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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정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원하는 시간대를 최대한 맞춘 초등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원 업무 부담을 우려해 공무원을 증원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초등학생 방과 후 활동 지원을 통해 교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4개 내외 시·도교육청을 시범교육청으로 선정하고 인력과 재정을 지원해 우수모델을 발굴할 예정이다. 시범교육청에서는 약 2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지역 중심의 전담 운영체제 구축 ▲초1 입학초기 에듀케어 집중지원 ▲미래형·맞춤형 프로그램 확대 ▲돌봄유형 다양화 등 과제를 운영한다. 아침부터 저녁 8시까지 틈새 없이, 각 학년에 맞는 돌봄의 완성을 목표로 잡았다. 저학년에게 기초학력 지원과 예체능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맞벌이 가정을 위한 아침·저녁돌봄 운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저녁 돌봄 학생에게는 석·간식과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신입생에게는 입학 초(3월 1~3주) 조기 하교로 인한 돌봄공백 해소를 위해 방과 후 에듀케어 집중 지원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다. 고학년을 대상으로는 인공지능(AI)·코딩·빅데이터, 소규모·수준별 강좌 등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틈새돌봄을 강화한다. 교육부는 교원 업무 경감 차원에서기존 시·도교육청 방과후학교 지원센터를 방과후·늘봄지원센터로 개편하고 전담 인력 120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현재 각 교육청에서 돌봄·방과후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 260명 정도의 50% 가까이 늘리는 것이다. 돌봄 전담인력은 단위학교에서 처리하던 강사·업체 선정과 계약 체결, 수강 신청, 회계 처리 등을 맡게 된다. 이 같은 개선방안이 나왔음에도학교 현장에서는 업무 부담 감소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일단 외부 인원이 오랜 기간 학교에 머무는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학생 수요조사, 학교폭력, 안전사고, 강사가 추가되면서 발생하는 출·퇴근 등 인사관리, 강사의 갑작스러운 부재(코로나19 등)에 대한 대처 등 업무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저녁돌봄까지 이어질 경우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교육부의 담당 공무원 충원 숫자도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의 한 초등교사는 “이미 학교에는 주 14시간 이내로 근무하는 초단기 근로자가 상당히 많은데 더 늘리겠다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강사 관련 업무를 일부 도와주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근본적 업무 자체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교육부도 수긍했다. 공무원이 증원된다고 해서 교원의 업무 자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교육청에서 교원 업무 경감이 이뤄지고 있는 사례를 일반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나현주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 과장은 “교원 업무 경감은 이번 정책 추진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교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업 중 휴대전화를 무단 사용하고 교사 지시에 따르지 않은 학생에게 교내 봉사 2시간 징계처분을 내리고 교사에 대한 사과편지를 작성하도록 한 학교의 결정이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교 내의 봉사’ 내용에 ‘사과 편지 작성’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초 이 같은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19년 중학교 3학년인 A양이 수업 중 화장실을 간다고 교실을 빠져나와 복도에서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생활지도 담당 교사에게 적발되면서 시작됐다. 교사는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지만 A양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학교는 ‘수업 중 핸드폰 사용, 지시 불이행 및 지도 불응’ 등을 이유로 교내 봉사 2시간 징계를 내렸다. 징계 내용에는 교내 환경정화 활동 1시간, 교사에 대한 사과 편지 작성 1시간이 포함됐다. 원심은 원고의 행위가 ‘학교 내 봉사’를 명하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고 ‘학교 내 봉사’에 ‘심성교육’이 포함된 이상 ‘사과 편지 작성’도 징계 내용에 포함되므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학생의 본심에 반해 사죄의 의사표시를 강제하는 ‘사과 편지 작성’이 언제나 작성자의 심성에 유익할 것이라거나 교육의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추단할 수 없다”며 “명시적 근거 없이 처분의 범위를 넓혀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학교생활 규정에 ‘심성교육’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기는 하나 그 내용과 취지에 비춰보면 이는 교내 봉사 내용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이는 봉사에 관한 지도 활동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적 목표를 나타낸 것이 타당하다”며 “‘학교 내의 봉사’ 내용에 사과 편지 작성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사과 편지 작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법 판결이 나온 만큼 조례나 학칙에 의존해 징계를 내리는 부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생활지도권과 관련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학생징계와 관련된 부분을 구체화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신현석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가 1일 한국교육학회 제46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신현석 신임 회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사범대학장 및 교육대학원장, 기획예산처장 등을 역임했다. 또 교육부 대학발전기획단장, 정책숙려제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한국교육학회는 1953년 설립해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다. 대학교수를 포함한 교육학자 및 교사, 교육 관련기관 종사자 등 6000여 명이 참여하고, 26개 분과학회와 10개 지회로 구성됐다.
1월 5일종업식 겸 졸업식이다. 비가 오려는지 미세먼지인지 아침부터 하늘이 부옇다. 몇 년 전부터 2월 등교일을 최소화하더니 이제는 1월에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학교가 많아졌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과 간단하게 했는데 그래도 올해는 학부모님도 초대하고 후배 배웅받으며 강당에서 식을 치르게 돼 다행이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부산하다. 재학생은 방학이라 들뜨고, 졸업생은 학교를 떠나니 시원섭섭할 것이다. 교실 앞을 지나는 학생에게 “졸업인데 마음이 어때?” 물으니 “초등학교 더 다니고 싶어요” “많이 서운해요”라고 답한다. 그러기도 할 것이다. 담임 선생님들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데 그걸 모르면 안 되지. 며칠 전 1반 친구들이 독서 수업을 했던 내게도 롤링 페이퍼를 써 가져왔다. 수업 시간 까불고 내 속을 뒤집어 놓은 아이도 본인이 그런 줄은 아는 모양이다. 속은 다 있었다.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까짓 문장 하나가 뭐라고 가슴 뭉클하며 눈시울까지 적시는지 선생이 아니면 느껴보지 못할 일이다. 아홉 시가 가까워 강당으로 갔다. 정면에 걸린 축하 플래카드, 화환, 꽃다발 등 비로소 졸업식장답다. 5학년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의 박수와 함께 의기양양하게 등장하는 6학년이 자리에 앉자 교무부장의 사회로 98회 졸업식이 시작됐다. 보성 벌교초는 졸업생이 만든 ‘종남 장학회’에서 2억이 넘는 종자돈으로 매년 졸업생에게 50만 원부터 30만 원까지 장학금을 준다. 올해도 59명의 학생 중 30명 이상이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해 없던 ‘선행 장학금’이 생겨 학생 두 명(쌍둥이)이 받는 행운을 누렸다. 전날 학교 옆 ‘삼화 목공소’ 사장님이 교장실로 찾아와 30만 원을 주고 갔다고 했다. 벌교는 조정래 작가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아직까지 일본식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학교 정문 주변 문학길을 따라가다 보면 삼화 목공소, 보성여관(태백산맥에서는 남도 여관), 소설 속 정하섭의 본가인 술도가, 금융조합 등 사진과 소설에서나 봤던 곳이 번화가를 중심으로 이어져 있다. 그중 전통 방식 그대로인 삼화 목공소는 목조 건물로 1941년 세워져 2대째 운영한다. 그런데 2021년 2월불이 크게나 아버지가 사용한 대부분 자료와 목공소가 탔다고 한다. 당시 벌교초 4학년이던 쌍둥이가 학교 오가다 인사하면 사장님이 친절하게 잘 받아주었나 보다. 가게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 둘이 저금통을 털어 10만 원을 마련해 사장님께 갖다줬다고 했다. 사장님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셨는지 며칠 전 학교에서 운동하다 플래카드에 적힌 졸업식 안내문을 보고 아이들이 생각나 교장실로 찾아와 돈을 주고 가셨다. 그런 장학금이니만큼 사장님이 직접 단상에서 줬으면 했는데 한사코 마다해 교장 선생님이 대신 하게 됐다. 교무부장의 자세한 설명에 큰 박수가 쏟아졌다. 점심 먹고 교장 선생님이 감사 인사도 할 겸 가자고 해 몇몇 선생님과 함께 목공소에 들렀다. 벌써 5년째 근무하며 그 앞을 여러 번 지나다녔지만 들어가기는 처음이다. 기와를 인 단층 한옥으로 나무문을 여닫을 때마다 문틀이 삐거덕 소리를 내는 미세기 문이 아직 있었고, 가게 앞에는 이곳에서 만든 오래된 탈곡기와 풍구도 보였다. 손을 보긴 했지만 구조와 틀은 건축 당시 그대로고 천장에는 상량식을 한 년도까지 그대로다. 대나무를 엮고 짚을 썰어 물로 반죽해 촘촘히 바른 황토 흙이 맨몸을 드러낸 채 거뭇거뭇 먼지가 앉았고, 불에 탄 서까래는 검은 숯덩이 나무 그대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했다. 이제는 과거 진귀한 물건이 돼버린 옛날 문짝이 아닌 수제 도마, 편백 나무로 만든 과자 그릇, 손님이 원하는 소품을 만든다고 한다. 사장님은 우리가 온 줄도 모르고 손님과 이야기 중이다. 물건을 구경하는데 비로소 우리 쪽을 본다. 교장 선생님을 알아보고 인사한다. 같이 고개 숙였다. 인상 좋은 사장님께 고맙다는 말을 다시 전했다. 4학년 어린 학생이 저금통을 털어 10만 원이나 되는 돈을 전한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그것을 잊지 않고 졸업하는 날 장학금으로 되돌려준 사장님의 선행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검은 토끼해 계묘년 희망의 새해가 밝았다고 하지만 방송에서 들려오는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것은 없고 암울하기만 하더니 작지만 따뜻한 미담이 마음 훈훈하게 했다. 또 하나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이곳을 지역 문화재로 연구한다고 군에서 나와 이것저것 조사해갔다고 한다. 그것이 잘 정리돼 보존 결정이 나면 목수인 주인장은 더 이상 이곳에서 일할 수 없게 되더라도 목공소는 오래도록 남게 될 것이다. 부디 좋은 결정이 나길 바란다. 선행은 선행을 낳는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행동이 더 큰 선으로 돌아오는 것은 진리다. 오후가 되니 부연 먼지 사이로 해가 얼굴을 내민다.
