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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기행문 ‘금남표해록’

광주 무양서원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에 있는 무양서원은 중국 3대 기행문으로 손꼽히는 금남표해록을 쓴 탐진 최씨 최부 선생 등을 모신 서원이다. 탐진(耽津)은 전라남도 강진의 옛 이름이다. 최부 선생은 33살(1486)에 과거에 합격하여 정5품 벼슬 홍문관 교리를 거쳐 34살(1487)에 도망간 노비를 잡아들이는 추쇄경차관의 임무를 맡아 제주도에 갔다가 섣달그믐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복을 갖춰 입은 최부 선생은 정월 초하룻날, 초상을 치르려는 급한 마음에 풍랑이 심해 배를 띄울 수 없는데도 강제로 배를 띄웠다. 그런데 최부 선생 일행이 탄 배는 추자도 근처에서 큰 파도에 휩쓸려 먼바다로 빨려 들어가 돛이 부서지고 물이 스며드는 등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풍랑이 멈추고 바다가 잔잔해지자 배에 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불평하였다.

 

“뭍에서 제주로 갈 땐 광주 무등산과 나주 금성산에 제사를 지내고, 제주에서 뭍으로 나올 땐 이도동의 광양당, 고산리 차귀당, 용담동 내왓당 등에서 제사를 지내고 뱃길을 나섰는데 경차관은 큰소리치며 신을 믿지 않아서 우리가 이렇게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최부 선생은 이들을 달래며 제주도 남쪽의 동중국해를 떠돌다가 중국의 저장성 영파에 도착하여 뭍에 오르려 하자 사람들이 말을 하였다.

 

“경차관께서 상복을 벗고 관복을 입어 조선의 관리로서 위엄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함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를 떠돌게 된 것은 하늘이 시킨 일이고,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는 것도 하늘이 시킨 일이다. 부친상을 당한 내가 어찌 거짓으로 행동할 수 있겠는가?”

 

최부 선생은 상복을 입은 채, 명나라 관청을 찾아가 도움을 부탁하였고 그들의 안내로 북경으로 길을 잡았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상복을 입고 장례 예절을 지키는 최부 선생 등 조선 사람들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이것이 이야깃거리가 되어 명나라 황실까지 알려지자 영종 황제가 자금성으로 불러 이를 칭찬하게 되었다.

 

“황제 폐하를 뵙게 되면 큰 선물을 내릴 것이니 관복으로 바꾸어 입으시오.”

 

“나는 상복만 겨우 입고 바다로 나와서 다른 옷은 없고 또 상을 당하여 다른 옷을 입는 것도 예절에 맞지 않습니다.”

 

“명나라에서는 상복을 입고 황제 폐하를 뵐 수 없소. 그러니 상복을 벗고 황제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며 절해야 하오.”

 

“조선에서는 부모의 장례는 정성을 다해야 하는데 화려한 옷을 입으면 부모님을 위한 일에 어긋나니 어찌 상복을 벗을 수 있겠습니까?”

 

“명나라에서는 황제 폐하께서 선물을 보내면 초상 중이더라도 반드시 옷을 갈아입고 대궐에 들어와 절하고 나와서 상복을 다시 입소. 당신은 여기서 관복을 입고 들어가 절을 하고 다시 이곳에서 상복을 입으면 되오.”

 

최부 선생은 제주도를 떠나 136일 동안 8,800여 리를 걸어 무사히 돌아와 조선 선비의 학식과 행동을 명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풍습을 기록한 책을 쓰니 이것이 ‘금남표해록(錦南漂海錄)’인 것이다.

 

무양사(武陽祠)는 굳세고 보배로운 햇볕이라는 뜻으로 광주의 옛 이름 무진(武珍之陽)에서 따온 것이다. 호남지역 향교의 특징은 대성전과 명륜당이 마주하는데 무양사와 이택당도 마주하고 있다. 이택당(以澤堂)에는 이택당(麗澤堂) 현판도 걸었는데 여러 개의 못물이 오가며 맑아진다는 뜻으로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리(麗)는 고울 ‘려’가 아니고 붙어 있다는 뜻의 ‘리’로 쓴 것이다. 늘 정확하게 하라는 유정유일(惟精惟一)과 크고 강하며 마음이 곧은 기운이라는 태화원기(泰和元氣) 글도 함께 걸었다. 끝없이 노력하라는 성지재(誠之齋)에는 형제의 정이 있고 높은 관직에 오르라는 자형황율(紫荊黃栗)과 때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급시면학(及時勉學) 글이 있다. 공부는 즐거운 것이라는 낙호재(樂乎齋)에는 봄에 꽃향기를 멀리 보낸다는 춘산방화(春山芳華)와 평상에 앉아 단풍을 구경한다는 노상추수(老床秋樹) 글이 보인다.

 

이곳에는 연꽃을 새긴 돌, 탑의 지붕돌 등을 주춧돌로 사용했는데 아마 절집을 옮겨와 지은 것은 아닐는지? 주련 중 장사는 고창군 무장읍의 옛 이름으로 무장현감을 지낸 유희춘으로 해석하였다. 소무는 소무목양(蘇武牧羊)에서 나온 것으로 ‘소무가 양을 기른다’는 뜻이다. 소무는 한나라의 사람으로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붙잡혀 큰 움 속에 갇혀서 혹독한 굶주림에도 굴복하지 않고 한나라의 신하로서 굳건한 태도를 보였다. 오경박사는 시·서·주역·예기·춘추 등 다섯 가지 경전에 능통한 분을 두어 제자를 가르치고 유교를 보급하는 제도였다. 청나라 건륭황제가 지은 시는 모두 34,160여 수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시를 남겼으며 세계에서도 가장 시를 많이 쓴 시인이다.

