한계에 부딪혀 중도탈락하는 일이 많다. 토론토 대학의 경우 한국이 학생의 탈락률이 70%에 이른다.”고 밝혀 동포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런 결과는 능력이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기대에 따라 무조건 대학에 들어갔다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때 능력에는 영어도 포함된다. 시드니 대학에서 만난 한 한국인 학생은 “초등학교 때 이민이나 유학을 와서 개인교수를 받는 등 열심히 공부를 하면 그나마 대학에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가 된다. 나도 그렇게 했는데 아직까지 내 생각을 완벽하게 영어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를 느껴 세미나 등을 할 때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중학교 이상 돼 이민이나 유학을 오면 그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시드니로 이민 온 이 학생의 친구는 전문대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뒤 한국에서 호텔 신입사원 모집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낙방 이유가 영어였다.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지원자들의 실력이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백인 주류사회 진입은 하늘의 별따기 이민이나 유학와 이런 장벽들을 뚫고 대학을 마치면 말 그대로 ‘기회’는 보장되는 것일까? 만약 이민이나 유학 뒷바지를 위해 함께 온 부모가 자녀의 성공을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미국 캐나다 또는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그 정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현지 사회에서 ‘안정된’ 직장을 얻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부모가 원한다면, 자녀가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부모의 그런 기대를 실현하기는 무척 어렵다. 백인 주류 사회에 진입하기가 만만치 않는 탓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한 한국인 학생이 전해준 얘기다. 법대 졸업을 앞둔 중국 학생들이 좋은 법률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그 결과 백인과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인과 똑같이 흉내내기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인가? 결국 주류 문턱에서 주저앉기 일쑤다. 캐나다에서 장례관련 사업을 하는 김아무개(43)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의 희망도 있고 해 노동을 하는 일을 쉽게 선택할 수도 없었다. 실패를 거듭하다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전문대에 들어가 장례관련 공부를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누구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자주 듣는데 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해 어느 직장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듣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드니에서 만난 한 의대생의 얘기도 백인 주류사회 진입의 어려움이 낳는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의대를 졸업한 선배가 시드니에서 개원을 하려고 했는데, 먼저 개원한 선배들이 말렸습니다. 교민들을 상대로 하는 의원들이 많아 힘이 드니 다른 곳에서 개원을 하거나 대학에 남으라고 은근히 권한 것이죠.” 의대나 법대를 나와 의사나 변호사가 돼도 교민들을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 현실인 것이다.
박남기(광주교대 교수) 들어가는 말 우리는 칭찬에 인색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어려운 민족인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 민족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여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놀라운 민족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는 내일이라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 참담한 것들뿐이다. 이는 교육 분야에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우리 나라 교육이 우리의 기대만큼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의 교육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잘 되어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늘 우리는 남의 손에 들린 떡을 더 크게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른 나라의 교육 현실과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간단히 비교함으로써 우리 교육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고, 우리 교육의 강점을 살리면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선진국 교육과 우리 교육 지난해 봄 온 나라가 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던 때 선진국은 한국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우리 나라 초·중등 학생이 국제 수학 및 과학 경시대회(TIMMS)에서 1995년에 이어 2000년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 1995년의 경우 참여한 40개국 중 과학(3학년 1위, 4학년 1위, 7학년 2위, 8학년 4위)과 수학(3학년 1위, 4학년 2위, 7학년 2위, 8학년 2위) 모두 상위의 성적을 거두었으며, 1999년에도 검사 대상인 7학년이 최종 38개국 중에서 과학 5위, 수학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이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정부와 언론이 함께 향후 대책 모색에 나섰다. 