지난달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강화하는 초 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교권과 학생 학습권을 보호하는 전기가 마련됐다. 그렇지만 아직은 반쪽짜리다. 교권침해 가해학생 즉시 분리,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다. 교사 권한 확대, 교권 존중 문화 확산 등 근본적 관점에서의 대책도 함께 논의돼야 할 때다. 교권 보호가 곧 학습권 보호, 더 나아가 학생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교권 보호를 위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에 대해 모색하는 기획을 3회 연재한다. 편집자 주 교원의 생활지도권이 법적으로 인정되긴 했지만,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실효적인 조치방안을담고있는교원지위법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학교현장의 목소리가높다. 지난해 11월 대한교육법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가 발표한 ‘교사의 학생생활지도권 강화 입법 방향분석’을 살펴보면 이같은 대책에 대해 언급하고있다. 박 교수는 교사의 역할에 대한 규정을 ‘교육과정 운영자’에서 ‘학급경영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교사의 역할을 지금보다 더 상세하게 법에 명시하고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등 학급경영을 교사의 역할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방과 후 이뤄지는 제반활동을 추가 근무 활동으로 인정하고, 필요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학급경영과 관련한 교사의 제반 노력, 시간 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에 교육과정 운영 이외의 활동은 하지 않으려는 교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사의 역할이 좁아지면 권한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악순환에 빠져들 위험에 처했다. 교원양성기관에서도 학급경영 관련 과목이 사라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초임 교사 시절 학급경영과 관련한 능력 편차가 심한 경우도 적지 않다. 박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활지도, 상담, 교실환경 경영 등 교원들이 학급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은 이 같은 주장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교원의 전문성을 인정한 권한 부여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다만 학급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책은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최재광 서울안평초 교장은 “전문직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병원, 변호사실을 운영하는 것처럼 교사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특색 있게 학급을 경영할 수 있는 권한 부여는 격상의 의미”라면서 “관련 예산을 늘리고, 그 성과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객관적 도구를 마련해야 한다. 학급경영을 잘하면 학교경영, 더 나아가 상급기관의 경영에도 참여할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광훈 서울 무학여고 교장은 “교육부는 교원이 학급을 체계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기본가이드를 어느 정도 마련해주고, 이를 자율적으로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순서 ② 학생 관리 전문인력 도입 ③ 사회부총리 역할 다해야
최근 교육부에서는 고교 내신성적 산출방식을 현재 중 1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언론에 발표했다. 현재 초‧중학교에서는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고 1학년만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계에서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정책 및 현행 수능시험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정책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내신성적을 절대평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상대평가로 교육 현장 왜곡 심화 또한, 현행 고 1학년만 상대평가를 실시하게 되면 1학년 성적의 영향력이 매우 커져 고교 입학 전인 중 3학년 과정에서 사교육이 과도하게 작용하게 된다. 또 고 1학년 때 석차 등급이 저조한 학생은 2~3학년 때 수능에만 몰두하게 되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중학교에서 수학과 영어를 잘하던 학생이 고교 입학 후 성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졸업생이 학교로 찾아와 “중학교 때는 수학과 영어 과목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상대평가를 실시해서 그런지 제가 받은 점수가 친구들의 성적에 따라 크게 변동돼서 공부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고 걱정도 많이 돼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었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핀란드 등은 상대평가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상대평가 제도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장을 오랫동안 왜곡시켜 사교육의 부작용을 불러왔고, 과도한 입시경쟁을 유발하는 도구로 작용해왔다. 그 결과 상대평가는 학생들의 다양한 배움과 호기심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결과 중심의 교육으로 인해 학교 수업 전반을 크게 왜곡시켜 논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 현장에서 절대평가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석차와 내신등급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지금의 모습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수업에서 과정과 결과를 모두 중시하는 교육환경이 조성될 것이고, 교육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심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성취)평가제가 그 취지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부작용 최소화해 도입해야 가장 시급한 것은 채점과 평가에 있어서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다. 일부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로 인해 고교 내신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대평가의 핵심은 내신성적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엄격한 내신 관리다. 다음으로는 절대평가를 넘어서 대학 입학시험, 즉 수능까지 일관성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독일,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내신성적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도 절대평가 제도를 일관성 있게 시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사 대부분은 고교 내신성적 절대평가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동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2025학년도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교장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학년부 소속으로 학생 생활지도에 열심인 선생님이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교칙을 자주 어겨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많이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담임의 생활지도가 공정하지 못해 지도에 따를 수 없으니 앞으로 학생을 지도하지 말고 전화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며 조언을 구했다.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학생에 피해 학교폭력으로 신고된 학생의 학부모는 왜 담임이 직접 전화를 하지 않느냐며 따지기도 한다. 학교에 직접 전화해 “왜 다른 사람이 전화하게 하느냐. 그런 일도 안 하면서 담임이라고 할 수 있냐”는 항의에 교감선생님이 면담을 하면서 달랜 일도 있다. 매우 화가 난 학부모가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목소리를 높인 일도 있다. 사연을 들어보니 학급 카톡방에서 담임이 자신의 자녀를 ‘빌런’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중학생에게 그런 용어를 쓰는 사람은 자격이 없으니 담임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메신저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함께 지칭돼 있고, ‘열심히 잘 해서 빌런을 탈출하길 바란다’는 담임의 글이 보였다. 앞뒤 말은 그 학부모에게만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일도 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들어왔으니 학교 입장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하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욕설이나 혐오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방과 후에 남아 경필쓰기를 한 일이 있는데 이것이 학생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민원내용을 듣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학년부에서는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 생활지도할 시간에 답변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생활지도부장으로 학생 생활지도 중에 생긴 일로 아동학대 소송에 걸려 1년여를 고생한 끝에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정년퇴임을 앞둔 교사의 안도하던 모습도 생생하다. 