 

 

무양사

扶綱常於欲墜之地 存社稷於旣亡之秋

- 부강상어욕추지지 존사직어기망지추

豊功偉業終不可泯 淸德大義久而益揚

- 풍공위업종불가민 청덕대의구이익양

明洞冶牧仗義松岳 乙巳網羅皆知宗匠

- 명동야목장의송악 을사망라개지종장

志邁羲農韜跡光山 長沙芬苾大振文風

- 지매희농도적광산 장사분필대진문풍

瀋陽抗節蘇武畵圖 海東有光乾隆詩句

- 심양항절소무화도 해동유광건륭시구

跋涉死地亦能華國 力扶大義竟成仁域

- 발섭사지역능화국 역부대의경성인역

 

도덕이 땅에 떨어진 이때 삼강오륜을 세우고

나라의 존망이 중요할 때

왕실을 굳게 지키네.

넉넉한 공과 큰 업적은 사라지지 않고

맑고 어진 성품과 큰 의로움은 오래도록

전하는구나.

 

고려의 야은 길재와 목은 이색은 개성에서

선비의 의로움 지켰고

1927년 을사년에 누구나 아는 성리학의

스승들을 이곳에 모셨네.

뜻을 멀리 복희와 신농황제에 두니 감춘

자취는 광산 고을이오

무장현감 유희춘을 모시니

학문을 존중하는

풍습이 크게 일어나네.

심양에서 꿋꿋한 태도를 보인 ‘소무’는

초상화를 그렸고 조선에도 빛나는

글 있으니 청나라 건륭황제의 시와 같네.

죽음을 밟아 헤치고 다니면서도 조선의

이름을 빛냈고 큰 의로움 세워 마침내

어짊을 실천하는 나라로 만들었네.

 

 

이택당

丕顯元精五星南聚 用扶吾道百川東流

- 비현원정오성남취 용부오도백천동류

采術規模金管銀管 會同朋友南蘭北蘭

- 채술규모금관은관 회동붕우남란북란

淵源有來洙泗濂洛 講誦無斷禮樂詩書

- 연원유래수사렴락 강송무단예악시서

 

크고 맑은 별 다섯이 남쪽으로 모이니

좋은 일이 있고

우리의 유교는 모든 하천이

동쪽으로 흐르듯 함께 하네.

모아서 쓴 글들은 서로서로 문화가

잘 어울렸고 같은 생각을 한 친구들이

남쪽과 북쪽에서 모여드는구나.

유교의 근원은 공자로부터 주돈이와

정호·정이 형제로 이어졌고

예절과 음악, 시와 글씨 등 익히고

외우는 것이 끊임없이 이어지네.

 

松寒竹翠四時感觀 山高水長一辭歎詠

- 송한죽취사시감관 산고수장일사탄영

永世克禋丹心靡懈 俊義相襲靑域以寧

- 영세극인단심미해 준의상습청역이령

 

겨울에도 변치 않는 대나무와 소나무의

푸름을 늘 바라보며 강보다 길고 산보다

높음을 한마디로 감탄하여 노래하네.

정결히 제사 지내는 일은 정성을 다해

어긋나지 않게 하고 뛰어난 분의 의로움을

이어받아 조선이 평안하게 되었네.

 

성지재

曰仁曰義前後同揆 地靈攸毓相得英才

- 왈인왈의전후동규 지령유육상득영재

天秩惟叙自任斯道 自東自西遠近畢來

- 천질유서자임사도 자동자서원근필래

 

어짊과 의로움은 선배와 후배가 지키는

것이고 좋은 땅에서 서로 뜻이 맞는

뛰어난 인재 기르는구나.

하늘의 질서에 법이 있으니 유학의 도리를

스스로 지키고 동쪽과 서쪽, 가깝고

먼 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이네.

 

낙호재

喬嶽泰山擧世景仰 同墜遺緖於萬於千

- 교악태산거세경앙 동추유서어만어천

惟欽先謨弗三弗二 光風霽月曠代相傳

- 유흠선모불삼불이 광풍제월광대상전

 

태산같이 높은 산처럼 세상 사람들이

존경하고 남겨 주신 배움을

천년만년 동안 함께 전하리.

선생의 가르침을 존경하여 다른 길로

가지 말고 맑은 날 바람과 달처럼

비교할 수 없어 대대로 전하네.

 

삼오문

天下共由之路 古今同得之理

- 천하공유지로 고금동득지리

 

하늘 아래 사람들이 같이 가야 할 길은

예나 지금이나 함께 터득한 도리뿐이구나.

 

서원 밖

詩書遠慕殷周日 絃誦定知鄒魯風

- 시서원모은주일 현송정지추노풍

先生在座咺譁息 弟子入門揖讓同

- 선생재좌훤화식 제자입문읍양동

 

시와 글은 멀리 은나라와 주나라의 것을

따르고 음악과 글 읽는 소리는

맹자와 공자가 즐기던 것이라.

선생님이 계시면 시끄럽게 않게 조용히 하고

학생들이 공부하러 오면

서로 인사하며 도와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