심지어 이 발표가 있은 후 미국 교육부 장관은 지금까지 진행해온 점진적 교육개혁이 실패했다고 말하고 교사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자 하는 부시 정부의 교육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국제 비교 결과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무의미한 자료 또한 아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국은 초·중등 학생 1인당 7천 달러 정도를 쓰면서도 학생들의 학력이 향상되지 않아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많은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무관심, 아이들의 낮은 성취욕구, 지역간·학교간의 커다란 학력 격차, 집단 폭력 및 총기 문제로 인한 안전 문제, 그리고 성(性)과 마약 등등의 문제로 앓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대학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초·중등 교육은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 우리 나라를 포함한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등의 초·중등 교육에서 시사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교육에 대해 알고 있는 미국교수나 학부모들에게 한국에 불고 있는 미국 등을 향한 조기 유학 열풍을 이야기하면 이들은 대부분이 깜짝 놀란다. 학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마약이나 섹스 문제 등에 대해 미국만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며,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고, 교사들의 질이 높은 나라에서 왜 미국으로 오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 광양에 있는 모 사립 초등학교 요청으로 미국의 모 사립학교에 자매결연을 맺어주기 위해 연락을 했더니 미국 사립학교가 상당히 좋아했다. 자기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는 수업이 시작되어도 아이들이 교실이나 복도를 걸어다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집단적으로 교실을 뛰쳐나간다든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면서 물건을 던지는 등의 난폭한 행위를 계속하는 교실붕괴 현상이 초등학교에까지 널리 퍼져 있다. 이는 가정 교육 부재 등을 비롯한 교육 주변 상황이 학교의 대처 능력 범위를 넘어선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PAGE BREAK]또한 유럽의 주요 선진국과 미국은 교사 부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들이 거칠어져 교직이 과거보다 더욱 힘든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교직에 대한 사회적 대우나 인식은 힘든 정도에 비추어 크게 향상되지 않는 것이 주원인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비추어보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에는 제품 가격이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요즈음 이러한 나라는 교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대신 외국 교사를 수입함으로써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경제학자가 30여 년의 시계열 연구를 한 결과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교사의 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나라들은 구조적으로 교사에 대한 처우를 대폭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학급당 학생수,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적은 상황에서 교사의 급여를 인상시키면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미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은 상황이어서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사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이는 결국 교육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나라는 교사의 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높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교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특히 중등학교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인기 직종 3위 안에 교직이 들어 있다. 이미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교대 3학년 편입생을 뽑는데, 거기도 경쟁률이 거의 20 대 1이 될 정도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학부모의 자녀를 향한 교육열이 살아 있고, 아이들의 성취욕구가 강하며,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질 또한 높아서 우리 나라의 교육은 다른 나라에 비해 미래가 밝다. 여기에 국가와 사회가 학교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투자를 늘린다면 그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물론 중등학교에 교실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극복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우리 교육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고 연일 떠들어대지만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공교육이 위기에 빠지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교육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공교육 개선을 위해 돈을 더 투자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공교육이 위기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특별 지원이나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이를 이유로 들어 자신들만의 학교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진정한 위기는 공교육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빌미로 공교육을 무력화시키고자 할 때 올 것이다. 