휴대전화를 걷는 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보내, 학교규정 제정 절차 등이 포함된 답변서를 요구하고, 정상적인 절차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사를 나와 규정을 바꾸라는 ‘권고’를 당하기도 했다. 과연 학교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소신을 갖고 교육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워진다. 학생들과의 갈등에 휘말리기 싫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어도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 교사들도 간혹 보인다. 현명한 행동이라고 칭찬을 해야 할지, 아니면 교사로서 더 책임감을 갖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하라고 해야 할지 고민되는 것이 안타깝다. ‘생활지도법’ 시행령 기틀돼야 이 모든 일이 최근 1~2년 안에 겪었던 일이다. 직접 겪은 일이 아니더라도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기사는 차고 넘치는 실정이니 지금의 학교는 생활지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지경이다. 그래도 지난 연말 희망적인 소식이 들렸다. ‘생활지도법’이 통과되면서 법령에 근거한 정당한 생활지도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관련법 시행령이 누더기 법령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수렴과 정치적 신념을 넘어선 합의를 통해 교육이 한 단계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틀을 함께 마련하길 바란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우리 사회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가상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생활이 익숙해진 세상. 교육계도 예외가 아니었고, 학교는 ‘성큼 다가온 미래’를 준비 없이 맞이해야 했다. 교육부는 2011년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 실행계획’을 통해 △디지털교과서 확대 및 적용 △온라인 수업·평가 활성화 △교육콘텐츠 자유 이용 및 안전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학교·교실은 더디게 변화했고 교육환경 준비가 미흡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학교와 교실은 순식간에 온라인 학습체제로 빠르게 전환됐다. 팬데믹으로 교육혁신 기회 맞아 과거 교사의 중요 목표는 교육과정에 담긴 지식 전달이었다. 지금은 △지식의 공유 및 여러 콘텐츠의 효과적 재창출이 중요해지고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학생과 디지털 매체 등의 상호작용을 설계하고 연결하며 △학습코칭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강조되는 뉴노멀이 진행되고 있다. AI, 빅데이터를 통한 학생 개개인의 수업내용에 대한 이해도에 맞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핵심은 교사의 역량 개발일 것이다. 지난 기간 학교 현장은 전쟁터와 같은 혼란이 있었지만, 이는 교육의 위기이자 기회다. 교육의 뉴노멀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현시점을 교육혁신으로 이끄는 건 바로 교사의 손에 달려있다. 실력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춘 교사들은 바뀐 교육혁신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블렌디드 러닝 환경에서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학습자료들을 제공하고, 학생이 능동적으로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교사에겐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교육과정 운영에 전면적으로 SW와 AI 프로그램 운영, 학생들과의 소통 능력 등이 필요하다. 이제 학교는 자율적인 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자기 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동계 방학에 접어들었다. 교육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방학 중에 교사들이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지만 학기 중 연가를 거의 쓸 수 없는 교사들이 자기 계발을 위해 연수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새로운 자극 받아들여 변화해야 각 시‧도교육청 교육연수원, 민간 연수원뿐만 아니라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여러 연수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교총 온‧오프라인 연수원에서도 온라인 강좌를 통한 수업혁신, 인문교양, 학교안전 등의 연수를, 오프라인을 통한 이론과 실습을 함께 해볼 수 있는 강좌가 개설돼 있다. 또한 2030 젊은 교사를 대상으로 ‘힐링 캠프’를 통해 레포츠, 교직꿀팀, 교실 속 레크레이션 등 공감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학교라는 틀 속에서는 급변하는 사회적 여러 현상을 접하기 힘들다. 바뀐 교육환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다양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교사 스스로 체화되어 쌓인 경험과 인식을 학생들을 향한 생생한 교육으로 연결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교사가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할 때 교육 현장도 더욱 풍성하게 변화될 것이다.
올해부터 공립 온라인학교가 신설되고,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이 전면 시행된다. 교육공무원 공무상 질병휴직과 가사휴직이 확대된다. 교육부는 5일 ‘2023년부터 달라지는 교육제도’를 안내하고, 전 부처 공동으로 ‘2023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공립 온라인학교 신설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전면 시행 ▲교육공무원 가사휴직, 공무상 질병휴직 확대 ▲장애대학(원)생 지원체계 강화 ▲초·중학교 입학생 예방접종 완료 여부 확인 절차 간소화 ▲교육급여의 급여형태가 계좌이체에서 카드 포인트로 개편 ▲각종학교도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 ▲원격대학의 박사학위 및 전공심화과정 운영 가능 ▲학점은행제 학습자 학자금 대출 지원 ▲국립대병원 융합의학 전문인력 인재 양성 가능 등이다. 올해 안에 대구·인천·광주·경남에서 공립 온라인학교가 신설된다. 온라인학교는 교실과 교사 등을 갖추고 소속 학생 없이 시간제 수업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로, 고교생에게 다양한 과목을 시간제 수업으로 제공한다. 4개 교육청은 학교 신설 준비를 거쳐 교육과정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추후 운영 모형을 개발해 타 시·도에 연차적으로 확대하게 된다.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이 시행됨에 따라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진단과 지원이 강화된다. 모든 학교는 새 학년 시작 후 2개월 이내에 체계적 진단을 통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학습지원대상학생)을 선정한다. 정규수업에서는 협력수업, 에듀테크 활용 개별화 지도 등 다양한 수업모델을 통해 보정지도가 이뤄진다. 교내 협의회가 설치돼 교육복지·위기학생 관리 등 학교 내 사업과 연계한 복합적 지원도 제공된다. 교육(지원)청 학습종합클리닉센터(170개소), 외부 전문기관(의료·상담 등)과 연계해 심층적 진단과 맞춤형 지원도 확대된다. ‘교육공무원법’ 개정으로 오는 4월 19일부터 교육공무원의 가사휴직 사유에 ‘직계존비속의 부양·돌봄이 필요할 때’가 추가된다. 그동안 ‘사고·질병에 따른 간호’ 때만 가능했다. 공무상 질병휴직 기간도 2년 연장된다. 공무상 부상·질병으로 인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경우 휴직이 현행 3년에서 총 5년까지 가능해진다. 원격대학(한국방송통신대학 및 사이버대학)에서 박사학위 및 전공심화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원격대학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임에도 일반대학과는 달리 석사과정만 운영할 수 있는 특수대학원 설치만 가능했으나, 이제 ‘일반대학원 및 전문대학원(의학·치의학·한의학 및 법학 전문대학원 제외)’까지 확대돼 박사학위과정도 운영 가능하다. 또한 2년제 사이버대학에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전공심화과정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추진할 교육개혁 4대 분야, 10대 핵심정책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4대 개혁분야(학생맞춤, 가정맞춤, 지역맞춤, 산업·사회맞춤)를 발표했다. 학생을 시작으로 가정, 지역, 사회등 점진적으로 맞춤형 정책을 짜겠다는 것이다. 4대 개혁분야를 토대로 마련한 10대 핵심정책은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 도입 추진 ▲교실 수업 획기적 전환, 학교 자율성 확대 등 학교 교육력 제고 ▲교사 수업 전념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 마련 ▲유보통합추진단 설치 ▲늘봄학교 도입 4개 내외 시·도교육청 시범운영 ▲지역과 대학의 자율성 보장 ▲5개 내외 지자체와 라이즈(RISE) 시범 추진 ▲학교시설 복합화 지원 ▲국가차원 첨단분야 인재양성 체제 본격 운영 ▲교육감 선거제 변경 등 교육개혁 입법 등이다. 특히 교사 수업 전념 지원을 위해 교육현장, 교원단체들과 함께 교육활동 보호 강화, 학교행정 업무경감 및 교원인사제도 개선 시안을 8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교육개혁을 통해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을 이루겠다”며 “올해는 10대 핵심정책에 대한 시범운영을 통해 우수모델을 발굴하고 내년부터 전국 확산 및 현장 안착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개혁 과제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수평적 협력 파트너십 하에 꼼꼼히 실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이 교육에 달려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국정의 1순위, 그 가운데서도 교육부의 제1순위 추진 업무 내용은 ‘교원의 교육 전념 여건 마련’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총이 올해 목표로 잡은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한 생활지도권 법제화 완성, 비본질적 교원행정업무 폐지, 모욕 평가로 전락한 교원평가 폐지에도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교육부의 주요 추진 정책에 대해서는 ▲고교학점제, 에듀테크 활용 수업 등에 대비한 정규교사 확충 ▲유치원의 유아학교 명칭 변경 ▲늘봄학교 추진 관련 학교 및 교원 업무부담 제로화 등을 촉구했다. 