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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평]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 ③ 홍익인간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핵심 인재상은 ‘홍익인간’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1])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우리나라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 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은 고조선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말로,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경제와 사회, 복지와 정의, 교육 등 인간의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끊임없는 개선과 향상을 지향하는 사회적·실천적인 개념이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의 최고 이념으로 윤리의식과 사상적 전통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네이버 백과사전).


‘널리 이롭게 하라’는 의미의 홍익(弘益)은 ‘평등하고 넓게 도와라, 행복하게 해주어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인간 사회·공동체라는 의미의 ‘인간(人間)’은 ‘나’에 대한 ‘남’의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홍익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인본주의나 인간존중· 복지·사랑·봉사·정의·민주주의·공동체정신·평화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수업시간에 ‘홍익인간’이란 인재상이 학습내용과 어우러지는 수업을 경험해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홍익인간’이란 개념이 너무 거대하다 보니 각 교과를 담당하는 교사들이 1차시의 수업 속에 이것을 녹여 넣을 엄두가 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식민지배국과 피지배국의 뚜렷한 교육과정 차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필자는 세계 주요국들의 교육과정과 수업활동 관련 자료들 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식민 지배를 당해본 경험이 있는 나라들과 식민 지배를 해본 나라들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재미난 경향성을 발견하였다. 부연설명하자면 한국·필리핀·인도 등과 같이 다른 나라의 식민 지배를 당해본 나라의 매 차시별 교육활동들은 지식과 기능으로 시작하여 지식과 기능으로 마무리되는 반면, 일본·미국·영국 등과 같이 다른 나라를 식민 지배해본 나라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국가 수준의 인재상을 전제로 민족적 우수성과 자부심, 그리고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소프트 스킬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정보기술 발달과 더불어 세계화와 정보화란 단어로 전 세계 나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보화와 세계화에 대한 개념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이를 국정의 기저철학으로 출범한 우리나라의 문민정부는 아이러니하게도 IMF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그렇다면 식민지배국과 피지배국 사이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주관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 나라들은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면서 획득한 식민지를 영구적으로  지배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점령한 나라의 교육에서 소프트 스킬보다는 자국내의 친구나 또래들을 경쟁 대상으로 설정하여 지식과 기능을 겨루도록 하는 교육을 전개함으로써 저항세력을 원천 차단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국의 교육에서는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전제로 마음을 교육하는 ‘소프트 스킬’을 강조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자국의 청소년들을 다양한 분야의 인재로 양성하여 식민 지배국의 지도자로 파견시키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에 굳이 친구나 또래들과 경쟁을 부추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사회를 견인할 인재상으로 충분한 의미가 내포된 ‘홍익인간’을 국가 교육과정의 최상위 개념으로 설정해두고서도 활용하지 못한 채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생들이나 교사 모두가 지식과 기능으로 시작해서 지식과 기능으로 끝나는 수업을 지금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없으면 몰라도 제1차 교육과 정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견인해오고 있는 총론에는 ‘홍익인간’이란 네 글자가 분명하게 우리 교육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인간과 관련된 영문 표현으로는 인도·박애주의(humanitarianism)와 이타심(altruism)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이타심의 관점에서 홍익인간과 관련된 소프트 스킬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류청산(2016)은 요인분석을 통해 홍익인간과 관련된 8개의 소프트 스킬을 <표 1>과 같이 제시하였다. 표의 왼쪽에 있는 일련번호는 서열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홍익인간을 표현하는 소프트 스킬 중에서는 1~2위에 랭크되 어 있는 ‘힘이 되어주는(Supportive)’과 ‘세심하고 배려 있는(Sensitive)’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에서 홍익인간을 구현하기 위한 시나리오 1

