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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동물들 (1) 징그러운 구렁이와 두꺼비는 누구일까?

김정금의 옛날 옛날 이야기

전래동화를 포함한 대부분의 옛이야기 속에는 늘 동물이 나온다. 아예 ‘우화’의 형식으로 동물 자체가 주인공이 돼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설·민담·전래동화 등 옛이야기에는 교훈과 미담의 동물이 아니라 매우 상징적으로 동물들이 배치 되고 있어 사람의 심리가 동물들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살필 수 있는 좋은 모티브가 된다.


동물에게 투영된 ‘낯섦’과 ‘공포’의 심리

일반적으로 동양의 전래동화에는 호랑이와 여우 등이 많이 나오고, 서양의 경우엔 늑대와 개 등이 많이 나온다. 물론 소나 새, 물고기 등의 등장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는데 보통 서양의 경우는 암소가 많이 나오고, 새 역시 동양보다는 서양에서 조금 더 자주 확인된다. 그러나 물고기는 우리나라의 ‘잉어공주’, ‘용궁공주’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서양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확인되는 듯하다.


사실 전래동화 등 옛이야기 속의 여러 소재들, 이야깃거리들은 동양과 서양을 일괄적으로 묶어 분석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비교 문화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온 역사가 다르고 문화적 풍토가 다르고 실제 자연환경에서도 분명한 다름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분석의 잣대로 전래동화 전체를 바라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공통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것은 ‘낯선 것’, ‘두려운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보통 ‘공포’란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출발한다는 말처럼 ‘낯설다’와 ‘두려움’은 분명한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프로이트도 이 문제에 주목한 적이 있는데 그의 <두려운 낯섦 (uncanny)>이라는 논문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잠깐 들여다보자.


‘두려운 낯섦’이라는 감정은 공포감의 한 특이한 변종인데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오래전부터 친숙했던 것에서 출발하는 감정이다. 어떻게 이러한 것이 가능할 것인가, 어떤 조건들이 주어졌을 때 친숙한 것이 이상하게 불안감을 주고, 공포감을 주는 것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모든 ‘새로운 것’ 즉, 낯선 것이 모두 공포를 자아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분명히 익숙한 것인데 그 안에서 어떤 낯섦이 도출될 때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쥐 이야기’가 이에 합당한 이야기다. 아이들에게는 ‘사람으로 변한 쥐’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진 내용이기도 한데 그 중심 내용을 대강 추려보면 이렇다.


어느 양반집에 시집을 간 며느리는 우연히 아궁이에서 밥을 하다 쥐 한 마리를 만난다. 배가 고파 보이는 그 쥐가 가여웠던 며느리는 매일 조금씩 밥을 주게 되는데, 어느 날 보니 쥐가 며느리 자신으로 변해 있는 것이다. 결국 누가 진짜냐 가짜냐 논란이 벌어지고 억울하게도 진짜 며느리가 쫓겨나게 된다. 그 후 며 느리는 간난신고를 겪다가 노파로 변한 고양이를 만난다. 결국 그 고양이의 도움으로 가짜를 몰아내고 진짜 자기의 자리를 찾게 된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옹고집전’이라는 고소설에도 있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돼 온 이야기로는 ‘밥알’ 대신 며느리의 손톱과 발톱을 먹고 변신한 쥐 이야기 등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또 놀랍게도 인도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는데 주인이 집을 떠나고 없을 때를 틈타 그 주인으로 변신한 쥐가 주인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때도 역시 고양이의 도움으로 이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분명히 익숙하고, 친숙한 것인데 묘하게 낯 설고 그래서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이 프로이트가 말한 ‘두려운 낯섦’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옛이야기들 속에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하는 ‘두려운 낯섦’의 장치들이 매우 많이 나온다.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특히 그렇다. 그리고 그 동물은 대체로 쥐·구렁이·뱀·두꺼비 등 조금은 ‘징그럽다, 꺼림칙하다, 무섭다’ 등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동물들이 많다. 한국 전래동화 중 매우 유명한 ‘구렁덩덩 신선비’를 하나 더 살펴보자. 아이들에게는 보통 ‘구렁이가 된 선비’, ‘구렁이 신랑’, ‘뱀에게 시집간 딸’ 등으로 알려진 이 이야기는 일종의 이물교혼 즉, 다른 ‘종’과의 혼인담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마치 서양의 신화 ‘에로스와 프시케’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잃어버린 신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더 유명하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자식도 없이 가난하게 살던 어느 할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에게 태기가 있고 곧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가 구렁이였다. 이 할머니의 옆집에는 부자 대감이 살고 있었는데 대감에게는 딸이 셋이었다. 할머니가 아이를 낳은 것을 알고 세 딸이 구경을 왔는데 첫째와 둘째는 구렁이라는 것을 알고 도망쳤지만 셋째 딸만은 피하지 않고 “할머니 구렁덩덩 신선비가 참 예쁘게도 생겼다”고 말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 후 이 구렁이는 대감 집 셋째 딸과 결혼을 시켜 달라 조르게 되고, 결국 할머니는 부자 대감을 찾아 혼담을 넣는다. 물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첫째, 둘째 딸들은 모두 징그럽다며 거절을 하고 셋째만이 허락을 한다.


첫날밤에 이르러 구렁이가 목욕을 하자 갑자기 너무도 잘생긴 선비로 변했다. 그는 벗은 허물을 새색시에게 주며 “이 허물을 잘 보관해 주시오”라고 말하며 허물이 잘못되면 돌아올 수 없으니 꼭 잘 보관해 달라는 당부를 거듭한다. 그 후 신랑은 서울로 떠나고 새색시는 결국 언니들의 설득에 못 이겨 허물을 보여주게 된다. 이일로 인해 색시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떠나게 되는데 그 길이 너무도 힘들고 고된 노동과 고난의 길이 되고 만다. 그 후 신랑을 찾아 몇 가지의 시험을 거쳐 다시 잘살게 된다.


‘징그러운’ 동물들을 만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막 결혼한 여인 또는 이제 결혼을 앞둔 처녀라는 것이 흥미롭다. 사실 프로이트의 제자이면서 분석심리학을 정립한 융은 이 동화 속의 ‘징그러운’ 존재들을 인간의 내면 그림자 즉, 감추고 싶은 부분, 부정적인 부분,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정신분석의 다른 측면에서는 이들 동물을 ‘남성’의 상징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뱀·구렁이·두꺼비·물고기 등은 남성의 상징으로서 대부분 결혼을 앞둔 신부가 이들 ‘징그러운’ 동물을 외면하게 되지만 이후 첫날밤을 치르며 그 동물의 ‘사람으로 서의’ 본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 거의 클리셰(Cliché )처럼 등장한다. 이것은 결혼을 앞둔 여주인공이 처음 느끼게 되는 남성에 대한 두려움, 결혼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는 장치로서 처음엔 ‘두렵고 낯선’ 존재였던 ‘상대’가 동물처럼 느껴졌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이후 결혼의 의식을 치르고 드디어 한걸음 성장한 여주인공에게 보여지는 ‘동물’은 더 이상 ‘징그러운’ 상대가 아닌 한 명의 남성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시간엔 우리나라 동화에 많이 등장하는 호랑이 이야기와 서양의 동화에 등장하는 소와 한국의 동화에 등장하는 소가 어떤 의미와 상징을 가지는지 한번 살펴보자. 또한, ‘용궁공주’의 이야기를 통해 씨족사회의 공포를 이겨내는 그 시대 그들만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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