또한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러닝메이트제도 도입 추진에 대해 교총은 “지난 4차례의 교육감 선거를 거치면서 현행 직선제는 과도한 조직‧비용 부담으로 교육전문가인 교원의 출마를 사실상 차단했다. 오히려 정치 선거, 비리 선거, 진영 대결의 장으로 얼룩지는 민낯을 보여줬다”면서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는 선거 방안을 모두 열어 놓고 지금부터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초엽 작가의 폭식하는 책 읽기 부재함으로써 마침내 존재를 증명하는 어떤존재, 그것은 반드시 인간을 닮은 존재일 필요는 없다. -29쪽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인간이 아님에도 부재함으로써 그 존재를 증명하는 어떤 존재 - 나에게는 기르던 개와 고양이가 그러하다. 제대로 된 이별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픈 존재들이다. 아주 오래 전 단독주택에서 기르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순천의 사택 아파트로 가며 어쩔 수 없이 형님댁에 맡겼던 시베리안 허스키였던 토실이. 녀석은 떠나버린 가족을 그리며 며칠 동안 밥을 먹지 않고 울부짖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목줄을 풀고 달아나버린 것. 주인을 찾아 내가 살던 한옥집에 갔을 것이다. 이미 집을 팔고 이사를 간 주인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어느 골목을 떠돌다 누군가에게 키워졌기를 바랐던 영리하고 하얗던 녀석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정말 미안하다! 토실아! 집사 노릇을 제대로하지 못한 미안함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 사후 세계가 있다면 너에게 꼭 사죄하고 싶구나. 다시 광주로 왔을 때 토실이를 잊지 못해 사들인 개는 퍼그종이었던 '이티'다. 퇴근 길 대인시장에서 만난 녀석은 500그램 짜리로 한 손에 들어갈 만큼 앙증맞고 귀여웠다. 현금 20만 원을 금방 찾아들고 가서 충동적으로 사들였다. 그러니 반려견에 대해 집사가 알아야 할 상식을 공부하지 못한 내 잘못은 시행착오로 이어졌다. 녀석을 중성화 수술해줘야 하는 것도, 날마다 산책을 시켜야 한다는 것도 모른 무식한 집사였으니, 무조건 예뻐하고 사료 대신 식구들이 먹는 음식을 주었으니 정말 잘못한 게 많았다. 반려견도 교육을 시키고 해줘야 할 일이 많다는 걸 뒤늦게 알고 후회했다. 녀석도 단독주택에서 몇 년을 기르다 다시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농장으로 팔려갔다. 내가 알면 마음 아파할까 봐 이사하기 전에 남편이 몰래 싼값에 팔아버린 것. 성대수술을 하지 않았으니 아파트에 가서 큰 소리로 짖으면 민폐를 끼친다며 팔았다고 했지만 녀석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하고 힘들다. 이젠 사진으로만 남아 벽에 걸려 있는 그리운 '이티'야, 너에게도 정말 미안해! 그 뒤로는 개를 키울 생각을 못하고 산다.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끝까지 책임을 지을 수 없다면 기를 생각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 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존재감을 일깨워주며 죄책감을 안겼다. 지금도 나는 내가 밑천 없는 작가라고 느끼지만 예전만큼 그것이 두렵지는 않다. 이제는 글쓰기가 작가 안에 있는 것을 소진하는 과정이라기보다 바깥의 재료를 가져와 배합하고 쌓아 올리는 요리나 건축에 가깝게 느껴진다. 배우고 탐험하는 일, 무언가를 넓게 또는 깊이 알아가는 일, 세계를 확장하는 일.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쓰기의 여정에 포함된다. -42쪽 작가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내 생각에 재능과 노력 중후자의 비중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결과물을 낸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그러하다. 소질과 재능을 발견했음에도 그 분야로 갈 길을 내지 못하거나 노력을 다하지 못하면 이룰 수 없으니. 김초엽 작가는 그가 쓰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그 속에 파묻혀 사는지 이 책에 그가 읽고 소개한책들이 말해준다. 어떤 책들이 우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세계로 이끈다면, 책방은 그 우연한 마주침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좀 더 많은 책이 그렇게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하면 좋겠다. 우리 각자가 지는 닫힌 세계에 금이 간다거나 하는 거창한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는 조금 말랑하고 유연해질 것이다. 어쩌면 그냥, 그런 우연한 충돌을 일상에 더해가는 것만으로 충분할지도. -234쪽 이 책은 폭설이 내리는가 싶더니 쌀가루 같은 가랑눈이 오전내내내리던지낸해 말에 읽던 책이다. 그런 날은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 없던 상상력도 내리는 눈의 속도에 맞춰 생각날 듯하여 자판 앞에 얼른 앉았다. 눈 때문에 기압이 낮아진 탓인지 머리가 아프던 날. 아침 커피를 마신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커피를 찾았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다는 건 이미 카페인 중독이다. 하루 한 잔으로 버티려면 인내심이 필요했다. 참으려 하면 더 집착하게 되므로 그냥 마시고 말았다. 그렇게 폭설이 내린 크리스마스가 얼마만일까? 즐거운 추억보다는 아프고 시린 기억이 더 많은 날임에도 마음만은 아직 젊은지 감상에 젖었다. 교회를 떠난지 10년이 넘어서 이제는 주기도문조차 까먹을 판인데,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나보다. 고흥성당 사택에서 파이프 오르간 반주자로 살던 시절, 성가대 신자들에게 성가를 가르치던 그 시절이 참 아름다웠다. 내 몸의 두 배쯤 되는 성가대원의 우렁찬 성량에 압도되면서도 연습 시간이 참 좋았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성당이라 신자수는 많지 않았지만 사랑이 많은 분들이었다. 한국인 신부가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멕시코 신부님은 한국말을 곧잘 하시던 웃음이 많던 분이었다. 성당 관사에서 살았던 나는 신부님과 차담을 나누는 일도 많았다. 성당의 자잘한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그 성당에서 혼배미사를 치렀기에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저장된 그 시절의 풋풋함이 그립다. 이건 순전히 폭설이 가져온 장기기억의 반출이다. 성당의 반주자가 필요했던 터라 나는 내신 서류도 내지 않고 고흥읍으로 발령을 받았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교육장님과 사도회장의 결속으로 이루어진,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인사였다. 초임지를 쫓기듯 떠나오면서 아이들도 나도 많이 울었다. 두고 온 내 반 아이들은 6학년이 되었지만 일요일이면 단체로 몰려오곤 했다. 그것도 자신들이 직접 캔 바지락을 한 양동이씩 들고서. 아이들 점심을 해먹이려면 집안의 그릇들이 다 나왔다. 자취생 살림이니 그릇이 많지 않았으니. 요즘 같은 일회용 그릇이 없던 시절이니.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몰려오기를 반복했던 그 시절의 아이들은 이제 50대 중반을 행해 가고 있다. 때로는 그 아이들 결혼식 주례를 서주기 위해 서울로, 진주로, 고흥으로 달려갔다. 잘들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4학년 10월 말에 처음 만났던 그 아이들은 아직도 초등학교 4~6학년에 멈춰 있다. 48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하나도 많다고 생각되지 않았으니 신기한 추억이다. 첫사랑의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가장 많이 생각나는 제자들이다. 폭설이 내린 날 도서관 신간서적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이 책 덕분에 오래 전 추억들이 책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책이 귀했던 그 시절에는 도서실도 학급문고도 없어서 읽을 책이 궁했다. 나를 성당으로 데려가기 위해 공을 들이던 사도회장이 서점을 운영했는데, 그 분 덕에 우리 반 교실에는 100여 권이 넘는 학급문고를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폐교된 바닷가 마을 그 학교는 아직도 그리운 이름으로 남아있다. 뇌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 개념이 없는 모양이다. 어제 일처럼 선명한 기억이라니! 우주에서 바라본 작고 푸른 점, 행성 지구에 관해 칼 세이건이 했던 말을 나는 자주 떠올린다. "그 작은 점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일한 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창박한 푸른 점) 그리고 우리가 위대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단지 이 작은 행성의 일부에 불과하기에, 살아가는 동안 이 행성의 이웃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빚지고 있기에, 우리가 지닌 좁은 이해의 영역을 계속해서 넓히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방법을, 상상하고 또 읽는다. -38쪽 SF 작가로 이름을 날리는 젊은 작가의 솔직한 고백을 담은에세이, 작가의 상상력은 다양한 책을 폭식하듯 읽어낸 그 지식이 싹을 틔워 일궈낸 열매라며 겸손해한다. 요즘 말로 핫한 젊은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책이다. 작가 지망생들의 교과서인지 언론에 많이 회자되는 이름이다. 나는 신문에서 그가 쓴 리뷰를 읽고 스크랩해둔 책이 신간으로 나와서 읽게 된 책이다. 그러니 우연은 아닌 셈이다. 얼마나 많은 책을 폭식하듯 욱여 넣듯 읽어야 하는지 온통 책 이야기로 가득하다. SF 소설이 대세를 이루는 요즘, 김초엽 작가의 책을 읽으며 젊은 작가들의 내밀한 공간을 들여다 보는 듯한, 그의 서재와 작업 공간이 보일 듯한 상상도 즐거웠다. 자신의 글쓰기는 다른 작가들이 내준 책이라는 선물 덕분에 지식의 공간을 채워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기폭제가 되어준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데서 많은 공감을 얻을 듯하다. 겸손함이 주는 미덕을 잘 아는 영리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놀랍게도 그는 석사 출신의 공학도이며 청각 장애를 이긴 작가라는 점에서 소수자를 대변하는 감성도 충만하다.