만일 그러한 상황이 오면 우리도 오늘의 미국 교육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그대로 떠안게 될 것이고 오늘날 우리가 떠들고 있는 중등학교의 교실붕괴 현상은 실은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이는 초등학교에까지 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나라 학교 교육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려가야 하며, 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범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충족되지 않은 하나의 교육 욕구 현재 우리 나라에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학부모의 교육 욕구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돈은 있으나 자녀들이 특수목적고등학교나 극소수밖에 없는 거창고등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와 같은 우수 명문 사립학교에 들어갈 실력은 되지 않는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도가 바로 자립형사립고 제도와 내국인도 입학할 수 있는 외국인학교 (*최근 제주도에 이를 허용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음) 등이다. 일반 공립학교를 통해서 이들의 욕구를 일부 수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국내의 특수목적고등학교(외국어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등) 이외에 민족사관고등학교, 거창고등학교 등등은 외국의 명문 사학 못지 않은 우수한 프로그램, 교사진, 그리고 시설을 갖추고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부모들이 비싼 학비를 들여 자녀를 비종교계 사립학교에 보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러한 학교들이 대학 진학 준비를 시켜주고 이 학교 졸업생들의 명문 대학 진학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공립학교는 대학 진학 여부는 학생 개인의 선택이고 학교는 민주시민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 진학 준비를 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특수목적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고등학교는 모두 비싼 등록금을 받는 미국의 비종교계 사립학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학부모들이 많은 돈을 들여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자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고 부모가 돈만 있으면 자녀를 외국의 명문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영어 교육을 시킬 목적으로 일반 공립학교로 보내는 부모도 있으나 부유한 지역이 아닐 경우에는 앞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나라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노출되게 된다. 한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유창하게 구사하고 한국적 문화와 가치관을 충분히 습득한 후에 그 위에 외국의 문화를 소화시켜 폭을 넓히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정체성 위기 문제, 어느 나라에도 적응하기 어려운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PAGE BREAK]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 사회에서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따르다보면 오히려 교육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묻히고 사회적 강자의 목소리만 크게 부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그 목소리에 휩쓸려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게 될 때 교육은 헤어나기 어려운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이다. 미국 공교육의 전반적인 실패 원인 중에는 소규모 교육 자치를 통한 지역간 교육격차 심화, 사립학교를 통한 중상층 이상 분리 교육 등이 포함되고 있다. 부유층이 모여 사는 공립학교가 아닌 경우 공립학교에는 앞에서 언급한 많은 문제가 있어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학부모는 자녀를 사립으로 옮겨가고 그러다 보니 공립학교는 더욱 피폐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향후 우리 교육의 문제도 부유한 계층 사람들의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간·계층간의 학력 격차 심화, 자립형사립고 확대 등을 통한 부모의 배경에 따른 학생 분리, 공교육에 대한 불충분한 투자 등에서 비롯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리면서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우리 교육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첫째, 교육 제도 면에서는 국내의 학교만은 다양한 사회계층이 섞여서 교육을 받도록 유지해주어야 한다. 공립학교가 자립형 사립학교에 버금가는 교육 여건을 갖춘다면 사람들이 굳이 자립형 사립학교에 보내려 하지 않을 것이고, 자녀를 사립에 보내는 사람들을 크게 부러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교육 여건을 크게 개선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나 자립형사립고와 교육 여건이 너무 차이가 나도록 공립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지역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지만 지역 사회와 학부모들이 나서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학교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지난 가을 이집트에 갔더니 공립 고등학교인데도 그 지역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그 학교는 주요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부모들의 교육열이 학교를 통해서 분출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주고, 학부모가 그리할 수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국가가 어느 정도 추가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학교 차원에서는 국민, 학부모,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단위 학교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는 자기 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만족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기대를 매년 조사하여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추출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학교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이 무척 높은데 이는 학부모 집단과 교사 집단의 인식차이에 기인한다. 