국어나 사회와 같이 발표가 많은 교과에서는 ‘들어주기 → 공감하기 → 도와주기’의 단계별 학습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이타적 행동’을 경험하게 한다. 집단학 습이 이뤄지는 교실에서 학생들의 역할은 일반적으로 1명의 지도자와 대다수의 지 지자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연유로 이타심과 관련된 소프트 스킬들이 자연스럽게 발현되기보다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러므로 내재되어 있는 이타심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는 우선 다른 사람의 발표내용을 경청하는 ‘들어주기’ 교육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어떤 학생이 발표하면 ‘들어주기’ 를 한 학생이 앞서 발표한 학생의 의견과 근거를 재정리하여 발표하게 한다. 그러면 다른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 타인의 말을 잘 들을 수 있 는 능력은 어렵지 않은 능력이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쉽게 놓칠 수 있으므로 가장 먼 저 경청하는 습관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타인의 말 속에 내포된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하는데, ‘공감하기’는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방안 중 하나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자신이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느껴 보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활동으로는 연극을 예로 들 수 있다. 연극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맡은 배역을 통해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가급적이면 이미 짜인 대본으로 참여하는 연극보다 창작극을 해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가지고 함께 시나리오를 짜고 다른 친구가 되는 배역을 맡아 연극을 한다면 반 친구들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 을 것이고, 나아가 타인의 감정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계 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극이 좀 부담스럽다면 친구들과 함께 동화 이어쓰기·시 쓰기·팀워크를 요구하는 단체 운동하기 등을 활용하여 다른 친구들과의 공감 능력을 높일 수도 있다.


‘들어주기’와 ‘공감하기’는 수동적인 상태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로 ‘도와주기’ 활동을 통해 이타심 관련 소프트 스킬을 완전히 체득하게 한다. 하루에 5명 씩 ‘도우미’ 학생을 정해서 모두가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 위기를 조성해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도와주는 것을 부 끄러워하는 경향(shyness)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행동으 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도우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자연스럽게 도와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교실에서 홍익인간을 구현하기 위한 시나리오 2

국어나 사회와 같이 발표가 많은 교과에서는 ‘나 사용법 → 타인 사용법 → 공동체 사용법’의 단계별 학습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이타적 행동’을 경험하게 한다. 이타심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교육과 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육목표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자신의 소중함을 아는 것은 매 우 중요하다. 자신을 알아야 자기의 의견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 사용법, 타인 사용법’을 자유롭게 써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자신이 어떤 말을 들으면 속상한지, 어떠한 보상을 좋아하는지, 화가 났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이를 계기로 친구와 바꿔보면서 궁금한 것을 서로 물어보 게 한다. 그다음으로는 공동체 사용법을 써보게 한 다음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짝이나 모둠별로 토론해보게 한다. 친구가 화났을 때는 어떠한 말을 해야 할까? 어떠한 말로 친구를 기분 좋게 할 수 있을까? 등과 같은 의견을 교환하면서 이타심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말과 행동을 체험하게 한다.


이렇게 해서 정리된 나와 타인 및 공동체 사용법을 학급 게시판에 붙여 놓고, 반에서 갈등 상황이 벌어지거나 의견을 모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바로 활용해볼 수 있도록 한다. 사건의 당사자가 있다면 그들이 서로 왜 화가 났는지를 ‘나 사용법’ 종이를 통해 바꿔 보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 후 ‘공동체 사용법’에 맞게 화해의 말을 건네고, 갈등을 조절해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이타적 행동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재건을 위해 소홀했던 의식과 가치

인정이 많고 평화를 사랑하는 성품을 지닌 우리 민족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잘 하지 못한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홍익인간’이란 인재상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리의 경제와 산업 기반은 초토화됐지만, 지난 60여 년 동안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눈부신 경 제성장을 이뤘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회학자들은 ‘한국이 얼마나 부자나라인지를 진정 한국인들만 모른다’라는 표현을 가끔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러시아보다도 앞선다. 그동안 경제 재건을 위해 소홀했던 의식과 가치를 되돌아볼 시점이 되었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홍익인간’이란 인재상이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실천해야 한다. 지 난 60여 년 동안 잃어버린, 아니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이타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가 나서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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