돼지우리 대신 스톨에서 마치는 돼지의 일생 지난해 12월 3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네, 면서기입니다'의 저자 이우주 씨의 '비건이 반달리즘이다?'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모두의 생명을 존중하는 비거니즘을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파괴하는 반달리즘으로 지칭한 '비건이 종교가 되면'이란 칼럼에 대한 반박 글이었다. 이우주 작가는 '고기로 태어나서'를 쓴 한승태 작가의 글을 인용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어서 읽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한승태 작가는 자신이 일한 돼지농장의 스톨(임신돈을 고정하는 틀)은 어른 팔 정도의 길이에 돼지가 고개도 돌릴 수 없는 정도의 폭이었다고 한다. 돼지들은 그곳에서 일어나지도 눕지도 못한채 정신장애 행동을 보이다 3년을 살고 처분된다(돼지는 10년을 살 수 있다)는 것. 그 농장에서 임신돈이 땅을 밟는 순간은, 분만하러 오가는 20분씩1년에 두 번이었다는 것. 나는 개인적으로 돼지고기를 매우 좋아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돼지고기 음식을 좋아하셔서 자주 먹은 덕분이다. 그런데 저 기사를 읽고 한참을 울었다. 그동안 내가 먹은 돼지고기를 떠올리며 나를 위해 죽은 돼지들에게 미안하고 불쌍했다. 나는 그동안 돼지들이 자유롭게 자란 최소한 자기 몸 크기보다 몇 배는 되는 우리에서 살았을 거라는막연한 생각을 했으니. 결혼 초기부터 돌아가실 때까지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그 시절엔 자가용이 귀했던 터라 시외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었다.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오후 6시 퇴근하던 시절이니 집에 들어오면 7시가 넘곤 했다. 하루 종일 불편한몸으로 외동딸을 기다리며 좁은 신혼집에 살던 아버지. 퇴근이 늦어지면 나는 항상 돼지고기를 사갔다. "아버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해드릴 게요." "오냐, 고맙다!" 하시며 시장기를 참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돼지고기에 딸려나오는 아픈추억이기도 하다. 살짝 치매 증상을 보이던 아버지는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일흔넷에 내 곁을 떠나가셨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이라 병원 치료도 못해 드린 불효까지 덤으로 딸려 나와 눈물샘을 자극한다. 지금 같으면 따로 방을 챙겨드리고 노인 돌봄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고 전문 병원을 찾아 치료했다면 좀 더 오래 사셨을 아버지. 기골이 장대한 아버지는 앉은 자리에서 돼지고기 서너 근을 너끈히 드실 만큼 건강하셨는데 허리를 다치신 후에는 급격히 늙어갔다. 걷지 못하니 모든 신체 기능이 급속도로 나빠지셨다. 어렸을 때옆집에서 기르는 돼지들이 제법 큰 돼지우리에서 자고 먹으며 지푸라기가 깔린 곳에서 잠을 자고 새끼를 낳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동네에서 나오는 남은 음식물을 모아다 끓여서 먹이던 이웃집 아주머니는 그 돼지들을 빗자루로 쓸어주고 청소도 자주 해줬다. 내 상식으로는 돼지는 지능도 높고 깔끔하다. 그런 돼지가 하루종일 눕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분비물을 밟고 서서 살아야 하니 얼마나 불행했을까! 죄책감을 안고 먹는 육식이 내 몸과 영혼에 좋을 리 없어 내가 먹어왔던 돼지들이 저렇게 열악함을 넘어 비참한 환경에서 스톨에 갇혀 먹고 싸며 3년 동안 앉지도 못한 채 서서 생존하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기사는 참으로 슬픈 기사였다. 계란을 생산하는 목적으로 길러지는 닭들도 예외는 아니다. 겨우 A4 한 장 크기의 틀에서 먹고 자고 싸며 밤낮으로 오직 알만낳다가 폐닭의 신세가 된다. 값싼 가격으로 시판되는 계란이 바로 그렇게 생산된 알이다. 오직 인간의 이기심으로 길러지는, 고기를 선호하는 인간의 욕망을 위해 제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죽음으로 제 몸을 보시하고 떠나는 인간의 육식을 위한 생명들에게 밀려오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에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아무렇지 않게 저 생명들의 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행복함을 누려 왔음이 부끄러웠다. 그러기에 부처님은 피 흘리는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셨나 보다. 생명을 불쌍히여기는 그 자비심의 발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 기사를 읽은 뒤 나는 마음 편하게 돼지고기 요리를 하기 힘들어졌고 훨씬 덜 먹게 되었다. 갑자기 육식을 포기하는 비건을 선택할 용기는 없으니 서서히 줄여가는 것으로 나 자신과협상을 하는 중이다. 나이가 들수록 육식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려는 내 몸의 변화 때문에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고기를 찾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사 한 꼭지가 안겨준 돼지와 돼지고기에 대한 지식은 나의 식생활의 방향을 바꾸게 한 것이다.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한 기사였다. 인간을 위해 고기로 죽어갈 운명일지라도 살아 있는 동안만은 그래도 동물로서 존중 받는 삶을 위한 '동물복지'는 비건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 지구에서 오직 인간만이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다른 생명체를 오직 도구로만 인식하는 인간 위주의 삶의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개를 학대하고 버리는 행위, 기르던 반려 동물을 함부로 버리고 가학적인 학대를 일삼는 폭력,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아 아파트에서 던지는 무서운 집사 등뉴스에 등장하는 동물학대만으로도 인간의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내가 값싸게 먹는 돼지고기가 그 좁은 스톨에서 학대 속에 억지로 비육돈의 일생을 마친 결과물이라는 뒤늦은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는 작은 행위가 이전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되는 길이다. 학대 속에 슬픈 삶을 마감하며 인간을 원망할 줄도 모르고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그 많은 돼지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다행일까. 억울함을 안고 죽어간 그 고기에 맺힌 한을 알면서도 맛나게 먹을 용기가 없어졌다. 인간은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의 식탁에선 최소한의 육식으로, 되도록 적은 양으로, 먹기 전에 돼지를 위한 작은 기도와 감사가 생길 것 같다. 당장 대형마트 코너에서 돼지고기를 사들이는 횟수를줄였다.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 것이다. 나 한 사람이 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 리는 없다. 행복하게 살다간 돼지가 인간에게도 행복한 먹거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한恨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책 제목만 보아둔 '육식의 종말'을 읽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는 고기 단백질이 아닌 대체 단백질 섭취로 식생활을 바꿔 갈 생각이다. 그렇다고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살 자신은 없지만. 죄책감을 안고 먹는 돼지 고기가 내 몸에 좋은 기운을 가져올 리 없다. 그것 또한 스트레스가 분명하다. 알고서 행하는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먹고 살 게 없다고 항변하고 싶지 않다. 육식을 거부한 채 채식 위주로 사는 불가의 승려들이 수명이 짧지 않고 오히려 길다. 자신을 닦고 명상과 수행으로 비움의 삶을 살며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다른 생명을 해치면서까지 죄책감을 안고 식탐에 빠지지 않은 덕분이 아닐까 유추해본다.