학부모 집단은 적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높은 만족도를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고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거기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 집단 또한 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데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그렇게 낮은지를 살피고 이를 높이기 위해 교사 집단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상황 탓만 하기에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너무 높다. 이와 함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기대 및 문제점을 조사하여 학생과 가정의 역할 정립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동안 자녀 교육에 무관심한 학부모가 급증하고 있다. 소외된 계층의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충분한 배려가 주어지지 않으면 공교육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가치관 교육을 시켜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 나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높은 기대에서 비롯된다. 과불급(過不及)이라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기대 심리가 너무 낮으면 성취 욕구가 너무 낮아지고, 지금처럼 너무 높으면 만사가 불만스러워진다. 따라서 사람들이 자신을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적절한 기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역할을 이제는 학교가 맡아야 할 것 같다. 맺는 말 이상으로 우리 교육을 다른 나라 교육과 비교하는 속에서 우리를 살펴보았다. 우리 교육을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으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아 일부러 부각시켰다. 우리 스스로 우리 교육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강점을 살려가고 부족한 점을 고치기 위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한상국 대한사립중고교장회 회장=새해를 맞아 우리 교장회는 특성 있는 건전한 사학의 육성이 모든 사람들에게 질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궁극적인 대책임을 널리 알려, 좋은 사학을 길러내기 위한 '중등사학육성법' 제정의 실현에 온 힘을 모아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사학인과 교원은 현명한 지혜를 모으고 다소의 진통은 인내와 이해로 극복해 나가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의 자제가 있을 때 참다운 교육문화가 뿌리내린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앞과 뒤에서 협조와 질정을 아끼지 않는 따뜻한 교직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이선정 학교사랑실천연대 위원장=우리 학실련은 무엇이 교육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파악하면서 학부모 운동을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영향력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조직을 확대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교육정책에 관한 토론회, 월례 학부모 교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캠페인 등을 펼치겠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마음이 넉넉하고 남과 나누어 갖는 여유를 가지며 봉사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긍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밝은 내일을 기대하며 제삼 선생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남암순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임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좌절과 실망의 늪에서 희망과 도약의 싹을 틔우기 위해 부단히 달려왔던 한 해였습니다. 그러기에 또한 우리들의 아픔도 컸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어려울 때마다 놀라운 지혜를 발휘해 왔었습니다. 새해에는 변화를 주저하지 말고 변화를 선도하는 주체가 되어 갈등과 반목이 아닌 관용과 화해로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학교를 만들어 나갑시다. 무너진 교원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교원이 존중받는 사회 풍토를 조성하여 교육계에 다시 한 번 희망의 불씨를 지펴 나갑시다. ◆김상권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우리 사학연금은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학교직원 여러분의 도움에 힘입어 연금자산 5조원 달성을 목전에 둔 큰 규모의 연금기금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사학교직원 여러분! 우리의 사학연금은 먼 후대에까지 든든하고 안정적인 연금제도로 유지 발전시켜야만 합니다. 