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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과 성격은 얼마나 유전될까

지능과 성격은 30∼50%가 유전에 의해 형성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격과 지능 관련 유전자는 점점 더 발현된다. 어렸을 적에는 유전적 영향이 20∼40%이지만 어른이 되면 40∼60%가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 어렸을 적에는 가정이나 학교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성인이 돼 독립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유전자가 고개를 드는 것이다.

신동호 | 과학동아 편집장 dongho@donga.com



환경이냐 유전이냐, 천성이냐 양육이냐. 성격과 지능은 유전되는 것일까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까? 지난 한 세기 동안 교육학자, 심리학자, 의학자, 생물학자들은 환경과 유전 중 어느 것이 성격과 지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가를 놓고 오랜 논쟁을 벌여 왔다. 불행하게도 이에 대한 연구는 과학적 타당성보다는 시대 상황에 끌려 다니며 변질됐다. 우생학(eugenics)이 탄생한 20세기 초반, 학자들은 유전자의 존재를 모르면서도 유전을 훨씬 강조했다. 반면 20세기 후반에는 혐오스런 우생학에 대한 반작용으로 양육 환경을 더 중시했다.

환경이냐 유전이냐, 천성이냐 양육이냐

유전 법칙을 체계화한 인물은 오스트리아의 신부 멘델이다. 그는 1865년 여러 세대에 걸쳐 완두콩의 형질이 후대에 전해지는 것을 보고 유전 법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 간 연구여서 잊혀졌다가 1900년에야 일부 학자들에 의해 재발견된다. 이 유전 법칙을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갈톤(1822∼1911)이 이어받아 행동과 유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우생학을 창시하게 된다.
하지만 20세기 초반의 유전학은 ‘우생학’이란 혐오스런 얼굴로 첫선을 보였다. 나치즘은 갈톤의 이론을 위험한 인종 우생학으로 변질시켜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유태인과 집시를 학살하는 데 이용했다. 히틀러 치하의 장애인은 거세의 대상이었다.
반면 막스와 스탈린 그리고 마오 쩌둥은 인간의 본성은 사회적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믿고 거대한 공산주의 실험에 들어갔다. 이들은 인간의 개인적 이기심은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믿었지만 결국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극대화해 온 자본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유전과 환경의 입장에서 볼 때 양극단에 섰던 극단주의자들이 역사를 불행의 길로 몰고 간 것이다.
나치즘에 맞서 개인의 개성과 자유주의를 표방한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유전보다는 환경을 훨씬 강조하는 풍토가 형성됐다. 여기에는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행동주의 교육심리학자인 B. F. 스키너(1904∼1990) 학습 이론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비둘기와 쥐에 대한 실험을 통해 어떠한 행동도 강화를 통해 학습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PAGE BREAK]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많은 교육 및 심리학자들도 미국에서 스키너의 이론을 배우고 돌아온 사람들이 많다. 국내 학자들이 본성이나 유전보다 환경과 양육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미국 학자들 사이에서도 환경보다는 유전을 강조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쌍둥이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지능과 성격까지도 유전의 영향이 의외로 높다는 측정 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격 및 행동과 관련된 유전자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어른 되면 유전적 영향 커져

쌍둥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양육을 통해 사람의 성격과 지능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생각되던 지능도 유전의 영향이 더 많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현재 쌍둥이 연구를 이끄는 양대 산맥은 미국 미네소타 대학과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이다. 한국쌍둥이연구센터 허윤미 박사(한성대 겸임교수)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수만 명의 쌍둥이를 조사해오다 귀국해 국내에서도 약 5000쌍의 쌍둥이를 연구하고 있다.
허 박사가 세계의 쌍둥이 연구 결과를 종합한 데 따르면 지능과 성격은 30∼50%가 유전에 의해 형성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격과 지능 관련 유전자는 점점 더 발현된다. 어렸을 적에는 유전적 영향이 20∼40%이지만 어른이 되면 40∼60%가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 어렸을 적에는 가정이나 학교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성인이 돼 독립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유전자가 고개를 드는 것이다.
쌍둥이는 일란성과 이란성 두 종류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똑같고 이란성 쌍둥이는 형제나 자매처럼 유전적으로 절반만 같다. 따라서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하면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허 박사가 만났던 일란성 쌍둥이인 제임스 스프링거와 제임스 루이스는 평생 떨어져 살았는데도 행동과 성격이 같은 대표적 사례이다. 한 살 때 다른 가족에 입양돼 39년 만에 재회했을 때 둘은 모두 이혼한 상태였다. 또한 둘 다 기계 디자인과 목공, 수학을 좋아하고 주량과 흡연량도 비슷했고 하루 중 두통을 느끼는 시간도 같았다.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는 신체, 성격, 지능도 비슷하다. 일란성 쌍둥이가 눈 색깔이 같을 일치율은 99.5%이지만 이란성 쌍둥이는 28%이다. 쌍둥이가 모두 불안증에 걸릴 일치율은 일란성이 40%이지만 이란성은 4%에 불과하다. 정신분열증은 일치율이 각각 48%, 17%이다.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암에 걸릴 일치율이 5∼10%인 것과 비교할 때 정신질환이나 성격의 유전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40년 만에 재회한 일란성 쌍둥이. 둘은 일본에서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입양돼 서로 다른 양부모 밑에서 자라 40세까지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둘 다 역도 선수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일란성 쌍둥이가 완전한 복사판은 아니다. 몸무게나 키는 물론 전혀 다른 개성을 갖는 경우도 물론 있다.