김포시 우옥자(필명 우남정) 전 운양고교장의 인생2막은 전업시인. 1막은 국어교사와 두 딸의 어머니로,지금은 종심(從心)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그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과 역경을 딛고 시대의 격랑 속에서 자신을 생각한 겨를이 없이 살았다.이제 시인으로서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시인으로서의 삶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일상은 배우자 간병과 시 쓰기와 독서 등이다.우 시인을 만나 그의 작품 세계를 들어보았다. 시인으로서의 약력을 소개한다면?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65세의 나이로 본격적인 등단을 하였는데‘김포문학상’대상,매일신문‘시니어 문학상’을 수상하였고,시집 두 권을 냈다. 2020년에『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와 작년11월에『뱀파이어의 봄』을 출간했다.『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는 한국예술위원회의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되어2쇄 1000권을 전국도서관에 배부했다.이번에 나온『뱀파이어의 봄』은 김포문화재단의 출간지원금을 받았는데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신춘문예 당선 이전에 등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04년에 교사들과 문학동아리‘글샘’을 만들어 시공부를 했다.그 당시 지역교육청 장학사로 교사들로 자신의 특기 신장 의미로 시작했다.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매년 동인지를 만들었는데 2022년에19집을 발간했다. ‘글샘’의 시작이 아마도 시인의 길로 가는 발원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2008년에다시올문학이라는 문예지의 신인상을 받았다.그러나 시가,시인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그저 문학이,시가 좋아서 시작한 것 같다. 신춘문예 도전 동기와 당선작‘돋보기의 공식’을 소개하면? 신춘문예의 도전은 그동안의 삶의 관성이라는 생각이다.나 역시 모든 문청인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신춘문예 등단의 꿈을 키웠다.등단작‘돋보기의 공식’은 돋보기를 쓰고 거울을 바라보았을 때 발견한 낯선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의 황폐함과 보이지 않는 상처를 응시하게 되었다.마치 금이 가 있지만,아직은 깨지지 않은 채 그간의 모양을 지탱하고 있는 그릇처럼,우리 모두 자세히 보면 수많은 주름과 아문 상처가 보일 것이다. 시인이 되기까지 준비과정은? 퇴직 앞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답게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등을 생각하다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편입학했다.국어국문학 전공,국어교사 경력을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했다.이것은 무엇보다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를 요구했다.변화와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른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고 인식과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등단 이후 활동상은? 신춘문예 당선은 시인으로서 시작이지 훈장은 아니다.그래서 이 분야의 왕초보이므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한국문인협회,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다양한 문예지에 신작시를 발표했다.경희사이버문인회,글샘,전망,시for.net등 동인활동도 아주 열심히 했다.등단 후2020년과2022년에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북콘서트나 북토크,낭독회 등 독자와의 만남도 열심히 했다.무엇보다 많은 시인들과의 새로운 만남과 교류가 큰 즐거움 이었다. 출간한 시집과 내용을 소개하면? 이번에 출간한 시집『뱀파이어의 봄』은2020년부터3년간 쓴 작품을 묶었다. 2020년1월에 북인도, 네팔 여행과 코로나19가 이 시집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또 이 시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1부는 죽음에 대한 고통과 희망 2부는 다양한 관계의 존재 방식3부는 그러한 관계 속에서도 사랑을 실현하는 모성에 대한 시들이다.그러나 그물처럼 엮인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인과와 종속,그리고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서로 고통을 주고받으며 사랑과 희망을 찾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독자에게 자신의 시 세계를 소개하면? 제1집 해설을 쓴 오민석 평론가는“일상 속에서 사물과 인간의‘진지한’존재론을 끄집어내는 기법은,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우남정의 독특한 시적 전략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이번 출간한 시집『뱀파이어의 봄』의 해설을 쓴 이성혁 평론가도“존재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시적 진실에 이르는 과정이‘일상적인 인식을 낯설게 만들고 새로운 인식’으로 이끈다"고 평했다.사물과 대상에 대해서 사유가 깊다는 평을 자주 듣는데 젊은이에게 보기 힘든 늙은이만이 누릴 수 있는 관조와 달관의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어교사 출신인데 사이버대학에서 공부한 이유는? 국어국문학과 졸업과 대학원에서 국어교육 전공,국어교사로서 막상 시를 쓰려고 보니 시 창작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새로운 문학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었고,시작법이라든가 현대시를 이해하고 시 창작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정년을 몇 해 앞두고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편입학했다. 시인으로서의 보람과 어려운 점은? 시인으로서의 달라진 삶은 아름다운 인생이다.문학의 본질이 삶에 뿌리가 있기 때문에 삶의 다양한 면을 관찰하고 사유를 확장할 수 있다.시창작은 미적인 감각과 세상을 바라보고 향유하는 힘을 길러 준다.정신적으로 강건하며 젊은 감성과 예민한 감각을 유지하여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신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어려운 점은 고정관념과 관성,타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자칫 신파나 넋두리에 빠지기 쉽고 사물이나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 새로운 감각과 시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밖에 하고 싶은 말씀은? 나이가 자랑이 아니라는 생각,인생2막은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본다.종심(마음을 쫓는다)은 공자가“70세가 되어 뜻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다”에서 나온 말인데 시를 쓰는 것이 자신을 돌아보고 사유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찾는 일이라면,바로 그것이 종심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이제 재물이나 이익,명예를 위해 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즐기고 그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학교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1일 신년사에서 “임기를 시작한 지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며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자율, 균형, 미래’의 정책기조 위에 교육 현안을 살피면서 새로운 경기교육 정책을 설계하고 기초를 놓는 소중한 기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경기교육의 중심은 학교”라며 “새해에는 그동안 준비한 내용을 학교 현장에 안내하고 실행해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부터 학교의 자율 예산을 확대한다.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가 본연의 활동에 충실하도록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1인 1기기 스마트 단말기 보급, 인공지능 기반의 교수학습 플랫폼 구축으로 AI 튜터가 학생 맞춤형 학습과 교사의 수업·평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인성에 기반한 학력 신장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새해는 인성 기반 학력 신장의 원년, 디지털 기반의 미래 교육, 희망사다리 교육 복원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지난해 11월 문을 연 ‘부산학력개발원’을 중심으로 학생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해소한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학생 맞춤형 학습 지원 시스템인 ‘부산학력향상지원시스템(BASS)’을 개발하기 위해 학력개발원 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올해 29억 원을 투입한다. 인성 함양을 위해 등교 후 20분간 체육 활동을 하는 ‘아침 체인지 사업’도 추진한다. 강원도교육청은 △튼튼한 학력 기반 조성 △자기주도적 진로역량 강화 △상호 존중의 인성교육 실현 △차별과 소외가 없는 교육복지 △학교와 현장 중심의 교육행정 등을 정책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학력 신장을 위해 ‘더나은학력지원관’을 운영한다. 학생 성장을 위한 맞춤형 학습을 지원해 학교 교육력을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대입 수시와 정시 합격률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고교학점제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수능형 평가 문항 제작 및 지역별 진학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2023년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며 교육청의 신년 화두 ‘매사진선(每事盡善)’을 제시했다. 신 교육감은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강원교육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충북도교육청은 가장 큰 현안으로 ‘학교 교육 정상화’를 꼽았다.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은 신년사에서 “2023년은 새로운 충북교육이 온전히 새롭게 출발하는 첫해”라고 강조하면서 “교육가족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조직문화의 획기적인 개선을 꾀하고 충북교육의 가장 큰 현안인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통해 새로운 충북교육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우선,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AI 기반의 다차원 학생 성장 플랫폼을 활용한 진단 및 피드백을 강화하고 학생 성장 맞춤형 기초학력 책임 지도제와 교육 회복 현장지원단 운영, 위기 학생 단계별 상담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또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교실 수업을 개선하고 현장 중심 학교 지원을 강화한다. 이 밖에도 △전인적 인재 육성을 위한 인성·시민교육 △미래희망을 열어가는 창의인재 양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충북형 온마을 배움터 조성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윤 교육감은 “5대 영역, 46개 실천과제의 공약 실행을 위해 올해 2852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존 스타인벡 지음|로버트 카파 사진 러시아 저널은 소설과 기록사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가슴 설레는 저작이다. 분노와 포도와 에덴의 동쪽으로 너무나 유명한 존 스타인벡과 20세기 가장 유명한 종군 사진기자이면서 스페인 내전 당시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담은 사진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카파의 협업이 낳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저널은 2차 세계대전이 이제 막 끝난 1947년 소련을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가 2달간 머물면서 전쟁이 남긴 상처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특별한 저작이다. 전쟁을 다룬 책이라고 해서 진지하고 고통스럽지만은 않다. 