따라서 2002년에도 우리 공단은 '연금 재정의 장기 안정화'를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하여 지속적인 경영합리화와 책임 및 봉사행정 구현 등 사학교직원과 그 가족들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공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유인종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새해에 우리 서울교육은 '서울교육 새물결 운동의 지속적 추진'과 '교육방법 개선을 위한 지원행정 구현'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통일교육, 특기·적성 교육, 영어교육,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의 활성화를 역점사업으로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또한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신명나게 교육 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교권회복과 사기 진작 그리고 전문성 신장을 위한 지원에도 온 힘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데 힘과 지혜를 모읍시다. ◆조선제 대한교원공제회 이사장=희망찬 임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는 지난해의 굴곡이 많았던 만큼 모든 갈등과 진통을 딛고 일어서는, 보다 힘찬 한해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올 한해 실추된 교권이 회복되는 등 교육계의 모든 염원이 이뤄지고 교육이 진정으로 바로서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우리 대한교원공제회 임직원 또한 천직의 소명아래 진정한 백년대계(百年大計) 꾸려 가는 전국 60만 교직원 여러분들의 튼튼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새해 아침, 교직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만복이 함께 하시길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첫 실시한 일반대학 교육과 평가결과 55개 대상학과 중 13개교가 `우수', 35개교가 `보통' 평가를 받은 반면에 개교는 `개선요망' 평가를 받았다. 전국의 4년제 대학 중 30개 일반대학에 설치돼 있는 55개 교육과를 대상으로 실시된 평가결과, 일반교과 교육과의 경우 18개 대상학과 중 3개교가 `우수', 11개교가 `보통'인 반면 4개교가 `개선요망' 평가를 받았다. 유아교육과의 경우 11개 대상교 중 2개교가 `우수', 8개교가 `보통'인 반면 1개교가 `개선요망'으로 나타났다. 특수·기독교육과는 12개 대상교 중 3개교가 `우수' 8개교가 ` 보통', 1개교가 `개선요망' 판정을 받았다. 예·체능기술교육과의 경우 14개 대상교 중 `우수' 5개교, `보통' 8개교, `개선요망' 1개교로 각각 평가되었다. 일반교과 교육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은 충남대 교육학과이며 `개선요망'평가를 받은 곳은 배제대 가정교육과, 목원대 영어교육과, 총신대 역사교육과, 목포대 윤리교육과 등이다. 유아교육과의 경우 최우수교는 덕성여대이며 안양대는 `개선요망' 판정을 받았다. 특수·기독교육과의 경우 천안대 특수교육과가 최우수 판정을 받은 반면 안양대 기독교육과는 `개선요망' 지적을 받았다. 예체능·기술교육과의 경우 부경대 수산교육과가 최우수 점수를 받았으나 삼육대 음악교육과는 `개선요망' 판정을 받았다. 일반대 교육과 평가는 교육과정(45점), 교수·학생(40점), 행·재정 및 시설영역(15점) 등 3개 영역으로 나눠 16명의 평가단(단장 인천교대 허숙 교수)이 대학에서 제출한 자체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서면 평가와 현장방문 평가를 실시했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를 통해 대학의 교원양성 교육체계의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교원양성기관의 체제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앞으로 실시될 교원양성·연수기관의 평가인증제 도입의 기반조성 자료로 쓸 계획이다. 이번 평가에서 `개선요망'으로 지적된 대학은 5월말까지 자구 노력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교육부는 이를 검토한 뒤 내년도 학생 정원조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농촌지역 3학급 학교로 폐교 위기에 몰린 경북 남선초(교장 송영길)가 교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학생수를 두 배로 늘려 화제다. 안동시 남선면 구미리에 위치한 남선초는 20년 전만 해도 10학급(372명) 규모의 학교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농촌인구의 감소와 전학으로 99년에는 전교생 36명(3학급)의 소규모 학교가 돼 폐교 위기에 몰렸다. 교사 3명에 전학년 복식수업으로 교육환경도 크게 악화됐다. 이에 교직원들은 눈물겨운 학생수 늘리기 작전에 돌입했다. 취학을 앞둔 자녀의 가정과 학구위반 가정에 매월 남선 통신문을 보내고 매일 전화상담과 가정방문을 통해 소규모 소인수 학급의 장점을 홍보했다. 한 집을 20번 이상 방문하고 밤늦게 맞벌이 가정을 찾아 12시가 넘어 귀가한 일도 비일비재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우선 여교사 3명 모두 자녀를 남선초로 전학시켰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용마아파트 237세대 주민 자녀를 위해 승합차를 마련, 운행하고 있으며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을 위해 전 문강사를 초빙해 피아노, 컴퓨터, 영어부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또 컴퓨터실·피아노실 설치, 급식소 정비 등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수준별 개별화 학습지도, 개인별 인성·특기적성 교육과 생활지도를 펼치며 소인수 학급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 결과 남선초는 2001학년도에 전교생이 63명으로 늘고 교직원 수도 6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났다. 학급 수도 6학급으로 늘어 복식수업이 완전히 해소됐다. 대부분 위장 퇴거 후 자녀를 안동 시내 학교로 입학시키던 용마아파트 주민들이 2001학년도에는 취학 대상 자녀 9명중 7명을 남선초에 입학시켰다. 한 명도 입학시키지 않은 2000학년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현상이었다. 또 안동시내 학교에 다니던 이 지역 학생 14명이 오히려 남선초로 전입해 오는 등 폐교 위기 학교에서 `돌아오는 학교'로 완전히 탈바꿈에 성공했다. 송영길 교장은 "내년에는 15명의 학생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모두가 교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딱 10년 전, 고등학교 2학년. 40세 전후의 남자 수학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으로 우리 학교에 부임하셨다. 전주에 사시는 부모님을 모시겠다는 효심으로 낙향하신 선생님은 서울서 남학생들만 가르치시다 보니 다 자란 듯한 우리를 보시는 게 여간 쑥스러운 일이 아니셨다고 말씀하셨다. 