[PAGE BREAK]성격과 지능은 관계 없어

쌍둥이 연구를 통해 드러난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지능의 유전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쌍둥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능은 50%가 유전의 영향, 30%가 가정 환경의 영향, 20%가 개인 환경의 영향의 소산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교육학자들은 지능 발달은 양육 환경이 결정적으로 좌우한다고 믿어 왔지만, 쌍둥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정 환경보다 유전의 영향이 오히려 크다.
반면 지능이 유전된다는 학설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근거가 지능(IQ) 지수의 상승이다. 세계 각국의 통계를 보면 지능 지수는 세대가 흐를수록 상승한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서는 30년 동안 지능 지수가 20점 증가했다. 지능 지수의 상승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교 교육의 확대, 영양 개선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지능은 유전자뿐 아니라 사회 환경의 영향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성격과 지능은 관련이 있을까? 없다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개방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 대체로 지능도 높다. 거꾸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성격도 개방적이다. 이는 관심과 취미가 다양한 성격이 지적 성장에도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머리가 좋은 아이로 키우려면 개방적인 성격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지능은 유전의 영향이 큰 반면 창의성은 유전보다 환경의 영향이 훨씬 크다. 이렇게 본다면 창의성은 교육과 다양한 자극을 통해 길러지는 셈이다.
흔히 우리는 자녀의 성격이 삐뚤어지면 가정 환경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성격에 대한 가정 환경의 영향 즉 부모의 교육 수준, 수입, 양육 태도의 영향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오히려 또래 집단이나 친구, 직장 같은 개인 환경과 유전이 성격 형성에는 결정적이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선택하고, 자신의 유전적 소질을 개발할 수 있는 직장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이 선택하는 환경도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능과 성격에 대한 유전의 영향을 70%까지 높게 보아야 한다는 외국 학자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성격을 일반적으로 내외향성, 정서 안정성, 개방성, 성실성, 유쾌성 등 5개의 특성으로 나눈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내외향성, 정서 안정성, 개방성이 성실성과 유쾌성보다 유전의 영향이 강하다.
성격 특성별로 유전적 영향의 강도가 다른 것은 일반인에 대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21∼60세인 13만 명을 장기간 추적 조사해 일부 성격 특성은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고 2003년 「미국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 역시 성격을 5개의 범주로 분류하고 미국과 캐나다에 사는 백인, 흑인, 아시아 인 등 모든 인종의 성격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나이가 들수록 성실성, 유쾌함은 증가했지만 정서 안정성과 개방성은 감소했다.
[PAGE BREAK]어느 정도 계획적이고 치밀하냐를 말해 주는 ‘성실성’은 나이가 들수록 강화되고 특히 독립하게 되는 20대에 사람은 매우 성실해진다. 30대에서는 대인 관계에 중요한 ‘유쾌한(또는 상냥한)’ 성격이 발달한다. 이들 두 개의 성격 특성은 쌍둥이 연구에서도 유전의 영향이 비교적 적은 성격 특성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사회 환경에 적응하면서 더 성실하고 상냥한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정서 불안정’은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줄지만 남자는 여간해서 줄지 않는다. ‘개방성’은 남녀 모두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이가 든다고 외골수인 사람이 자유 분방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외향성’은 여성의 경우 줄었지만 남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쌍둥이 연구에서 성격 특성은 유전적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전자의 영향이 강한 성격 특성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격·지능
어떤 성격, 어떤 지적 특성이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 왜 중요할까? 사람을 유전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면 사람은 별로 할 게 없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을 사실대로 규명하는 것이 과학이고, 과학적 토대 위에 선 교육과 정책만이 효과가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미국에서 남자는 강간의 본능을 타고 난다는 진화심리학자의 주장이 책으로 나왔다. 남자는 누구나 강간의 본성을 타고 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DNA를 더 많이 퍼뜨리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빚어졌고 특히 페미니스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남자가 운전 면허를 딸 때 강간에 대해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간이 얼마나 여성을 불행하게 하는지 제대로 교육을 해야 강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격이나 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자신의 성격과 재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때 자신의 잠재 능력을 더 개발할 수 있고 성공적인 결과를 좀더 빨리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도 개인이 자신의 성격과 재능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환경 조건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유전자와 함께 현명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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