절친한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는 마치 톰과 제리처럼 아웅다웅 다투기도 하고 장난도 주고받는다. 그리고 비참한 시절이지만 당시 소련 사람들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아름다운 사연도 가득한 책이다. 과거 기록에서 현재를 보다 러시아 저널을 읽다 보면 신기할 정도로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현재 모습과 데자뷔처럼 똑같다. 당시 러시아는 독일에 침략받은 피해자였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가해자라는 사실만 다를 뿐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을 벌이고 있는 푸틴은 침략을 부인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과 러시아 미래 안보를 위해서 특별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마치 전쟁을 러시아 국민이 원하고 있고 러시아 국민을 위해서 치르고 있다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존 스타인벡은 1947년 러시아가 입은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가 만난 모든 사람은 전쟁을 혐오하며, 러시아인들은 다른 모든 사람처럼 평화와 안전을 원하고 있다.’ 전쟁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그런데도 왜 통치자들은 전쟁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는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지도자에 복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는 존 스타인벡과 함께 소련을 방문했으며 기자 생활 내내 전쟁터를 누비면서 전쟁의 비참함을 알린 로버트 카파가 1954년 월남전 종군기자로 활약하다가 지뢰를 밟고 세상을 떠난 비극으로도 잘 알 수 있다. 전쟁 원하는 국민은 없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는 독일 군대로부터 극심한 공격을 받지 않았다. 유럽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모스크바는 독일과 전쟁을 치를 때 최전선이 아니며 수도이기 때문에 방어 체계가 잘 갖춰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 스타인벡을 만난 모스크바 시민은 혹시 미국이 전쟁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전쟁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충분히 겪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서 방금 죽은 동료가 흘린 피에 손을 녹였다는 소련군의 증언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참하다. 전쟁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본산이자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건축물인 키예프 페체르스크 라버라는 전쟁 중에 독일군의 약탈 대상이었다. 독일군은 이 건축물에 있던 수많은 보물을 약탈했고 약탈을 숨기기 위해서 폭격을 가해 건축물 자체를 파괴했다. 천년을 버텨온 문화유산이 전쟁으로 인해서 한순간에 파괴됐다. 전쟁으로 인한 문화재 파괴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2022년 6월 유네스코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문화 유적 152곳이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유보된 교육활동보호 조례안을 올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3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밝혔다. 가장 먼저 언급한 내용은 교권보호였다. 조 교육감은 “교사의 교육활동 지도권 혹은 넓은 의미의 교권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선생님들이 온전히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보호 조례) 보완 작업과 후속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활동보호 조례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감과 학생·교직원·보호자의 책무를 규정한 내용이다. 지난해 서울시의회 심의만 남은 상황에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아 유보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회복 예산’ 790억 원을 투입한다. 기초학력 저하, 학습 결손 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밀착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원 자격 소지자나 예비 교원을 ‘학습지원 인력(튜터)’으로 선발한다. 학교 내에서 지도가 어려운 경우에는 서울학습도움센터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서울 초등학교 입학생이 학교생활에 필요한 준비물을 갖추도록 1인당 5만 원의 예산을 학교에 지원한다. 조 교육감은 “교육 불평등 해소는 공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초등학교 신입생의 학교생활 준비물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3월부터 공립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 시간도 오후 8시까지 확대된다. 565개 학교 돌봄교실의 모든 학생에게 무상 간식도 지원한다. 맞벌이 학부모의 간식 준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6월까지 스쿨존 등하굣길 안전 전수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자사고·외고 존치 추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와 외고를 존치하고 내신 절대평가와 결합한다면 부정적인 의미에서 파격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와 해외의 법·제도 및 현황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시행되면서 저작권 분쟁을 우려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교육부 조사에서는 교사의 45%가 원격수업의 가장 큰 부담으로 ‘저작권’을 꼽았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원격수업에서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한 국가다. 하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현재의 법과 제도는 교사들에게 많은 제약과 부담을 주고 있다. 수업 목적이라 해도 이용 방법을 엄격히 규제하고 인터넷에서 이중 삼중의 과도한 보호조치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용자인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현상 때문이다. 이에 기획 ‘수업 속 저작권, 이대로 괜찮나’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국내와 해외의 법·제도, 현황을 알아보고 학교 현장이 겪고 있는 문제와 개선점을 살펴본다. 기사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원격수업을 위한 저작물 이용 환경 개선방안 고찰’ 이슈리포트에서 다룬 내용을 발췌했다. 편집자주 ‘일부분’만 사용이 원칙이지만 명확한 판단이나 가이드 없어 학생 외 동료 공유 허용 안돼 교사는 학교 수업을 위해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 송신할 수 있다. 저작물의 성질이나 이용목적 및 형태에 따라 전부를 이용해야 하는 부득이한 경우 ‘전부’도 허용되지만, 이는 짧은 시나 사진, 그림과 같이 더 이상 분량을 나눌 수 없는 한정된 저작물에만 해당한다. 논문, 소설, 수필, 시 등과 같은 어문저작물의 경우 10% 이내 사용이 가능하다. 정기 간행물에 수록된 논문은 전체 이용도 가능하며 음악저작물은 전체의 20%(최대 5분)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악보 등은 절판으로 구매가 어려운 경우에 복제, 배포할 수 있으며 영상저작물도 전체의 20%(15분) 이내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들은 교사가 개인적으로 판단하기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학교 수업에서는 짧은 시가 아니더라도 기사, 에세이, 짧은 영상·음원, 악보 등 전부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런 저작물이 수업을 위해 전부 이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전문 기관의 명확한 판단이나 가이드가 없어 저작물을 이용해야 하는 학교로서는 어려움이 여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저작물이 포함된 수업자료는 인터넷 배포를 포함해 학생들에게는 가능하지만 동일 수업 목적이라도 동료 교사들에게 배포·공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수업의 범위는 학교 운영계획에 따라 실시되는 정규 교과 수업 외에 방과 후 수업, 창의 재량 수업, 동아리 활동도 포함된다. 또 대면 수업뿐만 아니라 원격수업에서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보상금 징수 규정이 없는 미국 영국, 교육부가 라이선스 체결 “교사에게 책임 물어선 안 돼” 그렇다면 해외의 저작권 법·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대면수업), 북유럽은 수업에서 저작물 이용을 허용하며 보상금 지급 의무 규정이 없다. 이에 비해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원격수업)은 의무 규정을 통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라이선스 협약에도 가입해 사용료를 추가로 낸다. 먼저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학교 교육을 위한 제한 규정을 별도 조항으로 두지 않고 ‘공정이용’과 ‘특정 실연 및 전시에 대한 면책’에서 수업목적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2002년에는 원격교육을 위한 TEACH법을 제정해 원격수업에서의 저작물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 저작권법의 특징 중 하나는 학교 교육을 위한 저작물 이용 가이드라인이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문과 음원(최대 30초), 영상(최대 3분)은 10% 이내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국은 수업목적을 위한 보상금 징수 규정이 없다. 일본은 국내법 체계에 많은 영향을 주는 국가인 만큼 닮은꼴이 많다. 다만 우리가 2006년 법 개정을 통해 원격수업에서의 저작물 이용을 일찍 허용한 것과 달리 일본은 2018년에야 저작권법을 개정했다. 보상금 관련해서도 대면수업에서는 의무 규정을 두지 않고 원격수업에서는 보상금을 징수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권리자와 이용자 간 원격수업 보상금 기준을 타협하지 못해 아직 보상금을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초중등 수업목적 보상금을 도입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근대 저작권법을 제정한 국가로 학교 교육을 위한 법정허락이 존재하지만 ‘라이선스에 의한 계약이 이용 가능한 경우 법정허락보다 우선 한다’는 현실적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영국 교육부는 초·중등 공립학교의 저작권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10개 집중관리 단체와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학교에서 서적, 신문, 악보, 방송물, 음악, 영화 등을 이용하고 있다. 법정허락이 보상금 없이 1년간 저작물의 5% 이내 이용을 허용하는 반면 라이선스는 학생 1인당 9400원을 지급하고 양적 제한 없이 이용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업 목적의 보상금 징수나 라이선스 등 제도 도입에 앞서 이를 통해 학교 교육에서의 저작물 이용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무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은 “저작물 허용 범위와 경계가 모호해 선생님들이 해당 여부를 일일이 구분하고 따져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처럼 모든 판단을 교사에게 맡겨놓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묻는 식이어서는 선생님들이 수업에서 마음 편히 저작물을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최근 대구·인천·충북교총의 신임 회장이 임기를 시작했다. 본지는 신임 회장들에게 앞으로 활동 계획과 비전을 들었다. Q1. 주력 활동 Q2. 지역 교육 현안과 해결 방안 Q3. 신임 회장으로서 비전과 계획 등 공통 질문을 했다. 편집주 주 “교권 침해 예방에 전방위 노력” 권택환 대구교총 회장 A1. “교총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무엇보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교직 환경을 되찾아 드리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취임식을 시무식으로 대체하고 경비를 대구교총 교권 기금으로 전환해 교권 보호 확립에 힘을 보태는 것부터 시작했다. 