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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서 서울 상암중학교 교사

“미술시간에 영화를 만든다니까 좀 새롭나요?”

김경서 교사는 중학교 미술교사이다. 그런데 그의 수업시간이면 학생들은 시나리오 작가로, 카메라 감독으로, 또 영화감독으로 변신한다. 미술교과가 단지 조형 표현에만 국한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도입한 미디어 활용 수업이 교실 풍경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변화시킨 것이다. 학생들의 관심 분야에 따라 어떤 학생은 시나리오를 쓰고 또 다른 학생은 그림 솜씨를 발휘해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촬영장을 진두지휘하면서 ‘큐’ 사인을 외치는 감독까지, 수업시간은 그야말로 영화제작현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뜨겁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장 김경서 교사가 있다.


“2005년 서울 덕산중학교에서 서부영재교육원 미술영재반을 맡아 운영했어요. 미술영재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을 진행했죠. 그러면서 아이들의 시각을 넓히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수업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김경서 교사는 맹목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고 만들고 조각하는 미술수업이 아니라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아이들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절실하게’ 고민한 끝에 찾아낸 방법이 바로 영화제작과 애니메이션제작 등을 교과 과정에 녹이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2008년 미술수업에 ‘영상으로 이야기하기’라는 주제로 짤막한 영화 만들기를 시작했어요. 컴퓨터와 인터넷,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능성이 열려 있었어요. 아이들 역시 새로운 수업 방식에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했고요.”

물론 처음에는 좋은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시나리오 작성법이나 카메라 사용법, 영상제작방법 등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영상제작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면 1학년 학생들에게는 플립북, 페나키스토스코프, 칠판애니메이션, 컷아웃애니메이션 등의 애니메이션 수업을, 3학년 학생들에게는 단편영화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작성, 스토리보드 제작, 촬영, 소품, 음악과 효과 등의 제작, 컴퓨터실을 활용한 편집, 발표 등 일련의 영화제작 과정에 참여하도록 지도했다.
“영화제작을 지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시나리오 제작이었어요. 말하려고 하는 바가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너무 추상적이거나 거창한 이야기는 아닌지 점검하는 거죠. 아이들도 시나리오를 처음 쓰다 보니 초반에는 TV 드라마를 모방하는 작품이 주를 이뤘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걸러내고 아이들의 솔직한 삶의 이야기를 반영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했어요.”
김 교사는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만들 수 있는 내용, 다른 친구들이 볼 때 재미있는 내용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우선해서 강조했던 부분은 ‘너무 쉽게 도덕적 결론을 내리지 말 것’이었다. 절실함과 솔직한 감동을 표현하는 것을 영상제작의 우선순위에 두되, 결론은 감상자의 몫으로 남겨주자는 것이 그의 특별한 교수법인 것이다.

상암영상제, 우리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다!
지난 5년 동안 김 교사의 지도로 학생들이 제작한 작품은 약 400여 편이 넘는다. 차곡차곡 쌓인 학생들의 작품들을 종합해서 정리해 본다면 요즘 학생들의 고민과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집중이수제 시행으로 1학년과 3학년에 미술수업이 있어요. 1학년은 1분 안팎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데 아무래도 간단한 시놉시스를 가지고 애니메이션 기법 중심으로 만들게 돼요. 발단, 진행, 반전, 결론의 형식으로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심의 영상을 제작하는데 이것은 본격적인 단편영화 제작을 위한 기초 과정으로 볼 수 있어요. 그에 반해 3학년 학생은 보다 다채로운 주제로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죠. 3학년 학생들의 작품을 보면 성적 경쟁, 왕따, 친구나 선생님과의 갈등, 게임 중독 등 우리 아이들의 고민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때로는 황당하고 코믹한 생활 속 이야기도 있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열정과 비전도 만나볼 수 있어요.”
영상제작의 효과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물론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그것을 보는 친구들의 흥미와 공감 역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제작 과정에서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은 드라마,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친구가 처한 가정환경과 현재의 고민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게 된다. 이것 역시 영상제작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또 그는 학생들이 모든 활동에 앞서 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거치게 했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목표와 성과 등을 정리하고 발표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정리가 선행되는 것이다. 김 교사는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영상제작에 대한 의욕도 고취된다고 말한다.

이뿐이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 시나리오, 미술, 연기, 편집, 감독 등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단편영화 한 편을 완성할 때 얻게 되는 자신감도 소중하죠.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좋은 영화를 제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친구들 간의 협동심과 이해심도 커지는 것을 봤어요.”
언뜻 들어도 영상제작의 파급효과는 상당해 보인다. 때문에 김 교사는 이렇듯 아이들의 성장을 독려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된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상암영상제’를 기획했다. 1학기 미술시간에 제작된 영상 작품들을 2학기에 공모, 응모작 중에서 심사를 통해 7편을 선정하고 이 작품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지도를 하면서 완성도를 높인 작품들을 상암영상제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19일 개최됐던 상암영상제는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와서 볼 수 있도록 학생, 교직원, 학부모에게 참여를 유도한 결과 총 500여 명의 관람객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화감독 등의 외부 심사위원을 초빙하여 최우수작품상, 우수작품상, 연출상, 편집상, 미술상, 연기상, 시나리오상 등 부문을 나눠 심사하고 시상까지 했다. 최우수작품상 수상은 3학년 문혜원, 이예은, 정서윤 세 명의 학생이 제작한 작품 ‘인생은 롤러코스터’에 돌아갔다. 세 명의 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부터 촬영, 소품, 편집과정까지 담당했는데, 자신들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또 친구들의 공감도 이끌어냈다.
이제 겨우 2년을 시행했지만 상암영상제에 대한 학생, 학부모들의 관심은 매우 높아 이제는 전교생이 고대하는 학교 내 연중행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상암영상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을 봄으로써 자신들의 아들과 딸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됐다고 말하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영상제작이 갖는 의미에 대해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 김 교사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주고 있다.

즐거운 수업 위한 자기 계발
상암중 학생들은 누구나 졸업하기 전에 단편영화 한 편씩을 제작한다. 이런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닌 게 분명하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자아를 발견하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문화와 예술에 대한 미적 고취까지 성취할 수 있다는 데에서 영상제작의 궁극적 목표를 찾는다.
“교사가 갖추어야 할 최우선은 수업이죠. 수업이 즐거워야 학교에 오는 학생들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교사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해야 해요.”
그에게 영상제작은 즐거운 수업, 학생들의 재능과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업을 위한 고민의 결실로 볼 수 있다. 교사는 늘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직면해 있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김경서 교사. 그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영상제작수업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것이 그에게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육체적·정신적·시간적 희생을 의미한다 해도, 이것이 그가 교사로 살아가는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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