두꺼운 안경에 항상 호기심 어린 눈빛과 가벼운 발걸음. 한창 외모에 관심 있던 우리로서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 늘 우스울 따름이었다. 선생님은 입시에 민감한 시기인 고2 여학생들에게 서슴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다 싶으면 애써 공부할 필요 없다. 대신, 책을 읽도록 해봐.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하기 싫으면 책을 읽어도 좋다." 그 말씀에 용기를 얻고 책을 읽는 친구들이 점점 늘었고 나도 그때 많은 책을 읽었다. 야간 자율학습시간. 선생님께서는 영어 잡지와 사전을 펴시고 그야말로 '공부'를 하셨다. 물론 학위나 승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당신이 좋아서, 당신의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셨다. 특히 그 분께서는 "수학을 잘 하고 싶니? 그럼 해답지를 버려라! 그리고 모르면 서슴지 말고 내게 오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내 인생에 가장 큰 위기가 닥쳤다.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이다. 나는 그 날 선생님으로부터 집에 교통사고가 있어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 하니 빨리 가보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택시비로도 충분한 5천 원을 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선생님께서 연락을 받으셨을 땐 이미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였고, 선생님께선 잠시 사실을 숨기시고 그저 빨리 가라는 말씀만 하신 것이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 공부는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수학 잘 하는 법, 다른 사람이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유연히 대해주는 법 등... 선생님께서는 참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신현창 선생님, 감사합니다. 머무르지 않고 마르지도 않는 작지만 깨끗한 샘물처럼,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갖고 살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러셨듯이…….
실제 연수 내용 홍보와 차이 커 최근 영어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등학생들이 2∼4주 일정의 해외 단기어학연수에 참가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연수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원장 최규학) 은 최근 해외 단기어학연수 참가경험이 있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2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7%가 `알선업체의 홍보내용과 실제 연수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또 어학능력을 향상시키고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대부분의 학부모가 과다한 연수 비용 지출로 인해 가계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내용별로 `연수프로그램'(53.1%) , `교육시설'(25.6%) , `강사수준'(13.3%) 등에서 홍보내용이 실제 연수내용과 다른 것으로 지적했다. 세부내용별로는 `반편성과 지도를 위한 회화능력평가가 있었는가'에 대해 63.2%가 `없었다'고 답했으며, 연수생의 적응을 도울 전문교사의 동행여부를 조사한 결과`동행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37.6%에 달했다. 한편 어학연수 비용은 `300만∼400만원'이라는 응답이 50.7%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400만∼500만원'(22.7%) , `300만원 미만'(14.8%) 등 순이었으며 응답자의 84.6%는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사대상의 76.8%가 `어학연수가 어학능력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83.8%는 `자녀를 계속 해외 연수에 참가시키겠다'고 답해 많은 학부모들이 비용부담을 느끼면서도 해외 연수는 가능하면 보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수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나라는 미국으로 34.1% 였으며 캐나다가 28.8% 등 북미 국가가 62.9%를 점해 영어 사용권 국가 중에서도 이들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수로 인해 학교의 수업 결손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17.9%가 '약간 있었다'고 응답하는 등 22.3%가 수업결손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Hello, Today is…" 지난달 26일, 충남 금산동중의 실외 조회 시간. 단상에 오른 김행정 교장은 느릿한 말투로 훈화를 시작한다. 그런데 따분하게 여길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여기저기서 웃음을 터뜨리고, 심지어 교장 선생님의 행동을 따라하는 학생들. 여느 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이런 진풍경은 바로 김 교장의 독특한 `영어 훈화' 때문이다. 훈화를 영어로 하는 것 자체가 기발한 발상인데다 느릿한 말투, 특유의 몸동작을 섞어 아이들의 이목을 붙잡고 있는 것. 훈화 도중 중요한 단어나 숙어, 문법이 나오면 오른손을 높이 들고 손을 오므렸다 펴거나 팔을 쭉 내밀고 엄지손가락을 추겨 세우는 동작을 반복한 후, 즉석 강의에 들어간다. 또 알아듣기 쉽도록 최대한 느릿하게, 그러나 억양은 확실한 말투가 꽤나 재미있다. 99년 9월 금산동중으로 온 김 교장은 소박한(?) 이유에서 매주 빠짐 없이 영어 훈화 시간을 갖고 있다.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학창시절의 훈화시간을 아이들에게까지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는 김 교장. 그는 "영어를 매개로 기억에 남는 훈화, 그리고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영어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훈화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잔잔한 학교 생활 이야기, 시사뉴스, 기념일을 소재로 영어 훈화를 작성하는 김 교장은 A4 용지 앞뒷면에 영문과 한글 번역본을 함께 실어 전교생에게 배포한다. `예습'이 가능한 훈화인 셈이다. 