학교는 커지고 선생님의 자리는 작아지는 현실에서 선생님이 자긍심을 갖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여건 조성에 집중할 것이다.” A2. “매년 갈수록 교권 침해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교총에서는 회원의 교권 보호를 위해 한국교총 교권옹호기금과 별도로 대구교총 교권 기금 조성·지원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대구교총으로 접수된 교권 침해 사건 대부분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인 교사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증가하는 교권 사건은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적극적인 대처만큼이나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대구시교육청과 협의하고 교권 침해 사전 예방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할 것이다.” A3. “평교사 13년, 교육부 전문직 13년, 교육대학 교수 10년의 현장 경험과 한국교총 회장직무대행, 대구교총 부회장 등을 통해 쌓은 전문성과 행정력을 살려 회원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실현해 나갈 것이다. 우리 교육의 힘은 선생님의 힘에서 나온다.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교권 보호와 회원 권익·자긍심 고취, 그리고 풍요로운 복지 보장을 위해 대구교총은 회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혁신학교 운영 개선 요구할 것” 이대형 인천교총 회장 A1. “많은 회원이 부족한 제게 더 잘하라고 다시 기회를 주셨다. 교총의 힘을 발휘하라는 회원의 열망으로 생각한다. 교총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학교 현장에서 우리 선생님들이 보람을 느끼며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재선인 만큼 선생님들이 만족하고 의지할 수 있는 교총이 되도록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이다.” A2. “인천지역의 교육 현안은 우선, 인천형 혁신학교가 행복배움학교에 치중돼 다른 학교가 상대적으로 재정·행정 인력의 불평등을 겪고 있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인천지역 혁신학교는 주로 비선호 지역과 낙후지역 학교를 지정한다. 혁신학교에 배정되는 막대한 예산이 적은 수의 학생들에게 쓰이면서 상대적으로 지원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혁신학교 운영의 득과 실을 명확히 하고 재검토를 거쳐 혁신학교의 수를 감소시키거나 예산편성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다. 인사 정책도 문제다. ‘제 식구 챙기기’ ‘감싸기’ 인사 정책으로 인천교육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사람들이 소외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교육감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변화가 없어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자 한다.” A3. “많은 수는 아니지만, 교총 회장 출신 교육감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다행스러웠다. 교육 현장을 바르게 보려는 교육 가족의 성원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은 안타깝게도 좋은 기회를 놓쳤다. 현장 교육 전문가가 지역 교육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나설 수 있도록 교총 회원의 긍지를 모으는 일에 더욱 전념하려고 한다. 특히 교총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홍보를 통해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회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 모색 집중” 김영식 충북교총 회장 A1. “과거 모든 시·도교총의 상황이 비슷하겠지만, 충북교총 역시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나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퇴임하는 회원 수 대비 신규 회원 수의 급격한 감소는 회세 위축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조직의 힘은 안정적인 인력공급과 탄탄한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나온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해결 방안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A2. “훼손된 교총의 지향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무엇보다 학교 현장의 고충을 해결하고 회원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과 공감에 근거한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3. “우리는 현재에 안주한 삶은 퇴보의 시대를 살게 된다는 교훈을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일신우일신이 요구된다. 충북교총의 수장으로서 회원들만 바라보고 달려가겠다는 초심을 견지하고 행동으로 실천해 결과로 보답하고자 한다. 특히 여느 조직이 그렇듯, 우리 교총도 한 개인의 것이 아님을 모두가 명백히 알고 있다. 작금의 시국이 혼란스러워도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겠다. 그래서 선배들이 지키고 키워온 교총을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후배로 기억되고 싶다.”
비거니즘 (에바 하이파 지로 지음, 장한라 번역, 호밀밭 펴냄, 448쪽, 2만2,000원) 비거니즘 문화와 정치를 이론적으로 섬세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비거니즘이 단지 식습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식물 기반 자본주의가 ‘식습관 그 이상’으로서 기나긴 역사를 지닌 운동을 ‘그저’ 식습관으로 축소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채식주의가 아닌, 가장 실천적인 사회운동으로서의 비거니즘을 만나보자.
코로나19로 시작된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과 전면적인 원격수업으로 인해 디지털역량이 부족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교육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지난 2021년 학부모와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표 1 참조), 응답 교원 중 78.9%, 학부모 중 62.8%가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하였다. 교육격차 문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대전환시대를 맞이하여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교육부는 2022 개정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디지털소양을 강조하였다. 디지털소양은 여러 교과를 학습하는 데 기반이 되는 기초소양으로서 디지털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천재지변이나 감염병으로 인해 원격수업이 시행되어 교육격차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으므로,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교육격차 해소방안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디지털기술로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격차 원인별 구체적인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격차는 인지적 능력이나 학습경험 부족, 학습부진의 누적, 정서적 안정 부족과 같이 개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가정환경·학교환경·지역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교육격차를 해소하려면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부모·교사·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최근 대면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수·학습활동에 디지털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면 학생은 언제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고,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격차 해소는 디지털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나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1대1 맞춤형 교육이 민간교육기관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공공기관에서도 ‘똑똑! 수학탐험대’, ‘AI 펭톡’, ‘EBS 단추 시스템’ 등이 운영되고 있다. AI는 학습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현황을 진단·예측·처방할 수 있다. 이러한 AI를 활용한다면 교사는 학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데이터로 표현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이나 감정적 변화를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도가 필요하다. 셋째, 에듀테크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민간교육기관은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개별화교육을 유료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교육기관에서도 이러한 디지털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적용함으로써 공교육과 사교육 간의 교육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디지털기술 개발은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급변하는 디지털기술에 발맞춰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에듀테크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교육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적인 효과가 입증된 에듀테크 실증학교나 소프트랩을 우선적으로 저소득층 자녀나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적용함으로써 교육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넷째,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위한 공유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초학력 관련 사이트들은 여러 정보시스템으로 분산되어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하고, 각각의 정보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정보시스템 간에 학습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려면 데이터 표준과 함께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개발이 필요하다. 다섯째,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1인 1기기 정책과 연계한 교육격차 해소방안이 필요하다. 최근 여러 시·도교육청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디지털기기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로 학습한다. 개인의 학습데이터가 수집되어야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별화된 교육서비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1인 1기기 정책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별화학습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여섯째, 보급된 디지털기기를 교수·학습활동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교원과 학생들의 디지털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정보교육은 실과와 학교 재량시간을 통해 34시간 추진될 계획이다. 그러나 34시간만으로 학생들의 디지털역량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교 재량시간을 통해 정보교육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시대에는 디지털기술의 격차가 곧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교육격차는 곧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