두 번의 졸업식에서도 마지막 기념사를 영어로 하면서 학부모사이에서는 `참신하고 노력하는 교장'이라는 입소문이 돌기도 했다. 더욱이 교실에서는 김 교장의 느린 말투와 희극적인 몸동작을 흉내내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고, 급기야 지난달 23일 금산학생체육관에서는 사상 유래 없는 `학교장 영어 훈화 흉내내기 대회'까지 열렸다. 학생회가 주최한 이날 대회에는 대머리 분장에 양복을 차려 입은 18개 솔로, 듀엣팀이 참여해 1시간 내내 웃음과 탄성을 자아냈다. 정세영(2학년) 군은 "처음 영어 훈화를 들었을 땐 참 황당했지만 지금은 모두 조회시간을 기다린다"며 "가끔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수건으로 쓸어 올리는 동작이 키포인트"라며 즉석에서 시범을 보였다. 김복자 교사는 "늘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만드시는 교장 선생님 덕분에 후배 교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아이들 교육에 좀 더 분발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금산동중은 영어 훈화 외에도 아침 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한 생활영어 청취, 생활영어 등급제 운영, 영자신문 구독, 팝송 경연대회 등 영어 생활화에 앞장서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는 종례시간마다 잔소리를 합니다. 예전엔 내가 저 속에, 저렇게 장난치던 모습으로 앉아 있었는데 하며 시간이 유수같음을 느낍니다. 아이들을 야단치는 내 모습에서 중학교 1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1985년 수원 권선중학교. 이성천 선생님은 저의 1학년 담임이셨습니다. 교사가 된 지금 생각하니 기억 속의 담임 선생님은 항상 이이들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파악하시고 대학원을 다니시며 공부도 계속하셨던 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저희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습니다. 학급에서 물건이 없어졌을 때 너희들은 하나라며 전체 발바닥을 체벌하시던 일, 때로는 성적이 부진한 아이들을 위해 당신의 과목이 아닌 수학문제를 수학선생님께 물으시며 반 아이들을 가르치시던 모습, 저희 아버지가 쓰신 영어 책을 나와서 읽으라 하셨을 때 제 발음이 틀려 당황해하던 저를 위해 아이들에게 '빨리 읽어 발음이 생략된 것이다"라며 덮어주시던 일들, 항상 올바르게 글씨를 쓰라며 펜 잡는 법을 가르쳐 주시던 모습, 종업식 날 반장과 부반장인 저를 부르시며 시집을 선물하시던 모습 등등.. 많은 모습들이 아직도 제 눈에 선합니다. 그 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성천 선생님은 지금 저희 학교 옆에 위치한 용인고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 계십니다. 선생님의 성품은 여전하셨습니다. 지난 번 연구수업 때문에 저희 학교에 오셨을 때도 교감 선생님께 "우리 제자 용길이 잘 부탁드립니다" 하시며 정중히 인사하시던 모습, 아직도 선생님 눈에는 제가 그 때 중학교 1학년 용길이로 보이셨던 모양입니다.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똑같음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담임 선생님보다는 교직의 선배님으로써 조언을 들으며 단풍진 이 가을 저녁, 선생님과 그 때 반 친구들과 보내고 싶습니다.
현 정부의 교육개혁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젊은 교사와 경륜 있는 교사, 교사와 학부모, 평교사와 교감·교장, 초등교사와 중등교사, 공교육기관과 사교육기관, 교육행정직 공무원과 교원, 유아·놀이방 운영자와 국공립·사립유치원교사, 교원단체들 간의 갈등이 끝이 보이지 않는 유감스러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다 정부가 기름탱크에 불만 붙여놓고 다 탈 때까지 지켜보거나 방치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의도한대로 자연소멸 되기 전에 폭발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정부의 책임자들이 정말로 딱하다. 그러한 발상이나 사고방식으로 민주시민의식 교육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꼴을 보면 한심할 때도 있다. 그 동안 정부가 발표한 수많은 교육정책들은 교원정년 5년 단축을 시발탄으로 그때그때 급조된 애드벌룬을 쏘아놓고 개혁을 시도한 꼴이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부작용과 문제점 투성이다. 모두가 부작용과 문제 투성이 일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교직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경제 논리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인기 있는 노래 한 곡 정도가 포함되어 있는 카세트 테이프에 인기도 없는 노래를 여러 곡 끼워 넣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카세트 테이프 판매전략과 다를 바 없는 정략적 교육정책들을 교육개혁(안)이라고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오늘과 같은 후유증을 예상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교원정년을 5년이나 단축하였고, 교직사회의 그럴듯한 불만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새로운 정책이랍시고 발표하였으며, 편법일 수밖에 없는 교원수급 정책들을 발표했다. 또 어느 날 갑자기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겠다고 하면서 운동장이나 옥상에 교실을 증축하라고 하니, 시·도교육청도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교원정년도 애당초부터 63세정도로 하였으면 부작용이 이미 최소화되었을 것이고, 교원성과급도 처음부터 특수수당 형태로 하여 차등지급의 폭을 최소화했더라면 부작용이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중초교사제 또한 처음부터 영어, 과학, 음악, 미술, 체육 등과 같은 특정과목에 한해서만 추후조정을 조건부로 하여 교과전담교사로 임용하겠다고 발표했더라면 부작용이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는 지금까지 시도해온 개혁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사회의 대립구도를 이용한 사회개혁이나 교육개혁의 전략'을 지금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금까지의 실패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유치원·초·중·고등학교 교사는 물론 대학교육 현장의 교원들이 실제로 공감할 수 있는 교육정책들을 마련·제시해야 한다. 개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